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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변치 않는 가치에 대하여
한국전쟁 때 연을 맺은 미군 랄프와 한국인 유선의 이야기. SNS에서 화제를 일으킨 빛바랜 사진을 계기로, 저자는 부모가 남긴 편지와 사진을 엮어 가족의 서사를 복원해나간다. 격동의 시대를 사랑으로 맞선 한 가정의 아름다운 회고.
2026.09.22.
에세이 PD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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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타임캡슐
2장 유선과 랄프 3장 부산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4장 시민권과 이방인 5장 다시 찾은 한국 6장 조용히 빛나는 일상 7장 삶이라는 악보 위에서 8장 가족이라는 이름 9장 북에서 온 편지 10장 끝없는 여정 독자에게 보내는 글 |
Charley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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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은 사진은 삶이 가진 날것 그대로의 진실을, 날것 그대로의 얼굴을 마주하게 만든다.
---p.11 「1장. 타임캡슐」 중에서 세상의 이목을 끈 사진들은 사랑의 시작만을 담고 있다. 그토록 다른 세계에서 온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찾아내고, 어떻게 서로를 선택해 전쟁과 불확실함을 이겨낼 만큼 강한 사랑을 쌓을 수 있었는지를, 두 사람이 어떻게 가정을 이루고, 대륙을 건너 상실을 견뎌내며 50년이 넘도록 서로에게 헌신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p.18 「1장. 타임캡슐」 중에서 작은 체구의 여인이 그토록 거대한 역사를 짊어지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통과한 시절은 잔혹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위해 기꺼이 한 발 더 내딛는 사람이었다. ---p.30 「2장. 유선과 랄프」 중에서 며칠 전에 카메라를 하나 장만해서 가장 먼저 우리 아기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곳은 필름을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능력이 닿는 대로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 우리 삶의 순간들을 남겨두려 합니다. ---p.43「2장. 유선과 랄프」 중에서 내가 다섯 살 무렵, 울고 있는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왜 우느냐고 물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어머니에게 이 땅은 친숙한 음식도, 편안한 언어도, 그 어떤 익숙한 위안도 찾을 수 없는 거대한 섬과 같았다. ---p.65 「3장. 부산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중에서 아름다운 풍경보다 어머니를 더 기쁘게 한 것은 시카고의 지역 교회에서 만난 한국인이었다. 미국 생활에서 가장 큰 위안은 종교가 아니라 한국말이었으니까.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 자신의 세상을 이해하는 사람들. 그것만으로도 타국의 외로움은 조금 덜어졌을 것이다. ---p.81 「4장. 시민권과 이방인」 중에서 미국에 살 때 사람들은 내 외모만 보고 단번에 내가 아시아인임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정작 ‘고향’인 한국에 오니, 갈색 머리카락 때문인지 나를 이방인으로 대우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p.97「5장. 다시 찾은 한국」 중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상실감은 가족의 마음에 깊은 흉터를 남겼다. 전쟁을 겪은 부모님께 ‘가족’이라는 개념은 남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서로를 알아보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것을 두 분은 ‘삶’이라고 여겼으므로. ---p.158 「8장. 가족이라는 이름」 중에서 보고 싶고 포옹하고 싶은 마음, 안아보고 두드려보고 때려보고 싶은 마음 어떻게 이 작은 종이 위에 다 적을 수 있겠니? ---p.179 「9장. 북에서 온 편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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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커뮤니티를 발칵 뒤집은 사진 한 장,
그 뒤에는 진짜 사랑이 있었다 2025년 8월, 한 장의 사진이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을 뒤흔들었다. 70여 년 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찍힌 흑백사진으로, 면도를 하고 있는 미군 병사와 그 곁에서 환하게 웃는 한국 여인의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누군가는 가짜 이미지라고 했고, 누군가는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이라 했다. 사진을 올린 건 사진 속 주인공의 손녀였다. 아버지의 생일을 준비하며 무심코 꺼내든 옛날 앨범 속 사진 한 장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수백만 명의 마음을 뒤흔든 것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서로를 살게 한 두 사람,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어느덧 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일흔셋의 찰리 스미스는 곧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 유튜브 바이럴 영상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 화제를 계기로 부모님이 남긴 편지와 사진, 구술사를 엮어내 한 권의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된 회고록이 바로 이 책 『유선과 랄프』다. “나를 전혀 모르는 타인들이 부모님의 사진에 열광하는 모습과 일흔셋이 된 내가 부모님의 빛바랜 얼굴을 들여다보며 느끼는 감정 사이에는 설명하기 힘든 묘한 어긋남이 있었다.”(18쪽) 지은이는 그렇게 자신의 인생 전체를 다시 열어보게 됐다. 아버지가 고향에 부친 수백 통의 편지, 어머니가 평생 간직한 빛바랜 사진들,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어머니의 북한 가족 이야기까지. 세상이 사랑에 열광하는 동안, 아들은 그 사랑 뒤에 가려진 진실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빛바랜 사진과 수백 통의 편지, 퍼즐처럼 맞춰간 가족의 서사 한국전쟁의 포화가 채 가시지 않은 시기, 미군 차량 정비공 랄프와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한국 여인 유선이 만났다. 말은 통하지 않았고 국적도, 살아온 삶의 궤적도 달랐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 둘 사이에 아들이 태어나자 아버지는 고향에 편지를 보냈다. “아기 엄마는 제게 정말이지 보석 같은 사람입니다.”(14쪽) 그러나 사랑에는 늘 대가가 따랐다. 통금을 어겨가며 몰래 지은 오두막은 헌병에게 발각돼 뼈대만 남았고, 국제 커플이라는 이유로 방 한 칸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 우여곡절의 세월은 한 문장으로, 아니 그 어떤 주석을 붙인들 전부 담아내기 부족했다. 1954년 부산항을 떠나며 시작된 미국 생활, 1960년대 초 다시 이어진 한국 발령, 그리고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과 미국, 독일의 여러 도시를 유랑하듯 옮겨 다닌 삶이었다. 아들은 부모님이 남긴 편지와 사진을 퍼즐처럼 맞춰가며 가족의 역사로 써 내려갔다. 그 속에는 1990년, 북에서 날아온 낯선 편지도 있었다. 생사조차 알 수 없었던 어머니의 형제로부터 편지가 도착한 것이다. “오매에도 그리던 여동생 유선이를 찾아서”(162쪽) 마침내 어머니는 가족들을 다시 만났다. 영원히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거대한 조각이 삶으로 불쑥 들어왔다. “오래도록 마음을 맴도는 이야기” 사랑과 가족, 이민자와 정체성에 대한 아름다운 회고록 『유선과 랄프』는 단순한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전쟁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는지, 그 비극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사랑과 존엄을 지켜내는지 보여주는 기록이다. 이산가족의 아픔, 국제결혼과 이민자 2세로서의 정체성 혼란, 그리고 부모 세대의 삶을 뒤늦게 마주하며 이해하게 되는 자녀의 마음까지. 70여 년 전 한 부부가 걸어온 이야기는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 뭉클해지는 모두에게 그 가치를 되짚게 한다. 아울러 우리 각자가 부모의 삶을 얼마나 들여다보았는지 조용히 묻는다. 저자 찰리 스미스는 부모님이 남긴 소중한 편지와 사진들을 전쟁기념관에 기증했다. 이 기록들은 2026년 9월, 전시 〈그날, 나의 일상은 전쟁이 되었다〉를 통해 대중과 만난다. 빛바랜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사적인 이야기가, 이제 한 시대의 역사적 기록으로 남게 된 것이다. “부모님의 여정은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가장 시린 계절을 지나고 있을 때, 그 끝에서 어떤 아름다움과 삶의 이유가 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입니다. 만약 이 책이 여러분의 마음에 작은 온기를 남겼다면, 그것은 미래를 향한 따스한 낙관주의였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과 용기, 그리고 깊은 의미로 가득 찰 것이라는 믿음 말입니다.”(22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