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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 겹동백 / 인人꽃 / 난꽃 / 도산매 / 생강나무꽃 / 두견화 / 들꽃 되어 / 겹물망초꽃 · 1 / 물망초꽃 · 2 / 노랑붓꽃 / 뚜껑별꽃 / 산하엽 / 사과 꽃눈 / 명자꽃 / 흰 백합 / 치자꽃 / 보라색 꽃창포 2 쑥갓꽃 / 찔레꽃 · 1 / 찔레꽃 · 2 / 오이꽃 / 고추꽃 / 까마중꽃 / 씀바귀꽃 / 오동나무꽃 / 며느리밥풀꽃 / 분홍바늘꽃 / 감꽃 / 개망초꽃 / 분꽃 / 당근꽃 / 다알리아꽃 / 구기자꽃 · 1 / 구기자꽃 · 2 / 수련 / 참나리 3 우중의 호박꽃 / 호박꽃 / 박꽃 / 목화꽃 / 달맞이꽃 / 비 오는 날의 백일홍 / 백일홍 / 둥굴레꽃 / 엉겅퀴꽃 / 초롱꽃 / 가지꽃 / 상추꽃 / 원추리꽃 · 1 / 원추리꽃 · 2 / 메꽃 / 칸나 / 두릅나무꽃 / 패랭이꽃 / 붉은토끼풀 4 잇꽃 / 닥풀꽃 / 족두리꽃 / 개구리참외꽃 / 질경이꽃 / 결명자꽃 / 능소화 / 좀작살나무꽃 / 청자색 나팔꽃 / 과꽃 · 1 / 과꽃 · 2 / 해바라기꽃 / 참깨꽃 / 해국 / 눈보라무궁화 / 노루오줌꽃 / 잔대꽃 / 노인장대꽃 / 채송화 / 나도샤프란 / 맥문동꽃 5 백도라지꽃 / 박주가리꽃 / 맨드라미꽃 / 익모초 / 며느리밑씻개 / 순비기꽃 / 미나리꽃 / 자귀나무꽃 / 벌개미취꽃 / 백련꽃 / 대마꽃 / 칡꽃 / 벼꽃 / 담배꽃 / 대추꽃 / 왕고들빼기꽃 / 배롱나무꽃 / 오죽헌 배롱나무 / 토란꽃 / 줄양대꽃 6 부용화 / 하수오꽃 / 더덕꽃 / 아주까리꽃 / 물봉선화 / 싸리꽃 / 녹두꽃 / 투구꽃 / 코스모스 꽃도장 / 구절초 / 뚱딴지꽃 / 들깨꽃 / 차나무꽃 / 핑크뮬리꽃 / 무릇꽃 / 억새꽃 / 서리꽃 해설 | 꽃이 된 순이의 추억, 가슴에 묻고 _이인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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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지고 다시 피지만, 마음에 핀 사람은 평생 지지 않는다
꽃을 보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색깔일 수도 있고 향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임상근 시인에게 꽃은 언제나 ‘사람’으로 이어진다. 『꽃은 기억을 피운다』를 여는 시인의 말에서 그는 꽃을 바라보면 어머니와 아버지, 어린 시절 친구들, 그리고 세월 속으로 멀리 떠나버린 ‘순이’가 먼저 떠오른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시집에 등장하는 꽃에는 저마다 사람의 얼굴과 웃음, 눈물, 기다림과 사랑이 깃들어 있다. 이 한마디가 시집 전체를 관통한다. 『꽃은 기억을 피운다』에는 우리가 이름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는 들꽃에서부터 집 마당과 논밭에서 쉽게 만났던 꽃까지 수많은 꽃이 등장한다. 찔레꽃, 오이꽃, 고추꽃, 까마중꽃, 감꽃, 개망초꽃, 목화꽃, 가지꽃, 상추꽃, 참깨꽃, 벼꽃, 담배꽃, 대추꽃, 녹두꽃, 들깨꽃…. 목차만 펼쳐도 한 해 농촌의 사계절이 그대로 지나가는 듯하다. 그 꽃들 사이를 가장 자주 오가는 이름은 ‘순이’다. 「찔레꽃」에서는 가시에 찔려 눈물을 흘리던 순이가 나타나고, 「감꽃」에서는 새벽이슬 마르기 전에 감꽃을 주워 목걸이를 만들어주던 어린 순이가 돌아온다. 「목화꽃」에서는 목화 꽈리를 남몰래 건네던 아이가 떠오르고, 「해바라기꽃」에서는 서울로 떠난 순이를 여전히 기다린다. 꽃 하나가 피어날 때마다 하나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그래서 이 시집의 ‘순이’를 한 사람으로만 읽을 필요는 없다. 작품 해설은 순이가 상상의 연인이면서 그리움의 대상이고, 경우에 따라 이성·누이동생·친구·이상적인 연인 등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짚는다. ‘순이’는 결국 시인이 지나온 시간 속에서 잃어버린 사람들,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젊은 날을 품은 하나의 이름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 시집의 그리움은 단순한 첫사랑의 회상이 아니다. 꽃 뒤에는 언제나 가족이 있다. 분홍바늘꽃을 보면 백열등 아래에서 구멍 난 양말을 꿰매던 어머니가 나타난다. 당근꽃에서는 힘겨운 생을 견뎌온 어머니의 삶을 발견하고, 다알리아의 붉은 꽃잎에서는 어머니의 젊은 날을 떠올린다. 박꽃에는 땀에 젖은 아버지의 삼베적삼이 있고, 상추꽃에는 힘든 농사일을 마친 뒤 마루에 걸터앉아 상추쌈을 먹던 아버지가 있다. 이처럼 시인은 꽃을 통해 가족을 기억하고, 가족을 통해 한 시대의 농촌을 복원한다. 그 시대에는 땀 흘려 농사를 지은 아버지가 있었고, 가족의 옷가지를 밤늦도록 꿰매던 어머니가 있었으며, 손자에게 사탕 하나 쥐여주려고 구기자를 말리던 할머니가 있었다. 오늘날에는 낯설어진 농사일과 음식, 생활 풍습과 토속어까지 시 속에 고스란히 남는다. 이 시집은 특별한 꽃을 아는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 부모의 뒷모습이 문득 생각나는 사람, 어린 날 함께 놀던 친구의 이름을 오래 잊고 있었던 사람, 어느 순간 거울 속 자신의 흰머리를 발견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시집의 어느 꽃 한 송이 앞에서 걸음을 멈추게 될 것이다. 한 철 피었다 지는 꽃을 통해 평생 지지 않는 사람의 기억을 이야기하는 시집. 『꽃은 기억을 피운다』는 고향과 가족, 첫사랑과 농촌의 삶, 그리고 지나온 세월을 꽃밭처럼 펼쳐놓으며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마음속에는 지금, 누구의 꽃이 피어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