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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뭐니 세계사 시리즈는… 4
머리말 6 도대체 러시아는 왜 저러는 걸까? 프롤로그 16 세상의 끝, 거대한 주유소 1. 늪지대에서 제국이 되다 25 키예프 루스, 몽골 지배, 모스크바의 부상 2. 수염을 자른 황제 45 서유럽식 개혁과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 3. 드레스 입은 여제, 제국을 키우다 63 크림반도, 폴란드의 눈물 4. 눈밭에 묻힌 나폴레옹 83 프랑스 황제의 러시아원정과 불타는 모스크바 5. 곰과 사자의 땅따먹기 101 그레이트 게임과 크림전쟁의 굴욕 6. 족쇄는 풀렸지만, 빚더미에 앉다 121 농노해방령의 배신과 황제 암살 사건 7. 작은 섬나라에게 물리다 141 러일전쟁과 마지막 황제의 몰락 8. 붉은색 간판으로 바꿔 달다 163 소비에트연방의 탄생과 스탈린 9. 붉은 깃발, 베를린에 꽂히다 183 제2차 세계대전 승리와 냉전의 시작 10. 붉은 제국의 부도, 그리고 돌아온 차르 203 소련 해체와 푸틴의 에너지제국 에필로그 227 영원한 겨울은 없다 참고도서 2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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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보드카 잔을 내려놓았다.
“천만의 말씀이야. 성벽 없는 영토를 지키는 건 지옥이야. 내 서쪽을 봐. 알프스나 피레네 같은 산맥 하나 없이 끝없이 평평한 땅이 이어져 있지. 지도에는 국경선이 그어져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바람도 군대도 밀고 들어올 수 있는 땅이야. 문이 너무 많다고.” --- 「프롤로그 세상의 끝, 거대한 주유소」 중에서 마스터 T가 팩트 장부에 짧게 적으며 말했다. “모스크바가 강해진 건 처음부터 잘나서가 아니야. 적에게 납작 엎드리면서 내부 실력을 기른 덕분이지. 요즘 말로 하면 을의 처세술로 갑이 된 거야. 그 과정에서 러시아식 중앙집권의 뿌리가 자라났어. 흩어지면 죽는다. 권력은 한곳에 모아야 한다. 복종하지 않으면 제거해야 한다. 모스크바 공국 때 몸에 밴 이 방식은 훗날 차르의 제국으로 이어졌고, 오늘날 푸틴의 통치 방식 속에서도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 「1장 늪지대에서 제국이 되다」 중에서 마스터 T가 팩트 장부에 밑줄을 그으며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제국주의의 잔혹한 얼굴이야. 겉으로는 유럽을 향한 창문이었지만, 그 창문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백성이 늪지대로 끌려가야 했지. 목표는 근대화였지만, 방법은 폭력이었어. 이 공식은 이후 러시아 팽창의 익숙한 방식이 돼. 국가가 정한 목표가 있으면, 사람의 목숨과 고통은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식 말이야. 나중에 스탈린 시대에 운하와 철도, 공장을 짓기 위해 수많은 죄수와 노동자가 혹독한 현장으로 내몰렸잖아. 표트르는 그 원형을 만든 사람이야. 러시아를 유럽식으로 바꾸려 했지만, 그 바꾸는 방식은 지극히 러시아적이었던 거지.” --- 「2장 수염을 자른 황제」 중에서 마스터 T가 계산기를 꺼냈다. “문제는 땅이었어. 농노를 풀어주는 건 좋은데, 그들이 독립해서 먹고살 땅은 누구 것이었을까? 여전히 귀족의 땅이었지. 그러니까 회사에서 직원을 내보내면서 퇴직금 대신 장기 할부 계약서를 쥐여준 꼴이야.” 러시아 정부는 묘한 방식의 타협안을 만들었다. 먼저 농민들에게 일정한 토지를 배정한다. 귀족들에게는 그 땅값을 보상해준다. 그리고 농민들은 그 돈을 오랜 세월에 걸쳐 정부에 갚는다. 이른바 토지 상환금이었다. 러시아가 낄낄거렸다. “몸은 자유가 됐어. 그런데 땅을 받으려면 빚을 져야 했지. 무려 49년 동안 갚아야 하는 빚 말이야. 발목의 족쇄는 풀렸는데, 이번에는 목에 빚 문서가 걸린 셈이야.” --- 「6장 족쇄는 풀렸지만, 빚더미에 앉다」 중에서 한국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 전쟁에서 러시아가 이겼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조선은 일본 대신 러시아의 영향권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갔겠죠. 져도 지옥, 이겨도 지옥. 강대국끼리의 싸움에서 약소국은 어느 쪽이 이겨도 상처를 입어요. 그래서 약소국은 강해져야 해요. 선택받는 나라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해요.” 러시아가 낮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그게 국제정치야.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어. 하지만 네 말이 틀린 것도 아니지.” 러시아는 대한해협 위에 그려진 전함들을 내려다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이겼어도 너희에게 친절하게 굴지는 않았을 거야.” --- 「7장 작은 섬나라에게 물리다」 중에서 러시아는 먹칠된 사진들을 장부 속에 다시 끼워넣었다. “그때 나는 강해진 줄 알았어. 하지만 사실은 스스로를 약하게 만들고 있었지. 공포로 세운 권력은 사람을 복종시킬 수는 있어도, 사람을 믿게 만들지는 못하거든.” --- 「8장 붉은색 간판으로 바꿔 달다」 중에서 “이게 21세기 러시아의 중요한 전략이야. 군사력만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 의존도로 상대를 묶어두는 거지. 러시아 가스에 많이 기대는 나라일수록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하기 어려워졌어. 경제적 의존을 외교의 지렛대로 쓴 거야.” 마스터 T는 장부의 뒤쪽 페이지를 넘겼다. “하지만 의존은 양쪽 모두에게 위험해. 유럽은 러시아 가스에 기대다가 위기를 맞았고, 러시아는 에너지를 무기처럼 쓰면서 스스로 신뢰를 잃었지. 2022년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려 한 것도 그 때문이야.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목줄을 다른 나라 손에 맡길 수는 없다고 본 거지.” --- 「10장 붉은 제국의 부도, 그리고 돌아온 차르」 중에서 마스터 T가 짐을 챙기며 한국에게 말했다. “이게 핵심이야. 러시아는 감정만으로 대하면 안 돼. 무조건 미워해도 안 되고, 순진하게 믿어도 안 돼. 러시아는 상처 많은 강대국이면서, 동시에 위험한 제국의 본능을 가진 나라야. 이해하되 경계해야 하고, 필요하면 협력하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해. 그게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는 중간 크기 나라의 지혜야.” 한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곰과 춤을 추려면, 발을 밟히지 않을 만큼 거리를 둬야 하는군요.” 마스터 T가 말했다. “맞아. 그리고 곰이 왜 으르렁거리는지 아는 것과, 그 곰이 남의 집을 부수는 걸 허락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야. 이해가 면죄부가 되는 순간, 우리는 다음 피해자가 될 수도 있어.” --- 「에필로그 영원한 겨울은 없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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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넓은 나라는 왜 불안할까?
끝없는 팽창과 권력 집중을 낳은 러시아의 국경 공포 지도만 보면 러시아는 더 넓은 땅이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책 속 러시아는 국경 가까이에 다른 나라의 깃발이 꽂히는 순간부터 불안해한다. 몽골의 지배를 견디며 배운 생존법,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침공을 막아내며 치른 희생이 그 불안의 배경에 놓여 있다. 러시아는 외부의 위협을 막겠다며 권력을 한곳에 모으고, 국경 밖에 완충지대를 두려 한다. 그렇게 확보한 땅의 바깥에서 다시 위협을 발견하면 또다시 팽창을 선택한다. 책은 러시아가 되풀이해 온 이 논리를 여러 시대의 사건 속에서 따라간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러시아가 스스로 설명하는 안보와 이웃 나라가 겪는 침략을 함께 보게 된다. 예카테리나 시대의 폴란드 분할과 크림반도 진출에서 우크라이나전쟁에 이르기까지, 러시아가 자기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땅에는 다른 사람들의 나라와 삶이 존재한다. 한국과 마스터 T는 러시아의 설명을 들은 뒤 그 책임을 되묻는다. 두려움의 역사적 배경을 살피면서도 타국의 자유와 주권을 빼앗은 선택을 비판하는 태도가 책 전반을 이끈다. 몽골의 세금 징수원에서 에너지 제국으로 교역로와 징세권, 가스관으로 읽는 러시아의 성장 러시아를 하나의 기업처럼 바라보면 익숙한 역사 용어가 구체적인 이해관계로 바뀐다. 강을 따라 모피와 꿀, 밀랍을 실어 나르던 키예프 루스는 초기의 ‘강물 물류회사’로 그려진다. 작은 도시 모스크바가 힘을 키운 계기는 몽골을 대신해 다른 도시들의 공물을 걷는 역할을 맡으면서 찾아온다. 충성스러운 하청업체처럼 고개를 숙인 모스크바는 세금을 거두고 도시들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돈과 권한을 축적한다. 제국의 성장 밑바탕에 교역로와 징세권이 있었다는 사실이 대화 속에서 드러난다. 바다로 나가는 길을 확보하려 했던 황제들의 선택도 같은 관점에서 읽힌다. 표트르대제의 개혁에는 서유럽의 기술을 배우고 항구와 해군을 갖추려는 목표가, 예카테리나의 팽창에는 흑해를 통해 영향력을 넓히려는 계산이 있었다. 소련 해체 뒤에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러시아의 재건을 뒷받침하고, 가스관이 외교적 압박의 수단으로 쓰인다. 책은 에너지를 쥔 쪽의 힘과 그 힘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비용을 함께 짚는다. 공급받는 나라의 의존만큼, 에너지를 무기로 쓰는 나라가 잃는 신뢰도 중요한 문제로 다뤄진다. 제국의 영광 뒤에 남은 사람들의 삶 황제의 개혁에서 소련의 산업화까지, 성장의 대가를 묻다 새 수도가 세워지고 영토가 넓어졌다는 기록만으로 그 시대를 다 알 수 있을까. 『주식회사 러시아』는 국가의 장부에 적힌 성과를 사람들의 삶과 나란히 놓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궁전과 운하 아래에는 늪을 메우고 돌을 나르다 쓰러진 농노와 노동자의 희생이 있다. 예카테리나의 화려한 궁정 밖에서는 농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농노해방령으로 자유민이 된 사람들에게는 토지를 얻기 위해 갚아야 할 빚이 남는다. 농노해방을 ‘퇴직금 대신 장기 할부 계약서를 쥐여준’ 상황에 빗댄 설명은 제도의 변화와 생활의 변화 사이에 놓인 간격을 보여준다. 차르를 몰아낸 혁명 이후에도 이 질문은 계속된다. 빵과 평화, 토지를 약속한 혁명은 내전을 거쳐 새로운 국가를 세웠고, 스탈린은 산업화와 권력 집중을 밀어붙였다. 공장과 발전소가 늘어나는 동안 농민들은 기근을 겪고, 대숙청은 어제의 동지까지 제거한다. 독자는 황제가 바뀌거나 국가의 간판이 바뀌는 일만큼, 그 아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처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나라를 강하게 만든다는 목표가 누구의 희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묻는 대목들은 이 책의 역사 읽기를 한층 깊게 만든다. 미국과 중국을 지나, 이번에는 러시아다! 돈과 욕망으로 세계를 읽는 〈머니 뭐니 세계사〉 세 번째 이야기 〈머니 뭐니 세계사〉는 강대국의 역사를 돈과 욕망, 이해관계의 언어로 풀어내는 시리즈다. 첫 권 『주식회사 아메리카』가 미국의 성장과 세계질서를, 두 번째 책 『주식회사 차이나』가 중국의 굴욕과 재도약을 따라갔다면, 세 번째 책은 자원과 군사력, 강한 국가 권력으로 버텨 온 러시아의 장부를 펼친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같은 국제질서 안에서도 서로 다른 계산으로 움직이는 이유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구성이다. 러시아 편을 읽고 나면 완충지대라는 말에는 국경 너머 사람들의 삶이, 에너지 외교라는 말에는 가스관으로 연결된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함께 떠오른다. 교과서에서 배운 사건과 뉴스에서 접하는 문제를 연결할 실마리가 생기는 것이다. 『주식회사 러시아』는 청소년이 강대국의 자기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말의 배경과 결과를 따져 보도록 이끈다. 책의 마지막에 한국이 얻는 거리 감각은 독자에게도 남는다. 상대가 왜 움직이는지 이해하고, 그 선택이 우리와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