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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13p
반사하는 평일 (우에노) - 19p 달콤한 평일 (오테마치) -39p 엉덩이 흔드는 평일 (와세다) - 63p 날지 않는 평일 (하네다) - 85p 헤매는 평일(기치조지) - 105p 결기의 평일(센가쿠지) - 125p 머무는 평일(주조) - 141p 섬의 평일 (헤이와지마) - 165p 손끝의 평일(마루야마초) - 183p 소용돌이치는 평일 (시바마타) - 201p 성스러운 평일 (버스 관광) - 223p |
石田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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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지난 이케부쿠로의 중화요리집에서 탕면을 먹었다. 그날의 북적이던 손님도 줄고 햇빛도 좋았다. 가게 주인은 탕면을 테이블에 놓자마자 그대로 옆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축축하고 꾸깃꾸깃한 스포츠 신문을 펼쳤다. 여주인은 볶음밥을 만들어 가져오더니 마주 보고 앉아 입안 가득 밥을 넣고 우물우물 먹었다.
구운 돼지고기와 완두콩도 있네, 저 노란색은 단무지구나, 손님용 식사에 단무지는 넣지 않겠지, 하면서 볶음밥의 색깔들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요령을 피워 쉬는 날의 경치는 눈이 부시게 찬란하고 고소했다. ---p.15 엄마가 소년에게 말을 건다. 소년이 손을 입으로 가져가 목소리 높여 대답하자 노인과 엄마는 호탕하게 웃는다. 모두에게 들리지만, 세 사람만 알 수 있다. 이국의 대화 사이에 끼어 계단 위에 있던 어른들은 깨닫는다. 잔뜩 치장하고 거리를 배회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수 없기 때문임을. ---p.26 책장의 칸막이가 답답하다. 이상하게 서로 싫어하는 책들일수록 옆에 있고 싶어 한다. 이건 문학이 아니야. 철학과 비슷해 보여도 다르다고. 종교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지. 이게 시로 보인다니 세상 말세네, 말세야. 구분해서 꽂아놓고, 알면 알수록 자유를 잃는다. 엉덩이를 흔들며 걷는 편이 훨씬 더 즐거운데 답답한 곳에 모여든다. 안쓰러운 마음에 핥아주고 싶어진다. ---p.70 고생하지 않고 꼴까닥 죽고 싶네. 이렇게 말하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마음에 걸릴 일이 아무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쓸쓸해. 이렇게 말하던 할머니도 있었다. 모두 낙타를 타보지도 못하고 죽었다. 공부를 해도 하지 않아도 모르는 것투성이로 죽기 마련이다. 한밤중의 책들은 그런 것을 늘 중얼거린다. 스무 살, 백 살, 마흔 살 정도였을 때도 있었고, 할머니에 아가씨에 아주머니였을 때도 있었는데 그 누구의 마음도 알 수 없다. 쓸쓸하다는 마음은 몰라야 알아채는 것일지도 모른다. 쓸쓸해지고 싶지 않으니 책을 읽고 아는 척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p.81 강철 새는 오가는 모든 부자유를 차단하고 안전하게 지켜준다. 한 발 들어서는 순간부터 쾌적하게 보호받아 날아간 그곳에 쿵 하고 도착할 때까지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니 장례식에 가는 데도 여행이 된다. 상복이 든 가방을 맡기면 눈물을 잊고 의기양양해진다. 괜찮다는 것은 현실 사이에 끼어 있던 한때의 부유浮遊였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넓은 하늘에 자유가 없음을 금세 알아차린다. ---p.97 공짜 휴지를 받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면 도움이 된다. 조금 멀어져 눈물이 차오를 때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낸다. 진심을 담은 마음은 조금 멀어진 곳에서 희미하게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서로의 손을 쓰다듬으며 나누지 않아도 생명이 있는 것들끼리 느끼는 파도의 소리를 함께 듣는다. 복잡하고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가 멈추었을 때 그제야 안다. 물건과 돈은 마음 주변을 늘 따라다닌다. ---p.155 모두 언제나 어딘가로 가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진짜 가버릴 수 있는 사람은 적다.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일을 하니까 남자의 방랑은 동네 사람들에게 환영받고 허용되었다. 특제 조림 400엔, 가게 안에 메뉴 더 있습니다. 닫힌 문 안쪽에 있는 주인도 그 남자를 따라 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다 적어 놓지도 못할 만큼의 메뉴를 남기고 게이세이전철로 출타했다. 29일에 돌아오겠습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그 어디로도 가지 못한다. ---p.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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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있어야 할 곳으로 향하는 평일, 아무런 약속도 없이 거리를 걷는 사람이 있다. 출근 행렬이 빠져나간 역, 점심 장사를 마친 식당, 저녁 손님을 기다리는 술집. 익숙한 장소도 정해진 일과에서 조금 비켜나 바라보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이시다 센의 산문집 『평일』은 그 낯선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열한 편의 이야기다. 우에노와 와세다, 기치조지와 시바마타를 지나 공항과 경정장, 관광버스에까지 이르는 발걸음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침묵, 가게 앞에 내놓은 물건과 바람에 실려 오는 냄새를 좇는다.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싶다.”(16p) 그렇다면 있어야 할 곳을 벗어난 사람에게는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맛보는 작은 해방감, 홀로 남겨진 듯한 불안, 아직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이 산책의 동행이 된다. 이시다 센의 눈길은 좀처럼 풍경의 한가운데에 머물지 않는다. 명소 앞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헌책방 주인의 두툼한 손가락, 금방이라도 닫힐 셔터 아래로 몸을 숙이는 손님에게 오래 머문다. “남편은 한가운데에서 조금 벗어나서 보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78p) 헌책방의 책상을 설명하는 이 문장은 『평일』의 시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중심에서 조금 비켜서자 무심코 지나쳤던 몸짓과 말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밤마다 제 사연을 떠들고, 헌책방 고양이는 여자가 되어 동네를 거닌다. 사람과 동물, 사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은 정밀하게 기록된 거리의 풍경에 스며들어 어느새 바라보는 이의 정체까지 흔든다. 짧게 끊어지는 문장과 뜻밖의 비유, 거리에서 주워 온 대화와 안내문이 어우러지며, 익숙한 도시가 우습고도 기묘한 이야기의 무대로 바뀐다. 발걸음이 이어질수록 자유를 향한 마음도 복잡해진다. 동물원의 울타리 안에서는 코끼리와 사육사가 다정한 시간을 나누고, 울타리를 마음대로 넘나드는 쥐는 늘 쫓기며 살아간다. 공항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떠날 채비를 하지만, 비행기에 오른다고 자신의 삶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혼자 걷는 데 익숙한 화자조차 관광버스를 타자 가이드의 지시와 정해진 시간표에 조금씩 안도하기 시작한다. “풀어놓으면 불안해지고, 안심하면 시시하다.”(243p) 『평일』은 이 모순을 성급하게 풀어주지 않는다. 떠나고 싶으면서 돌아갈 곳을 바라고, 혼자 있고 싶으면서 누군가의 곁에 머물고 싶은 마음을 짓궂은 유머와 솔직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그 길 위에는 초콜릿 하나를 기다리는 남자와 술집의 제자리를 지키려는 단골,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여자도 있다. 저마다 다른 욕망을 품은 이들의 하루가 겹쳐지며 평일의 도시는 더없이 생생해진다. 그렇게 사람들을 바라보던 눈길은 때때로 아주 작은 다정함에 가닿는다. 거리에서 휴지를 나누어주는 여자에게 다른 여자가 아들을 잃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상대의 슬픔을 없애줄 수는 없어도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있다. 건네받은 휴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눈물이 났을 때 쓰일 것이다. “진심을 담은 마음은 조금 멀어진 곳에서 희미하게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155p) 이시다 센은 누군가의 삶을 다 안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잠시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평일』의 쓸쓸함 곁에 온기가 남는 이유다. 골목을 돌고, 강을 건너고, 목욕탕과 술집을 지나 돌아오는 동안 타인의 하루는 조금 가까워지고, 익숙했던 내 모습은 조금 낯설어진다. 책을 덮은 뒤 다시 걷는 거리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발걸음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 사람도 돌아갈 곳을 향하는지, 아직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지 궁금해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