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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 헌사
- 안과 밖, 그 사이에서

1. 모자 그림이 무서운 이유
2. 조그만 집과 코끼리, 그리고 뱀과 양
3. 본래의 나에 대하여
4. 숫자로 이루어진 세상
5. 바오바브나무를 자를 때
6. 사막의 일몰이 아름다운 것은
7. 타자의 얼굴
8. 꽃을 안다는 것
9. 꽃의 선언
10. 왕의 행성과 시간의 세 얼굴
11.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12. 자기로부터 도망친 술꾼과 그의 행성
13. 사업가가 사는 행성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14. 가로등 켜는 사람과 행복한 시지포스
15. 오늘이라는 손님
16. 지구라는 행성은
17. 안과 밖
18. 온 곳으로 돌아가는 길
19. 귀를 자르고 누운 자리
20. 하나에서 전체로, 전체에서 다시 하나로
21. 길들인다는 것에 대하여
22. 목적 없이 흐르는 삶
23. 목마름을 없애는 약과 생의 그림자
24. 별과 꽃, 사막, 그리고 우물
25.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
26. 자기 별로 돌아간 어린 왕자
27. 두 번 피는 꽃

부록 _ 소설 『어린 왕자』(생텍쥐페리 지음 / 지연리 새 번역)

저자 소개 2

저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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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ine Marie Roger De Saint Exupery

1900년 6월29일 프랑스 리옹의 몰락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19세 때 해군사관학교에 입학 시험에 실패한 뒤 생크루아 미술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21세 때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소위에 입관 되었으나 비행사고를 내고 예편되었다. 1920년 공군으로 징병되었다. 1921년 4월에 공군에 입대하여 비행사가 되었는데, 이는 그의 삶과 문학 활동에 큰 시발점이 되었다. 제대 후에도 15년 동안이나 비행사로서의 길을 걸었다. 1926년에는 민간 항공회사 라테코에르사에 입사하여 우편비행 사업도 하였다. 1923년 파리의 회사에 회계사로 입사하면서 시와 소설을 습작하다가 트럭 회사의
1900년 6월29일 프랑스 리옹의 몰락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19세 때 해군사관학교에 입학 시험에 실패한 뒤 생크루아 미술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21세 때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소위에 입관 되었으나 비행사고를 내고 예편되었다. 1920년 공군으로 징병되었다. 1921년 4월에 공군에 입대하여 비행사가 되었는데, 이는 그의 삶과 문학 활동에 큰 시발점이 되었다. 제대 후에도 15년 동안이나 비행사로서의 길을 걸었다. 1926년에는 민간 항공회사 라테코에르사에 입사하여 우편비행 사업도 하였다. 1923년 파리의 회사에 회계사로 입사하면서 시와 소설을 습작하다가 트럭 회사의 외판원으로 다시 입사한 후 틈틈이 비행 연습을 한다.

1929년 장편소설 『남방우편기(Ourrier sub)』로 작가로 데뷔하였다. 두 번째 소설 『야간 비행』으로 페미나상을 수상, 이후 『인간의 대지』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하였다. 『인간의 대지』는 같은 해 미국에서 『바람, 모래와 별들』이라는 제목으로 영문판이 번역·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40년에 나치 독일에 의해 프랑스 북부가 점령되자 미국으로 망명했다. “동화가 삶의 유일한 진실임을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다”고 말했던 생텍쥐페리는 이 시기에 『어린 왕자』를 집필했고, 1943년 미국 Reynal & Hitchcock 출판사에서 불문판과 영문판(캐서린 우즈 역)이 함께 출간되었다. 『어린 왕자』는 1946년 프랑스 Gallimard 출판사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어린 왕자』는 1935년 비행 도중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과정을 바탕으로 쓰였다. 생텍쥐페리의 대표작인 『어린 왕자』는 26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전 세계 1억 부 이상 판매되며 현재까지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 작품이다.

생텍쥐페리는 1943년에 프랑스로 돌아가 공군 조종사로 활동했으며, 1944년에는 제2차 세계대전 군용기 조종사로 지냈다. 1944년 33비행정찰대가 이동하고 이미 5회의출격을 초과하여 8회 출격 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출격하기로 한 7월 31일 오전 8시 반, 정찰 비행에 출격한다. 대전 말기에 정찰비행중 행방불명 되었다. 1944년 7월 31일 세상을 떠난 것으로 짐작한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회항하여 오는 길에 코르시카 수도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독일 전투기에 의해 격추당해 전사하였다고 한다. 유작 "성채I(tadelle)”는 이후에 친구들이 생텍쥐페리의 녹음본과 초벌 원고를 정리하여 1948년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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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제8대학에서 조형 예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시작으로 덴마크의 국민 작가 요른 릴의 『북극허풍담』 등 다수의 서적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라무에게 물어봐』 시리즈와 니체, 아들러,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담은 『작고 아름다운 철학수업』 시리즈, 『자루 속 세상』 『걱정 많은 새』 『파란심장』을 쓰고 그렸다. 현재 북한산자락에서 새들과 함께 살며 화가, 동화 작가, 번역가, 삽화가로 일하고 있다. 2004년 정헌 메세나 청년 작가상을, 2020년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코끼리 이야기』로 눈높이 아동문학대전 그림책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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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29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522g | 128*188*25mm
ISBN13
9791171740840

책 속으로

“그러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계속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끝과 시작이 있다.
삶에는 단 한 번의 마침표만 있을 뿐, 모든 일은 쉼표로 연속된다.”
--- p.9

“그들은 모두 자신들이 경험한 부분만을 진리라 믿고 전체로 착각하는 인식의 오류를 범한다. 세계는 단순히 ‘보는 행위’로 포착되지 않는다.”
--- p.21

선가(仙家)에서 말하길, 보는 자는 보지 못하고, 보지 않는 자가 보며, 말하면 이미 아니고, 생각하면 이미 멀며, 한 생각을 놓는 순간 온 세계가 드러난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천은 어려운 가르침이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당신이 누구인가. 당신은 사막을 건넜다. 그래서 안다. 새로운 바다를 발견하려면 오래 붙잡고 있던 해안을 떠나야 함을 경험해 안다.
--- p.32

기억 속 나는 지친 얼굴로 게스트하우스 입구에 서 있다. 계산대 너머로 벽을 장식한 파란색 당나귀 조각이 보인다. 벽에는 호수별로 정리된 열쇠가 칸칸이 놓여 있고, 나는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온종일 사람이 손잡이 위까지 앉은 버스에서 시달린 터라 편안히 쉬고 싶지만, 남은 일정이 많아 돈을 절약해야 하기에 욕실 딸린 방과 그렇지 않은 방을 두고 고민 중이다.
숙소 직원은 그런 내가 딱하다. 그래서 지혜로운 말로 나의 고민을 일순간에 사라지게 한다.
그가 말한다.
“친구, 인생은 찰나이고, 우리 모두에게는 ‘온 곳’이 있다네. ‘돌아갈 곳’이 있다네. 그러니 고민하지 말고 비싼 방에 묵게나. 자비를 베풀게나.”
문득 돌아보니 그렇다.
나에게도 돌아갈 행성이 있었다.
--- p.40

삶은 숫자로 기록될 수 없다. 죽음도 그렇다. 과연 어떤 숫자가 우리가 걸어온 길을 설명하거나, 묘사하거나, 껴안을 수 있겠는가?
나의 어린 시절도 마찬가지다. 그 시절에는 어떤 것도 숫자로 환원되지 않았다. 숫자와 관계없이 보이는 모든 것이 신비로 가득했다. 마당에서 기르던 닭을 먹이려고 할머니와 시장으로 버려진 배추 겉잎을 얻으러 다닐 때는 골목골목이 보물을 찾는 흥미진진한 모험이었고, 가게 밖 배추 무더기를 발견하고 ‘할머니, 여기 많아요!’라고 소리칠 때는 축제처럼 사방에서 불꽃이 터졌다.
봄마다 뒷산을 희게 물들이던 아카시아꽃과 할머니의 치맛자락을 잡고 산으로 들로 캐러 다니던 쑥이며 질경이는 또 어땠는가. 그 자체로 영혼을 살찌우는 양식이 아니었던가.
--- p.47

어제는 온종일 비가 내렸다.
오늘은 맑고, 어제 내린 비는 숲속 나의 나무를 천 개의 거울로 반짝이게 한다.
나는 그 거울에 지난날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춰본다.
어디선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인생은 하나의 꿈, 그 속에 네가 있네….”
여행지에서 돌아오던 날, 페인트칠로 알록달록 새 옷을 입은 신전에 엎드려 기도할 적에, 나의 기도보다 더 깊은 울림으로 노래하던 게스트하우스 직원의 목소리이다.
꿈속의 꿈.
그 겹겹의 시간 속에서, 나는 내 안에 가부좌하고 앉은 또 다른 내가 하는 말을 듣는다.
그가 말한다.
“친구여, 인생은 하나의 꿈이라네. 그렇다 해도 부디 바오바브나무를 조심하게나!”
더없이 다정한 말이다.
--- p.60

소설『어린 왕자』에서도 드러나지만, 생텍쥐페리의 사막에 대한 애정은 매우 각별했다. 『인간의 대지』에서는 사막을 사랑했다고까지 썼다. 그러면서 메마른 땅에 대한 이 자기 고백이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변화했는지 자세히 서술했다.
그에게 처음 사막은 모래처럼 덧없는 목숨과 그 목숨을 건지기 위해 기억해야 할 발자국이었다. 그러다가 노을 속에 사라지는 신기루가 되었고, 태양 아래 벌거벗겨진 미천한 몸뚱이가 되었다가, 한 발자국 앞에 있는 죽음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땀 흘릴 권리도, 기대할 권리도 허락하지 않는 고립무원의 땅에서 ‘걷기 때문에 걷는’ 날이 되었다가, 의식의 문을 두드려 세상의 모든 비애가 지워진 날이 되었다. 이어 죽음을 앞둔 평온으로, 별 속에 숨겨진 진실로, 상체를 움직여 단 한 번의 시선을 주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창조해내는 인간(생명 자체인 물을 지닌 베두인)이 되었다.
사막은, 침묵이다.
사유와 성찰이다.
인간은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모래 바다 한가운데서 침묵하는 사막을 닮아간다. 고개 숙인 채 묵상하는 사막의 사유를 배우고, 성찰을 통해 공(空)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 속에서 참된 나, 진아(眞我)와 마주한다.
--- pp.69-70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나와 너』에서 모든 실제적인 삶은 만남 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너로 인해 나가 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에게 인간은 독립된 실체가 아닌, 관계함으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성장은 관계 안에서 비로소 모습을 갖추는 것이었고, 네가 곧 나이자 내가 곧 너인 관계 속에서 상대가 전체로 확장되는 것이었다.
이 상호성의 관계는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발견되는 ‘나’의 출발이자 ‘사이’의 완성이었다. 조건 없이, 판단 없이, 목적 없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신 모두를 존재 대 존재로 마주하게 하는 것이었다.
--- pp.75-76

인생을 살며 우리는 많은 여행을 한다. 굳이 다른 나라, 다른 도시, 다른 마을이 아니더라도, 많은 시간을 떠나는 데에 쏟고 그만큼의 시간을 돌아오는 데에 쏟는다.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시간, 다른 장소로 가기 위해 노력하다가 애써 떠나기 전의 자리로 돌아온다.
--- pp.91-92

화학에서 결합은 서로 다른 원자나 분자가 만나 서로의 불안정함을 보완하며 새로운 상태로 변환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는 방출되기도 흡수되기도 한다. 결합은 타협이 아닌 재구성이며, 두 입자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재배열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물질은 생겨나지 않는다.
두 인격의 만남도 그렇다. 서로 다른 화학 물질이 접촉해 새로운 상태를 만들어내듯, 어린 왕자의 ‘떠남’이 외부로 향해 있던 꽃의 시선을 내부로 돌려놓았듯, 다른 두 인격의 만남은 양쪽 모두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 p.102

어린 왕자는 꽃을 떠나 왕의 행성에 도착한다. 하지만 곧 지루함을 느끼고 일몰을 보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왕이 답한다:

“그대는 해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내가 명령해주겠다. 하지만 나의 통치 철학에 따라,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왕은(앞서 설명한 그리스의 시간 개념에 맞추어 보면) 크로노스의 시간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연의 시간에 맞춰 명령을 내릴 뿐 시간의 흐름을 바꾸지 못한다. 시간을 다스리는 자가 아니라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자로 명령으로 모든 것을 통제한다고 믿으나 실제로는 알맹이가 없고, 그렇기에 어떤 것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 pp.107-108

어린 왕자가 왕이 사는 행성을 지나 또 다른 행성에서 만난 허영심 많은 사람도 그렇다. 그의 행성은 바로 이 공허의 극단을 보여준다. 비교 대상이 될 사람도, 인정해줄 사람도 없는 곳에서 그는 자신이 가장 잘생기고, 가장 옷을 잘 입으며, 가장 부자이고, 가장 똑똑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끝없이 자기를 우러러봐달라고 요구한다.
어린 왕자는 그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하며 허영심 많은 남자의 행성을 떠난다:

“아저씨를 찬미해요. 그런데 그게 아저씨에게 왜 그렇게 중요해요?”
--- pp.118-119

누군가가 말했듯, 상처는 빛이 들어오는 자리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부끄러움으로부터, 불안과 공포, 외로움과 두려움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발버둥 칠 필요가 없다.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빛이 들어올 자리를 마주할 용기일 테니까. 자기 그림자를 피해 달아나지 말고 그늘 속으로 들어가라는 이야기의 교훈처럼 가면 속 진짜 얼굴과 마주할 용기일 테니까.
깨진 항아리는 물을 담지 못한다. 그러나 갈라진 틈으로 흘러나온 물은 마른 땅을 적셔서 사막을 초원으로 바꾼다.
--- p.130

소유가 목적이 아닌, 관계가 목적인 어린 왕자의 행성에서는 장미가 몇 송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원을 가득 메운 많은 양의 장미보다는 자신을 필요로 하고 그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한 송이가 더 소중하다. 소로가 말한 ‘삶을 단순하게 만들기보다는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과 달리 단순함 속에 깃든 가치를 알고 그것을 귀히 여길 줄 안다.
--- p.137

카뮈는 산문집 『시지포스 신화』에서 현대 노동자의 삶을 시지포스의 운명과 다르지 않은 부조리로 보았다. 그에게 부조리는 인간과 세계 사이의, 혹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절연, 단절로서 어느 한쪽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양자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부조리의 인식은 어느 날 문득 시작되는 상황에 대한 ‘왜?’라는 의문에서 솟아나는 것이었고, 이러한 의문은 인생 무대를 일순간 무너뜨리며 놀라움과 함께 삶의 모든 것을 권태의 느슨한 느낌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었다. 이때 판에 박힌 행위의 연쇄가 끊어지며 인간은 그 끈을 이을 고리를 다시 찾으려 한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이러한 시도가 헛되다는 새로운 인식이다. 그러면 해결책은 없는가?
--- pp.144-145

“꽃은 기록하지 않아.”

어린 왕자에게는 매우 놀라운 대답이다. 하지만 꽃의 아름다움과 잠든 화산의 가능성을 기록하지 않는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에 지리학자는 ‘덧없음’을 이야기한다.
어린 왕자에게는 생소한 단어다. 그래서 또다시 그 말의 의미를 묻고, 지리학자가 답한다:

“덧없다는 건 ‘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이 있다’라는 뜻이란다.”

지리학자의 설명에 어린 왕자는 처음으로 후회한다. 곧 사라질 운명의 꽃을 혼자 두고 떠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자책한다. 그러나 어린 왕자의 여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돌아감이 아닌 나아감을 선택한다. 자력에 의한 것이든, 무의식에 지배당한 것이든, 혹은 가혹한 운명의 장난이든, ‘머무르지 않음’을 선택해 또 다른 배움을 향해 나아간다.
--- pp.152-153

2026년 4월 1일, 아르테미스 2호가 발사되었다. 지구 궤도를 벗어나 달로 향하기 시작한 지 이틀째 되던 날, 탑승자들과의 기자 회견이 생중계되었다. 그중 한 비행사는 지구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지구인들은 멋져 보이고 아름답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여러분은 하나의 존재로 보인다. 당신이 어디에서 왔건, 어떻게 생겼건 모두 호모사피엔스이고, 하나의 인류이다.”

상공에서 바라본 지구이든, 발 딛고 보는 지구이든, 바라보는 자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결국 그 안에 담긴 이야기이다. 언덕 꼭대기 은행나무 아래서 사랑하는 나의 개를 안고 ‘저길 봐, 아름답지?’ 하며 바라본 세상이 그토록 따뜻했던 것도 그 안에 ‘불을 켜는 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 pp.165-166

인간은 살면서 맺은 관계만큼의 이별을 경험한다. 그 속에서 언제고 맞이할 나와 세상과의 이별을 직감한다. 이 자기 인식은 귀하다. 죽음에의 인식이 인간을 부, 권력, 명예에의 욕망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때문이다. 생의 유한성이야말로 욕망이 낳는 고통으로부터 존재를 지키는 까닭이다. 하지만 젊을 때는 죽음과의 거리가 대부분 멀어서 삶의 끝을 자각하기 어렵다.
나 역시 그랬다. 내가 아직 푸릇한 청년일 때는 죽음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더해가는 시간과 함께 죽음과 나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 죽기 살기로 물었던 질문들이 무엇을 향한 것이었는지 알게 된 것은 그러므로 젊은 날이 아니었다.
삶의 파도에 휩쓸려 떠돌다가, 문득 살아갈 날보다 죽을 날이 더 가까움을 느낀 것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지천명에 이른 무렵이었다. (17. --- p.171

“내가 그토록 오래 찾아온 코끼리는 숲이 아닌 내 집에 있었고, 멀리 있다고 여긴 숲 또한 다른 먼 곳이 아닌 걸어온 모든 길에 있었다.”
--- p.259

출판사 리뷰

왜 다시, 『어린 왕자』인가?

『어린 왕자』는 60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2억 부 이상 팔린,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읽힌 이야기 중 하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정말로 ‘다시’ 읽은 어른은 드물다. 대부분은 유년의 기억 속 한 장면 -보아뱀과 코끼리, 장미와 여우-으로 이 소설을 소유하고 있을 뿐, 자신의 삶의 무게를 실어 다시 펼쳐본 적은 없다. 『어린 왕자 나의 사랑』은 바로 그 ‘다시’를 시도한다.

기존의 해설서들이 원작 바깥에서 상징을 풀이하고 교훈을 정리했다면,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여행과 상실, 사유의 궤적을 원작 안으로 밀어 넣어 27개 장 각각을 함께 살아낸다. 그래서 또 한 권의 해설서에 머물지 않는다. 화가이자 작가, 번역가, 삽화가로 활동해온 저자 지연리가 생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세계 곳곳을 떠돈 실제 여행의 기억과 융, 플라톤, 니체, 아렌트, 시몬 베유, 릴케, 톨스토이, 아타르, 선(禪)의 화두에 이르는 폭넓은 사유를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소설의 각 장을 하나의 철학적 질문으로 다시 읽어낸 크로스오버 논픽션이다.

이 책만의 차별점

장별 대응 구조

『어린 왕자』 27개 장 전체를 1 : 1로 따라가며 에세이를 전개해, 원작을 처음 읽는 독자도 완독하듯 함께 읽을 수 있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적 깊이

카를 구스타프 융의 개성화, 플라톤의 이데아론, 푸코의 생체 권력, 게슈탈트 심리학, 선종의 화두, 수피 문학 등 이질적인 사유들을 한 문장 안에서 만나게 한다. 단순한 감성적 위로에 머무르지 않고, 사유의 밀도로 승부하는 에세이다.

원작 새 번역 동시 수록

부록으로 저자가 직접 옮긴 『어린 왕자』 완역본을 함께 실어, 에세이와 원작을 한 권 안에서 오가며 읽을 수 있다. 해설서가 아니라 원작+비평이 공존하는 완결된 텍스트다.

화가로서의 시선 또한 이 책의 독특한 결을 만든다. 저자는 『사다리_크리스마스의 기적』, 『라무에게 물어봐』, 『걱정 많은 새』 등 다수의 그림책과『작고 아름다운 니체의 철학수업』을 비롯한 어린이를 위한 철학서 시리즈 및, 『꾸뻬씨의 행복 여행』, 『북극 허풍담』과 같은 번역서를 통해 이미지와 언어를 함께 다뤄온 창작자다. 그림을 그리듯 문장을 쌓아온 저자 특유의 리듬감 있는 산문이 철학적 사유를 쉬운 언어로 그러나 깊게 데려간다.

이런 독자에게 권합니다

- 고전을 통해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거기서 인생에 필요한 해답을 찾고 싶은 독자.
-『어린 왕자』를 읽었지만, 유치한 동화로만 기억하는 어른 독자.
- 철학 · 심리학의 여러 관점으로 한 편의 문학을 깊이 있게 다시 읽고 싶은 독자.
- 여행기, 문학 에세이, 철학서를 두루 좋아하는 독자.
- 기념일에 특별한 책 선물을 하고자 하는 독자.
리뷰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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