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새벽을 깨우는 소리
기도하는 할멈과 쇠사슬을 채우는 소년 반지하의 아침 햇살은 칼날처럼 날카롭다 가로등지기와 인형 눈을 달아주는 소녀 너브대 잠충이 똥 팔아서 쌀 사먹을 사람 나는 기분이 좋으면 재채기를 해 입덧하는 할멈과 그 며느리 쌀 팔아서 똥 사먹을 사람 마른 하늘에 날 벼락 욕쟁이 할멈의 저주 느티는 언제나 목매달기 딱 알맞은 높이 가출 모닥불과 아파트 불빛 시체 놀이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와 아들 기다리는 사람과 기다릴 게 없는 사람 외짝 신발, 우주 밖에서 걷어차기 예수는 지옥에 있다 한 줄기 햇살이 비스듬히 눈물 흘리는 가로등 새벽을 깨우는 소리 |
李鎔浦
이용포의 다른 상품
|
아무런 특징도 없이 넙데데하게 생긴 너브대 마을. 그 안에는 공터가 있고 공터 안에는 언제부턴가 ‘자살 나무’라는 별명을 가진 느티나무가 있다. 100여 년 전 일제의 단발령에 반발해 목을 맨 최초의 사람으로부터 왕따에 시달리다 목을 맨 중학생까지, 그 나무에 목을 매고 자살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람 잡아먹는 귀신이 붙었다며 느티를 곱지 않은 눈으로 본다. 그런데 어느 날 느티에 갓등 하나를 매달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던 나무가 가로등 역할을 하게 되었다. 가로등이 된 느티는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며 모두를 고요히 바라보고, 그 곁을 노숙자 ‘가로등지기’가 지키고 있다. 공터 앞에는 자수성가한 공팔봉 씨 집이 있고, 그 집에 세 들어 사는 순호네는 노름꾼인 아빠와, 억척스런 욕쟁이 엄마, 그리고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순심 누나, 그리고 순호가 산다. 순호는 너브대의 모든 것을 지긋지긋해하며 늘 공상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순호 아빠는 노름판에 전셋돈 모두를 날리고, 순호네는 길에 나앉게 생겼다. 새벽마다 신문배달을 하는 등 열심이었던 순호는 이런 아빠에게 실망을 하고, 가로등에 돌을 던져 공터를 칠흑 같은 어둠에 빠지게 한 뒤, 마침내 가출을 결심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