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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문화의 몇 가지 양상
2. 섬세함의 기원, 사소설 너무나 유치한 그러나 너무나 중요한 소설 『이불』 살아 숨쉬는 육체를 찾는 과정 : 일본 근대소설의 흐름 근대적 골수 이식 그리고 복수 『파계』 콜럼버스의 달걀 세우기, 다시 『이불』로 3. 일본 국가주의의 논리적 근간, 천황과 신민 모멸과 침략의 논리적 기반 일본 근대의 정신적 기축, 천황 천황의 반대편, 신민 4. 섬세함의 뒷면, 일본 국가주의 근대문학의 은밀한 역할 폐쇄된 현실과 역할의 방기 사소설로의 귀결 : 서구라는 말의 위력 근대소설의 성취 그리고 사라진 현실 이후의 흐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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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설로의 이정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이지러짐마저 정당화시킨 기제에 올바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당시 서구라는 존재가 지니는 의미에 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당대 일본 문학자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근대소설이 당시 다른 많은 것들과 함께 개화의 물결을 타고 유입된 새로운 문물의 명칭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할 수 있다. 유입을 가능하게 한 데는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서구의 궤적을 뒤좇아야 한다는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일본에서 살아숨쉬는 인물을 형상화하고 근대소설을 성취하기 위한 고투는 이러한 논리 가운데 놓여 있다. 후타바테이시메이, 모리 고가이, 구니키다 돗포 그리고 시마자키 도손 등의 간절한 바람을 뒷받침했던 기제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 살아숨쉬는 인물을 창조하는 것과 근대소설을 성취하는 것은, 서구를 손에 쥐는 일이었다. 하지만 다야마 가타이는 당시 일본이라는 닫힌 현실 속에서 개인에 몰입함으로써 일본 근대소설의 간절한 바람에 답했다. 설사 그 결과물이 일정한 왜곡이나 파행일지라고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서구를 뒤좇아야 했다. ---pp.105~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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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근대소설이란 인물과 환경이 긴밀하면서도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고, 그 상호작용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구성을 이룬 서사물을 가리킨다. 문제는 근대소설이 요구하는 상호작용이나 구성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이념적 돌파구와 그 근저에 놓인 현실을 기반으로 성취될 수 있다. 요컨데 서구의 현실적 토대, 그것도 일정한 시기의 토대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자아가 현실이나 세계와 동등한 위치에 서지 못한 상황에서 이를 영유할 수 있는 이념적 돌파구를 갖추기는 힘들다. 이렇게 볼 때 근대소설이 갖추어야 할 인물이나 환경의 길항작용과 그것을 통한 살아 약동하는 인물의 창조는 일본 소설에 있어 좇을수록 멀어지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었다. ...세계를 총체성 속에서 구성하고 창조하는 능력이 싹트기에는 당시 일본의 토양이 너무 척박했다. 다야마 가타이는 이와 같은 딜레마의 해결방법을 [이불]의 도키오를 통해 제시했다. 그는 개인에의 몰입을 통해 도키오에게 살아숨쉬는 육체를 부여했다. ...여기에서 개인에게 치중하거나 사회나 현실에 대한 관심을 없앰으로써 도키오라는 인물에 도달한 것은, 살아숨쉬는 인물을 얻기 위한 유일하면서도 불가피한 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내면을 바라다보는 일만이 이념적 기반이나 지향이 전제되지 않더라도 인물에게 (근대적인 의미의) 생명을 부여하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 p. 103-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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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 문화가 단계적으로 개방된 이후, 〈러브레터〉나 <상실의 시대> 와 같은 영화와 문학이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하며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를 매혹시킨 일본 문화는 역사나 사회 등을 다룬 거대하고 심도 있는 문화가 아닌, 오히려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그것이 지닌 의미를 섬세하게 표현한 것들이었다. 그간 일본 문화의 선정성과 폭력성이 문화 개방의 걸림돌이었던 것을 떠올리고, 현재 총리까지 동원되어 독도는 일본 땅이라며 공격적 언사를 마다하지 않는 일본을 돌아볼 때, 이 같은 현상은 기이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또한, 과거의 만행이나 역사로 볼 때의 일본은 전범국이지만 오늘날 그들의 문화는 고급스럽게 받아들이는 이중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를 매혹시키는 일본 문화의 섬세함은 진정 역사의 가해자로서의 일본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일까?
책세상에서 출간된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4번 『일본 문화 그 섬세함의 뒷면』은 이 질문에 대한 부정에서 시작한다. 문화의 섬세함과 역사의 만행은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입장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중심으로 섬세함으로 집약되는 일본 문화의 특징이 형성되는 과정을 검토하고, 나아가 섬세함의 뒷면에 숨겨진 일본의 본 모습을 밝히며, 일본을 대하는 우리의 이중적 태도에 문제를 제기한다. 『일본 문화 그 섬세함의 뒷면』은 섬세함으로 집약되는 현대 일본 문화의 특질이 근대문학의 생성기에 나타난 사소설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사소설이 생성되던 시기가 일본의 국가주의가 팽창되던 시기와 교차되고 있음을 주시하며, 두 양상이 어떠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 어떠한 논리적 근간에 의해 얽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탐색한다. 20세기 초 일본에게는 서구적 근대를 보편 영역으로 상정하여 근대화를 이룩하는 것과 더불어 그들만의 국가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근대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서구가 강제한 오리엔탈리즘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일본은, 그들의 피해를 다른 아시아 국가에 이양하면서(다른 아시아 국가를 부정적 타자로 설정하면서) 외세적 팽창력을 증대시켜나가는 외부적 면모와, 천황-신민 회로를 근간으로 한 일본의 국가주의의 불온한 의도를 정당화시키거나 감추기 위해 문학의 형식을 빌려 국민의 정체성을 그들의 의도대로 형성해나가는 내부적 면모를 동시에 보였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그들의 전통을 서구에 대한 끊임없는 지향으로 변용시키는 일이자 폐쇄된 당대 현실을 외면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것의 구체적 모습이 바로 사소설 작가 자신의 체험이나 심경을 소재로 쓴 사회성이 적은 소설 을 통해 나타났다. 사소설은 서구 근대문학이 요구하는 특성과, 일본 국가주의의 불온한 팽창을 눈감게 하는 시의적절한 문학 형식이었다. 작가가 직접 등장하는 사소설은 서구가 요구하는 근대문학의 특성 중, 살아 약동하는 인물과 사실성의 획득을 두루 만족시킴과 동시에, 독자(국민)의 관심사를 개인의 내부로 돌리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소설로의 귀결 혹은 섬세함의 등장은 서구라는 절대적 가치를 매개로 해 당대 일본의 현실을 눈감는 데서 얻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일본의 소설(문학)은 현실을 배제한 채 섬세함을 통한 형식적 완결성 추구에만 매진하고 그 반대편에서는 천황제 이데올로기가 온존, 아시아를 부정적 타자로 배제시키는 과정이 소리 없이 확산되어나갔다. 따라서 우리가 매혹되고 있는 일본 문학과 일본 문화의 섬세함의 뒷면엔, 현실이 제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무관심과 그 무관심의 한편에서 소리 없이 팽창을 거듭하는 국가주의가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사실의 분명한 자각과 함께 현재 반일의 감정을 일깨우는, 종군위안부 문제나 침략전쟁 등 제국주의에 관련된 만행을 역사 교과서에서 철저히 삭제시키고 있는 몇몇 사례들을 대함에 있어 감정적 반발이 아닌 그것의 논리적 기반 검증이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