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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타 버린 숲에 어느 날 작은 포자 하나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죽은 나무 밑동 옆에 내려앉는다. 얼마 뒤 흙 위로 작은 버섯이 모습을 드러낸다. 버섯은 낙엽과 죽은 식물이 흙으로 돌아가도록 돕고, 씨앗에게 이슬을 건네며 숲의 친구들과 지낸다. 비가 오면 작은 벌레들이 버섯 아래로 모여들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민달팽이가 버섯을 한입 베어 문다. 거미가 거미줄을 세차게 흔들자 놀란 민달팽이는 달아나고, 몸에 붙은 포자들이 숲 곳곳으로 퍼져 나간다. 시간이 흐르며 버섯은 뜨거운 햇빛에 지쳐 시들어 간다. 숲의 친구들이 곁을 지키는 동안 버섯은 다시 포자를 숲 곳곳으로 흩날려 보내고, 숲은 버섯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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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던 산책길에서 만난 작은 버섯
그 관찰과 기록에서 출발한 한 편의 이야기 이 책의 출발점에는 작가가 산책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작은 버섯이 있다. 죽은 나무 위에 돋아난 버섯을 무심코 바라보다 그림으로 옮기기 시작하면서 관찰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갔다. 버섯을 들여다보는 동안 작가는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라는 개념과도 만났다. 눈에 보이는 버섯 너머 땅속으로 퍼진 균사체가 나무의 뿌리와 연결되어 숲의 생명들과 물질을 주고받는다는 생각은 버섯을 바라보는 작가의 상상력을 더욱 넓혀 주었다. 이러한 매일매일의 기록에 상상력이 더해져 포자 하나에서 출발한 버섯과 다시금 생명을 되찾아 가는 숲의 이야기가 한 권의 그림책으로 탄생했다. 그렇게 완성된 『안녕, 버섯』은 불타 버려 생명이 사라진 듯한 숲에서 첫 장을 연다. 버섯의 포자가 바람을 타고 흩어져 또 다른 곳에서 새로운 생명을 틔우듯 작은 생명들은 서로 이어지며 자연의 순환을 만들어 갑니다. 그런 생각에서 『안녕, 버섯』이 시작되었습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버섯이 만난 숲의 이웃들 작은 존재들이 부지런히 일하며 빚어내는 숲의 생명력 버섯이 고개를 내밀자 거미와 개미가 “넌 누구니?” 하고 먼저 다가온다. 씨앗이 굴러오면 버섯은 이슬방울을 떨어뜨려 주고, 비가 오면 작은 벌레들이 비를 피할 우산이 되어 준다. 버섯의 곁에는 조금씩 숲의 이웃들이 늘어난다. 그러던 어느 날 민달팽이가 버섯 냄새를 맡고 다가오더니 버섯을 한입 베어 문다. 버섯에게 찾아온 위기의 순간, 거미가 거미줄을 세차게 흔들자 이슬방울이 사방으로 튕겨 나가고 민달팽이는 깜짝 놀라 숲 저편으로 달아난다. 그런데 민달팽이가 지나간 자리마다 몸에 붙어 있던 포자들이 떨어져 나온다. 버섯을 먹으러 왔던 민달팽이의 움직임이 뜻밖에도 포자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이 된 것이다. 버섯의 포자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기도, 빗방울에 튕겨 사방으로 퍼지기도, 민달팽이나 작은 벌레들의 몸에 붙어 멀리까지 실려 가기도 한다. 이처럼 『안녕, 버섯』에서는 서로 다른 생명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또 다른 상황을 빚어낸다. 각자의 시간이 겹쳐지는 동안, 한때 생명을 잃었던 숲에도 다시 작은 움직임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안녕, 버섯.” 처음과 끝을 잇는 두 번의 다정한 인사 뜨거운 햇빛에 지쳐 가던 버섯이 조금씩 시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곁을 지켜 주는 숲의 친구들 덕분에 버섯은 조금 더 힘을 내 버텨 본다. 사라짐을 막을 수는 없어도 함께 있어 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남은 시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그렇게 버섯은 생의 마지막에 다다르고, “숲은 오래도록 버섯을 기억할 테니까요.”라는 담담한 문장 뒤로 마지막 “안녕, 버섯.”이라는 인사가 건네진다. 이 인사는 흙 위로 작은 버섯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개미가 건넸던 “안녕, 버섯!”과 같다.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던 첫 인사가 이번에는 한 생을 떠나보내는 인사가 되어 돌아온다. 포자가 바람에 실려 날아오는 처음 장면과 생을 다한 버섯이 다시 포자를 숲 곳곳으로 흩날려 보내는 마지막 장면도 서로 맞물리며 이야기는 하나의 원을 그린다. 한 생을 떠나보내는 “안녕”은 동시에 또 다른 생명을 기다리는 인사가 되기에 이야기는 슬픔에 머무르지 않고 조용히 생명의 순환을 이어 간다. 강렬한 흑백의 화면에 초록이 차오르는 숲 볼로냐가 주목한 이수 작가의 고유한 작품 세계 이수 작가는 흰 여백 위에 검은 선과 면을 배치해 강렬한 흑백의 대비를 만들어 낸다. 가느다란 선을 촘촘히 쌓아 밀도 높은 화면을 만들거나 넓은 면을 과감하게 채우고, 필요한 곳에만 포인트 컬러를 더한다. 절제된 선과 면, 색의 쓰임은 이수 작가만의 화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안녕, 버섯』에서는 흑백으로 적막하게 펼쳐지던 숲에 포자의 노란색, 식물의 초록색, 이슬방울의 파란색이 하나둘 스며든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화면에 초록이 차오르며 숲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진다. 색의 변화가 이야기의 흐름과 맞물리며, 생명이 머물기 시작한 숲의 모습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짧고 리듬감 있는 글도 그림에 생동감을 더한다. ‘사락사락’ 낙엽을 헤치는 거미, ‘퐁’ 하고 흙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버섯, ‘톡, 토독’ 떨어지는 빗방울,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오는 민달팽이처럼 의성어와 의태어가 그림과 어우러져 숲속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전한다. 작가의 말 아이들과 매일 걷던 산책길에서, 어느 날 죽은 나무 밑동 곁에 조용히 피어난 버섯을 만났습니다. 며칠 만에 사라졌다가 또 다른 곳에서 다시 피어나는 모습을 보며, 그 짧은 생이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버섯의 포자가 바람을 타고 흩어져 또 다른 곳에서 새로운 생명을 틔우듯 작은 생명들은 서로 이어지며 자연의 순환을 만들어 갑니다. 그런 생각에서 『안녕, 버섯』이 시작되었습니다. _이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