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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종교, 종교의 물질
몸, 공간, 사물
최화선 편저
모시는사람들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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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종교문화연구소 종교문화비평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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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물질을 통해 본 종교: 물질종교라는 물음 / 최화선

제1부 몸의 성스러운 물질성

‘성스러운 체액’과 아브젝트(abject) / 우혜란
1. 서언
2. ‘물질종교’와 성스러운 체액
3. 성스러운 체액과 아브젝트(the abject)
4. 결어

형벌에서 스타일로: ‘몸 새김(tattoo)’의 문화사와 물질종교학적 접근 / 최정화
1. 들어가며: 문자 시대에 되돌아온 ‘몸 새김’ 문화
2. ‘몸 새김’ 현상의 이해
3. 한국 사회 문신관(文身觀)의 변화
4. 타투 과정 참여관찰
5. ‘몸 새김’의 해석
6. 나가며: 종교학적 연구 대상으로서의 하위문화 ‘몸 새김’

제2부 의례와 종교적 공간의 물질적 구성

물질로 본 고려불교 의례: 병향로(柄香爐)를 중심으로 / 김성순
1. 서론
2. 한국불교에서의 병향로(柄香爐)의 전개
3. 병향로의 기능: 운동성과 향연(香煙)의 감각성
4. 병향로를 사용하는 불교의례들
5. 병향로가 사라진 조선시대의 불전
6. 결론

물질의 관점에서 본 조선 후기 종묘 신실(神室) / 구혜인
1. 들어가며
2. 신실 내부 봉안 공간과 제향 공간의 물질들
3. 신실 내 물질들의 구성 원리
4. 종묘오향대제용 제기의 상호 관계와 의미
5. 나가며

고대 이집트 헤카타 관(Cairo JdE 36418)에 구현된 신화와 의례 / 설현정
1. 서론
2. 헤카타 관의 장식법과 배치 구조
3. 관에 구현된 신화적 패턴
4. 관을 둘러싼 이중 의례
5. 의례를 수행하는 관의 텍스트와 공간
6. 결론

제3부 사물의 행위성과 믿음의 역동성

물질종교의 관점으로 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성염(Holy Salt) / 안연희
1. 종교적 물질로서의 소금
2. 소금의 종교문화사적 궤적들
3. 성염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종교 생활
4. 성염의 행위성과 종교문화
5. 맺음말

봉헌물과 ‘물질종교’: 엑스-보토(ex-voto)와 사물의 행위성 / 최화선
1. ‘믿음의 행위자들’
2. 물질종교 혹은 종교의 물질적 연구
3. 엑스-보토: 징후와 불안의 이미지
4. 엑스-보토: 주술, 혹은 사물의 행위성
5. 성유물(relic)-현전(presence)
6. 맺음말: 성스러운 사물, 사물의 행위성

신령과 신위: 한국 종교에서의 신위에 대한 물질적 접근 / 한승훈
1. 머리말
2. 신위의 물질성: 닮음과 관계
3. 닮지 않은 신상, 신령과 사귀의 드나듦
4. 종이에 깃드는 신령, 이변을 일으키는 신주
5. 맺음말

제4부 신유물론과 물질종교의 접점에 관한 모색

종교·물질·정동: 신유물론적 종교 이해의 전환 / 도태수
1. 물질종교와 신유물론의 물질성
2. 신유물론의 존재론적 전회: 물질·배치·생성의 철학
3. 정동과 감정의 배치: 물질종교 연구를 위한 신유물론적 구상
4. 종교의 정동경제와 물질적 실천
5. 신유물론과 물질종교 연구의 배치

신과 인간의 동맹: 한국무속의 비인간 길들이기 / 김동규
1. 들어가며
2. 한국 무속의 비인간 행위자
3. 비인간 행위자 길들이기
4. 나가며: 살아 있는 무속 이해와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유용성

에필로그-몸짓 / 정진홍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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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편저최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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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로마 시대 점술론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후기 고대 그리스도교 순례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에서 수년간 “종교와 영화”, “종교와 예술”을 강의하고 있으며, 신화와 의례 등의 종교현상을 영화, 미술, 건축, 문학, 여행 등 다양한 문화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이를 통해 종교 문화를 새롭게 이해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신화, 신화담론, 신화 만들기』, 『종교, 미디어, 감각』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신화 이론화하기: 서사, 이데올로기, 학문』, 『마야: 삶, 신화 그리고 예술』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로마 시대 점술론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후기 고대 그리스도교 순례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에서 수년간 “종교와 영화”, “종교와 예술”을 강의하고 있으며, 신화와 의례 등의 종교현상을 영화, 미술, 건축, 문학, 여행 등 다양한 문화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이를 통해 종교 문화를 새롭게 이해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신화, 신화담론, 신화 만들기』, 『종교, 미디어, 감각』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신화 이론화하기: 서사, 이데올로기, 학문』, 『마야: 삶, 신화 그리고 예술』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씌어지지 않은 것을 읽기”: 점술의 사유와 이미지 사유」, 「신화, 유령, 잔존하는 이미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영화를 중심으로」, 「신화의 변형과 재창조: 오이디푸스 신화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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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152*225*30mm
ISBN13
9791166292880

책 속으로

무엇보다 예수의 ‘살아 있는’ 피는 물질이면서 살아 있고, 물질의 가변성과 함께 불변의 신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긴장 관계를 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신(성)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 있는 물질에 신이 임재한다는 교리는 물질이 구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가변성 때문에 구원을 위협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양가성이 기존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성은 성직자·신학자들의 성혈·성유 유물에 대한 이중적 태도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즉 이들 종교 권위자는 성혈과 성유 유물을 교회의 세력 확장과 신앙의 대중화를 위한 수단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이들 물질에 대한 대중들의 지나친 관심과 헌신을 이교도의 영향을 받은 우상숭배로 경계하였던 것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바이넘은 성혈 유물은 성직자들이 타 세력을 통제할 수 있는 도구인 동시에 대중들의 종교적·사회적 저항의 수단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종교예술에서 예수와 마리아의 이미지에 아브젝트를 차용해서 이들을 더욱 성스럽게 만들었다기보다, 오히려 이들이 지닌 성스러움 또는 구원의 힘을 드러내기 위해 피와 모유와 같은 강력한 아브젝트가 동원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p.74

문신 현상은 ‘새겨지는 사회적 몸(tattooed social body)’을 통하여 신체와 관련된 문화적 변동을 보여준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개인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중요한 가치와 사건을 새겨서 ‘기억하고 보여주는’ 육체는 개인과 사회를 매개하는 중요한 통로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종교학 연구에서 신체와 감각에 대하여 더 주목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종교학의 연구 대상이 ‘믿음의 내용’과 세계관을 넘어서 구체성을 띤 행위로 이동하는 점을 본 연구도 반영하고 있다. 본고에서 소위 말하는 문신의 ‘종교적’ 모티브나 ‘종교적’ 상징을 다루지 않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 p.123

병향로라는 의례도구가 지닌 물질성 중에서 움직임에 유리한 기능이 필요하지 않게 되고, 향과 연기라는 감각적 효용이 거향로에 의해 대체되면서 조선시대 불전의례에서 사라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불전의 건축구조에 나타난 변화와 의례구조의 변화, 그리고 병향로의 사라짐, 이 세 가지는 의례의 변화에 의해 추동되어 거의 동시에, 연쇄적으로, 그리고 유기적으로 나타난 맞물림의 현상으로 보는 것으로 타당하리라 생각된다. 현재 박물관에 유물로 몇 점 남아 있는 병향로는 불교의례에서 향 연기, 즉 후각을 동원하는 수행법, 불상과 불전을 요잡하는 예경 대신에 존상을 향해 절을 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의례,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사찰 건축구조의 역사까지 반영하는 물질이라 할 수 있다.
--- p.155

신실 내부의 신주와 기물 그리고 신실 공간에는 정형성, 중층적 봉안 방식, 동일한 공간의 반복적인 연출이라는 세 가지 성격이 있다고 보았다. 즉 국가의례서를 통해 물질의 종류와 구체적인 제작 방식을 규정한 정형성, 신주를 비롯한 의물을 보호하고 감싸는 중층적 봉안 형식, 19개의 신실을 동일하게 연출하고 반복하려는 속성이 있었다. 이를 위해 조선시대 내내 국가의례서나 의궤 등을 포함한 관찬서를 지속적으로 편찬해 신실 내 물질들의 종류와 형태를 엄격하게 관리했고, 종교 공간 속 물질의 종류와 배치에 개인적 취향이나 예외를 반영하지 않았다. 종묘 신실 속 개인의 개별성은 신주, 어보, 어책에 새겨진 문자의 형태로 존재했다. 이러한 속성들은 조선시대 여타의 의례 공간이나 다른 국가들의 종교적 장소와 비교해, 조선시대 종묘 신실에서 상대적으로 강하게 드러났다고 여겨진다.
--- p.201

종합하면 헤카타 관에 구현된 텍스트와 장식법은 관이라는 물질적 구조와 결합하여 신화적 세계를 형성하고 의례를 지속시키는 수행적 장치로 작동하였다. 이러한 수행적 속성은 단순한 발신자-수신자 모델을 넘어서 글쓰기와 도상이 물질성과 공간 속에서 작동하는 복합적 의례 실천의 구조를 드러낸다. 이집트인들에게 관은 신화적 세계를 구현하고 의례를 구동하는 실천적 장치였다.
--- p.245

소금은 종교사 속에서 인간 행위자에 의해 종교 의례적 요소로 선택되고 제정되어 왔다. 인간의 문화와 문명이 소금에 부여한 가치에 따라 소금의 사회문화적 함의나 상징적 의미가 달라질 수 있지만, 비인간 행위자로서 소금이 지닌 물질적 성격과 존재성은 그러한 선택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소금은 문화적으로 다양한 함의나 상징적 의미를 담지할 수 있고 양가성을 지닐 수 있으나, 서로 다른 문화와 시대 속에서 비슷한 유형과 구조로 나타나는 교차문화적 궤적들은 소금의 이러한 물질적 특징들과 연결될 것이다.
--- p.290

이 글은 봉헌물 특히 엑스-보토라 불리는 봉헌물을 중심으로, 인간 주체의 행위성만을 고려한 것이 아닌 비인간 행위자의 행위성과 사물의 행위성을 고려하는 시각이 봉헌물에 관한 종교학적 고찰에 던질 수 있는 질문들과 새로운 논의의 실마리들을 찾아보았다. 이 글은 신유물론 논의에서 제기된 ‘사물의 행위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놓고 있지만, 신유물론 자체의 맥락에 대한 검토보다는, 이 주제가 성스러운 사물과 관련된 종교 연구에서 지니는 의미를 가늠해 보는 데 더 중점을 두었다. 이는 이 글이 단지 신유물론이라는 새로운 사조를 종교 연구에 적용해야 한다는 외부적이고 피상적인 압박감에서 기획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종교를 구성하며 세계를 만들고 우리를 이 세계와 연결시켜 주는 사물들에 대해 더 적극적인 이해와 논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 p.321

우리는 물질종교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물질적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또 다른 물질, 즉 문헌 사료에 좀 더 진지하게 마주할 필요가 있다. 앨런 소칼(Alan Sokal)이 지적하였듯이, 물질세계를 연구하기 위해 인문사회과학이 자연과학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이론물리학을 모방한 기괴한 메타포와 개념들이 아니라 엄밀한 경험적 태도이다. 이를테면 필자는 신유물론을 주제로 한 카렌 바라드(Karen Barad)의 인터뷰에서, 젠더 연구를 심화시키기 위해 양자물리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이중슬릿 장치에서 나타나는 양자의 이상한 운동을 시적인 언어로 해석하는 것보다는 역사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이상한 행동을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하며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인문학 연구에서는 훨씬 유용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 - p.354

종교학은 오랫동안 물질을 종교적 의미를 표상하는 대상으로 환원해왔고, 이 과정에서 인간 주체에게 과도한 해석적 주권을 부여하며 물질의 고유한 역사를 지속적으로 소거해왔다. 반면 물질은 인간이 믿고, 행위하며 살아가는 구체적 역사 속에서 언제나 삶의 조건이자 터전으로서 존재해왔다. 인간은 바로 그러한 물질적 세계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재구성해왔다. 따라서 소거된 ‘물질의 역사’는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토대이자 안내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물질 그 자체에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신유물론은 이러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적절한 이론적 지침이 될 것이다.
--- p.402

종교적 성격을 포기하고 예술인으로서의 가치만을 좇는 무당에 대한 비판, 내림굿과 관련되어 입무 후보자가 겪는 고통에 대한 전통적인 서사의 부재, 내림굿을 쉽게 결정하고 ‘보이지 않는다’고 신당을 쉽게 정리해 버리는 풍조와 이에 대한 비판 등은 현대 한국무속 연구자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비판은 ‘전통적인’ 무속이 사라져 간다는 우려를 가득 품고 있다. 이런 우려는 추정된 ‘전통’에 기반한 것으로 현대의 한국무속을 교정의 대상이나 문제적인 것으로 보기 때문에 발생한다. 무속에 대한 연구자들의 전제를 비롯한 시각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현대 한국무속은 인간 행위자인 연구자와 무당, 비인간 행위자인 신령과 ‘전통 무속’의 담론이라는 혼종적 행위자네트워킹의 산물이기 때문에, 현대 무속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작업은 이런 혼종적 행위자들 간의 네트워킹 양상 분석에 기반해야 한다.
--- p.436

출판사 리뷰

믿음은 어떻게 몸과 사물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가

종교가 물질을 넘어선 정신의 영역에 속한다는 생각은 익숙하다. 그러나 기도하는 몸, 의례의 도구, 신앙의 공간을 제외하고 종교를 설명할 수 있을까. 금욕적 수행조차 몸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책은 이러한 사실에서 출발하여 종교를 이해하는 관점을 다시 묻는다. 물질은 이미 완성된 믿음을 표현하는 부수적 수단이 아니다. 믿음을 경험하고 실천하며 공동체의 관계를 지속시키는 핵심 요소다. 사물에 대한 관심은 결국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간다.

이 책은 한국종교문화연구소의 2021년 ‘물질종교’ 심포지엄 발표문을 비롯한 국내 연구자들의 논문 열 편을 4부로 구성하고, 정진홍의 「몸짓」을 에필로그로 수록했다. 종교와 감각, 미디어, 음식에 대한 국내 학계의 관심을 이어받으면서 물질종교 연구와 신유물론의 접점을 검토한다. 물질문화 연구,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종교에 대한 관심, 경전과 내면적 믿음 중심의 종교 개념에 대한 비판을 함께 살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새로운 연구 소재를 소개하는 논문집을 넘어 종교학의 대상과 설명 방식을 성찰하는 학술적 기획이다.

제1부는 몸의 성스러운 물질성을 다룬다. 우혜란은 일반적으로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되는 피와 모유가 어떻게 구원을 약속하는 성유물로 공경되는지 분석한다. 성스러움과 불결함의 경계는 물질의 고정된 성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미지와 이야기, 신체적 반응과 종교적 권위가 그 경계를 형성한다. 최정화의 문신 연구 역시 몸에 새겨진 흔적을 일탈이나 종교적 상징으로 단정하지 않고, 기억과 자기표현, 사회적 평가가 만나는 실천으로 읽는다. 두 글은 신앙과 문화의 이해에서 감각과 신체를 부차적으로 취급해 온 시선을 흔든다.

제2부는 의례도구와 공간이 연구의 중심에 놓인다. 김성순은 병향로의 휴대성과 운동성을 불교 의례의 동작 및 불전 구조의 변화와 연결한다. 향로는 과거 신앙의 흔적이면서 그 신앙이 수행되던 방식을 읽는 자료다. 구혜인은 종묘 신실의 신주와 기물, 제기의 재질·수량·배치를 분석하여 유교의 질서가 물질적으로 구현되는 양상을 밝힌다. 설현정은 고대 이집트 헤카타 관의 텍스트와 장식, 공간 구획이 망자를 신화적 질서에 편입시키고 의례를 지속시키는 장치로 이해되었음을 보여 준다. 사상과 사물, 동작과 건축을 서로 분리해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자료 속에서 드러난다.

제3부는 사물이 믿음의 형성에 참여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안연희의 성염 연구에서 소금의 종교적 작용은 교리의 규정뿐 아니라 휴대하고 뿌리며 사용하는 물질적 조건과 연결된다. 최화선은 봉헌물을 인간의 기원과 감사를 나타내는 표상으로만 보지 않고, 다른 존재들과의 배치 속에서 성스러움을 형성하는 사물로 살핀다. 한승훈은 신상·신주·지방의 형태와 재료, 내구성이 신령에 대한 인식과 실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같은 물질종교라는 문제의식 아래에서도 사물의 행위성을 강조하는 접근과 역사적 문헌 및 사회문화적 맥락을 중시하는 접근의 차이가 드러난다.

이러한 차이는 제4부에서 이론적 논쟁으로 확장된다. 도태수는 신유물론과 정동 이론을 통해 종교적 감정과 실천이 물질적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과정을 설명할 가능성을 탐색한다. 김동규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으로 현대 한국무속을 읽으며, 신령과 무당, 의례와 전통 담론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 주목한다. 여기서 현대무속은 고정된 원형에서 멀어진 쇠퇴의 결과라기보다 당대의 조건 속에서 재구성되는 ‘살아 있는 종교’로 이해된다. 이 책은 신유물론을 모든 현상의 해답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설명이 무엇을 밝혀 주고 어떤 문제를 남기는지 독자가 비교하도록 한다.

이 책의 학술적 가치는 이론과 사례의 이러한 긴장에 있다. 물질종교는 사물을 연구한다고 자동으로 성립하는 단일한 방법론이 아니다. 물질을 여전히 교리의 삽화나 상징의 그릇으로 다룬다면 연구의 출발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반대로 사물의 능동성을 선언하는 것만으로 구체적인 현상이 설명되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유물과 문헌, 이미지와 공간, 관찰과 철학적 논의를 함께 배치하며 새로운 질문의 필요성과 자료 분석의 엄밀성을 동시에 요구한다. 종교학·역사학·미술사·인류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연구의 범위와 방법을 넓힌다는 데 의의가 있다.

종교인에게는 자신의 신앙이 실제로 살아지는 조건을 돌아보게 한다. 의례의 반복, 익숙한 물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은 믿음의 주변에 놓인 장식이 아니라 신앙을 지속시키는 관계와 기억의 매개다. 그렇다고 사물의 종교적 효력을 무비판적으로 승인하는 책은 아니다. 신자들의 경험을 존중하면서 그 경험이 형성되는 역사와 실천을 분석한다. 일반 독자 역시 낯선 종교에 동의하지 않고도 그 삶을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성물은 신앙으로, 다른 집단의 물건은 미신으로 분류하는 평가의 습관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종교적 차이를 이해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정진홍의 「몸짓」은 이러한 논의를 삶의 차원에서 마무리한다. 몸짓은 마음의 뜻을 전달하는 수단을 넘어 의미와 의식을 낳고 존재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동시에 반복이 굳어지면 몸은 형식에 갇히며, 새로운 몸짓은 그 관성에 저항하면서 출현한다. 이 성찰은 책 전체를 사례의 나열에 머물지 않게 한다. 이 책은 종교를 통해 인간이 몸과 사물에 기대어 기억하고 믿으며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 준다. 정신과 물질, 믿음과 실천을 나누어 온 경계를 다시 살피게 한다는 점에서, 종교 연구의 전문성과 우리 삶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함께 갖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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