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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시된 거미
신화 속의 정치와 신학
이학사 202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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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신화학 top100 4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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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종교 상징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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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개정판 서문: 컨텍스트와 역사
감사의 말

서론: 신화와 메타포

1장 현미경과 망원경

텍스트의 렌즈로서의 신화
신화에 대한 학자의 렌즈
「욥기」와 『바가바타 푸라나』에 나타난 신학적 렌즈로서의 신화
정치적 렌즈로서의 신화
인간적 렌즈로서의 신화

2장 검은 고양이, 짖는 개, 수레 그리고 칼

검은 고양이들의 차이
짖지 않는 개
같은 옛이야기
컨텍스트
전체와 부분들: 수레와 칼

3장 암시된 거미와 개별주의의 정치학

보편주의자의 문제
비교 문화적 결론
암시된 거미
비교에 대한 포스트식민주의적, 포스트모던적 비판
신화학의 예술과 과학

4장 미시 신화, 거시 신화 그리고 다성성

관점이 없는 신화
많은 목소리
미시 신화와 거시 신화
관점이 있는 신화
전도된 정치적 판본들
현대의 신화적 텍스트에 대한 전도된 정치적 독해

5장 마더 구스와 여성의 목소리

늙은 아낙네들의 이야기
여성의 관점
여성 텍스트 속 남성의 목소리
남성 텍스트 속 여성의 목소리
양성구유적 언어
여성의 목소리 구하기

6장 텍스트의 다원주의와 학문의 다원주의

원형
전파와 잔존
마음속 더러운 넝마 가게
브리콜라주 버스에서 내리기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회춘
일흔 개의 다른 해석들
멀티 대학교
줄타기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저자 소개 2

웬디 도니거

관심작가 알림신청
 
힌두교와 비교신화학을 주 전공으로 하는 미국의 종교학자다. 2018년까지 시카고대학 종교학과에서 재직하며 엘리아데 석좌교수를 지냈고, 남아시아 언어 및 문명학과와 사회사상 연구위원회에서도 교수로 활동했다. 1940년 뉴욕에서 유대계 부모 밑에서 태어난 도니거는 1968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시바 신화의 금욕주의와 섹슈얼리티」로 박사 학위를 받고, 이어 1973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힌두 신화 속 이단의 기원」이라는 논문으로 또 다른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힌두 신화 원전 자료집』을 비롯해서 『리그베다』, 『마누법전』, 『카마수트라』 등 힌두교 원전을
힌두교와 비교신화학을 주 전공으로 하는 미국의 종교학자다. 2018년까지 시카고대학 종교학과에서 재직하며 엘리아데 석좌교수를 지냈고, 남아시아 언어 및 문명학과와 사회사상 연구위원회에서도 교수로 활동했다. 1940년 뉴욕에서 유대계 부모 밑에서 태어난 도니거는 1968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시바 신화의 금욕주의와 섹슈얼리티」로 박사 학위를 받고, 이어 1973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힌두 신화 속 이단의 기원」이라는 논문으로 또 다른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힌두 신화 원전 자료집』을 비롯해서 『리그베다』, 『마누법전』, 『카마수트라』 등 힌두교 원전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으며, 『힌두교: 또 다른 역사』, 『힌두교에 관하여』 등 힌두교 전반을 자신의 관점에서 새롭게 서술하는 작업도 해왔다. 한편 『여성, 양성구유, 다른 신화적 짐승들』, 『꿈, 환영, 다른 실재들』, 『다른 사람들의 신화』, 『암시된 거미: 신화 속의 정치와 신학』, 『차이의 분할: 고대 그리스와 인도의 젠더와 신화』, 『베드 트릭: 성과 변장에 관한 이야기』 등의 신화학 및 비교신화학 저서들을 통해 하나의 종교 전통, 신화 전통만이 아니라 여러 문화의 종교적 텍스트와 신화를 서로 비교하는 작업을 해왔다. 도니거는 종교학의 중요한 이슈인 전통 문헌 연구와 비교 연구 양자를 모두 아우르며, 컨텍스트를 중시하는 연구와 비교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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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로마 시대 점술론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후기 고대 그리스도교 순례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에서 수년간 “종교와 영화”, “종교와 예술”을 강의하고 있으며, 신화와 의례 등의 종교현상을 영화, 미술, 건축, 문학, 여행 등 다양한 문화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이를 통해 종교 문화를 새롭게 이해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신화, 신화담론, 신화 만들기』, 『종교, 미디어, 감각』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신화 이론화하기: 서사, 이데올로기, 학문』, 『마야: 삶, 신화 그리고 예술』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로마 시대 점술론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후기 고대 그리스도교 순례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에서 수년간 “종교와 영화”, “종교와 예술”을 강의하고 있으며, 신화와 의례 등의 종교현상을 영화, 미술, 건축, 문학, 여행 등 다양한 문화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이를 통해 종교 문화를 새롭게 이해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신화, 신화담론, 신화 만들기』, 『종교, 미디어, 감각』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신화 이론화하기: 서사, 이데올로기, 학문』, 『마야: 삶, 신화 그리고 예술』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씌어지지 않은 것을 읽기”: 점술의 사유와 이미지 사유」, 「신화, 유령, 잔존하는 이미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영화를 중심으로」, 「신화의 변형과 재창조: 오이디푸스 신화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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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38쪽 | 523g | 153*225*21mm
ISBN13
9788961473576

책 속으로

신화는 “역사의 연기the smoke of history”라 불려왔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신화라는 연기를 역사적 사건이라는 불과 분리하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신화가 (마치 연기가 불에서부터 나오듯이) 단지 역사적 사건들에 반응할 뿐만 아니라 (마치 불이 연기를 치솟게 하듯이) 이들을 만들어내기도 할 때 신화가 어떻게 불이 될 수도 있는지 보여주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 p.19-20

신화에 대한 학문적 접근은 대개 정의定意에서부터 출발한다. 나는 언제나 이러한 방식을 거부해왔는데, 이는 내가 신화란 무엇인가(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화는 무엇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될 것이다. 정의란 언제나 이처럼 배타적인 언어를 사용하니까)라는 것에 대해 구술하기보다는, 신화는 무엇을 하는가를 탐구하는 것에(그리고 나아가서 가능한 한 그 기능의 포괄적 범위를 다 보여주려고 시도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화를 정의한다는 것은 내가 언제나 기피해왔던 경계와 장벽 따위를 쌓아올리는 일을 요구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경계 짓기, 장벽 쌓기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다.
--- p.23-24

우선 신화는 무엇이 아닌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신화를 거짓이나 거짓 증언으로 보는 것이 아마도 오늘날 일상적 어법에서 통용되는 신화의 가장 평범한 의미일지라도, 신화는 진실이나 실재 흑은 역사와 대비되는 거짓말이나 거짓 증언이 아니다. 종교학에서 신화라는 용어는 거의 언제나 “진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어왔다. 이러한 애매모호함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신화가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믿는”, 진실이라고 믿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 p.25

나는 이 책의 독자, 특히 1장을 읽은 독자가 누군가로부터 비교신화학을 믿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세례를 믿느냐는 질문을 받은 사람처럼 다음과 같이 대답해주길 기대한다. “그것을 믿냐고요? 저는 그것이 행해지는 것을 봤답니다.” 그러나 믿음이 적은 자들, 그들을 위해서 나는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을 썼다.
--- p.32-33

신화는 우주에 관한 무지의 끔찍한 심연과 비록 짜증스럽긴 하지만 매일 되풀이되는 인간사의 편안한 친숙함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다. 신화는 우리의 초점을 바꿔준다. 즉 신화는 우리가 보통 현미경을 통해 보는 개인적 삶을 멀리 떨어져 망원경을 통해 보게 해주고, 우주적인 질문들은 가까이 다가가서 현미경을 통해 보게 해준다.
--- p.71

신화는 한꺼번에 인간사의 만화경 양 끝을 통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즉 우리 자신의 시선이라는 현미경을 통해 우리의 삶을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개인적이고 세세한 일들을 보면서 동시에 다른 문화의 눈으로 주어지는 망원경을 통해 대단한 힘을 가진 자의 대단한 업적마저도 보잘것없어 보이게 만드는, 말하자면 욥과 우리 자신의 고통을 보잘것없어 보이게 만드는 광대한 파노라마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위기에 처한 인간존재에 관한 신화적 차원의 이야기를 듣고, 그리고 그것이 우리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 그리고 우리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아닌 것을 ― 어떻게 말해주는지를 귀 기울여 듣고 생각해볼 때마다 우리는 잠시나마 인간적인 현미경과 우주적인 망원경의 두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
--- p.78

같은 것과 서로 다른 것의 문제는 비교신화학 분야에서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의 자기 정의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어왔다. 같은 것과 서로 다른 것, 일반적인 것과 특수한 것이 동시에 맞물리는 상황은 정확히 일종의 이중적 시각을 요청하는데, 모든 장르 중 이러한 이중적 시각을 가장 잘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신화다.
--- p.81

우리가 경험을 혹은 암시된 거미를 그대로 복원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것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바람을 볼 수 없지만, 바람이 움직이며 들판의 긴 풀 위에 자국을 남기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기어츠와 오베예세케르가 문화의 포착하기 힘든 측면을 이야기하는 곳에서 신학자들은 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거미 논제를 적용한다. 그리고 세상에는 그림자와 발자국 같은 가시적 형상을 통해서만 감지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연인이나 신의 존재를 이야기하는 많은 신화가 있다.
--- p.158

비교의 바다에는 상어가 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상어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거기서 ― 아마도 조금 더 조심스럽게 ― 헤엄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제 우리는 우리가 비교하는 문화들도 비교를 해왔다는 것을 안다. 그것들은 우리 연구의 객체일 뿐만 아니라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체이기도 하다. 헤로도토스는 고대 그리스인들과 이집트인들을 비교했다. 최근의 꽤 많은 연구는 고대 중국인들, 인도인들 등이 자기 주변부의 ‘타자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방법으로 우리는 초점을 바꿀 수 있다. 즉 우리는 텍스트를 들여다보다가look at 텍스트를 통해 그 너머를 보게look through 된다. 거울이 창문이 되는 것이다.
--- p.177

이러한 강한 혐오의 이미지는 거의 모든 주변적 존재를 향할 수 있다. 즉 심한 편견의 어둠 속에서 당신이 미워하는 사람들은 모두 똑같아 보이는 것이다.
--- p.252

한 고전 신화에 대한 “이해라는 사건”은 다른 시간대의 다른 “이해라는 사건들”에 말을 건네며, 신화에 영감을 주는 동시에 신화로부터 달아나는 공통된 인간 경험을 이해하려는 언제나 좌절되는 시도들을 통해 그들과 만난다.
--- p.351

내러티브의 생태학에서 재활용은 매우 오래된 과정이다. 끊임없이 사용되는 다른 모든 것처럼, 미드라시 속 진리처럼 신화는 부서졌다가 다시 고쳐지며, 없어졌다가 다시 발견된다. 신화를 찾아서 고치는 사람들, 이를 재활용하는 재주꾼이 레비스트로스가 브리콜뢰르 ― 영어권에서도 유명해진 용어 ― 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 p.352

요령은 레비스트로스가 마침내 스스로를 해체시키기 바로 직전에 그를 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가늠하기 어려운 순간이다. 그것은 버스 안에서 한 사람이 어떤 정류장을 물었을 때, “저를 잘 보고 있다가 제가 내리기 바로 직전에 내리세요”라고 대답한 여자 이야기를 상기시킨다. 우리는 레비스트로스의 버스에서 그가 내리기 한 정거장 전에 내려야만 한다. 텍스트에 진정으로 몰두하기 위해서는 구조주의자들이 우리를 위해 말끔히 청소해놓기 전에 한동안 텍스트의 진창에서 뒹굴어야만 한다. 나는 우리가 공허한 미시 신화에서 멈춰서는 안 되며, 이것을 텍스트로 꽉 채워야만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이론적 구축물인 거시 신화로 너무 빨리 달려가서도 안 된다. 우리는 텍스트에 오래오래 머물러야만 한다.

--- p.360

출판사 리뷰

신화라는 거미줄을 자아내는 인간의 공통된 경험,
신화 속에 숨어 있는 “암시된 거미”의 존재를 밝힌다!


오늘날 신화는 비단 학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세계 여러 신화 속 이야기들이 베스트셀러 소설의 소재로 사용되고, 영화 속에서도 각종 신화적 모티브들이 수시로 등장하며, 잘 팔리는 컴퓨터게임 역시 신화 속 이야기와 신화의 주인공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분명 현대 문화 속에는 세계 여러 신화가 뒤섞여 있고, 우리는 이처럼 알게 모르게 여러 신화 속에서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민족, 다양한 전통의 신화들에 대한 비교 연구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주제이다.

미국 시카고대학 종교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엘리아데 석좌교수 역임)하다가 2018년 말 은퇴한 저명한 종교학자 웬디 도니거는 이 같은 다양한 전통의 신화들을 서로 비교하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그녀는 1968년 하버드대학에서 산스크리트어-인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73년 옥스퍼드대학에서 다시 동양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인도신화에만 관심을 국한하지 않고 인도신화와 그리스신화의 비교 작업을 주축으로, 세계 여러 종교 전통과 문학, 예술, 심지어 현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유사한 신화적 주제들에 대한 비교 연구를 계속 진행해왔다.

도니거의 비교에 대한 애착과 긍정적 믿음은 세계 여러 곳에서 ‘서로 비슷한 이야기들’이 실제로 발견된다는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사실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도니거는 이 같은 엇비슷한 이야기들이 나타나는 이유가 인간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비슷한 경험, 비슷한 질문을 던지며 살아온 삶 자체에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아무리 비교 문화적인 비교에 대해 칼날을 세우고 있는 이들이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경험에서 비롯된 유사한 이야기들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도니거는 이러한 유사한 이야기, 유사한 개별 신화들을 만드는 인간의 공통적 삶의 정황, 혹은 공통된 경험의 전달자를 거미에 비유한다. 이 거미는 실제로 눈에 보이는 확실한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이 거미로부터 신화를 만드는 것들이 발생되고, 그러기에 거미는 신화를 만드는 것들에 의해 암시되어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도니거는 이 거미를 “암시된 거미implied spider”라 부른다.

“암시된 거미”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뽑아낸 실로 세계를 방출해내는, 우파니샤드 속 신의 이미지와도 연결된다. 도니거는 모든 신화의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거미가 바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본성과 경험으로서, 이야기꾼들은 이로부터 끊임없이 거미줄을 짤 원료, 즉 계속해서 신화와 이야기를 만들어낼 원천을 공급받는다고 이야기한다. 비록 우리 눈에는 이들이 만들어낸 거미줄만 보일 뿐 거미의 존재는 보이지 않지만 이 거미줄을 만들어낼 수 있게끔 한 숨은 거미의 존재, 즉 인류의 공통된 경험이 존재하는 것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신화를 통해 인간적인 현미경과 우주적인 망원경의 두 시각으로 세상을 보다

인간의 공통된 경험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이야기되는 방식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는 한 가지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존재한다. 도니거는 이렇듯 서로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신화들을 비교해보면 한 가지 신화만 읽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된다고 말한다. 유사한 내용을 다룬 신화들이라 할지라도 한 신화 속에서는 이야기되지만 다른 신화 속에서는 이야기되지 않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는 구체적인 이야기, 구체적인 내러티브 속의 이 같은 세세한 차이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각 신화들의 세부적인 차이를 음미해봄으로써 나의 신화에서는 꿈꿀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신화에서는 꿈꿀 수 없는 것, 반대로 나의 신화에서는 꿈꿀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의 신화에서는 꿈꿀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낼 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하게 여기고 있는 것들을 ‘낯선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나의 세계관 속에서는 지극히 당연시되기에 그것에 대해 전혀 의문을 품지 않았던 것을 다시 보게 되고, 이로써 새로운 사고의 문을 여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신화는 한꺼번에 인간사의 만화경 양 끝을 통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즉 우리 자신의 시선이라는 현미경을 통해 우리의 삶을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개인적이고 세세한 일들을 보면서 동시에 다른 문화의 눈으로 주어지는 망원경을 통해 대단한 힘을 가진 자의 대단한 업적마저도 보잘것없어 보이게 만드는, 말하자면 욥과 우리 자신의 고통을 보잘것없어 보이게 만드는 광대한 파노라마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위기에 처한 인간존재에 관한 신화적 차원의 이야기를 듣고, 그리고 그것이 우리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 그리고 우리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아닌 것을 ? 어떻게 말해주는지를 귀 기울여 듣고 생각해볼 때마다 우리는 잠시나마 인간적인 현미경과 우주적인 망원경의 두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본문 78쪽).

일상과 학문의 언어를 넘나드는 유쾌한 서술로 신화 속의 다양한 목소리를 탐색한다

이처럼 도니거에게 있어서 신화는 무엇보다도 우선 ‘이야기’이다. 물론 도니거는 신화를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를 주저한다. 이는 그녀 자신의 말대로 그녀가 “신화란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해 구술하기보다는 신화는 무엇을 하는가를 탐구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화를 정의한다는 것은 내가 언제나 기피해왔던 경계와 장벽 따위를 쌓아올리는 일을 요구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경계 짓기, 장벽 쌓기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니거는 신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신화는 신화 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를 발견한 사람들에게 신성시되고 공유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도니거는 신화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 이야기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것은 이미 플라톤이 신화를 비판하던 시대에도 유모들이 아이들을 재우면서 잠자리에서 들려주던 옛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들은 입에서 입으로, 혹은 여러 텍스트 사이를 떠돌면서 전해져왔고 이제는 스크린 속에서도 떠돌고 있다. 도니거는 이야기가 갖는 힘이 바로 신화를 오랜 세월 동안 잊히지 않게 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원형보다는 구체적인 표현들을, 구조보다는 내러티브를 더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야기로서의 신화는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 속에 살았던 수많은 이야기꾼을 거쳐 오면서 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조금씩 변형되고 때로는 기존 내러티브와 정반대의 모습으로 변화되기도 한다. 도니거는 여러 신화를 비교해봄으로써 이처럼 신화 속에 끼워 넣어진 다양한 목소리를 찾아내고자 한다. 그것은 때로 남성의 텍스트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찾아내는 작업이기도 하고, 반대로 여성의 텍스트에서 남성의 목소리를 찾아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또한 동일한 이야기가 전혀 다른 정치적 맥락에서 사용되어온 역사를 더듬어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같은 작업은 사실상 각 신화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무시하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니거는 새로운 비교신화학은 결코 구체적인 맥락을 무시하는 보편주의로의 환원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녀가 제시하는 비교신화학자의 모습은 각 문화 간의 차이와 유사성 사이에 놓인 이야기라는 팽팽한 줄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는 모습이다. 일상과 학문의 언어를 가로지르는 유쾌하면서도 섬세한 서술로 다양한 비교와 메타포의 의미를 역설하는 이 책은 한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흥미로움을 가져다주며 독자로 하여금 기꺼이 이 줄타기의 긴장감을 함께 즐기도록 이끈다.

추천평

“웬디 도니거의 학식과 통찰력을 독창적이면서 눈부시게 드러내주는 이 책에서 도니거는 항상 흥미롭고 풍부한 주제로 가득 찬 신화에 대한 견해를 보여준다. 도니거의 주옥같은 학문적 업적에 더해진 또 하나의 백미.” - 브루스 로렌스 (듀크대학교)
“매우 짜릿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웬디 도니거는 플라톤으로부터 신화는 참과 거짓 모두일 수 있다는 이해를 끌어오며, 다른 많은 전통에서 나온 풍부한 이야기와 민담들을 검토하면서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서 계속 이어져오는 신화의 역할을 독창적으로 탐구한다.” - 얼윈 매리지 (『신학 서적 리뷰Theological Book Review』)
“종교학 전반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특히 주목해야 하는 책. 『암시된 거미』는 도니거의 책들 중 가장 본격적으로 방법론과 관계된 책이며, 따라서 이 책의 중요성은 신화 자체의 분석보다도 신화의 비교 연구를 지지하는 논의들에 있다.” - 『종교학 리뷰Religious Studies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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