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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7
2부 · 203 3부 · 367 김화진, 정기현의 교환 독서 · 547 작가 연보 · 572 |
Jane Au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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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한번 생각해봐요. 7000파운드에서 나오는 이자로 당신 새어머니와 그 딸들이 얼마나 편안하게 살 수 있겠는지 말이에요. 거기다 세 딸이 각자 받은 1000파운드에서 1년에 50파운드씩 생길 테고 그 돈으로 어머니에게 하숙비를 내겠죠. 다 합하면 1년에 500파운드인데, 도대체 여자 넷이 그 이상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그들은 돈이 필요한 일도 별로 없을 거예요! 생활비가 거의 들지 않을 거라고요. 마차도 없지, 말도 없지, 하인도 거의 없지. 사교 생활도 하지 않을 테니 돈 쓸 일이 없다고요!”
---p.22 “엄마, 세상을 알면 알수록 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는 절대 만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제가 바라는 게 너무 많잖아요!” ---p.31 미들턴 가족은 환대와 품격이 공존하는 삶을 살았다. 환대는 존 경이 추구하는 바였고, 품격은 부인이 추구하는 바였다. 그들의 집에는 식객이 없을 때가 거의 없었고 인근의 어느 가족보다 온갖 손님을 자주 맞이했다. 그것이 미들턴 부부의 행복에 필수 요소였다. 그들은 성격이나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달랐을지 몰라도 재능과 안목이 전혀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일상의 반경이 매우 좁았다. ---p.52 “너무 깊이 캐묻지 말아줘요, 메리앤. 나는 회화적 풍경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꼬치꼬치 파고들면 무식하고 취향이 없는 나 때문에 기분만 상할 거예요. 나는 깎아지른 듯하다고 표현해야 할 언덕을 그저 가파르다고 할 테고, 울퉁불퉁하고 거칠다고 해야 할 지면은 그저 이상하고 투박하다고 할 테고, 안개라는 보드라운 막에 드리워져 희미하게 보인다고 해야 할 먼 거리의 풍경은 그저 안 보인다고 할 거예요. 그러니까 나의 정직한 찬사로 만족해줘요.” ---p.147 상식적인 통념도, 상식적인 염려도, 상식적인 사리 분별도 대시우드 부인의 낭만적인 섬세함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p.130 에드워드가 엘리너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자기 자신에게는 얼마나 상처를 입힌 걸까. 엘리너의 처지가 딱하다면 에드워드의 처지는 가망이 없었다. 그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엘리너는 잠시 불행해졌다면 에드워드는 영영 불행의 늪에서 헤어 나올 가망이 없는 듯했다. 시간이 지나면 엘리너는 다시 평온해질 것이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p.206~207 ”전부 최종적으로 결정된 겁니까?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요? 물론 저는 아무 권리도 없고 성공할 가망조차 없겠죠. 미안합니다, 미스 대시우드. 이렇게 횡설수설하면 안된다는 걸 알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기에 당신의 분별력을 그 무엇보다 믿고 의지하는 사람으로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완전히 결정된 겁니까? 제게 남은 선택지는 제 마음을 숨기는 것뿐입니까?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p.253 “자기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는 남자는 거리낌없이 남의 시간을 침범하는 법이거든.” ---p.296 “할 일도 없고 누가 제 직업을 정해주거나 저 스스로 직업을 선택할 자유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정말이지 한가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후로 1년 동안은 대학생이라는 명목상의 신분도 없었죠. 열아홉 살이 되어서야 옥스퍼드에 입학했으니까요. 그러니 사랑에 빠졌다고 상상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뭐가 있었겠습니까.” ---p.520 메리앤 대시우드는 비범한 운명을 타고난 여인이었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가장 애지중지하던 신조를 몸소 뒤엎을 운명이었다. 열일곱이라는 늦은 나이에 싹튼 연정을 극복하고, 막강한 존경심과 활달한 우정 외에는 어떤 감정도 없이 스스로 먼저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어줄 운명이었다. 그것도 과거의 인연으로 메리앤만큼 고통스러워했고, 2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 상대로는 너무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던 남자, 요즘도 건강상 플란넬 조끼를 챙겨 입어야 하는 남자에게 말이다! ---p.5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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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와 함께 영문학사를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
『오만과 편견』으로 이어지는 제인 오스틴의 서막 제인 오스틴의 첫 장편소설 『이성과 감성』은 훗날 『오만과 편견』을 비롯한 대표작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다. 사랑과 결혼을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을 그려내는 시선은 이미 이 작품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 젊은 시절의 오스틴은 아일랜드 청년 토머스 레프로이와 열렬한 사랑에 빠졌으나 경제적 이유로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 레프로이와의 만남은 제인 오스틴의 문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일화로 남아 있지만, 작품의 직접적인 창작 동기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감정만으로 사랑을 지속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당시의 고민이 이 소설의 초고를 써 내려가는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초기 원고는 〈엘리너와 메리앤〉이라는 제목으로 구상되었고, 가족의 회고에 따르면 자매가 주고받는 편지 형식의 서간체 소설로 쓰였다. 이후 오스틴은 원고를 거듭 수정해 3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고 마침내 1811년에 작품을 출간하게 되었다. 개고를 통해 서술자의 시선과 인물의 내면을 유려하게 교차하고 주변 풍경을 더욱 정밀하게 묘사하여 독특한 생동감과 위트를 불어넣었다. 제인 오스틴 특유의 풍자와 아이러니는 『이성과 감성』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재산과 신분을 중시하는 사교계의 속물근성, 체면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 사랑을 둘러싼 오해와 엇갈림을 재기 넘치게 그려낸다. 인물의 말과 행동에 감춰진 의도를 포착하여 일상의 이면을 드러내는 오스틴의 문체는 이후 『오만과 편견』을 비롯한 대표작으로 이어진다. 사랑은 마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성과 감성 그리고 삶의 아이러니 『이성과 감성』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남성 중심의 상속제도 아래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대시우드 가문의 딸들이 고향을 떠나 데번셔로 이주하면서 시작된다. 차분하고 사려 깊은 엘리너는 소박하고 온화한 에드워드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고, 자유분방한 메리앤은 윌러비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두 자매는 서로 다른 선택 속에서 현실의 난관에 부딪히고, 이들의 이야기는 사랑이 언제나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으며 삶에는 이성과 감성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자매의 연애와 결혼을 둘러싼 갈등은 당시 영국 사회의 현실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남성 친족에게 재산이 상속되는 제도는 여성의 삶을 제약하고, 경제적 안정을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은 결혼을 사랑만으로 결정할 수 없게 한다. 상속 재산의 유무와 가문의 지위 그리고 계급에 따라 달라지는 직업 선택의 폭 또한 인물들의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 작품은 이러한 사회적 제약을 드러내는 동시에 당대 중산층의 일상과 풍속을 생동감 넘치게 담아낸다. 예의와 격식을 중시하는 사교 문화부터 연인들이 초상화나 머리카락을 넣은 반지를 주고받는 풍습까지, 세밀하게 그려낸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삶 속에 스며들게 된다. 이처럼 『이성과 감성』은 데번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두 자매와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삶을 규율하는 사회 구조와 그 안에 내재한 모순을 드러낸다. 사랑과 결혼이라는 사적인 영역마저 경제적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는 한편, 다채로운 인물들의 성격과 그들이 빚어내는 갈등을 통해 인간 본성의 여러 면모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인물들의 허영과 어리석음을 예리하게 짚어내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시대를 넘어 오늘날의 독자에게 유효한 통찰을 전한다. 원작의 깊이를 살린 번역과 두 작가의 교환 독서, 애나 본드의 커버 아트로 새롭게 만나는 제인 오스틴 제인 오스틴 문학의 매력을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하기 위해 윌북 클래식 시리즈는 원문의 결을 살린 정확한 번역에 주력했다. 원작이 지닌 의미를 세심히 옮기고 시대의 정취가 깃든 고풍스러운 묘사와 이국적인 풍경을 담아내는 한편, 자연스럽고 유려한 한국어로 읽히도록 가다듬었다. 나아가 고전 번역에 굳어진 경직된 문장을 덜어내고 불필요한 성별 구분과 편향된 언어는 중립적인 어휘로 과감히 바로잡았다. 이를 통해 문학적 깊이를 유지하는 동시에 현대 독자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새로운 번역을 완성했다. 특별히 이번 판본은 소설가 김화진과 정기현이 함께 읽고 필담을 나눈 교환 독서를 수록했다. 두 작가가 인상 깊은 장면을 골라 감상을 나누고 답글을 주고받은 형식으로, 우리에게 고전을 새롭게 발견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여기에 전 세계 아티스트와 브랜드가 사랑하는 디자이너 애나 본드의 커버 아트로 완성했다. 제인 오스틴 초기작 특유의 발랄함과 생기를 담아낸 표지는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하며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움으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