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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4
1장. 까다로운 임무 · 9 2장. 시련에 대비하다 · 16 3장. 임시 숙소에서 · 20 4장. 더피 판사와 경찰 · 42 5장. 정신 이상 판정을 받다 · 59 6장. 벨뷰 병원에서 · 66 7장. 고지가 눈앞으로 · 85 8장. 정신질환자 보호소에 들어가다 · 97 9장. 전문가(?)의 진찰 · 106 10장. 첫 번째 저녁 식사 · 114 11장. 욕실에서 · 120 12장. 광인들과의 산책 · 137 13장. 목 졸리고 매 맞는 환자들 · 151 14장. 안타까운 사연들 · 161 15장. 병원 생활의 소소한 일화 · 178 16장. 작별의 시간 · 185 17장. 대배심 조사 · 194 옮긴이의 말 · 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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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智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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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뉴욕 월드》로부터 취재 의뢰가 들어왔다. 뉴욕에 있는 어느 정신질환자 보호소에 환자로 수용되어 그곳 환자들의 처우와 시설 운영 방식 등을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기록해 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런 과업에 수반되는 고난을 견딜 배짱이 있는가? 의사들의 눈을 속일 만큼 정신질환자의 특징을 그럴듯하게 가장하고, ‘잠입 나온 기자’라는 사실을 당국에 들키지 않은 채, 정신질환자들의 틈에서 일주일을 버틸 수 있겠는가?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p.9「1장. 까다로운 임무」 중에서 어떻게 해야 의사들의 눈을 속이고 내가 미쳤다고 믿게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들이 속지 않을까 봐 걱정이었다. 생각할수록 가망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해야만 했다. 나는 거울로 달려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동안 광인들에 관해 읽었던 내용을 떠올려보니, 한곳을 빤히 응시한다는 게 기억났다. 나는 눈을 깜빡이지 않으려고 최대한 크게 뜬 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내가 봐도 뭔가 어설퍼 보였다. 깊은 밤중이라 더욱 그러했다. 용기를 내려고 가스 등불을 더 밝게 올려 보았다. 그런다고 크게 나아지진 않았지만, 며칠 후엔 여기가 아니라 정신질환자들로 가득한 방에 갇혀 있을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pp.16~17「2장. 시련에 대비하다」 중에서 “넬리 브라운, 이분은 의사 선생님이세요.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시대요.” 간호사가 말했다. 원하는 게 그것뿐이라면 허락해도 될 것 같았다. 나는 무서운 마음에 잽싸게 뒤집어썼던 담요를 내리고 고개를 들었다. 눈앞의 모습을 보자 안심이 되었다. 의사는 잘생긴 청년으로, 품행과 분위기에서 신사다움이 느껴졌다. 훗날 어떤 사람들은 그의 행동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조금 경솔했을지언정 내게 친절을 베풀려던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가까이 다가와 침대 모서리에 앉더니 위로하듯 팔로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이런 청년을 앞에 두고 미친 척하는 건 정말 고역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 마음이 어땠을지는 여자들만이 이해할 것이다. ---p.82「6장. 벨뷰 병원에서」 중에서 다음 정박지에서 우리 동료들이 한 명씩 끌려 나갔다. 내가 제일 마지막이었다.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가 나를 붙들고 널빤지를 건너 해안에 내려섰다. 구급 마차가 대기 중이었고, 나머지 네 명의 환자들은 이미 마차에 타 있었다. “여기가 어디죠?” 나는 내 팔을 손가락으로 후벼 파듯 움켜쥐고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미친 사람들이 사는 블랙웰스섬이지. 당신은 이제 평생 여기서 못 나가.” ---pp.95~96「7장. 고지가 눈앞으로」 중에서 별안간 내 머리 위로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세 바가지나 끼얹어지더니, 눈이며 코며 입이며 귀로 마구 흘러 들어갔다. 그들이 나를 욕조에서 끌어냈을 때, 나는 물에 빠졌다 구조된 사람마냥 숨을 헐떡이며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이때만큼은 영락없이 미친 사람 같았다. 얼핏 동료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겪은 운명이 자신들에게도 곧 닥치리라는 생각에 경악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남들에게 이런 꼴을 보였다는 사실이 너무나 우스워서 결국 못 참고 폭소를 터뜨렸다. 간호사들은 흠뻑 젖은 내게 짧은 면플란넬 잠옷을 입혔는데, 솔기 부분에 검은 글씨로 커다랗게 ‘정신질환자 보호소, B. I., H. 6.’이라고 쓰여있었다. 블랙웰스섬 6번 병동이라는 뜻이었다. ---p.122「11장. 욕실에서」 중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저녁 시간이 되었다. 뱃가죽이 등에 붙어 있던지라, 무엇이든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나처럼 삼십 분에서 사십오 분가량 홀에 서서 대기한 끝에 식탁에 앉을 수 있었다. 늘 차를 마시던 그릇에 이번에는 수프가 담겨 있었고, 접시에는 차갑게 식은 삶은 감자 한 알과 소고기 한 덩이가 놓여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고기가 약간 상해 있었다. 칼도 포크도 없는 탓에, 질긴 고기를 손에 움켜쥐고 치아와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기며 뜯어먹는 환자들의 모습이 야만적으로 보였다. 그마저도 이가 없거나 약한 사람은 먹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수프용 숟가락이 하나씩 주어졌고, 마지막 메뉴는 빵 한 조각이었다. ---pp.141~142「12장. 광인들과의 산책」 중에서 잠입 취재를 했다고 나를 비난하는 전문의들에게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들의 무능력이 증명되긴 했지만) 한 가지 묻고 싶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강한 여자를 데려다가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등받이가 직각인 의자에 앉혀 놓고는, 그 시간 동안 움직이지도 못하고 입도 뻥긋 못 하게 하며, 읽을거리도 주지 않아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것도 모르게 하며, 형편없는 음식만 먹이고 잔인하게 괴롭히면 그 여자가 얼마 만에 미쳐 버릴 것이라 생각하는가? 두 달이면 정신도 육체도 아주 못쓰게 돼 버릴 게 틀림없다. ---pp.143~144「12장. 광인들과의 산책」 중에서 간호사들에게 붙들린 그녀의 외침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맙소사, 여러분. 제가 얻어맞지 않게 막아 주세요.” 그러자 그레이디 양이 “입 닥쳐, 이 망할 늙은이!” 하면서 노파의 백발을 쥐어 잡더니, 새된 소리로 애원하는 그녀를 휴게실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번에도 벽장 행이었다. 노파의 울음소리가 점점 작아지다가 이내 뚝 그쳤다. 간호사들이 휴게실로 돌아왔고, 그레이디 양은 “늙은 바보가 한동안은 조용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몇몇 의사들에게 이 일을 고했지만, 아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pp.158~159「13장. 목 졸리고 매 맞는 환자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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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등불을 켠 채 눈을 부릅뜨고 거울을 째려보는 여자가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여서 정신 병원으로 끌려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스물세 살의 기자, 넬리 블라이다. 그녀는 옷장에서 허름한 옷을 골라 입고 나가 노동자들을 위한 임시 숙소에서 하루를 묵으며 그곳 사람들에게 미치광이로 낙인찍히는 데 성공한다. 결국 경찰 법원에 끌려가고, 거기에서 다시 공립 종합병원인 벨뷰 병원으로, 또 도시에서 격리된 블랙웰스섬의 정신이상자 보호소로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경찰, 판사, 의사 등 수많은 전문가 앞에 서지만 그 누구도 그녀가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판별해 내지 못한다.
그녀가 이렇게 공을 들여 미치광이로 보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외부와 단절된 블랙웰스섬 정신질환자 보호소에 수용된 1,600여 명의 여성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다. 마침내 보호소에 잠입한 그녀는 환자들 틈에 섞여 열흘을 보내며 그곳의 실상을 낱낱이 기록한다. 그리고 세상에 공개된 그녀의 취재기는 뉴욕 사회에 거센 파문을 일으키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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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보도의 역사를 바꾼
전설적인 잠입 취재 19세기 후반 미국에서는 도시의 성장과 함께 신문 산업도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신문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범죄와 사건, 스캔들을 전면에 내세운 기사들이 인기를 끌었고, 한편에서는 기자가 사회의 어두운 곳을 직접 찾아가 부조리를 폭로하는 새로운 형태의 보도도 성장하기 시작했다. 1883년 조셉 퓰리처가 인수한 《뉴욕 월드》는 이러한 변화의 한복판에 있었다. 퓰리처는 대중의 눈길을 끄는 과감한 지면을 만드는 동시에 빈민가의 열악한 환경과 이민자 문제, 부패와 사회적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기사화했다. 신문은 더 이상 일어난 사건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춰진 현실을 세상에 드러내 변화를 촉구하는 수단이 되어가고 있었다. 넬리 블라이가 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그러나 여성 기자에게 허락된 영역은 좁았다. 여성의 삶이나 가정, 패션과 사교계에 관한 기사가 주로 맡겨지던 시대에 블라이는 공장 노동자의 처우와 빈곤처럼 사회의 현실을 직접 취재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1887년 《뉴욕 월드》는 스물세 살의 블라이에게 뉴욕 블랙웰스섬 정신질환자 보호소에 환자로 들어가 그 내부를 취재하라는 파격적인 임무를 맡긴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찾은 화려한 도시 뉴욕의 이면 당시 보호소는 단순한 의료 시설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19세기 미국에서는 정신질환자를 감옥이나 구빈원에 방치하는 대신 별도의 시설에서 보호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개혁이 이루어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공공 보호소는 과밀과 재정 부족에 시달렸다. 치료와 회복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점차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격리하고 관리하는 공간으로 변해간 것이다. 게다가 그 폐쇄성 탓에 보호소 내부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외부에서는 도무지 알아낼 방도가 없게 되었다. 블라이의 취재가 특별한 것은 바로 그 폐쇄적인 시설의 내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안으로 기자 자신이 직접 들어갔다는 데 있다. 그녀는 밖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거나 시설을 잠시 둘러보는 대신 정신이상자를 가장해 실제 환자와 같은 절차를 거쳐 수용되었다. 그곳에서 블라이는 인간이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을 목격한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제공되는 옷가지는 너무나 빈약했으며, 도저히 씹어 삼킬 수 없는 음식이 식사로 나오는 것을 물론이고, 간호사들이 습관처럼 혹은 일종의 유희처럼 환자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쏟아냈다. 환자들의 그 어떠한 요구도 어디로 가닿을 수 없는 구조였다. 기회의 땅이라는 뉴욕의 명성이 무색하게도 뉴욕주 어느 한구석에서는 사회의 최약자들이 그렇게 고통 속에 방치되어 있었다. 노트와 연필 한 자루로 남긴 열흘간의 기록 미국 사회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키다 보도가 세상에 나온 뒤 파장은 기사에만 머물지 않았다. 블라이는 대배심의 조사에 참여해 다시 보호소를 찾았고, 배심원단은 그녀의 증언을 받아들여 시설의 개선을 권고했다. 뉴욕시는 이후 정신질환자 보호를 위한 예산을 크게 늘렸다. 블라이는 책의 서문에서 자신의 보도를 계기로 연간 100만 달러(현재 가치로 약 3,500만 달러)가 추가로 배정되었다고 기록했다. 한 기자의 잠입 취재가 여론을 움직이고, 조사와 예산 확대라는 현실의 변화로 이어진 것이다. 『정신 병원에서의 열흘』은 그래서 한 보호소의 참상을 기록한 책으로만 읽기에는 아깝다. 이 기록의 뒤에는 급성장하던 대도시 뉴욕과 대중신문의 등장, 빈곤과 정신질환을 바라보던 19세기의 시선, 그리고 사회가 외면한 사람들의 삶을 직접 찾아가 기록하기 시작한 저널리즘의 변화가 겹쳐 있다. 무엇보다 블라이는 보호와 치료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정작 자신의 목소리를 빼앗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가져왔다. 기자가 무엇을 보도할 것인가를 넘어, 누구의 말을 듣고 누구를 대신해 질문할 것인가를 보여준 것이다. 1887년의 열흘이 탐사보도의 역사에서 여전히 기억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