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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Jacque Sem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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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수진 aromy@yes24.com
누군가를 처음 만나서 30분 안에 스무 번을 웃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사람들의 관심을 확 사로잡을만한, 유들유들한 말솜씨와, 상대방의 냉랭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롭게 받아넘길 수 있는 넉살, "이렇게 하는데도 네가 안 웃고 베길 쏘냐" 라는 배짱과 오기의 소유자라면…??
장 자크 상페의 삽화집을 읽으면서 드는 느낌이 이런 것이다. 유창한 말재주, 넉살 좋은 성격. 그리고 하나 더… 타고난 낙서솜씨(?). 상페의 삽화집에는 비련의 여자 주인공이나, 운명의 장난에 몸부림치는 남자 주인공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잔잔한 배경과, 그 한 구석에 자그맣게 묘사되는 소박한 주인공들, 그들의 짧막한 대사가 전부다. 그래서 언뜻 보면 애들 낙서 같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페의 삽화집을 그저 쉬운 만화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그건 어째 난해하기로 소문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에서 작품을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여러 삽화를 그려낸 작가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닐지. 상페의 그림에는 특유의 위트와 풍자가 가득하다. 그래서 추측해보건대, 그가 그린 장면은 어느 것 하나도 쉽게 그려진 것은 아닌 듯하다. 그의 작품을 읽는 방법을 얘기해보자고 하면, 하나는 아주 빨리 훑어본 후 등 뒤로 던져버리는 것.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천천히 그림 하나 하나를 관찰하면서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숨은 그림처럼 곳곳에 감추어진-혹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감추어둔- 등장인물의 삶과 인간관계에 대해 느긋하게 반추해보는 것…여러분은 어떤 방법을 택하실른지요? 다시 첫머리로 돌아가서 누군가를 처음 만나서 30분 안에 스무 번을 웃게 만드는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있듯이, 우리에게는 펼친 지 30분 안에 스무 번 넘도록 미소를 짓게 해 줄 '책'이 있다. 믿거나…말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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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비록 헤르누빈에서 이기긴 했지만 오른쪽 눈을 잃었잖아. 플랑드르에서는 앞니가 거의 모두 빠져 나가 정복자의 미소를 망쳐 버렸고 말이야. 그만두세. 베스바크 지역을 나에게 넘겨주게.
그러면 기적을 일으키는 피렌체의 외과 의사를 자네에게 소개해 줌세. 대답해 보게. 근데 좀 큰 소리로 말하게 이거 내 진짜 귀가 아니거든. --- p.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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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이 주장하기를 새끼들한테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말을 건네주어야 한다더구나. 초음하검사를 해보니 너희중에 암컷이 일곱이고. 수컷이 세마리란다. 수컷은 제 아비를 꼭 빼 닮았대요. 책임감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천하의바랍둥이 내 아비 말이다. 매력이야 대단하지만 순 건달이야.
--- p.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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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애인이자 어머니요 딸이었지. 난 당신의 애인이자 아버지요 아들이었고. 우리 사이의 어려움은, 내가 애인을 원했을 때 당신은 어머니를 자처했고, 내가 철없는 아들 같다는 걸 깨달은 순간 당신한텐 아버지가 필요했다는 데서 비롯됐어.
우리 다시 만나 어디로든 함께 떠나도록 하지. 내 친구 마르크 집에서 며칠 지낼 수 있을 거야. 알다시피 마르크는 내 형이나 마찬가지거든. 그러고 나서 당신 이모 집에 가는 데 아무 어려움도 없을 거야. 그 이모는 항상 누이처럼 날 대해 주었잖아. ---p.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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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아주 시적인 장소에서 너한테 이 편지를 쓰고 있어.
폐쇄된 기찻길의 한 구간이야.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이 철로와 침목을 뒤덮고 있단다. 주변에는 나비와 잡자리가 날아다니고 있어. 로랑, 널 정말 사랑해! 너무 보고 싶어! 침목들을 다시 괴어 끊어진 철로를 연결시키고 싶어.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철로를 고쳐 놓으면 어느 날인가 낡은 열차의 기적 소리가 너의 도착을 알려 주겠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하기로 하자. 토요일, 11시 15분 버스로 도착할 널 기다릴게. ---p.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