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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소리 이야기
두 발로 걷는 남자 괴담 너희 고깃덩이들 지속 가능한 죽음으로부터 반쪽이가 온다 세계공희의 이십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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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동료 직원만 비슷한 사건을 두 건 알고 있었어. 하나는 6개월 전, 하나는 2년 전 사건이었는데 각각 뺑소니와 무단횡단 사망 사고로 처리되었었지. 개별 사건처럼 보이지만 증인 진술에서 사망자가 사망하기 전에 ‘춤을 추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는 걸 알게 돼. 그 동료 직원은 그 도로에서 이상한 일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런 공통점만으로 혐의를 묶어 사건을 조사할 수 없다고 말했어. 친구는 내가 전해준 이야기를 완전히 납득할 수는 없어 하는 눈치였지만, 동생에게 유리한 증거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라 사건은 유야무야 처리되었지.
--- p.24, 무시소리 이야기 中 “아, 형. 엘리베이터 타는 법 카톡으로 보내드릴게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다며?” “그런 정보면 제가 왜 알려드리겠어요? 너무 많이 쓰지는 마세요. 안 쓰는 게 제일 낫고요.” “안 쓰는 게 나으면 왜 보내겠다는 거야.” “살면서 한 번 정도는 피하고 싶은 일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일을 피하는 방법으로 60만 원이면 싼 거죠.” 병찬의 말이 맞았다. 성윤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고, 성윤은 병찬이 알려준 광명 빌딩이란 이름의 낡은 빌딩에서 엘리베이터를 탔고, 규칙에 따라 버튼을 눌렀고, 한 여자가 엘리베이터에 타는 모습을 보았다. --- p.63, 두 발로 걷는 남자 괴담 中 옛날 태세가 이름 없는 작은 마을에 불과했을 무렵, 우물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다가 땅속 가득히 붉은 고기가 발견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어찌해야 할까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도사가 지나가며 “그것은 태세이니, 험한 일을 겪고 싶지 않다면 도로 묻으시오” 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땅에서 고기가 난다면 따로 먹이고 돌볼 일도 없이 고기를 얻을 수 있으니 좋은 일이라 보았다. 땅에서 파낸 고기를 잘 씻고 구워 먹으니 닭고기도 돼지고기도 소고기도 아닌 묘한 맛이 나는 것이 나쁘지 않아 마을에 오는 여행자와 행상인에게 내다 판 것이 고기 파는 마을 태세의 시작이었다. --- p.141, 너희 고깃덩이들 中 첫 반향은 브라질에서 일어났다. 핵발전소 가동이 중지되면서 전력 수급에 큰 지장이 생기자 사람들은 좀비를 쳇바퀴에 넣고 허공에 생고기를 매달아 달리게 만들어 전력을 생성했다. 좀비는 지치지 않고 12시간을 달릴 수 있었기에 사람이 깨어 있는 시간만큼 전기를 얻을 수 있었다. 화력 또는 핵분열에 기반했던 세계가 천천히 정지해가다 좀비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발견해낸 것이다. 좀비가 두 번째로 세상을 바꾸는, 진정한 의미의 ‘Z테크’의 시작이었다. --- p.182, 지속 가능한 죽음으로부터 中 꽃님이는 어렸을 적 대감 허락을 맡고 단 한 번 노리개를 사러 밖에 나갔다가 반쪽이를 본 적이 있었다. 무언가 시선이 느껴져 마을 북쪽 산을 바라보니 높은 바위 절벽 위에 가느다란 작대기 같은 몸 하나가 나뭇가지에 기대어 있는 것을 보았다. 반쪽이였다. 해가 지고 있었고 반쪽이의 오른편은 그림자가 파먹은 듯 보이지 않아서 정말로 반만 남은 사람처럼 보였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그 모습에 놀라 비명을 지르거나 급하게 눈을 돌리겠지만 꽃님이는 어딘가 반가운 마음이 들어 가만 바라보았다. 먼저 움직인 것은 반쪽이였다. 반쪽이는 꽃님이를 흘겨보다 부목을 짚은 그대로 절뚝절뚝 뒤로 물러나 사라졌다. --- p.225, 반쪽이가 온다 中 소년의 피 한 방울이 흐르자 기계 맥의 목구멍에 위치한 센서가 반응하며 흡입 펌프가 작동했다. 한 방울의 피는 압력에 의해 기화해버렸고 혈액 에어로졸이 관을 따라 기계 맥의 가슴에 위치한 바람의 신 에헤카틀의 둥근 제단석에 도달했다. 기계 맥의 심장은 에헤카틀의 소신전을 이루고 있고, 피를 먹이는 것은 신성한 의식이 된다. 얼마 남지 않은 희생으로 느리게 회전하던 회전석은 혈액 에어로졸이 도달하자 토날리를 발생시켜 빠르게 돌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제단석의 바닥과 연결되어 있던 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p.262, 세계공희의 이십틀라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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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규칙이 무너지고, 지금껏 보지 못한 기괴한 세계의 문이 열린다
SF어워드 2년 연속 수상에 빛나는 위래 작가의 전복적인 상상력이 담긴 6개의 이야기 지면과 장르를 넘나드는 장르소설 작가 위래가 SF호러 소설집 〈세계공희의 이십틀라〉를 선보인다. 익숙한 서브컬처 소재를 비틀어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한 여섯 편의 단편이 담겼으며, 제11회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두 발로 걷는 남자 괴담’도 함께 실렸다. ■ 무시소리 이야기 소설가인 나에게 한 트위터 친구가 소설 소재로 어떠냐며 DM으로 괴담을 건넨다. 사연의 주인공은 그의 친구로, 한 영화에서 누구도 보지 못한 '춤추는 여자'를 목격한 뒤 자취를 감췄다. 그가 남긴 노트북에는 학술 답사 중 어떤 할머니에게 들은 민속 괴담이 있었는데. 괴담의 진실은 처음부터 다른 곳에 있어서 현실과 이야기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 이야기의 다음 제물은 곧 ‘당신’이 된다. ■ 두 발로 걷는 남자 괴담 성윤은 후배 병찬으로부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특정한 순서대로 버튼을 누르면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다는 괴담을 듣는다. 반신반의하던 성윤은 궁지에 몰린 나머지 엘리베이터에 오른 후 괴담의 법칙에 따라 마침내 미지의 평행 세계로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곳 사람들은 모두 네 발로 기어다니고, 두 발로 걷는 성윤은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 너희 고깃덩이들 발 딛고 선 땅이 사실은 '땅고기'라 불리는 거대한 지육(地肉)으로 이루어진 세계. 오랫동안 땅고기를 파먹으며 대가 없는 풍요를 누리던 도시는 지육이 썩어 생긴 거대한 싱크홀 속으로 한순간에 가라앉아버린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힌 사람들과 고기로 된 벽 사이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거대 기생충들. 살아남은 이들 사이에서는 의심과 증오가 싹트고, 굶주림은 이내 이성을 마비시킨다. 자, 이제 고기는 누구인가. ■ 지속 가능한 죽음으로부터 좀비가 창궐하며 몰락한 세계가 좀비를 새로운 동력원이자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Z테크 시대를 열며 다시금 도약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상조회사 '지속가능한죽음'은 회원의 뇌를 가상현실에 보관하고, 육체는 좀비로 만들어 노동을 대신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어느 날 밤 누군가 사내의 좀비를 모두 풀어주고, 굶주린 좀비들은 뇌 보관소까지 들이닥친다. 죽음마저 자본에 저당 잡힌 회사 안에 갇힌 여정과 보라는 위험한 잔업을 개시한다. ■ 반쪽이가 온다 대감이 애지중지하는 딸 꽃님이는 평생 규방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어느 날 몸이 절반만 있는 기인 반쪽이가 꽃님이를 데리러 온다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 대감은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 막아보지만, 신출귀몰한 반쪽이는 기어이 대감 집 안에 들어서고야 만다. 꽃님이가 숨은 토굴에서 마침내 대면한 둘. 이때 반쪽이는 꽃님이에게 뜻밖의 진실을 알려주는데……. ■ 세계공희의 이십틀라 제물로부터 추출한 에너지를 동력으로 전환하는 ‘희생 기계’가 중심을 이룬 세계. 희생 기계를 앞세워 일찌감치 산업혁명을 완수한 메시카 제국은 이 세계의 패권국이다. 신의 화신이자 제국의 가장 영예로운 제물 '이십틀라'로 선발된 한 귀족 자제는 테스카틀리포카 신에게 바쳐질 날을 앞두고 부와 명예를 누린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지 오래지만 다른 세계의 소년 디에고의 기억이 덧씌워지면서 이십틀라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과연 성스러운 제의로 포장된 예정된 죽음을 그대로 따라야만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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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과 호러, SF를 오가며 이토록 흥미진진한 작품을 쓰는 작가가 국내에 몇이나 될까? 재치 있는 구성과 그걸 뒷받침하는 탄탄한 서사가 각각의 단편을 빛내고 있다.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아무렴, 한 편만 추천하는 건 의미 없으리라. 누구든 손에 들면 단숨에 다 읽을 테니까. - 전건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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