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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가을 기도|거미|겨울강|거리에서|그날에|고장난 시계|사과나무 아래서|열대어|겨울, 어느 밤|여름밤 창가에서|설원|안데스|길|점點|아이러니|바닷가에서|미완성|밤의 얼굴|터닝 포인트|사막의 노래 2부 푸른 동굴|포도밭|미루나무|세상 밖에서|서면 늪지에서|밤배|귀향|숲이 살아라 살아라 한다|할미와 손녀|이방인|다비드상|늙은 음악가의 하루 ― 알츠하이머|시간|야곱의 들길|황금빛 의자|동창|각질|기도 3부 새벽 두 시|아내가 그 성에 산다|삼천동 수변에서|정녀|봄바람|괴테와 소녀|저녁, 돌담길|공지천|팔월의 왕국|40년의 부재|떠남|동쪽 숲으로 간 사내|요양원|비의 계절|아버지의 겨울|꼰대|봄꿈|풀잎의 노래|출근|희망 금지|뻘 이야기 4부 우체부가 오는 시간|보랏빛 노인|그 겨울 내리던 눈|간이역을 지나 기찻길 옆엔|오누이|어떤 희망|먼 후일|겨울밤|묘비명|우리가 만난 곳|우주의 한가운데서|고등학교 졸업하던 날|여름 방학 날|시계꽃|갈대|음악은|초신성|별|역사|불면의 밤|너무 먼 훗날에야|어떤 시인 해설 _ 네가 보낸 별들의 메시지 · 전윤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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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와 ‘여기’ 사이, 인간은 무엇으로 서로에게 닿는가
시집 제목 ‘너는 거기에서 나는 여기에서’는 이 시집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담고 있다. ‘너’와 ‘나’는 한때 같은 시간과 공간을 살았지만 어느 순간 서로 다른 곳에 놓인다. 그 거리는 단순한 물리적 거리가 아니다. 현재와 과거, 젊음과 노년, 산 자와 죽은 자, 부모와 자식, 연인과 연인 사이에 놓인 시간의 거리다. 이러한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우리가 만난 곳」이다. 자작나무 숲에서 만난 두 사람은 계곡과 꽃, 단풍과 별빛 아래서 한때 하나의 세계를 공유한다. 그러나 사랑의 시간이 지나간 뒤 두 사람은 결국 서로 다른 자리에서 먼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너는 거기에서 나는 여기에서” 이 두 줄의 짧은 문장은 연인과의 이별을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독을 드러낸다.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인간은 끝내 타인의 내부에 완전히 들어갈 수 없으며, 저마다 자신의 시간과 자신의 자리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장원의 시는 그 거리를 절망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람은 떠나도 그가 남긴 빛은 오래도록 다른 사람에게 도착하기 때문이다. 사라진 별은 없어도 그 별빛은 아직 우리에게 오고 있다 시집 해설을 쓴 전윤호 시인은 이장원 시인의 시세계를 ‘별빛’에 비유한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바라보는 별빛은 수백 년, 수천 년, 때로는 수천만 년 전에 별을 떠난 빛이다. 지금 그 별이 사라졌다 해도 그 빛은 여전히 우주를 건너 우리에게 도착한다. 전윤호는 이 원리를 이장원 시의 기억과 연결한다. “이 시집에는 할머니와 아버지, 옛 친구와 젊은 날의 연인, 지나가 버린 유년과 청춘, 사라진 간이역과 마을의 풍경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들은 사라졌지만 기억이라는 빛이 되어 현재의 화자에게 계속 도착한다.” 「초신성」은 이러한 시세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시인은 먼 우주에서 출발해 자신의 창가까지 도착한 별빛을 바라보며 “빛으로 흘러든 그리움” 속에서 “네가 보낸 별들의 메시지”를 듣는다. 따라서 이장원에게 기억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다. 과거로부터 지금도 계속 도착하고 있는 신호다. 사랑했던 사람은 사라졌지만 사랑은 아직 도착 중이며, 지나간 시간은 끝났지만 그 시간의 빛은 현재의 삶을 비춘다. 유년과 청춘, 부모와 가족… 삶의 뒤편에서 다시 도착하는 사람들 이번 시집에서 가장 따뜻하면서도 쓸쓸한 지점은 가족과 유년에 대한 기억이다. 「그날에」에는 장미꽃이 핀 낮은 울타리와 맷돌을 돌리던 어머니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장미와 맷돌, 이웃들의 웃음과 눈물을 수레에 싣고 시간이라는 길 위를 떠난다. 그러나 시인은 언젠가 아주 먼 길을 떠나는 날이 오면 그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가벼운 차림으로, 아침 산책을 나서듯” 떠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미루나무」에서는 운동장과 클로버꽃, 꽃시계를 만들어주던 소년이 등장한다. “자라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던 소녀의 시간은 어느덧 먼 과거가 되고, 오랜 세월 뒤 돌아온 소년은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된다. 미루나무를 흔드는 바람 속에서 화자는 “안녕, 영원히/ 볼 발그레한 나의 소년아”라고 작별한다. 「서면 늪지에서」 역시 청춘의 한때를 현재로 불러온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젊음과 헤어짐에 대해 침묵하던 사람들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의 이편과 저편에 놓인다. 장소는 변하고 길은 막혔지만 “깊은 세월”만 그 사이에 잠겨 있다. 이처럼 이장원의 시에서 장소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시간을 저장하고 있는 기억의 저장소다. 강과 숲, 미루나무와 운동장, 골목과 간이역은 그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목소리를 품고 있다. “그 사랑의 빛은 아직 너에게 가고 있다” 시집 『너는 거기에서 나는 여기에서』를 관통하는 것은 결국 ‘거리와 기억과 사랑’이다. 너는 거기에 있고 나는 여기에 있다. 그 사이에는 시간도 있고 죽음도 있으며, 다시는 건널 수 없는 거리가 놓여 있다. 그런데도 시는 그 거리를 건넌다. 오래전에 사라진 별에서 출발한 빛이 지금 우리의 눈에 도착하듯, 누군가가 남긴 사랑과 기억은 시간의 어둠을 건너 뒤늦게 한 사람에게 도착한다. 그래서 이 시집의 마지막에 남는 문장은 슬픔이면서 동시에 위로다. “나는 한때 너를 사랑했고, 그 사랑의 빛은 아직 너에게 가고 있다.” 『너는 거기에서 나는 여기에서』는 떠나간 것들을 붙잡기 위한 시집이라기보다, 떠난 것들이 아직 우리에게 보내고 있는 빛을 발견하는 시집이다. 삶의 후반부에서 뒤를 돌아보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에게는 기억의 의미를, 그리고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사랑이 얼마나 먼 미래까지 가닿을 수 있는지를 조용히 생각하게 한다. ■ 시인의 말 끝없는 바닷가에서 반짝이는 조가비를 줍듯 삶의 여정에서 마음 안에 들어와 반짝이는 말들을 건져 시로 썼다. 어설픈 글을 내놓으려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아 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