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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구름 외투 휘날리며 ― 가습기의 노래|모자 닮은 시를 쓰세요 ― 모자의 노래|바닥은 힘이 세단다 ― 장판의 노래|난 너머에서 온 ― 고무장갑의 노래|이 둥근 휴식을 ― 꽃병의 노래|네가 사는 방 앞 서성이네 ― 연필의 노래|오늘의 태양이 날 깨웠으므로 ― 냄비받침의 노래|말 못 배운 사람처럼 ― 항아리의 노래|내 아이들과 친해지기를 ― 책꽂이의 노래|난 얼마만큼 나일까? ― 액자의 노래|그게 아픔인 줄도 모르는 친구들한테 ― 쓰레기통의 노래|네 맘 너덜거리지 않게 ― 단추의 노래|내 몸 안 서랍들 닦아줬으면 ― 장롱의 노래|먼지꽃 송이송이 ― 탈란드시아의 노래|봄 아지랑이 같은 시 써줬으면 ― 장갑의 노래

2부
흔들리려 해 ― 그네의 노래|어떻게 해야 피의 난장까지 ― 털이개의 노래|바보상자라 불러준 그이 만나 ― 텔레비전의 노래|내가 속으로 웃고 우는 소릴 ― 냉장고의 노래|기꺼이 문이 돼줄게 ― 벽의 노래|귀 열었으면 ― 마스크의 노래|나를 지우면서 더 ― 비누의 노래|옥양목 되도록 ― 칫솔의 노래|새 사람 만들어줄게 ― 실과 바늘의 노래|나를 열어줘 ― 책의 노래|그대 삶의 등짐 덜어주자고 ― 가방의 노래|향기로운 사람 되었으면 ― 양변기의 노래|다음 생에선 숨지 않을게 ― 신발의 노래|햇살 둘둘 감춰놓고 ― 보일러의 노래

3부
詩詩하다 ― 시집의 노래|몽당이라는 그 아이 ― 연필깎이의 노래|나도 그대처럼 ― 주전자의 노래|넌 복사할 수 없는 사람 ― 거울의 노래|엿장수 맘대로 ― 가위의 노래|꿈꾸는 건 늘 ― 목발의 노래|자정 넘도록 일하는 눈 가엾어 ― 안경의 노래|내 이름자 꺼내 달아난다면 ― 이름표의 노래|거울 앞에 나를 놓아준다면 ― 손톱깎이의 노래|나를 완성시켜줘 ― 돋보기의 노래|우린 언제 만날 수 있을까 ― 베란다 화분의 노래|내 품에 들었던 네가 ― 이불의 노래|상처를 껴안으면서 내가 ― 나무 도마의 노래|찌든 때 없애주고 싶어 ― 수건의 노래|누구든 배곯지 않게 하소서 ― 숟가락의 노래

4부
이후로 네 시가 ― 의자의 노래|난 언제부터 ― 에어컨의 노래|네 귀가 종일 춤출 수 있게 ― 귀후비개의 노래|기꺼이 내 기꺼이 ― 칼의 노래|비우는 일로 고민했을 텐데 ― 빈 병의 노래|그 아이가 자라 ― 양말의 노래|잔잔한 얼굴 만들어주고 싶어 ― 화장품의 노래|빛은 내 손안에 ― 낡은 손전등의 노래|아직 더 살아야 할 이유가 ― 반지의 노래|오래도록 평온했으면 ― 낡은 전축의 노래|레이저 입김으로 녹여줄게 ― 거실 등의 노래|내 가슴 적셔준다면 ― 유리잔의 노래|밥알 끝에 달려 나오는 저 말랑말랑한 ― 밥솥의 노래|맘에 차는 곡이 되게 할 일 ― 첼로의 노래|뭐든 열어놨으면 ― 피아노의 노래|내 온기로 내 손길로 ― 전봇대의 노래

발문_ 사물이 건네는 노래, 그 다정한 위로 · 박제영

저자 소개 1

시인 한기옥은 1960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춘천교대와 방통대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2003년 『문학세계』로 등단해 2008년 제12회 원주문학상을 수상하고, 2009년 첫 시집 『안개 소나타』로 제7회 강원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시집 『세상사람 다 부르는 아무개 말고』(2019), 『안골』(2019), 『세상 도처의 당신』(2023), 『좋아해서 미안해』(2024)를 냈다. 강원문인협회와 수향시, 표현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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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25*200*20mm
ISBN13
9791172071295

출판사 리뷰

사물이 화자가 되고, 사람이 청자가 되는 60편의 시

『꿈꾸는 사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시집 전체를 하나의 일관된 형식으로 밀고 나간다는 데 있다. 1부에서 4부까지 수록된 총 60편의 시가 모두 ‘○○의 노래’라는 부제를 갖는다. 「가습기의 노래」에서 시작해 「전봇대의 노래」에 이르기까지 사물이 화자가 되어 인간에게 말을 건넨다. 박제영 시인의 발문 역시 이러한 구성을 두고 “화자는 언제나 사물이고, 청자는 언제나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사물에게 단순히 인간의 감정을 입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인은 각각의 사물이 지닌 기능과 모양, 쓰임새, 질감 같은 고유한 ‘물성’을 인간의 삶과 연결한다.

가습기는 울지 못하는 사람을 대신해 눈물과 구름을 만들어주고, 장판은 넘어지는 사람을 가장 낮은 자리에서 받아낸다. 단추는 벌어진 관계를 다시 여미고, 비누는 자신을 지우면서 타인에게 스며든다. 목발은 누군가 아플 때 그의 다리가 되고, 의자는 지친 사람이 잠시 앉아 쉴 자리가 되기를 꿈꾼다. 그리고 어느 순간 평범했던 생활용품은 인간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바닥은 늘 힘이 세단다” 낮고 작은 것들에서 발견하는 삶의 철학

이번 시집에서 한기옥의 시선은 줄곧 낮은 곳을 향한다.

「바닥은 힘이 세단다 ― 장판의 노래」에서 장판은 높은 곳을 향해 안달하는 인간에게 자신이 언제나 가장 아래에서 삶을 받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리고 “낮은 곳을 살피는 눈 감지 않았으면/ 너보다 아픈 사람/ 잊지 말았으면”이라고 당부한 뒤 “바닥은 늘 힘이 세단다”고 말한다.

시집 속 사물들은 이처럼 인간보다 낮은 자리에서 오히려 인간에게 삶의 자세를 가르친다.

「난 얼마만큼 나일까? ― 액자의 노래」는 이러한 시선을 ‘관계’의 문제로 확장한다. 액자는 그림을 가져온 사람, 못과 망치, 유리를 만들어준 사람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존재가 결코 혼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내 안에 함께 살며/ 울고 웃어준 사람들/ 덜어내면/ 얼마만큼 내가 남아 있을까”라고 묻는다.

‘나’라고 믿어온 존재 안에는 이미 수많은 타인의 시간이 들어 있다는 것. 『꿈꾸는 사물』의 사물들은 그렇게 인간의 독립성보다 관계와 연결의 의미를 환기한다.

상처받은 사람에게 먼저 손 내미는 사물들

무엇보다 이 시집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상처받은 존재를 대하는 사물들의 태도다.

「꿈꾸는 건 늘 ― 목발의 노래」에서 목발은 자신이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으려면 누군가 걷지 못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운명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목발은 누군가의 아픔을 바라는 대신, 아픔이 찾아왔을 때 “아픔이 아물 때까지/ 세상 끝 단 한목숨 되어주기로” 한다.

「나를 지우면서 더 ― 비누의 노래」의 비누 역시 “끝없이 나를 지우면서/ 세상에 스며들고 싶어”라고 말한다. 자신이 사라지는 것을 희생이나 소멸로 여기지 않고 누군가의 곁에 남는 사랑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꿈꾸는 사물』에서 사물의 언어는 결국 위로의 언어가 된다. 그것은 거창한 위로나 충고가 아니다. 상처를 없애겠다고 장담하기보다 곁에 있겠다고 말하고, 대신 살아주겠다고 하기보다 쓰러질 때 받쳐주겠다고 말한다.

“이후로 네가 쓰는 모든 시가/ 앉을 자리 깊숙한 의자 같아서”

이러한 시적 지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 가운데 하나가 「이후로 네 시가 ― 의자의 노래」다.

의자는 시인에게 앞으로 쓰는 시가 “앉을 자리 폭신하고 넉넉한 의자 하나”와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다치고 추워하는 사람을 불러 앉히고, 세상 끝에서 막막하게 울고 있는 누군가의 몸을 따뜻하게 받아주는 자리. 시인은 바로 그런 시를 꿈꾼다.

그리고 이 대목은 『꿈꾸는 사물』이 지향하는 시의 자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기옥에게 시는 자신을 과시하는 언어가 아니라 누군가 앉아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도록 내어주는 자리와 가깝다.

시집 마지막 작품 「내 온기로 내 손길로 ― 전봇대의 노래」에서도 이러한 태도는 이어진다. 전봇대는 겉으로 따뜻한 척하면서 차이를 밀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속으로 품 넓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두가 떠난 뒤에도 남아 “어두운 곳 데우고 밝혀주는 사람”, “세상 짐 덜어주는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결국 사물이 꿈꾸는 것은 ‘좋은 사물’이 아니라 ‘좋은 사람’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는 한기옥의 시선

『꿈꾸는 사물』에는 진지한 성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전자와 양변기, 밥솥, 귀후비개, 연필깎이처럼 다소 엉뚱한 사물까지 시의 화자로 등장하면서 해학과 재치가 곳곳에서 살아난다.

그 때문에 시집은 어렵고 관념적인 사물시가 아니라 독자가 일상의 경험을 통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시의 세계를 만든다. 한 편을 읽고 나면 냉장고가 달리 보이고, 오래된 의자와 낡은 전축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평범한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꿈꾸는 사물』은 일상을 낯설게 하는 시의 오래된 힘을 생활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되살린다.

그리고 그 낯설게 보기는 궁극적으로 사람을 다시 바라보는 일로 이어진다. 사물을 오래 들여다본 끝에 시인이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다. 외로운 사람, 상처받은 사람, 관계에 지친 사람, 삶의 무게를 견디는 사람이다.

그래서 『꿈꾸는 사물』의 사물들은 인간을 대신해 말하지만 끝내 인간에게 돌아온다.

“당신은 지금 잘 살고 있는가.”
“당신 곁의 사람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가.”
“누군가 힘들 때 그의 의자와 목발과 불빛이 되어준 적이 있는가.”

평범한 사물들이 던지는 질문이 오래 남는 이유다.

■ 시인의 말

사물이 늘
곁에 있었다.

따듯하고
다정하게

때론 서늘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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