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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같은 것II. 계약III.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가다IV. 약속V. 모두가 떨어지는 데 같은 시간이 걸린다VI. 숨겨진 카메라VII. 그들의 언어 얼마쯤이 내 언어에VIII. 사나운 늑대IX. 밖에 우물이 있다X. 춤의 이론XI. 수영장XII. 그것들XIII. 야생의 아이XIV. 태반XV. 랩 댄스XVI. 여자들은 섹스 생각밖에 안 한다XVII. 별것 아닌 얼굴XVIII. 어둠이 내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었다XIX. 잔인함은 결코 필요하지 않다XX. 무언가가 여기서 죽었다XXI. 끓어오르는 큰 유리XXII. 닫힌 숲XXIII.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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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stina Rivera Gar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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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동화가 아닙니다, 탐정님. 이건 사랑 이야기입니다.”“사랑이 끝난 이야기겠죠.”되울리는 숲, 사랑의 끝 너머로사라진 여자를 찾아 나서는 탐정 역시 여자인데, 손을 놓은 지 오래다. 온갖 희한하고 잡다한 사건들을 맡았고, 끝내 풀지 못한 채 해안 마을의 낡은 집에서 타자기로 범죄소설을 쓰며 지내는 중이라, 일을 맡아달라는 남자 앞에서도 이렇게 되묻고 싶어 한다. ‘아니, 제 숱한 실패들은 모르십니까?’ 그런 탐정의 눈길을 붙드는 것이 서류 더미 맨 위에 놓인 전보 한 장이다. 젊은 남자와 함께 달아난 여자는 떠나온 곳마다 우체국과 전신국에 들러 남편에게 전보와 편지를 부쳤는데, 멀리 사라져 가면서도 기어이 발견되기를 바라는 듯하다. 거기 적힌 문장들도 아리송하다. “우리가 작별을 고하는 순간, 실은 무엇을 맞이하는가?” “먼 것이 이토록 가까웠던 적은.” 이건 무슨 뜻일까? 탐정은 그들을 쫓아 통역사와 함께 길을 나서고, 마침내 숲 어귀의 마을에서 두 사람이 머물던 오두막에 가닿는다. 그런데 주민들은 그 집과 거기 살던 타이가의 한 쌍에 대해서 말하기를 극도로 꺼린다. 가까스로 입을 연 이들이 들려주는 말은 들을수록 기이하다. 문간을 지키던 늑대, 숲속의 파란 수영장, 숲 언저리를 맴도는 야생 소년, 타액인지 태반인지 모를 물질에서 나온 작은 생명체… 도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두 사람은 어디로 간 걸까? 소설은 거기서 더 멀리 나간다. “때로 행성의 끝을 떠올려 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우리가 실은 하나의 행성 위에 살고 있음을 떠올려 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탐정과 통역사가 숲 안쪽으로 더 들어갈수록 나무들은 빽빽해지고 이제는 모든 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탐정이 읽은 그 여자의 일기는 숲과 구름과 새에 관한 낱말과 물음으로 가득한데, 떠올릴수록 암호에 가깝다. “구름은 어느 순간에 수많은 안개 방울로 변하는 걸까?” “그런데 새들은 어떻게 볼까?” “그 두 눈 속의 빛은 어떠한가. 속도는 어떤 형태를 띠는가.” 그러는 사이 탐정이 의뢰인에게 보내려고 적어가던 보고서도 어느새 사적인 일기를 닮아간다. 여자의 일기와 탐정의 보고서가 그렇게 엇갈리고 겹치는 동안 사건은 갈수록 안갯속으로 들어가고, 그 속에서 물음 하나가 거듭 되울린다. “그런데 실상 사랑의 끝 너머란 무엇인가?” 소설이 끝까지 붙들고 있는 질문이다. 아내를 찾아달라는 의뢰 하나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그렇게 사람은 왜 떠나는지, 사랑이 끝난 뒤에는 무엇이 오는지, 우리가 어떤 행성 위에 살고 있는지까지 들여다본다. 스물세 개의 짧은 장을 몰입해 읽고 책을 덮으면, 내용을 온전히 헤아리지 못하더라도 그 분위기의 강렬함만큼은 선명할 것이다. 혹자가 리베라 가르사를 “분위기의 대가”라 부르며 이 소설을 “데이비드 린치가 연출하고 볼라뇨가 내레이션을 맡은 탐정소설”이라고 말한 까닭이다. “작고, 짧고, 잿빛에 싸여 있는데, 페이지 위는 반짝이고 머릿속은 눈이 부시다.”(소설가 숀)옮긴이의 말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타이가 열병』은 완성된 세계를 완성된 문장으로 옮기는 소설이라기보다, 세계가 말과 기억과 이미지로 바뀌는 순간을 계속 노출하는 소설에 가깝다고. 통역의 머뭇거림도, 돌출하는 단어도, 불현듯 끊어지는 문장도 그 변환의 흔적을 감추지 않는다. 앞서 적은 대로 que가 말의 출처를 흐려놓는 한편, 말과 세계 사이에 놓인 필터는 오히려 선명해진다. 그리고 필터는 통과시키는 만큼 걸러 낸다. 그 나머지는 어디로 가는가.『타이가 열병』을 번역하고 거듭 읽어나가면서 오래 붙들린 것은 사건의 윤곽이라기보다는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과잉이었다. 침엽수림 속에서 계속 되울리는 무언가에 휩싸이는 듯한 기분. “여자의 눈을, 겁에 질린 그 눈을 보기 위해서. 거기로, 그 눈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북방 침엽수림의 곤충처럼. 침이나 주둥이를 지닌 것이 되어. 더없이 작은 비숍. 안에 들어가서는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기 위해.” 이런 문장들의 윙윙거림. 소용돌이.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내부의 내부의 내부로 계속 들어가는 듯한. 그 우물 속을 내내 내려다보는 듯한. 목구멍 안에서 터져 나가려 애쓰는 듯한. 그 틈과 잔여물. 왜 계속 둘로 또 셋으로 나타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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