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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씨란 씨는 모두 모아 /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그릇에 한가득 담고 누가 누군지 모르게 골고루 섞어 주세요. --- pp.14-17 알록달록 텃밭에 콩알만 한 벌레들이 찾아들면 “안녕.” 하고 손을 흔들어 주세요. --- p.30 텃밭에 찾아오는 / 모든 이들에게 / “환영해.” 말해 주세요. --- pp.36-38 당신의 따뜻한 마음을 / 모두가 느낄 수 있게. --- pp.43-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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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지구를 살린,
어린이가 보낸 뜻밖의 명령! 어둠이 짙게 깔린 가운데 거대한 전쟁 로봇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무차별적으로 파괴된 지구. 생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건물 잔해만 널린 폐허에는 스산한 바람만 불 뿐입니다. 그때 종이 한 장이 바람을 타고 로봇 앞으로 날아옵니다. 종이에 적힌 글은 ‘이하람’이라는 아이가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텃밭의 기원〉이라는 동시였습니다. “따스한 계절이 오면 / 세상에 존재하는 씨란 씨는 모두 모아…” (본문 중) 로봇은 시를 새로운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정찰 로봇들을 이용해 세상에 남은 씨앗을 모읍니다. 그리고 잘 갈아엎은 흙 위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텃밭을 가꾸기 시작합니다. “새싹들이 머리를 내밀면 반갑다고 손을 흔들어 주세요.” (본문 중) 로봇은 시에 적힌 대로 새싹들에게 손을 흔들고, 음악을 들려주며 정성껏 돌봅니다. 마치 아이의 마음을 대신 전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빨갛게 익은 열매를 먹으러 새들이 찾아오면 ‘맛있게 먹어.’ 말해 주세요.” (본문 중) 계절이 바뀌면서 텃밭은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고, 작은 벌레와 새, 여러 동물들이 하나둘 찾아옵니다. 작은 텃밭에서 시작된 생명은 점점 더 넓게 퍼져나가고, 잿빛 폐허였던 세상은 마침내 울창한 초록으로 뒤덮입니다. 파괴의 도구였던 로봇이 뜻밖의 명령 하나를 따라 지구를 다시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지요. 오랜 시간이 흘러 로봇이 멈춘 뒤, 한 사람이 텃밭으로 찾아옵니다. 그러고는 풀과 꽃으로 뒤덮여 자연의 일부가 된 로봇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지요. 마치 온기를 느끼려는 듯이 말입니다. 로봇이 세상에 심은 따뜻한 마음은 그렇게 또 다른 존재에게 번져 나갑니다. “사과나무에 벚꽃이 피고 벚꽃에서 콩이 맺힌다고 놀라지 마세요.” 다름을 가르지 않고 모든 생명을 품는 공존의 세계. 『텃밭의 기원』에서 로봇이 가꾸는 텃밭은 우리가 아는 평범한 텃밭과는 사뭇 다릅니다. 로봇은 세상에 남은 온갖 씨앗을 모아 어떤 씨앗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골고루 뒤섞습니다. 그렇게 뿌려진 씨앗들은 어디에서 싹을 틔울지,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저마다 다른 식물들이 자유롭게 자라나면서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낯설고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익숙한 식물들이 뜻밖의 모습으로 피어나고 열매를 맺으며, 로봇의 텃밭은 상상조차 못 했던 새로운 세상으로 변해 갑니다. “어쩌다 사과나무에 벚꽃이 피고 벚꽃에서 콩이 맺힌다고 놀라지 마세요.” (본문 중) 이 특별한 텃밭은 찾아오는 존재도 가려 받지 않습니다. 작은 벌레부터 새와 멧돼지까지, 저마다 다른 생명들이 하나둘 찾아와 텃밭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 가지요. 로봇은 어떤 이가 찾아와도 반갑게 맞이하며, 모두가 이곳에서 마음껏 머물도록 환영해 줍니다. ‘전쟁은 편을 가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섞은 이야기입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로봇의 텃밭은 서로를 이어 주는 공간이 되어 줍니다. 이처럼 『텃밭의 기원』은 서로 다른 생명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 낸 풍경을 보여 주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 합니다. 잿빛 디스토피아를 형형색색의 생명으로 채우다! 이갑규 작가가 펼쳐 보이는 낯설고도 아름다운 초록빛 세상. 이갑규 작가는 지금까지 300권이 넘는 책에 그림을 그리며 폭넓은 작품 세계를 펼쳐 왔습니다. 이번 작품은 한 아이가 쓴 〈텃밭의 기원〉이라는 동시를 바탕으로, 그림을 통해 상상의 세계를 넓혀 가는 시그림책입니다. 작가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잿빛 세상과 생명으로 가득 찬 초록빛 숲을 대비시키며 독특한 상상의 세계를 펼쳐 보입니다. 거대한 로봇과 작은 새싹, 건물 잔해만 남은 폐허와 형형색색의 식물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이야기의 변화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 주지요. 특히 로봇의 기계적인 움직임과 그 손길을 따라 자유롭게 자라나는 식물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낯설면서도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 뒤에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묵직합니다. 로봇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주어진 명령을 따랐을 뿐이니까요. 파괴를 명령받았던 로봇이 한 아이의 말을 따라 생명을 가꾸게 된 것처럼, ‘우리가 어떤 명령을 건네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집니다.’라는 작가의 말은 우리가 세상에 건네는 말과 그 말이 만들어 낼 미래를 돌아보게 합니다. 한 편의 동시가 펼쳐 보이는 놀라운 상상력과 그 안에 담긴 묵직한 질문! 『텃밭의 기원』을 읽으며 잿빛 폐허가 생명으로 가득 찬 숲으로 변해 가는 여정을 따라가 보세요. 이갑규 작가가 그려 낸 기묘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작가의 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로봇입니다. 전쟁이 끝난 뒤, 로봇은 폐허에 홀로 남았습니다. 어느 날, 바람에 날려 온 종이 한 장을 줍습니다. 한 아이가 쓴 동시였습니다. 로봇은 그 말들을 새로운 명령으로 받아들입니다. 흙을 갈고, 씨를 뿌리고, 음악을 틀어 줍니다. 효율이나 결과는 따지지 않습니다. 명령이니까 수행합니다. 아이가 상상한 건 산자락의 작은 텃밭이었습니다. 로봇이 만든 건 거대한 숲이었습니다. 로봇의 본질은 달라진 적이 없습니다. 파괴를 명한 것도 인간이었고, 텃밭을 가꾸게 한 것도 인간의 아이였습니다. 우리가 어떤 말을 건네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집니다. 전쟁은 편을 가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섞는 이야기입니다. 교과 연계 · 1-2 국어 8. 느끼고 표현해요 · 2-1 국어 1. 시를 즐겨요 · 2-1 국어 8. 마음을 짐작해요 · 2-1 국어 11. 상상의 날개를 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