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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거창하지 않게, 메뉴는 지루하지 않게
사람과 도시와 추억으로 차려낸 열다섯 번의 첫 끼니 오랫동안 요리하고 가르치고 자신만의 공간을 꾸려온 백지혜의 삶을 설명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것은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다. 낯선 곳에 가면 그곳의 아침 식사부터 경험하고, 마음에 남은 맛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자신의 부엌에서 다시 만들어본다. 그렇게 시작된 《마이 프라이빗 조찬클럽》은 ‘아침 메뉴’를 소개하는 책을 넘어,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두고 살아온 한 사람의 기록이 되었다. 작가는 조금 머쓱하지만 솔직한 고백을 한다. 여유롭게 아침상을 차리고 누군가를 초대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과 달리, 실제 일상은 탁구와 운동, 일과 마감으로 분주했다는 것. 대신 자신을 위해 차린 첫 끼니에 그날의 소동과 지난 삶의 장면들을 하나씩 곁들이기 시작했다. 냉장고 안으로 돌진한 정체불명의 벌레 때문에 방역 기사를 부르고도 끝내 고수를 포기하지 못한 날에는 똠얌 국밥을 끓인다. 탁구대회에서 뜻밖의 코피 소동을 겪은 이야기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오이 표고버섯 김밥의 맛으로 이어진다. 잦은 이사에 지친 마음을 달래며 한 솥 끓여놓는 치킨 수프와 주식창에서 눈을 떼기 어려운 날의 냉제육까지, 웃음과 속상함이 뒤섞인 생활이 고스란히 식탁에 오른다. 또 다른 접시에는 한때 머물렀던 도시들의 맛이 담긴다. 싱가포르의 호커센터에서 맛본 소박한 음식들과 맑은 생선죽, 옥스퍼드 월턴 스트리트의 카페 ‘제리코’와 주머니 가볍던 시절 끓여 먹은 포토푀, 런던에서 일하고 걷고 사람들을 만나던 날들과 고등어 샌드위치가 차례로 등장한다. 시간이 흘러 서울 연희동에 자리 잡은 뒤에는 오래된 동네 가게를 돌아보며 봄동 명란 솥밥을 짓고, 이웃이 남긴 작은 선물에서 시작된 인연을 나폴리탄 라이스와 함께 이야기한다. 음식은 지나온 곳의 맛을 다시 불러오는 동시에, 그곳에 살던 자신과 사람들의 얼굴을 되살리는 매개가 된다. “글을 쓰고 단정한 식탁을 차려 스스로를 먹이는 동안, 지나보면 별일 아니라고, 앞으로 여전히 꿈을 꾸어도 된다고 확신을 얻은 기분이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곁에 있는 사람들과 앞으로의 시간으로 향한다. 씩씩하게 혼자 도시를 누비는 엄마의 삶을 돌아보며 알배추 바지락 수프를 끓이고, 오랫동안 함께한 반려견을 떠나보내던 날 친구들이 전해준 위로를 떠올린다. 마지막에는 2034년의 어느 날, 예순 살의 자신이 꿈꾸던 공간 ‘소전’에서 프렌치토스트를 내는 미래를 그려본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바람을 마치 이미 살아본 하루처럼 상세하게 적어 내려간 대목에서는, 나이 들어서도 좋아하는 일을 놓지 않겠다는 작가의 마음이 선명하게 읽힌다. 열다섯 편의 에세이와 함께 실린 요리는 재료와 만드는 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독자가 직접 시도할 수 있도록 했다. 음식 사진뿐 아니라 작가가 머물렀던 장소와 일상의 풍경을 담은 사진도 책의 기억을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때로는 유쾌하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때로는 오래 묵혀둔 미안함과 그리움을 꺼내놓으며 작가는 자신의 삶을 식탁 위에 차린다. 그렇게 한 끼를 스스로 준비하는 시간은 과거를 돌아보고 지금을 돌보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이 된다. 혼자 차려 먹는 조찬이지만, 책을 덮을 무렵에는 독자 역시 그 식탁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마음이 이래저래 복잡한 땐 고수 듬뿍 똠얌 국밥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엔 든든한 치킨 수프 주머니 가볍던 옥스퍼드 시절을 떠올리며 소박한 포토푀 오래된 연희동의 봄을 기다리며 봄동 명란 솥밥 혼자서도 씩씩한 엄마의 하루를 떠올릴 땐 알배추 바지락 수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데리고 계속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에게 대접하는 첫 끼니. 마이 프라이빗 조찬클럽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
20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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