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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와 상열
늙음과 공존에 관하여 반양장
임옥희 저
어웨이크(AWAKE) 202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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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글
작가의 말

상열의 이야기 · 기억이 사라지자 삶이 시작되었다
옥희의 이야기 · 엄마의 우주로 들어가는 법
상열의 이야기 · 당근이 쌓이는 동안 늙은 아이가 짓는 마을
옥희의 이야기 · 늙은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
옥희의 읽기 1 · 불평꾼들인 두 늙은 여자
옥희의 읽기 2 · 벌거벗은 몸을 기록할 용기에 대하여
상열의 이야기 · 엄마가 말했다, 바다가 웃는다
옥희의 이야기 · 모든 잎사귀가 떨어진다 해도
상열의 이야기 · 하꼬방 이야기꾼과 이야기 바깥의 여자
옥희의 이야기 · 뱀파이어 딸의 착즙하는 글쓰기
상열의 이야기 · 무명씨의 쉰여덟 번의 여름
옥희의 이야기 · 남녀호랭이와 엄마의 사생활
옥희의 이야기 · 다락방의 미친 여자
상열의 이야기 · 유령들을 환대하는 깊고 푸른 밤
옥희의 이야기 · 흰죽 한 그릇과 글쓰기
옥희의 마지막 이야기 · 때로는 오역하고 때로는 실패할지라도

나가며 · 쿠라의 딸들과 난잡한 돌봄의 세계
참고한 책들

저자 소개 1

평생 읽고 써온 번역가이자 여성학자. 경희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버지니아 울프 연구로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동료·학생들과 페미니즘 이론과 인문학을 나누었다. 번역가로서 버지니아 울프, 제인 오스틴, 수전 손택, 캐럴라인 냅, 도나 해러웨이까지 문학과 철학, 심리학, 과학을 넘나들며 50권 넘는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여성학자로서 『주디스 버틀러 읽기』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타자로서의 서구』 『메트로폴리스의 불온한 신여성들』 등을 썼고, 문학과 인문학, 예술의 경계에서 써온 공저서가 20권 넘게 있다.
평생 읽고 써온 번역가이자 여성학자. 경희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버지니아 울프 연구로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동료·학생들과 페미니즘 이론과 인문학을 나누었다.

번역가로서 버지니아 울프, 제인 오스틴, 수전 손택, 캐럴라인 냅, 도나 해러웨이까지 문학과 철학, 심리학, 과학을 넘나들며 50권 넘는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여성학자로서 『주디스 버틀러 읽기』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타자로서의 서구』 『메트로폴리스의 불온한 신여성들』 등을 썼고, 문학과 인문학, 예술의 경계에서 써온 공저서가 20권 넘게 있다.

읽기와 쓰기의 세상에서 평생을 씨름해온 일흔한 살의 옥희는 지금 기억을 잃어가는 아흔 살의 엄마 상열과 한집에 산다. 『옥희와 상열』은 늙음과 상실의 길목에서 언어와 인간성이란 무엇인지를 질문하며 세상에 처음 꺼내놓는 그녀 자신의 이야기이다. 늙어가는 딸이 더 늙은 엄마를 돌보며 여섯 해를 건너온 기록, 누가 누구를 돌보는지 경계가 흐려진 자리에서 두 여자가 함께 그려낸 공존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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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1월 11일
판형
반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133*200*20mm
ISBN13
9791122207200

책 속으로

모든 사회적 껍데기는 가고 벌거벗은 실존으로 돌아온 엄마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이것이 인간이다. 나를 기억하고, 나를 사랑하고, 나를 섬겨라’라고 명령하는 것 같다. 늙어간다는 것은 상실의 연속이다. 엄마가 중증인지장애인이 되면서 나는 상실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다는 점을 오장육부로 배우고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그렇게 지긋지긋하게 나를 찾아 헤매던 엄마의 모습은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엄마가 더는 걸을 수 없으므로. 내 전화를 기다리면서 ‘평생을 뒤척였던’ 엄마의 전화는 더 이상 울리지 않는다. 엄마가 더는 내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므로.
---「상열의 이야기 | 기억이 사라지자 삶이 시작되었다」 중에서

엄마가 자기를 완전히 상실하고서야 진짜 자신을 드러내는 아이러니한 순간과 마주하면서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든 감정이 치밀었다. 평생 자식 걱정, 손자 걱정에 갇혀 눈치만 보던 내 엄마. 역설적이게도 엄마의 치매가 마침내 엄마를 그 모든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평생 남을 위해서만 살던 나의 엄마 박상열은, 지금 온몸으로 자신만의 해방 일지를 쓰고 있다.
---「상열의 이야기 | 기억이 사라지자 삶이 시작되었다」 중에서

돌이켜보면 세상의 기준으로는 생존 불가능할 정도로 무능하고 나만 바라보는 엄마가 너무 끔찍해서, 나는 달아날 수만 있다면 엄마로부터 세상 끝까지 달아나고 싶었다. 그 무능한 엄마에게 모든 것을 떠맡겨놓고 나만은 그럴듯한 바깥세상에서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 그런 엄마를 평생 무시해온 게 나였다. 한글조차 배우려 하지 않는 미련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옥희의 이야기 | 엄마의 우주로 들어가는 법」 중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로 인해, 역설적이게도 우리 삶터에는 ‘치매 커먼스(commons)’가 만들어지고 있다. 가까이 사는 이웃사촌들로 느슨한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각자 홀로 나이 들어갈 사람들을 위해 이 작은 돌봄 공동체를 지키려고 나도 노력을 보태는 중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한 것처럼, 늙은 아이 하나를 떠나보내는 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니까.
---「상열의 이야기 | 당근이 쌓이는 동안 늙은 아이가 짓는 마을」 중에서

엄마는 어려서는 농촌의 일손이었고 나이 들어서는 혼인을 통해 가내 하녀가 된 시대착오적인 도시 빈민 여성으로 고달프게 살다가 끝내 치매로 세상을 떠날 것이다. 이것이 엄마의 일생을 요약하는 한 문장일 것이다. (…) 자신의 언어와 목소리가 없었던 엄마를 대변하는 일은 먹물로서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주제넘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작 엄마는 글을 읽지도 못하는데, 내가 자신의 뒷담화를 하고 있는 것을 안다면 어떤 기분일까?
---「옥희의 이야기 | 뱀파이어 딸의 착즙하는 글쓰기」 중에서

소원은 한 가지뿐이다. 엄마보다 하루는 더 살게 해달라는 것이다. 사는 게 심드렁했던 나에게 엄마는 내가 살아야 할 분명한 이유를 제공해주었다. (…) 근래 들어 돌봄은 내 삶의 최우선 가치가 되었다.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누군가를 보살핀다는 것이야말로 추상적인 근대적 인간 이상을 실천하는 것임을 오장육부로 느낀다.
---「옥희의 이야기 | 다락방의 미친 여자」 중에서

잠시 다른 데 집중했더니 그사이 엄마가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았다. 넋이 빠진 내 표정을 보면서 해맑은 얼굴로 “언니, 엉덩이 톡톡 해줘”라고 엄마가 아이처럼 엉덩이를 들이댄다. 엄마가 순순히 목욕을 하고 나면 내가 엄마 엉덩이를 톡톡 치면서 “참 잘했어요”라고 칭찬해주었다. 엄마가 그걸 기억하고 있다니! 정신은 없어도 칭찬은 그리운 엄마가 뿌려놓은 오줌 위로 내 눈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옥희의 이야기 | 흰죽 한 그릇과 글쓰기」 중에서

엄마와 함께 살아내기 기술로서 이 글쓰기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엄마가 끓여준 흰죽을 내려다보면서 엄마보다 하루는 더 살아내야지 다짐한다. 엄마가 어떤 모습이든 마지막까지 우리가 서로의 기댈 언덕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옥희의 이야기 | 흰죽 한 그릇과 글쓰기」 중에서

“엄마는 다음 생이 있다면, 뭐가 되고 싶어요?”
“깐치.”
“아니 왜요?”
“반가운 소식 전하면 반갑게 안 맞아주겠나.”
환대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던 엄마의 속내에 말문이 막힌다.
---「옥희의 마지막 이야기 | 때로는 오역하고 때로는 실패할지라도」 중에서

치매가 두려운 나에게 엄마가 ‘괜찮아, 괜찮아, 이게 인간이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나 홀로 공원 벤치에 앉아 있을 날도 멀지 않았다.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주변을 맴돌면 “잘 지내죠, 엄마? 조만간 만나요, 우리”라고 할 날들이.
---「옥희의 마지막 이야기 | 때로는 오역하고 때로는 실패할지라도」 중에서

그리하여 호모(인간)는 살아 있는 동안 쿠라의 영향으로 언제나 염려하는 마음에 시달리게 되었다고 한다. 돌봄을 뜻하는 영어 단어 ‘케어(care)’의 라틴어 어원은 ‘쿠라(cūra)’다. 쿠라 여신에서 기원한 케어의 의미에는 돌봄뿐만 아니라 염려, 근심, 관심 등등의 뜻이 담겨 있다. 히기누스의 이 우화에서 보다시피 몸을 가진 존재로서 인간은 죽을 운명이므로 평생 염려와 돌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 인간은 취약한 존재이므로 태어나면서부터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서로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면, 타자 돌봄과 배려가 곧 취약한 자신을 돌보고 배려하는 기반이 되어야 함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나가며 | 쿠라의 딸들과 난잡한 돌봄의 세계」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읽고 쓰는 삶을 사랑해서 가난해진 딸 ‘옥희’
평생 ‘딸 바라기’로 살아온 치매 엄마 ‘상열’
나를 잊은 엄마에게 늙은 딸이 바치는 고백

이 책은 일흔한 살의 늙은 딸 옥희가 아흔 살의 치매 엄마 상열과 한집에 살며, 서로의 삶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돌봄을 주고받는 이야기이다. 험한 세상에 흉측한 일이라도 당할까 걱정하며 오직 딸만 기다리다 세월을 다 보낸 엄마 상열에게, “퇴직하면 호강시켜 드릴게요”라고 약속하던 딸 옥희, 그러나 이 약속이 지켜질 날은 끝내 오지 않았다. 어느 날부턴가 엄마는 딸을 ‘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평생 애착하던 딸도, 자기 자신도 잊었다. 짝짝 박수를 치며 아파트 앞 텃밭에 1억을 묻어놨다고 귓속말하곤 “언니, 힘든데 그만 일하소” 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돌봄 노동자가 된 딸, 이들에겐 과연 어떤 다채로운 일상과 사건이 펼쳐질까.

“나 없이도 살 수 있게 제발 뭐라도 해봐요!”
“내라도 없으면 퍽도 니가 먹고사나 봐라!”
엄마와 딸, 두 늙은 여자가 써 내려간 다정한 공존의 기록

한글도 깨치지 못하고 평생 남의 눈치를 보며 주눅 들어 살다가 기억을 잃자 교활하고 깜찍해진 상열은 당근을 썰고, 식혜를 만들고, 머리카락을 주우며, 딸 몰래 돈을 모은다.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야심한 밤을 휘젓고 다니느라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 여자냐’며 아파트 주민들을 수군대게 만드는 의문스러운 딸 옥희는, 이제 하루 24시간 1년 365일 꼼짝없이 치매 엄마와 술래잡기를 하고, 엄마의 투정을 듣고, 씻기고 재우고 먹이고 치우다가, 엄마에게 성질을 부리며 오늘을 살아낸다. 평생 딸을 기다리던 엄마가 아이가 되자, 언제나 앞서 걷던 딸은 ‘늙은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두 번 다시 이 짓을 하면 내가 니 딸이다”라던 엄마의 말은 정말로 이루어졌다!

이 책은 ‘옥희의 이야기’와 ‘상열의 이야기’가 번갈아 펼쳐지는 구성으로 딸과 엄마의 이야기를 교차해가는 구성이다.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일손’이 되고, 혼인을 통해 ‘가내 하녀’가 되고, 손자를 봐달라는 딸의 강권에 ‘영인이 할머니’가 된 한 여자의 일생이 ‘상열의 이야기’로 그려지는 반면, 다른 한쪽에는 그 엄마에게 모든 것을 떠맡기고 바깥세상에서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썼던 딸 ‘옥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엄마 상열이 기억을 잃고 나서야 딸 옥희는 엄마의 기억을 더듬고 찾아 헤매다 묻는다. 자기 언어가 없었던 엄마를 나는 대변할 수 있는가. 과연 기억을 잃고 벌거벗은 엄마의 언어는 무엇을 말하는가. 애정과 원망, 상호 착취와 죄책감을 하나도 감추지 않는 이 솔직함은 이 책을 흔한 간병기와 갈라놓는다.

기억을 잃고 소멸해가는 아픈 몸을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
아니 에르노, 존 쿳시, 오션 브엉, 디디에 에르봉, 김혜진을 다시 읽기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서 써 내려간, 이토록 아름다운 책 읽기와 글쓰기

평생 읽기와 쓰기의 세상에서 살아온 옥희에게 이제 읽기는 엄마와 공존하기 위한 생존의 기술이다. 기억을 잃고 소멸해가는 엄마의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 웅얼거림, 중얼거림, 몸짓, 손짓을 읽어내기 위해 옥희는 퀴퀴한 서재에서 책을 꺼내어 읽고 또 읽는다. 혹한 속에 버려진 두 늙은 여자가 살아남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벨마 월리스의 이야기,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마지막 나날을 처절하게 써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의 기록, 요양원에서 생을 마친 서민 어머니의 노화와 죽음을 사회학자의 눈으로 되짚은 디디에 에리봉, 그리고 존 쿳시와 오션 브엉, 김혜진의 소설까지.

옥희는 이들의 문장을 엄마와 보내는 하루하루 위에 겹쳐 읽음으로써 계급과 젠더, 늙음과 장애가 교차하는 자리에서 인간의 존엄성, 언어의 가능성을 묻는다. 늙고 병들어 아픈 몸에서 과연 인간다움을 찾을 수 있는가, 기억이 사라진 뒤의 언어가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픈 몸을 돌보는 일은 누구의 몫인가. 가장 내밀한 고통 앞에서 다시 읽고 다시 쓰며 길어 올린 이 질문들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우리에게 진실된 사유의 자리를 내어준다.

“늙은 아이 하나를 떠나보내는 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노노(老老) 돌봄 시대에 빛나는 ‘공존의 윤리’를 향하여

늙은이가 더 늙은이를 돌보는 일은 더 이상 특별한 사정이 아니다. 치매 100만 시대,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 돌봄’은 우리 곁의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도 돌봄은 여전히 음지의 노동이자 보이지 않는 영역에 가두어져 있고, 제발 내 일은 아니길 바라는 회피와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이 책은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듯, 늙은 아이 하나를 떠나보내는 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가장 사적인 돌봄의 자리에서 출발해 늙고 아픈 몸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공존의 윤리로 나아간다.

누구에게나 사랑하는 이가 늙고 병드는 때가 온다.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반려동물이든, 나 자신이든. 이 책은 그날을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건네는 다정한 위로이자 안부다. 옥희와 상열, 두 여자가 비추는 ‘늙은이들의 양지’에서처럼, 어쩌면 늙고 병들어 아픈 이들 덕분에 우리가 살아갈 힘과 용기를 되찾을지도, 손길이 필요한 곁들이 부를 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서로를 구원하게 될지도 모른다.

추천평

“사랑이란 어쩌면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의 곁을 지키는 일인지도 모른다.”
여성학자 정희진, 인류학자 이현정 강력 추천!

40대 중반에 엄마를 먼저 보낸 나는 엄마가 몹시 보고 싶어서 상실에서 삶이 멈춘 상태다. 그렇지만 ‘지금 그녀가 살아 있다면’을 희망하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의 간병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애증의 저울질에 지쳐서 한 글자도 쓸 수가 없다. 하지만 ‘옥희’는 이 작업을 해냈다. 페미니스트는 어머니의 시체를 안고 사막에서 길을 잃은 이들이다. 그러나 그 무서운 여정에서 언어를 짓고 ‘세상을 구원한’ 옥희를 나는 사랑한다. 옥희는 엄마와의 공존을 기뻐하며 애증, 상호 착취, 할 수 없는 이야기, 혼자 중얼거리는 말을 모두 꺼낸다. 게다가 의외의 다정한 목소리는 독자에게 위로를 준다. 나이 듦, 인간의 조건, 모녀 관계, 돌봄, 질병… 이 모든 테마를 비추는 󰡔옥희와 상열󰡕은 남녀와 노소, 모든 독자를 껴안고 간다. - 정희진 (여성학 연구자)
“사랑이란 어쩌면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의 곁을 지키는 일인지도 모른다.”
여성학자 정희진, 인류학자 이현정 강력 추천!

기억이 조금씩 지는 자리에서 한 사람의 삶이 비로소 피어난다. 딸마저 잊은 아흔의 엄마 상열은 딸을 언니라 부른다. 평생 이름이 지워진 채 살아온 늙은 여자가 이제야 마음껏 웃고, 화내고, 투정하며 자기만의 우주를 산다. 딸 옥희는 그 낯선 우주의 언어를 더듬더듬, 때로는 오역하며 배워간다. 사랑이란 어쩌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의 곁을 지키는 일인지도 모른다. 수북이 쌓인 당근 앞에 웅크리고 앉은 상열에게서 나는 토끼 한 마리를 보았다. 웃는데, 눈물이 났다. 책을 덮고 나니,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상열이 어느새 내 삶에 들어와 있었다. 중증인지장애 부모를 돌본 기록은 많다. 그중 한 권만 읽는다면 이 책이다. - 이현정 (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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