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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장 코로나 시절, 정상성과 ‘실격’에 대한 다른 상상 1. 근대적 주체와 인간이성중심주의 2. 무지의 권력: 모르는 것이 힘이다 3. 정상성/취약성을 다시 생각하기 4. ‘실격’에 대한 다른 상상하기 2장 불구의 시간성: 비장애중심주의 폭력에 대응하기 1. 불구의 시간 그리고 불구의 시간성 2. 『어둠의 속도』에 재현된 불구의 시간(성) 3. 「무브먼트」와 불구의 시간(성) 3장 “불구 감정”, 정체성 정치를 넘어 1. “불구 감정” 2. 김원영, ‘잘못된 몸’은 없다: 자긍심과 ‘아름다운 몸’에 대한 갈망 3. 일라이 클레어의 “도둑맞은 몸”과 퀴어 ‘불구 감정’ 4. 감정의 끈으로 연결된 정서 공동체의 가능성 4장 능력주의 사회와 인간 실격: 임솔아 소설의 소녀-여성 청년 서사를 중심으로 1. 실격의 인간 2. ‘최선의 삶’이 보여주는 역설: 자발적 탈락 3. 은둔하는 삶과 취약한 자들의 연대 가능성 4. 나자로의 부활을 꿈꾸며 5장 여성 정병러의 소수적 감정 쓰기 1. 삶을 위협하는 질병과 자기배려의 글쓰기 2. 감정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우울의 해방 3. 우울증을 페미니즘의 공유자산으로 만들기 4. 자기를 쓴다는 것 6장 사랑의 취약성과 난잡한 돌봄 1. 정치적 감정으로서 사랑의 취약성 2. 사랑의 취약성으로서 증오 3.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로서 재생산의 정치 4. 타자의 환대로서 ‘난잡한’ 돌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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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취약성, 상호의존, 불구의 시간성, ‘난잡한’ 돌봄을 키워드로 대안적 ‘실격의 페다고지’를 상상하고자 했다. 취약성, 불구의 시간성, 난잡한 돌봄을 긍정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 지금과 같은 경쟁, 혐오, 경멸, 수치심을 자극하는 환경에서부터 공존, 공감, 공생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런 이유로 필자들은 실격의 페다고지를 페미니즘의 기본가로 삼아 다음과 같은 논의를 개진했다.
먼저 코로나 비상사태는 인간의 취약성과 각자도생의 불가능성을 극명하게 드러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간은 자신의 취약성으로 인해 상호의존적이며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감염되고 변이되는 혼종적 존재다. 근대가 주장한 ‘완전한 인간’은 없다. 인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적이다. 인간에게 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들에 의존하여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의 완전성, 불멸성, 자율성에 바탕한 오만한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취약성, 상실, 필멸성, 불완전성을 기본가로 하는 ‘다른’ 상상력의 차원에서 SF서사에 주목했다. 두 번째로, 진보적 시간관에 대한 대안으로서 ‘불구의 시간성’에 주목했다. 그것은 장애와 질병을 둘러싼 일련의 담론에 담겨있는 생산, 건강, 젊음에 대한 강박에 주목함으로써 어떤 사람이든 서로 다른 ‘속도’로 살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비장애인들의 ‘규범적 시간성’이 아닌 각각의 개인들이 경험과 환경에 따라 고유한 시간성을 가진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해피크라시 담론에 균열을 내는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획일적 속도전에서 탈락, 낙오, 배제될지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은 물질적 인프라로서 자신의 몸에 축적된다. 불확실한 미래는 불안과 불편(dis-ease), 아픔과 곤궁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건강함을 입증하기 위해 불건강하고 아픈 삶을 살아내야 한다. ‘행복하라’가 정언명령이 된 사회에서 조울증, 우울감, 만성피로, 탈진, 불안과 초조로 인해 깊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과 소수자들의 자기해방의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1장. 「코로나 시절, 정상성과 ‘실격’에 대한 다른 상상」.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면서, 인문학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히 요청되었다. 기존 인문학의 기본값은 어떤 것이었던가? 건강하고, 이성적이고, 장애가 없고, 병들지 않은, 이성애 남성시민이야말로 근대 인문학이 말한 인간의 기본값(default)이었다. 하지만 근대가 주장한 그런‘이상적 인간’은 부르노 라투르의 말을 빌자면 ‘어디에도 없다.’ 인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상호의존적이다. 코로나 시절은 취약성, 상호의존성, 불완전성을 디폴트로 상상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청해왔다. 그로 인해 부식된 인문학의 위기를 거름삼아 인문학적 패러다임의 낯설지만 비옥한 땅을 상상하고자 한다. 2장 ?불구의 시간성: 비장애 중심주의 폭력에 대응하기?에서는 ‘불구의 시간성’이라는 제시어의 두 가지 의미를 탐색하고, 이를 SF 작품인 ??어둠의 속도??와 ??무브먼트??에 적용하여 비장애 중심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불구의 시간성’을 제안하고 있다. 불구의 시간(성)으로 의미하고자 하는 첫 번째는 무엇보다도 경제적 효율성을 앞세워 장애인 복지에 인색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시대, 불안정한 위기의 시대에 장애의 삶이 당면한 엄혹한 시간에 주목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불구의 시간성’은 이른바 규범적인 시간성의 특징으로서 ‘진보적’ 혹은 ‘목적론적’ 시간관에서 배제된 비규범적인 시간으로서 장애와 퀴어의 교차적 시간성을 의미한다. 장애와 퀴어의 고유한 ‘차이’의 시간성에 주목함으로써 비장애 이성애 중심의 시간성에서 ‘건강하지 않은’ 것으로 배제되어 온 ‘실격’의 의미를 재고할 수 있다. 3장 ?불구 감정: 정체성 정치를 넘어?는 여성, 장애, 퀴어 등의 정체성 정치로는 제대로 포착되지 않는 감정 혹은 정동에 초점을 둔다. 장애와 퀴어의 정체성 정치는 정치적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서 정작 주체의 복합적인 감정을 ‘사적이라거나’ ‘사소한 것’이라면서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필자는 정체성과 관련하여 삶의 다양한 경험과 사건에서 생기는 복합적 감정을 다루는 몇몇 자전적 서사를 탐색하고, 그러한 서사의 특징인 정서적 공감에 주목함으로써 정체성 정치의 대안적 가능성을 살피고자 했다. 소개된 자전적 서사는 사회가 어떤 식으로 주체에게 ‘일관된’ 정체성을 요구하는지, 그에 대한 반응으로서 주체에게 발생하는 감정은 어떻게 모순적이고 양가적인지, 그리고 사회의 요구와 주체의 대응 사이에 어떤 분열이 발생하는지를 증명한다. 4장 「능력주의 사회와 인간 실격」은 여성 프레카리아트를 주인공으로 한 임솔아의 소설을 분석하고 있다. ‘실격’은 얕은 잠에 뒤척대고, 소진될 때까지 우리 자신을 몰아붙이게 만드는 불안의 근원이다. ‘능력주의(Meritocracy)’는 시대의 ‘정언명령’을 자처하기 때문이다. 능력주의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지위나 권력이 주어지는 사회에 대한 약속이다. 그러나 진단 자체가 진부할 만큼 부모의 계층 배경, 부의 세습, 특권의 대물림, 우수한 교육, 사회적 자본, 시대적 및 배경적 상황 등 비능력적 요인은 직업과 소득의 격차로 이어진다. ‘능력주의’는 차별과 불평등을 가리는 베일로 ‘실격’이 철학적?정치적 사유의 언어로 벼려질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실격’을 단순히 경쟁에서의 탈락이 아니라 삶을 구하기 위한 전략으로 제시하는 임솔아의 문학은 혐오와 우울의 시대를 헤쳐 나갈 유의미한 모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장 「여성 정병러의 소수적 감정 쓰기」는 우리 시대의 미학적 우세종으로 부상 중인 자기 서사를 ‘소수적 감정(Minor Feelings)’에 초점을 두어 분석하고 있다. 지금 한국의 자기서사 장에서는 젊은 여성들의 ‘정병러’ 에세이가 주류를 차지한다. 진료실을 튀어나온 아픈 여자들은 “젠더 규범과 ‘완벽한’ 젊은 몸에 대한 관념”을 흔들고 있다. 자기 서사는 지금 ‘자신의 삶’을 지배적 이론이나 기성체제 속으로 휘발시키지 않고 자기를 새롭게 인식하고 보살피려는 자기배려의 기획으로 쓰여지고 있다. 특히 그것은 사회적 약자들의 정치적 대항 가능성이 응축된 불화의 에너지로 가득하다. 여성들의 자기 서사는 과거의 보수적인 여성 에세이와 다른 ‘소수적 감정(Minor Feelings)’의 글쓰기로 읽힐 필요가 있다. 소수적 감정은 지배적 규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거나 그것과 끊임없이 충돌하며 살아가는 소수자들의 삶의 느낌이라는 점에서 여성과 소수자의 자기해방을 위해 주목되어야 한다. 6장「사랑의 취약성과 난잡한 돌봄」에서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로서 취약성에 공감하는 ‘난잡한’ 돌봄의 페다고지를 제안한다. 사랑의 취약성으로 인해 이 지상의 존재들과 함께 더불어 배려하고 타자를 환대하는 ‘난잡한’ 돌봄이 가능해진다. 저출산의 시대를 부정적으로 염려하지만,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이런 현상은 재생산의 의미가 변화된 시대에 대한 일종의 응답인 셈이다. 인간종의 재생산만이 미래의 약속이자 미래의 행복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지구행성에 존재하는, 혹은 소멸되는 모든 존재들과 관계맺기와 돌봄은 페미니스트 페다고지의 관점에서 재생산의 정치로 재해석될 수 있다. 그것이 인문학적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페미니스트 페다고지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