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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鏡潾, 본명:안애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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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이 글들은 마치 십년이라는 숲의 미로를 지나오는 동안
굽어지는 길과 갈라지는 길마다 나뭇가지에 하나씩 묶었던 붉은 리본들 같습니다. 더러는 오래 되어 자줏빛으로, 보랏빛으로 바래기도 했겠지요. 그 길을 내가 되돌아갈 리야 없겠지만, 누군가 해질 무렵 그 숲을 헤맬 때 나뭇가지에 묶인 붉은 길 표식 리본을 발견하고 어떤 모험가가 지나간 길인 것에 안도하고 공감하고 용기를 내기를 바래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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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지리멸렬함과 삶의 일회성을 견디는 방법을 알려주는 작가 전경린,
그녀의 생과 사랑에 대한 욕망을 만난다! 세상이 물에 젖은 얄팍한 비스킷같이 느껴질 때, 당신에게 건네는 지독하고 아름다운 전경린 산문의 힘 글은 생각이면서 경험이다. 그런데도 나는 늘 생각에만 빠져 있다. 세상과 부딪치려하면 구역질이 치솟는다. 세상이, 귀퉁이가 물에 젖은 얄팍한 비스킷 같다. 겨우 그런 것을 내밀며 꾀다니……. 나는 현실과 타자들을 게으르게 쳐다본다. 좋은 작가가 되기엔 비위가 약한 것이다. 나와 시간, 나와 세계, 나와 삶, 나와 글쓰기. 그 뿐이다. 가끔은 그런 절대성에 빠져본다. -’문체와 표현을 확보한’, 귀한 작가 전경린의 정수를 만난다. 전경린은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이다. 이 말은 단순한 사실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동시대 작가 중에서 여성성이 가지고 있는 원시적 아름다움을 가장 섬뜩하게 구현한 작가라는 점에서, 그녀의 대표성은 더욱 빛난다. 그녀의 문학이 통속(通俗)의 경계를 위태롭게 타는 듯 하면서, 아무도 침범하지 못한 자기만의 세계를 구현하고 있는 것은 그녀의 문장이 가진 주술성, 강한 원형성, 비의적 상징 때문이다. 그녀의 문학세계는 대중성과 문학성이라는 두 가지 잣대로는 포착될 수 없으며, 페미니즘이라는 개념 아래 갇힐 수 없는 여성성의 폭넓은 색채를 보여준다. 특히 전경린은 한국 문학계에서 독특한 비유와 어법으로 자신만의 문체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녀의 문장 하나하나에는 낯설음, 섬뜩함, 탈인간적인 가치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전경린의 등단 10년을 기념하는 문학산문집 <붉은 리본>의 향기는 매우 진하다. 많은 산문집들이 하나의 소품처럼 쉽게 만들어지지만, <붉은 리본>은 전경린의 주문 같은 문장과 사유의 역사와 탄생을 발견할 수 있는 시원(始原)과 같다. -‘조심성이 지나친’ 작가 전경린의 등단 10년 기념집 그녀는 매우 ‘조심스러운’ 작가다. 다작(多作)하는 작가이며, 등단 10년을 맞은 중견 작가가 이번 책을 내는 데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오래 묵혀두었던 자신의 문학 노트들을 샅샅이 찾아내어 꺼내는 것도, 그 원석의 파편들에 자신의 세계를 구성하는 주제로 질서를 부여하고, 다시 새로운 말과 생각을 만들어내는 창작의 과정을 거치느라, 시간이 흘렀다. 무질서한 숲속에 하나씩 묶어 두었던 낱개의 ‘붉은 표식’들이 결국에는 하나의 오솔길을 만들 듯이, 이렇게 이 책은 공들여, 그러나 아주 소박하게 만들어졌다. 산문집의 제목인 <붉은 리본>은 그녀가 문학의 숲에 매어 놓았던 이정표이면서, 아직 그녀가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문학의 길의 이름이다. ‘작가의 말’에서 밝힌 것처럼, 자신이 걸어온 길마다 매어두었던 리본들이 이제 하나의 길이 되어, 뒤이어 오는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고 생각된 지금에, 그녀의 문장들은 우리에게 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산문이 띠고 있는 붉은 색은 짙푸른 숲의 거대한 녹색에 짓눌릴 때 숨통을 틔워주는 생명의 색이다. 또한 10년 동안 맨발로 문학의 숲을 걸어 온 그녀의 발이 남긴 흔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산문집을 통해서, 흔한 것으로 쉬운 것으로 값싼 것으로 개인의 일기로 여겨지던 한국 산문의 격이 달라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몸속에 품고 있는 다섯 개의 씨앗에 싹이 튼다 1. 숲 속에 흔들리지 않는 나뭇잎이 없듯이, 개인의 삶 하나하나는 특별하다. 2. 입을 꼭 다문 조개처럼, 평범한 일상 속에는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 3. 여자가 머리에 꽃을 꽂을 수 있는 세상이야말로 가장 아름답다. 4. 우리는 평생 누군가를 특별하게 사랑하는 죄를 짓는 존재들이다. 5. 사람들의 사는 방법이 모두 다르듯, 나의 문학은 세상에 한 벌 뿐인 옷이다. -전경린이 포착한 현대 사회의 ‘미적’ 시민의식은 무엇인가 ‘붉은 리본’은 전경린의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5개의 주제로 질서 잡혀 있다. 그것은 인간의 존재감, 포기할 수 없는 자의식, 미의 극치인 여성성, 천형 같은 사랑, 문학과 세계이다.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 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이 원형의 씨앗들을 전경린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캐내는 방식은 탁월하다. 그래서 <붉은 리본>에 실린 글들을 읽으면 죄와 외로움을 고백하는 신자가 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이야말로 가장 비생활적인 향기를 풍긴다. <붉은 리본>은 그녀가 찍어 놓은 그 맨 얼굴들의 사진첩이다. 작가에게 이 글들은 남들에게 쉽게 노출시킬 수 없었던 사유의 노트들이었고, 등단 이후 지금까지 자신의 문학 세계의 초석이 되었던 문장들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그녀의 산문이 흔한 일상의 글이 아니라, 한 편 한 편이 하나의 문학적 사유의 흔적으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타고서 구별되지 않는다. 흔히 산문은 일상의 풍경을 그린다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산문에서 만나는 일상은 전혀 본 적 없는 듯한 풍경 같다. 매일 아침 창문을 열고 만나는 봄바람도, 동네 골목길을 울리는 행상의 마이크 소리도, 목욕탕에서 만난 아줌마들의 수다도, 원시적이고 비의적인 풍경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녀가 읽는 책과 영화도 작가 개인의 기호나 추억, 작품의 유명도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시민의식을 파악해내기 위한 장치로서 채택된 것이다. 육체의 바쁨과 상관없이 끝없는 외로움에 시달리는 현대인들. 일상이 의미를 잃어가는 무미건조한 생활. 여성들이 자신의 성적 아름다움에 대해 가지게 되는 자조. 시끄러운 사랑이 아니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굳이 새로울 것도 없는데 유난을 떠는 감상들. 그래서 언뜻 보면 그녀의 글은 매우 냉소적이다. 그러면서 끈질기다. 그녀는 사람이 본래 태어나기를 사랑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존재임을 질리도록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녀의 산문들은 쉽게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올 문을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그녀의 글을 읽고 나면 안도감이 몰려온다. 낯선 물 속에서 오래 숨을 참고 있다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와 같은 생경함과 새로운 탄생의 느낌을 받는다. 자연의 힘으로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느린 속도’의 안도감이 든다. 그래서 지리멸렬한 삶에, 구태의연한 사랑에, 적막 같은 외로움에 시달릴 때 그녀의 글을 읽으면 다른 어떤 희망차고 밝은 글보다도 더 용기가 솟는다. 편지를 쓸 때, 책을 읽을 때, 텔레비전을 볼 때, 시장에서 야채를 살 때, 아이를 위해 과자를 구울 때…. 그녀는 방금까지 옆에 같이 있다가, 불쑥 다른 사람은 아무도 발견할 수 없는 다른 세계로 통하는 통로로 사라졌다가 돌아온다. 그리고는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앉아 있다. <붉은 리본>에는 편안하고 황홀한 낯선 세계를 탐색하고 나서 얌전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방법이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