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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병사의 모험
난 당신과 자지 않았어요 제발 좀 조용히 해줘! 어둠 속의 사랑 비행기를 갈아타기 세 시간 전 발견 웃는 남자 첫 사랑 역자후기 |
Doris May Les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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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람들 모습만큼이나 다양하다. 이 책에서 소개한 8개의 사랑을 테마로 한 단편소설은 유럽과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그들의 뚜렷한 작가적 기질이 다른 것처럼 작품들도 다양하다. 전율과 비참함을 느끼게 하는 글에서부터 시작하여 음울하고 차분하며 다소 침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글, 그리고 경쾌하면서 때로는 무겁고 허망한 사랑의 글들을 읽으면 우리 시대 사랑의 노래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감상할 수 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어느 병사의 모험』이란 글은 휴가를 받고 고향으로 가는 병사가 자기 옆자리에 우연히 앉은 여인을 아주 작은 몸짓으로 그녀를 유혹하는 광경을 작가는 망원 렌즈로 관찰하듯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병사의 몸짓이 너무 안타까워 읽는 독자들에게 흥분보다는 안타까움을 갖게 하는 단편소설이다. 그런가 하면 『난 당신과 자지 않았어요』라는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은 그야말로 섬세한 여인, 그것도 중년 여인의 감수성을 아주 여실히 드러낸다. 나이를 들어도 여자의 본능은 죽지 않는가 보다. 나이가 훌쩍 늙어버린 어느 중년 부인이 친구와 솔직한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미 사돈 관계가 된 옛날 남자, 그리고 그 아들과 한때 연인처럼 지냈던 이야기. 이런 사랑도 존재할까? 그녀는 정말로 그 남자와 자지 않았을까? 독자들조차 믿기 어렵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사람, 레이몬드 카버의 『제발 좀 조용히 해줘!』를 읽으면 현대인의 결혼 생활이 얼마나 불안하고 깨지기 쉬운 약속인가를 알게 된다. 결혼, 한 남자와 한 여자는 평생 다른 사람을 영원히 배제하고 살아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내의 불륜을 알고 담담할 수 있는 남자는 과연 몇이나 있을까? 미국의 작가 중에 단편을 가장 많이 쓴 작가는 단연 피츠제럴드이다. 그는 생계를 위해 글을 썼지만, 그렇다고 함량 미달인 작품들은 없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세 시간 전』이란 제목처럼 한 남자가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과거 자신의 추억이 담긴 도시에서 사춘기 시절 알던 여자를 만난다. 너무 좋아했던 여자, 그는 그녀를 평생 추억하고 살았다. 하지만 추억은 간직하는 것이 옳았다는 것을 그는 그녀와 헤어지면 깨닫게 된다. 나딘 고디머의 『발견』라는 글은 아주 짧고 강렬한 사랑의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두 번이나 결혼에 실패한 남자. 그는 어느 날 바닷가에서 우연히 반지를 발견한다. 그 반지의 주인공을 찾아 신문광고까지 하는데, 결국 반지의 주인공을 찾고, 그녀와 결혼한다는 이야기. 너무 뻔한 이야기이지만 나딘 고디머의 유쾌한 문장이 재미있다. 그런가 하면 이들 글들과 다른 다소 난해한 단편소설 두 편이 있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웃는 남자』와 『고도를 기다리며』의 작가 사무엘 베케트 『첫사랑』. 두 작품은 묘하게 닮은 듯 다르다. 두 이야기 모두 사랑이야기이지만 그리 간단한 감성으로 접근하기 힘든 난해한 그러면서도 잔잔한 감성이 기댈 수 있는 작품이다. 『웃는 남자』는 우선 작가의 개인적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일까? 이런 궁금증이 든다. 1929년 우린 알고 있다. 미국의 대공황이 일어난 해라는 것을. 배고픔, 실직, 빈곤이란 단어가 우선 떠오른다. 하지만 작가는 철저하게 그런 시대정신과 동떨어져 있다. ‘코만치 클럽’의 추장이 좋아하는 여자가 나오고, 추장은 그들 클럽에 거의 우상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그가 한 여자에게 푹 빠져 간혹 내뱉는 이야기, 너무 이상한 이야기가 바로 ‘웃는 남자’ 이야기다. 하나도 재미없는 데 재미있다고 한다. 그래서 샐린저는 이상한 작가이다. 독자들과 동떨어진 거만한 작가다. 하지만 그래도 감성적인 글들에게서 위안을 찾는다. 아! 사랑은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인가? 그럼 또 하나 이해하기 힘든 소설을 보자. 사무엘 베케트, 그의 이름만 들어도 공허하다. 우선 그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어본 독자들은 일단 냄새를 맡았을 것이다. 그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허무와 단절이란 단어가 맴돈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그럼 이제 우리는 『첫사랑』을 읽고 그의 글에 대해 따져보아야 한다. 이게 무슨 사랑이야기일까? 아니다. 이건 사랑이야기다. 그것도 아주 슬픈 사랑이야기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또한 공간 배경은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고 온통 삶과 죽음이 별 차이 없이 공존한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살던 집에서 쫓겨 묘지에서 배회하다 창녀를 만나 그녀와 동거를 하면서 아이를 갖고 다시 결혼이란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치는 일단의 줄거리를 생각해 보면, 이 남자의 무능함과 현실 부적응에 안타까움이 우선 든다. 그리고 이런 무능함을 우린 아주 신랄하게 비난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성공지향적인 시대에는 하등 쓸모없는 존재처럼 보이니까. 그러나 그래도 그 사내가 가엾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