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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_돼지 마을 아이들
절뚝이와 해적들 돼지가 된 절뚝이 돼지 연못의 해전 탐정이 된 채적들 잃어버린 바다 끝내며_안녕, 절뚝아! 옮긴이의 말 |
Gennosuke Nagasaki,ながさき げんのすけ,長崎 源之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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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상흔 속에서도 삶은 꿈틀댄다
돼지들은 일꾼에게 대막대기로 얻어맞으며 도살장으로 몰려간다. 울짱에 콧잔등을 부딪히기도 하고, 꿀꿀거리고, 길 냄새를 맡으려고 킁킁댄다. 그 중에는 되돌아가려고 뒤에 오는 돼지를 타넘는 놈도 있다. 그러면 일꾼들이 있는 힘껏 걷어찬다. 돼지들은 꽤액꽤액 울면서 도살장으로 끌려가 쇠로 된 우리에 갇힌다. 구멍 건너편에는 몽둥이를 쥔 도살꾼이 기다리고 있다. …… 다이스케가 절뚝이와 지로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둘은 기기 시작했다. “꿀꿀거려야지.” 도요히사도 웃으면서 절뚝이 엉덩이를 쳤다. 절뚝이는 “꿀꿀.” 소리를 냈다. 부실한 왼쪽 무릎에서는 유리 조각이라도 박혔는지 피가 배어 나왔다. 돼지 흉내를 내려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랴! 도살장으로 가자.” 다이스케가 또 절뚝이 엉덩이를 찼다. 그 바람에 절뚝이는 앞으로 고꾸라져 땅바닥에 콧잔등이 쓸렸다. 다이스케와 도요히사는 배꼽을 쥐고 웃어 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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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은 목소리로 외치는 반전, 그 희망의 불씨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난 이듬해. 매일 삶과 죽음이 교차하며 피비린내를 풍기는 돼지 마을.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에겐 아이들의 삶인 놀이가 있다. 겐, 가메, 코우는 돼지 연못을 ‘우리 나라’ ‘우리 바다’라고 부르며 도요히사로 대표되는 상층민 아이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날마다 작전을 짜고, 해전을 벌이고, 보물섬에 서로 자신들의 깃발을 먼저 꽂기 위해 궁리를 한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먹는 것보다 더 큰 문제, 자존심을 건 싸움이었다. 하지만 절뚝이는 달랐다. 아이들과 같이 놀고 싶어도 절뚝이는 ‘먹고사는 일’ 때문에 매일같이 생활 전선으로 나서야 한다. 음식 찌꺼기를 얻기 위해 도요히사네 앞에서 꿀꿀거리며 바닥을 기어야 하고, ‘절뚝이’라고 놀림을 받아도 제 이름인 양 대답하는 아이다. 모진 현실 앞에서 자존심은 버릴지언정 김상이 남기고 간 염소 ‘메돌이’만큼은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진다. 육체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의 약자인 절뚝이는 엄마와 세 동생들을 위해 역경을 묵묵히 견뎌내는 깊은 속을 가졌다. 한편 일본의 식민지가 된 조선 땅에서 살기가 힘들어지자, 일터를 찾아 일본으로 떠나온 재일조선인 김상네. 그들 가족에게 돌아오는 건, 조선인이라 겪는 멸시와 차별이었다. 김상 아버지는 ‘영감’이라고 조롱받으면서도, 일본 사회에 편입하기 위해 아들 이름을 개명하고 은혜를 갚 는다며 도살꾼으로 만든다. 시대가 부른 거대한 폭력 앞에서 어떻게든 아들만큼은 일본인으로 대접받게 하겠다는 영감의 꿈, 마음 한구석에서 늘 떠나온 고향을 그리며 언젠가는 꼭 돌아가겠다는 김상어머니의 꿈, 그리고 모질게 생명을 죽이는 도살꾼 대신 선원이 되어 먼 세상으로 나아가겠다는 김상의 꿈은 요원해 보인다. 중일전쟁이 더욱 커지고 일본이 조선에서 인적 물적 자원을 전쟁에 조달하던 시기, 병력 보충을 위해 조선인이 일본군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자 김상은 “나는 일본 사람 가나야마 히데키치다!” 하고 ‘당당히’ 말하고 싶어 일본군에 지원한다. 하지만 차별은 군대 내에서도 여전했다. 천황이 하사한 총을 잘못 다뤘다는 이유로 매를 맞고 영창에 갇힌 김상은 밤마다 계속되는 폭력에 못 이겨 결국 탈출을 선택한다. 요코하마의 가난한 ‘돼지 마을’ 아이들 생활에도 ‘비상시국’은 파고든다. 해적 놀이를 하던 연못과 보물섬은 무기 공장에 빼앗겨 버리고, 친구이자 우상인 조선인 김상은 군대에서 도망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더구나 강도 사건 범인으로 몰린 김상을 잡기 위해 경찰에선 대대적으로 사람을 풀어 온 마을을 이 잡듯 뒤진다. 모두가 조선인 김상을 범인으로 몰지만 절뚝이에게 김상은 조선인이 아닌 한 인간이었다. 돼지 냄새 난다고 경멸당하고, 몸이 약해 무시당하는 절뚝이를 따뜻하게 보아준 친형 같은 존재였다. 김상이 남기고 간 염소 메돌이는 절뚝이가 빼앗겨서는 안 될 마지막 그 무엇이었다. 조선으로 탈출하기 전날, 김상은 절뚝이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조선 사람이야. 하지만 내 고향은 조선에 없어. 내 고향은 여기야.” 작가는 어느 편에 서 있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에게는 전쟁도, 이념도, 국가도 껍데기에 불과하다. 조선인 김상과 일본인 절뚝이는 서로에게 모든 걸 벗어던진 맨몸뚱이 존재일 뿐이다. 지키고 싶은 이웃이고 친구이며 목숨이다. 염소 메돌이는 그들을 이어주는 끈이고, 희망의 불씨이며, 그들의 삶이 빛나는 이유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