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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연애편지
김다은
생각의나무 200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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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_ 작가 27인의 은밀한 연애편지를 공개하며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
하성란 _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
박상우 _ 첫 번째 연애편지에 대하여
함정임 _ 푸른 하늘 아래에 너는 존재하고 있다
정끝별 _ Y가 시인 정끝별에게 띄운 편지
마광수 _ 나와 연애편지
권현숙 _ 순간 속의 순간
박형준 _ 당신을 위해서라면 저의 피곤은 행복입니다
홍성식 _ 나, 아직도 너의 향기를 잊지 않았다
이홍섭 _ 달맞이꽃

영원한 마틸다에게
박철우 _ 교련복 입은 제가 교복 입은 당신에게
이승하 _ 그대의 사랑으로 나는 지금까지 행복하였소
송하춘 _ 늦은 봄의 화신
유현숙 _ 내 연애편지 돌려줘요
장성희 * 반칠환 _ 결혼 십 주년 기념 편지
박제천 _ 마틸다에게 보내는 첫 편지

길 위에서 몸을 생각하다
이재인 _ 시집보낸 책과 귀양 온 책을 생각하며
이재무 _ 연보랏빛 등꽃 같은 당신에게
최문자 _ 당신도 산을 걸으십시오
이문재 _ 길 위에서 몸을 생각하다
허연 _ 칠원, 나는 빛을 피해 걸어간다
정해종 _ 아프리카 타운십에서 띄우는 편지
이경 _ 하늘이 무슨 생각으로
허금주 _ 사랑시 한 편으로 타오르는 두 시인

다시 ‘사랑’의 메모장을 열다
김훈 _ 기거이 사랑이라 부르는 기억들
서영은 _ 책상 앞에 앉아 잠자는 지원에게
김동리 _ 長篇小說 ‘연애편지’
엮은이 후기 _ 작가의 연애편지, 새로운 문학 장르의 가능성을 타진하며

저자 소개 1

1962년 진주에서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과와 불어불문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첫 소설 『당신을 닮은 나라』,가 ‘제3회 국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소통 말통』, 『바르샤바의 열한 번째 의자』, 『금지된 정원』, 『모반의 연애편지』, 『훈민정음의 비밀』, 『이상한 연애편지』, 『러브버그』,, 창작집 『쥐식인 블루스』, 『위험한 상상』,, 문화 칼럼집 『발칙한 신조어와 문화현상』, 『너는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하니?』, 서간집 『작가들의
1962년 진주에서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과와 불어불문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첫 소설 『당신을 닮은 나라』,가 ‘제3회 국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소통 말통』, 『바르샤바의 열한 번째 의자』, 『금지된 정원』, 『모반의 연애편지』, 『훈민정음의 비밀』, 『이상한 연애편지』, 『러브버그』,, 창작집 『쥐식인 블루스』, 『위험한 상상』,, 문화 칼럼집 『발칙한 신조어와 문화현상』, 『너는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하니?』, 서간집 『작가들의 연애편지』, 『작가들의 우정편지』, 『작가들의 여행편지』, 『해에게서 사람에게』,를 출간했다. 프랑스어 장편소설 『Le Jardin interdit』, 단편소설 「Imagination dangereuse」, 「Le rat de bibliothequ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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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하성란 소설가 _ 1996년 「풀」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루빈의 술잔』『삿뽀로 여인숙』『내 영화의 주인공』 등이 있으며, 「곰팡이꽃」으로 동인문학상을, 「기쁘다 구주 오셨네」로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받았다.

박상우 소설가 _ 1988년 「스러지지 않는 빛」로 등단했다. 소설집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장편소설 『지구인의 늦은 하오』 『호텔 캘리포니아』 『섬, 그리고 트라이앵글』 등이 있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함정임 소설가 _ 1990년 「광장으로 가는 길」로 등단했다. 소설집 『이야기, 떨어지는 가면』 『밤은 말한다』『내 마음의 푸른 눈』 등이 있고, 다수의 장편소설, 산문집, 미술에세이 및 번역서가 있다.

정끝별 시인 _ 1988년 「칼레의 바다」 등의 시로 등단했다.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등과 시론, 평론집 『패러디 시학』 『천 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 『오륵의 노래』 등이 있다.

마광수 소설가 _ 연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시집 『광마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등과 문학이론서 『상징시학』 『심리주의 비평의 이해』 및 소설 『즐거운 사라』 『광마일기』 및 다수의 문화비평서와 에세이가 있다.

권현숙 소설가 _ 1992년 「두시에서 다섯시 사이」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나의 푸르른 사막』 등이 있으며, 『인샬라』로 한겨레신문 문학상을 받았다.

박형준 시인 _ 1991년 「가구(家具)의 힘」으로 등단했다.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춤』 등이 있고, 꿈과시문학상과 동서문학상을 받았다.

홍성식 시인 _ 2005년 「끝이다, 아니 시작이다」등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아버지꽃』과 『내겐 너무 이쁜 그녀』가 있고 현재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기자로 활동 중이다.

이홍섭 시인 _ 1990년 「현대시세계」에 시가,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었다. 시집 『강릉, 프라하, 함흥』 『숨결』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이 있다. 1998년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박철우 소설가 _ 198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시인 죽다』 『소설』 등이 있으며, 1991년 KBS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승하 시인 _ 1984년 《중앙일보》에 시가, 1989년 《경향신문》에 소설이 당선돼 등단했다.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폭력과 광기의 나날』이 있고, 다수의 시론집과 산문집이 있다.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하춘 소설가 _ 1972년 「한번 그렇게 보낸 가을」로 등단했다. 소설 『한번 그렇게 보낸 가을』 『은장도와 트럼펫』 『하백의 딸들』 등이 있으며, 「험한 세상 다리 되어」로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고려대 국문과로 재직 중이다.

유현숙 극작가 _ 2003년 《문학저널》 동화 신인문학상에 당선됐다. 지은 책으로 『서울 수첩』 『엄마는 홈닥터』 『체 게바라』 등이 있고, 현재 사단법인 한국 희곡작가 협회 이사, 계간 《한국희곡》 주간으로 활동 중이다.

장성희 극작가 _ 199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판도라의 상자」가 당선돼 등단했다. 희곡 『이 풍진 세상의 노래』 『길 위의 가족』『A.D. 2031 제3의 날들』 등이 있다.

반칠환 시인 _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 『누나야』 『내게 가장 가까운 신, 당신』 『하늘궁전의 비밀』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 등이 있다. 2002년 서라벌문학상을 수상했다.

박제천 시인 _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고, 시집 『장자시』 『너의 이름 나의 시』 『나무 사리』 등과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등의 책이 있다.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월탄문학상, 윤동주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계간 《문학과창작》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이재인 소설가 _ 《예술계》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했다. 소설 『악어새』 『정중부』 『씨앗과 놋요강』 등이 있으며,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조국문학상, 농민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재무 시인 _ 1983년 《삶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섣달 그물』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벌초』 등이 있고, 다수의 산문집이 있으며, 김삿갓문학상과 편운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시작》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최문자 시인 _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귀 안에 슬픈 말이 있네』 『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 등이 있고, 협성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문재 시인 _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별빛 쏟아지는 공간』 등이 있고, 김달진 문학상,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허연 시인 _ 시집 『불온한 검은 피』 등이 있으며, 현재 《매일경제》 문학 담당 기자로 활동 중이다.

정해종 시인 _ 1991년 《문학사상》 에 시「을지로 순환선」등이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 『내 안의 열대울림』이 있으며, <아프리카 쇼나 현대조각전> 등을 기획했다.

이경 시인 _ 1993년 《시와시학》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했다. 시집 『소와 뻐꾹새 소리와 엄지발가락』이 있다.

허금주 시인 _ 시집 『저문 길은 나에게도 뻗어 있다』 등이 있으며, 현재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과 계간 《문학사계》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훈 소설가 _ 소설 『칼의노래』 『현의노래』 『강산무진』 등이 있고, 산문집『자전거 여행』 『밥벌이의 지겨움』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서영은 소설가 _ 1968년 《사상계》에 「교」가 당선돼 등단했다. 소설 『꿈길에서 꿈길로』 『사막을 건너는 법』 『사다리가 놓인 창』 『타인의 우물』 등이 있으며 1983년 「먼 그대」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김동리 소설가 _ 193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화랑의 후예」가 당선돼 등단했다. 소설 「무녀도」 「등신불」등이 있으며, 1949년 한국문학협회 소설분과 위원장, 1953년 서라벌예대 교수 등을 지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8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21쪽 | 393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4985957

책 속으로

돌풍은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부딪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어디선가 읽은 듯합니다. 돌풍이 분 시간은 기껏해야 삼사 분, 오륙 분. 그 짧은 사이에 지난밤의 평화는 깨졌고 모두가 잠든 사이에 바람이 누군가가 애지중지하는 강아지를 채갔습니다. 그런 대기 변화처럼 제 심정을 읽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잠자는 사이, 제 뜻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안 될까요. H씨의 답장은 너무도 냉랭했습니다. 짧은 네 줄의 문장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혹시 미처 이야기하지 못하고 행간에 숨긴 마음은 없었나. _ 하성란의「태풍이 북상하고 있다」에서

새로이 살아갈 곳으로 옮기고 받은 우편함 열쇠를 열면서 네 이름을 보았다. 너의 푸른색의 필체를. 너의 모습을 더듬게 하는. 너는 전에도 그 색을 썼었지. 그 색을 좋아하나 보다. 그냥 너의 끌림인지. […] 지난겨울의 긴 시간들. 나는 한가로웠고 빛이 없었던 많은 날들을, 바람이 휘몰아치는 밤들을 쾰른에서 보냈었다. 나는 그곳에서 아마도 처음으로, 그리고 이 땅에서는 마지막으로 여유 있는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다. 그래, 너의 존재는 나의 삶에서 부분이었다.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참견하는 나의 못남을 이해해주리라 믿고, 너의 생명력을 되찾으면서 간직하기를 나의 마음으로 바라면서.
_함정임의 「푸른 하늘 아래에 너는 존재하고 있다」에서

함께 저녁 먹으면서 한 말처럼 흐린 날도 더러 있었지만 좋은 일도 많았지? 무엇보다 결혼 십 주년에 제일 선물은 내가 짜부라들지 않고 그나마 기를 펴게 된 것 다행이지? 더 열심히 정진할게. 놀 만큼 놀고 한눈 팔 만큼 팔았으니 이제 곁눈 가리고 경주마처럼 달려도 될까? 아니 경주마까지는 싫고 고삐 놓은 채 주인이 졸아도 제법 제 갈 길 찾아가는 말처럼만 될까? 새로운 날, 새로운 경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네.
_장성희*반칠환의「결혼 십 주년 기념 편지」에서

길 위에서 나는 시속 오 킬로미터의 속도로 내 몸을 되찾았다. 내 몸의 감각들이 매 순간 되살아나고 있다. 자연과 나 사이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만큼 나는 몸으로 돌아가 있다. 나는 문자 그대로, 갱생하고 있다. 하지만 두렵다. 이 도보순례를 마치고 다시 거대 도시로 귀환할 때, 나는 또 얼마나 심한 부적응에 시달릴 것인가. 하지만, 나는 걷기 이전의 내가 아닐 것이다. 길 위에서 먹고 자고 걸으며 나는 알았다. 감각에 민감할 것, 감각에 충실할 것! 감각이 바로 몸을 복원하는 길의 출발점이었다! K, 길 위에서 먹은 밥이 그대로 힘이 되고 있다. 섬진강 제방길이 그대로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나는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다. 나는 내 몸은 오늘, 오늘이다.
_ 이문재의「길 위에서 몸을 생각하다」에서

왜 너에 대한 소식에는 군더더기가 따르지 않을까. 하다못해 무슨 옷을 입었다든지, 누구랑 같이 있더라는 말까지도 생략되는 것일까. 어느 모임에서든지 너는 항상 한 발 물러나 있다. 너의 존재는 있는 듯 없는 듯하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를 놓고 설왕설래하던 이야기가 언쟁에 이를 즈음이면 불현듯 어는 쳐다본다. 그럴 때 좌중의 분위기는 다들 땅바닥에 앉아 있어, 오직 한 사람만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잊고 있다가 문득 그 차이를 무언중에 깨달은 것 같은 그런 것이다.

_서영은의 「책상 앞에 앉아 잠자는 지원에게」에서

출판사 리뷰

하성란의 위태로운 심연이 배어나는 편지부터
사랑을 사유하고 기록한 김훈의 편지까지

낡은 서랍 속에 은밀하게 숨겨뒀던
우리 시대 작가 27인의 연애편지를 공개한다!


작가의 연애편지, 새로운 문학 장르의 가능성을 타진하다

소설가 함정임의 첫 편지에서 소설가 김훈의 마지막 편지까지 작가 27인의 연애편지가 모이기까지 무려 삼 년의 시간이 걸렸다. 『작가들의 연애편지』에 실린 각 편지들은 소설가이자 문창과 교수인 김다은에 의해 기획되어 2003년 11월부터 2006년 1월까지 월간 《넥스트》에 게재된 것들이고, 소설가 김동리, 김훈의 것은 그 후에 보태어졌다. 김다은은 문인들로 하여금 서랍 속에 꼭꼭 숨겨뒀던 편지를 꺼내게 하고, 서간문이란 오래되고도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실험하게 하여 ‘연애편지’라는 소중한 유산을 한자리에 모아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은밀하기에 공개조차 금기시됐던 연애편지는 어렵게 세상의 빛을 본 만큼 더욱 귀하고 귀하게 읽힌다.

이 책을 엮은 김다은은 이 년 전,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를 회고하며,“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국가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온 학자까지 작가의 연애편지를 문학 텍스트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작가의 편지 문학은커녕 연애편지나 사적 서신의 공개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편지의 기능이 안부나 감정 전달이라는 실용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편지 그 자체가 문학적 실험의 장이거나 텍스트라는 인식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현 시점에서 작가들의 연애편지를 공개하여, 독자들에게 편지가 지닌 문학성을 환기시키고자 했다.
선뜻 연애편지를 공개하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개된 편지가 사생활 노출, 호기심 자극의 수단 혹은 가십이 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엮은이의 노고가 짐작되는 삼 년이란 녹록치 않은 시간 끝에 문인들의 귀한 연애편지가 독자들에게 공개됐다. 이 책에 실린 작가들의 연애편지는 진실성을 내포함과 동시에 작가의 글쓰기 실험의 장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문학적 장르에 포함할 수 있는 픽션의 가능성이 있다. 유럽의 작가들이 실제 주고받은 편지를 수정해서 자신의 삶을 픽션처럼 만들어놓은 새로운 문학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소설가 함정임의 첫 편지에서 소설가 김훈의 마지막 편지까지 삼십여 편의 연애편지를 모으는 데 꼬박 삼 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가장 큰 변화는 필자가 작가들에게 연애편지를 필사적으로 요청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연애편지를 건네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연애편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금기가 깨져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작가의 연애편지는 더 이상 가십거리가 아니다. 유럽 국가들처럼 한국 작가의 연애편지도 문학 텍스트로 당당히 거듭날 수 있음을 알리는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는 금기 뒤에 숨어 있던 우리의 슬픈 역사와 권력의 억압을 간파한 작가들의 통찰력 덕분이었다.” _ 엮은이의 머리말에서


작가 27인의 연애편지, 진심을 발신하다

연애편지의 지극한 사사로움과 은밀함은 곧 달콤한 욕망이다. 연애편지의 발신자, 수신자, 제3의 관찰자 모두에게 연애편지의 속살은 욕망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철저한 침묵으로 그 실체를 감춘 연애편지는 하나의 금기에 부쳐진다. 여기, 관습의 금기를 깨뜨린 작가 27인이 있다. 부러 꾸며대거나 수식하지 않은 자신의 비밀스런 연애편지를 당당히 공개한 것이다.
돌풍처럼 스쳐간 사내에게 끝내 이별을 고하는 하성란의 편지, 첫사랑이었던 여선생님께 세월이 흐른 후 진심을 고백하는 박상우의 편지, 짝사랑에 휘둘린 한 사내에게 받은 정끝별의 편지, 병약한 고학생이었던 자신과 결혼해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이승하의 편지, 연인보다 더 살가운 이성친구와 주고받은 함정임의 편지, 나어린 여대생과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 마광수의 편지, 죽은 아내에게 보내는 박제천의 편지, 타인에게서 연인의 모습을 읽어낸 권현숙의 편지, 여행길에서 몸의 감각을 사유하는 이문재의 편지, 사랑과 기억에 관한 메모장을 들춘 김훈의 편지, 소설가 김지원에게 사랑과 우정을 전하는 서영은의 편지, 소설과 편지의 장르 구분을 허문 작고한 김동리의 편지까지 시인, 소설가, 극작가 27인은 이물감 없는 순수한 연애 감정과 뛰어난 문학성을 연애편지 속에 담아냈다. 『작가들의 연애편지』은 분명 작가의 은밀한 심상과 사생활을 엿보는 독자들의 관음증을 충족시켜줄 것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줄글에 녹아 있는 작가의 진심과 인생에서 가장 황홀했던 한 순간의 포착이다. 밝은 눈으로 작가의 진심을 해석해낼 때, 독자는 작가가 쓴 한 통의 연애편지의 수신자가 된다.

연애편지, 다양한 의미로 변주되다

『작가들의 연애편지』에 수록된 편지들은 전형적인 연애편지의 도식만을 좇진 않았다. 이책은 4부로 구성되는데, <1.태풍이 북상하고 있다 2.영원한 마틸다에게 3.길 위에서 몸을 생각하다 4.다시 ‘사랑’의 메모장을 열다>로 구성된 각 편지들은 확대되고 확장된 개념의 연애편지를 담고 있다.
찬 기운과 따듯한 기운이 충돌하여 발생하는 태풍의 특성을 은유하는 1부(태풍이 북상하고 있다)는 팽팽한 긴장감과 정염과 정열의 기억들을 모았다. 2부(영원한 마틸다에게)는 인애와 우정으로 발전된 부부간의 서신과 부부간의 위기를 모았다. 격정적인 과거의 사랑만큼 현재의 안정과 여유에 감사를 전하거나 부부가 헤어지려고 하는 위기적인 순간의 연서라 하겠다. 3부(길 위에서 몸을 생각하다)는 자아, 몸, 생명 등에 관한 사유가 기록된 편지글이다. 수신자는 사랑하는 그 혹은 그녀 등의 타인이다. 4부(다시 ‘사랑’의 메모장을 열다)는 특히 눈여겨 볼만하다. 김훈은 사랑과 기억 등의 단어에 관한 꼿꼿한 사유를 마치 익명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혹은 산문처럼 적고 있다. 서영은은 동성애를 위장한 시적 글쓰기를 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김동리는 ‘연애편지’라는 제목을 붙였으나 형식은 소설과 동일한 낯설고 실험적인 연애편지를 쓰고 있다. 이 책은 연애편지가 절절한 애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다양한 형식의 그릇에 담을 수 있는 새로운 글쓰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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