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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소설 - 누군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흙 원주통신 당신이 잠든 밤에 국기게양대 로망스 - 당신이 잠든 밤에 2 수인(囚人) 할머니, 이젠 걱정 마세요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해설 - 정치적으로 올바른 아담의 두 번째 아이러니 / 신형철(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
LEE G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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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재발견, 단편 소설의 재발견
- 최세라 (rasse@yes24.com)
이기호를 좀 더 일찍 만났다면 국내도설의 '재미'가 영 시들해졌다고 쉽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뒷심 강한 8개의 단편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이 발칙한 상상력과 허심탄회한 문장력을 보여준다. 만화같은 표지와 장난치는 듯한 제목이 주는 느낌 딱 그대로, 이기호의 세계는 가볍지만 실용적이고 진중하다.
이제 작정하고 자기 얘기를 썼다는데, 사실 이 작품들 속에 정상적인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다. 말도 안되는 소설을 읽어주는 소설가(나쁜 소설), 콘크리트로 굳게 닫힌 교보문고를 뚫어 보겠다는 작가(수인), 국기 게양대와 사랑에 빠진 로맨티스트(국기게양대 로망스), 박경리 선생과 친척이라고 한번 한 거짓말 때문에 심하게 삶이 꼬여버린 백수(원주통신) 등, 모두가 아킬레스건을 잘려버린 절뚝발이 소시민들이다. 주인공들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비열하고 불쌍한 모습들이 '사회'와 충돌해 변질되어 가는 과정이 리얼하고도 황당하다. 그래서 인물들은 엉뚱해서 귀엽고 어리숙해서 즐겁다. 8편의 단편이 모두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 재밌는데 그 중에 특히 직업과 맞닿아 있어 그런지 <수인(囚人)>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황석영 선생이 '글쓰기는 노동이다'라고 했던 말을 가장 직접적으로 묘사한 소설이 바로 이 소설일 것이다. 어느 무명 소설가가 자기 작품을 찾기 위해 교보문고를 뒤덮은 25m 두께의 시멘트벽을 곡갱이 하나로 뚫어 가는 작업, 이 작업이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노동이 아닌가.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뚫어야 할 두터운 벽, 대중들이 알아주는 작가가 되기 위해 통과해야하는 깊은 굴 앞에서 매일같이 찍고 또 찍는다. 그의 전작 <최순덕 성령충만기>도 이 책을 보고 반해서 찾아보게 되었는데 풀어가는 '설'이 보통이 아니다. 가끔 인터넷에 인기 있는 패러디 글들을 보면 그 기발함에 땅을 치게되듯이, 집중해서 쉬지 않고 읽으면, 번뜩이는 말장난과 위트 속에서 패러디 영화 한 편을 고스란히 건져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모든 소설이 그렇듯 이 모든 것이 '웃기자'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주인공을 첩첩산중으로 끌어들이고야마는 주변 기재들의 이중성을 곰곰히 따져본다면 소설 보는 재미는 어느새 배가 될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를 좋아해 '요즘 무슨 책이 재밌소?'라고 묻던 택시 기사님께도 주저없이 추천한 적이 있는데, 그 택시 기사님을 다시 만난다면 이번에는 꼭 이기호 책을 추천하고 싶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버나드쇼의 묘비에 적힌 글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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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소설은 무엇보다 소설의 본질인 '이야기'에 충실하며 작가(화자)와 독자(청자의 거리를 좁히기에 힘쓴다. 이기호의 이러한 작업이 값진 것은 그것이 소설을 현실과 당당히 경쟁하게 만들고 현실 속으로 좀 더 깊이 파고들게 하는 일이기 때무이다. 서술자이자 작가인 화장가 당신이자 독자인 청자에게 최면을 유도하고 최면에 걸린 청자가 변태 취급을 받아가며 여관방에서 콜걸에게 소설을 읽어준다는 독특한 발상의 『나쁜 소설 - 누군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는 이기호의 '친(親)독자적' 소설관을 집약하고 있는 작품이다. 한편 이기호의 소설가관은 별볼일없는 소설가가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아수라장이 된 세상에서 살아남기 ㅟ해 교보문고를 뒤덮은 이십오 미터 시멘트벽을 곡괭이 하나로 뚫고 들어간다는 내용의 『수인(囚人)』에 잘 표출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소설가는 자신의 직업이 소설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곡괭이질을 하지만 정작 그의 생존을 담보하는것은 바로 그 곡괭이가 상징하는 그의 노동력이다. 이 작품에 드러나 있는 것은 소설가를 만드는 것은 소설가이고자 하는 '의지'이므로 소설가는 직업이 아니라 하나의 상태라는 색다른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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