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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상적 선정 이유
치열한 작가 정신이 살아 숨쉬는 소설 소설적 세계의 모범을 보여준 작품 꿈과 신화를 잘 승화시킨 역작 2. 수상 소감 본질에 다가가는 작업 3. 작가론 - 강석경 천상을 꿈꾸는 유목민이 글쓰기 4. 대상 수상작 나는 너무 멀리 왔을까 5. 수상자 자선작 물 속의 방 6. 우수작 백조들 노래하며 죽다 버스, 지나가다 려인 토니와 사이다 더없이 어렴풋한 일요일 능소화 7. 기수상 작가 최근작 부활 무렵 |
姜石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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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의 겨울은 영하 2.30도야. 침을 뱉으면 그대로 얼어붙지. 더럽고 질척거리는 것들도 다 얼어붙으니까 깨끗하기도 해. 이곳에선 외로움조차 그렇게 얼어붙어서 감정도 고체화되는 것 같아. 오늘도 송화강에 나와 저 막막한 벌판을 바라보며 소냐도 생각하고 안중근도 생각했어. 이 멀리까지 와서 사람 하나 쏘아 죽인들 무엇이 바뀌랴. 안중근은 이등박문을 죽여도 안 된다는 걸 알았을 것 같아. 이 거대한 자연 앞에 서면 인간 존재가 하찮다는 걸 알게 되니까. 인간의 발버둥이. 조선의 독립투사도 그저 으악, 소리 한 번 지르고 싶은 심정으로 총을 쏘았을 거야. 하얼빈은 그런 곳이야. 정말 춥고 외로워. 정신의 유형지라는 말도 사치야.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고 아무도 내 존재와 연결되지 않아.
--- pp.3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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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희수는 문앞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휙 잡아당긴다. 얼굴은 더위로 벌겋게 달았고 급한 마음에 열쇠 꽂을 생각도 하지 못해지만 문은 아무 저항 없이 열린다. 문을 잠그지 않았던가? 무작정 한 발을 들여놓은 후에야 희수는 고개를 갸웃한다. 잠깐 나갈 땐 문을 잘 잠그지 않거니와 물건값도 두 번 치르는 등 워낙 정신을 빠뜨리고 다니는 희수여서 이날도 문을 열어 둔 채 나왔는지 모른다.
분명히 잠갔다는 생각도 들지만 희수는 자신할 수가 없다. 그동안 피아노를 치러 간 정미가 집에 온 건 아닐까. 언젠가 희수가 나간 사이에 일찍 집에 왔던 장미가 두 시간이나 어린이놀이터에서 헤맨 적이 있었는데 그 뒤 희수는 딸아이에게도 따로 집 열쇠를 만들어 주었다. 정미야, 종일아…… 공연히 누군가 집에 있을 것 같아서 희수는 마루에서 아이들 이름을 차례로 불러본다. --- p.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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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어둡고 한 쌍의 남녀가 차지한 식탁만 조명을 받은 듯 드러나 있다. 두 사람이 자리잡은 식탁엔 음식이 담긴 접시가 놓여 있다. 둥근 식탁이지만 두 사람은 거의 나란히 앉아 있다. 긴 생머리를 곱창리본으로 묶은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곤 남자를 주시하고, 남자는 접시를 밀어놓은 채 허공을 보며 독백하듯 무어라 말한다. 여자가 순간 그의 입술에 재빠르게 입맞춤한다. 남자의 입에 닿은 여자의 뾰족한 입술,
남자는 주춤하다 여자의 시선을 의식하며 다시 말을 계속하는데 여자가 또다시 남자 입에 입맛춤한다. 사랑스러워 못견디겠다는 듯. 순간 낭패한 표정으로 무력하게 하얀 식탁보를 바라보는 남자. 남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카메라, 흰 식탁보 클로즈 쇼트. 눈부시게 흰 식탁보가 쏟아진 물감처럼 시야에 번진다. 밝고 부드러운 빛이 포대기같이 그를 감싸는 듯하다. 그에게 입맞추던 여자도 사라져, 안도하며 빛의 공간을 유영하는데 눈이 시리게 흰 삼파장 형광등이 눈에 들어왔다. 책꽃이의 책들과 책상, 빛들이 은하수처럼 호르는 컴퓨터 화면이 그의 동공에 스쳐가자 관은 꿈을 꾼 것을 알았다. 불을 켜둔 채 잠이 들었나 보다. 관은 눈을 뜨려다 몽롱한 상태로 뒤돌아 누웠다. 선잠에서 깬 탓에 눈꺼풀이 무거웠다. 다시 어둠 속에 숨죽이고 있으려니 꿈에 본 O의 모습이 보름달처럼 떠올랐다. O가 달처럼 그를 쫓아오고 있었다. 둥근 식탁에서도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무언가 어긋나 보이던 두 사람, 관이 시나리오라고 생각한 장면들은 꿈이었다. --- pp.2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