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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대하여 고통에 대한 세 가지 생각 형수의 죽음 운주사 와불님 네모난 수박 손 국화빵을 사먹는 이유 아래를 먼저 보세요 실패에는 성공의 향기가 난다 만남을 위하여 기도하라 눈부처 십자가를 품고 가자 나를 먼저 용서합니다 우리는 언제 외로운가 꽃에게 위안받다 진정한 아버지의 길 어머니는 늙지 않는다 2. 고요함을 찾아서 만남과 헤어짐 반지의 의미 땅 위의 직업 내 인생을 움직인 한마디 채봉 형 생각 '어린 왕자' 같은 사람 성철스님 마더 테레사 수녀님께 보내는 편지 공씨 책방 박항률 그림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 소록도 나의 첫 키스 시를 쓰던 어머니 겨울의 의미 3. 십자고상 춘란 이야기 싹 꽃은 왜 피는가 생명의 무게 달팽이 고래 봄바다 감사합니다 책 예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12월 희망을 주는 기도문 첫마음 |
鄭浩承
정호승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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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는 하루만 살 수 있는데
불행히도 하루종일 비가 올 때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루를 살아간다고 합니다. 지금 제 인생에도 비가 오고 있습니다. 인생은 비가 와도 술 한잔 사주지 않습니다. 하루살이가 열심히 살아가는 비 오는길에 술잔을 들고 당신이 서 있으면 덜 외롭겠지요. 2001년 8월 정호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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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한 인간의 일생과 영혼의 모습을 결정짓는다. 우리는 책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름다워질 수 없다. 인간은 책을 읽을 때가 참으로 아름답다.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인간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면, 책을 읽는 노인의 모습 또한 아름다운 모습이다. 햇살이 따스한 뜰에 나와 손자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슬그머니 의자에 앉아 돋보기 안경을 끼고 책장을 펼치는 노인의 모습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도 가끔 한권의 책이라는 인간이 되고 싶다. 이른 아침 창가로 햇살이 스며들 때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한 권의 책. 시집이면 더 좋겠다. 시집이 되어 사랑하는 여인의 책상위체 놓여 봄 햇살을 쬐고 싶다. 나를 넘기는 여인의 손가락과 눈빛의 향기를 마음껏 맡고 싶다.
--- p.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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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을 다 써넣어도 모자라지만...
우리는 고요함을 통해 우리의 삶을 성숙시킬 수 있다. 사랑에 있어서도 격정 다음에는 고요함이 그 사랑을 성숙시키고 지속시켜준다. 인생의 진정성은 시끄러운 데 있는 것이 아니고 고요한 데에 있다. 석가도 고요한 나무 아래서 인간의 삶을 생각했고, 예수도 고요한 산상에서 인간의 사랑을 생각했다. --- p.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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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토미는 폭풍우를 견뎌낸 쑥부쟁이꽃을 보호하는 일로 하루해를 다 보낸다. 아빠가 잔디를 깎을 때에도 꽃 주위에 돌로 바리케이드를 쳐서 꽃을 보호한다. 토미아빠도 토미한테 그 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잔디를 깎을 때에도 꽃은 절대 다치지 않게 하고 잔디를 깎았다. 그러나 겨울이 오고 첫눈이 오는 날 꽃은 시든다. 결국 토미할머니도 세상을 떠나버린다.
토미아빠는 슬피 우는 토미를 안아주면서 울지 말라고 위로한다. 꽃은 다시 피어나고, 꽃이 피어날 때 할머니도 우리들 마음에 다시 살아나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슬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토미도 결국 슬픔과 눈물이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꽃이 진 그 자리에 봄이 오자 다시 더 많은 꽃이 피어났기 때문이다. 만일 천둥과 번개가 치는 고통의 밤을 참고 견디지 못했다면 꽃은 열매를 맺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이듬해 봄에 더 많은 꽃을 피울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세상의 누구든 고통을 참고 견디지 못한다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폭풍우를 견딜 수 있는 꽃과 나무와 새들만이 살아남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한 생을 살면서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만 맞으며 살아갈 수는 없다. 따스한 햇살을 맞기 위해서는 혹한의 추운 겨울이 있어야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살기 위해서는 뜨거운 폭염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pp.1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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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등단 이후 30년간, 동시대의 인간과 그들의 삶을 정갈하면서도 섬세한 시선으로 시폭에 담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가 <현대문학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되면 시인이 된다는 말도 있지만, 이미 수십 년간 삶을 노래해온 시인에게 지천명을 넘어 다가온 인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 책에서 시력 30년의 정호승 시인은 그동안 시 속에 다 품어내지 못했던 삶의 내부를 진지하고도 적극적인 자세로 대면한다. 일찍이《별들은 따뜻하다》《외로우니까 사람이다》《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등의 시집을 통해 인간의 근본적인 고독과 슬픔의 원형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준 정호승 시인은 이번 산문집에서도 그 같은 휴머니즘의 맥을 유지하면서, 고통과 절망으로 가득한 인생길을 걸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삶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는지 구체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문장들로 호소한다. 제목《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가 암시하는 바와 같이, 작가는 인생을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닌 냉정한 현실이자, 오히려 고통을 안겨주는 가시밭길로 보고 있다. 무엇 하나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인생이라는 폭풍 속에 던져진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곤 버티어내느냐와 포기하고 그대로 폭풍 속에 잠기어버리느냐의 두 가지뿐이다. 하지만 죽음조차도 참으로 구체적인 것으로 인지하고 있는 작가는 달팽이처럼 버려지더라도 참고 버티는 삶에 몸을 던진다. “인생의 여름에도 폭풍우는 몰아친다. 폭풍이 몰아치지 않는 인생은 없다. 누구의 인생에도 폭풍우가 몰아쳐서 고통스럽다. 문제는 그 폭풍우를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달려 있다. 두려워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언젠가는 다가올 폭풍우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 <태풍에 대하여> 중에서 이미 인생을 고행의 길로 상정하고 있는 작가는 '고통이 있어야만 내 삶이 보다 더 풍부해'진다고 역설하면서 고통을 참고 견디는 것에 삶의 깊은 의의를 부여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보여준다. 그 첫번째 경험은 '자연에게 위안받는 것'이다. 폭우의 밤을 견디고 피어난 꽃 한송이, 가슴을 쓰다듬어주는 푸른 숲길, 머리 위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 길바닥에 버려진 달팽이, 병든 아기참새 등의 작지만 고요한 생명력에 작가는 감화받는다. 두번째 경험은 '나보다 불행한 사람들을 통해 위로받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이기적이고 즉흥적인 사고의 발상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추운 겨울 식은 국화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국화빵 장수, 지하철 출구 계단에서 김밥을 파는 아주머니, 지하철을 오가며 구걸 행각을 벌이는 맹인들, '땅 위의 직업을 갖고 싶다'던 탄광촌 광부 김장순 씨 등 우리보다 조금 더 힘들고 지친 삶을 버티어내는 사람들은 우리의 어줍잖은 불행을 위로하는 '위안의 성자'이며 우리는 이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세번째 경험은 '사랑을 하는 일'이다. 남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일, 시련의 삶을 잉태해주신 신을 원망하면서도 또한 그 침묵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일은 나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삶은 그토록 고통스러운가? “내 삶의 고통은 나 자신이 먼지와 같은 미미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 자신을 햇살에 드러나는 먼지와 같은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햇살에 피어나는 꽃과 같은 존재로 생각한 것은 더 큰 잘못이었다.” -<감사합니다> 중에서 작가는 스스로의 존재를 겸손하게 깨닫게 되었을 때 비로소 삶이 평온하게 느껴졌다고 고백하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대 사회의 온갖 시끄러운 욕망의 목소리에서 자유로워질 것을 당부한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사실,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는 당연한 본질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마음의 평화는 시작되고 성숙된 삶으로 이끄는 촉발점이 된다. 도종환 시인의 발문처럼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우리의 마음을 맑게 씻어주고 위로해주는'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는 사려 깊은 문장에 고요한 철학을 담고 있어,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한번쯤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성찰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