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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집 사람들
은미희
문학사상 200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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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심사평 : 어려운 생의 미세한 그늘에 대한 성찰-한수산·최윤·조남현
작가의 말 : 또 하나의 헛것을 세상에 내놓으며

어둠의 시간들
깊은 산 속 옹달샘
각목쌓기
어깨산의 전설
야반도주
유 혹
신화의 전설의 땅
산 자와 죽은 자의 독대
통속의 삶
암수염 고래와 작은 물고기
어머니의 방
궤도이탈
애혈의 시대
악어와 악어새
명주이불
거인을 꿈꾸며
욕망의 시간
섬으로 간 청미
붓 꽃
시간의 강
각 서
꽃 섬
세상 끝
배 꽃
가난이라는 외투
마약 중독자
악 몽

작품평 : 시간 없는 자궁으로의 회귀-한승원

저자 소개 1

199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다시 나는 새」 당선. 2001년 삼성문학상 장편소설 『비둘기집 사람들』 당선. 광주대학교 인문사회대학 문예창작학과 및 같은 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동신대 한국어교원학과 박사과정 수학. 소설집 『만두 빚는 여자』, 장편소설 『소수의 사랑』ㆍ『바람의 노래』ㆍ『18세, 첫경험』ㆍ『바람남자 나무여자』ㆍ『나비야 나비야』ㆍ『흑치마 사다코』 등 출간. 전 동신대학 강사. 현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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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56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0123899

추천평

은미희의 소설을 읽으면서 열목어(熱目魚-Brachymystax lenok)에 대한 생각을 했다. 열목어는 '경골어류 청어목 극지송어과의 물고기인데, 목은 길고 측편되었으며 몸 빛깔은 은색 바탕에 눈 사이와 옆구리, 등지느러미, 가슴지느러미에 크고 작은 자홍색의 불규칙한 작은 반점들이 많이 흩어져 있다. 산란기인 4~5월이면 온몸이 짙은 홍색으로 변한다. 등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 부분은 흑록색을 띤 무지개 모양의 광택을 내며 아름다운 무지개 빛의 지느러미로 변한다. 냉수성 어류로서 일생을 깨끗한 하천의 상류에서만 산다. 항상 수온이 낮은 곳을 좋아하므로 여름철에는 냉수를 찾아서 상류로 올라간다.'

열목어가 그렇게 냉수를 찾아 상류로 올라가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온 성정 때문이다. 소라 고동, 우렁이 고동의 나선이 시계방향으로 돌며 상승하는 것, 태풍의 눈이나 용오름이 오른쪽으로 도는 것, 나팔꽃 덩굴, 호박 덩굴의 손이 마찬가지 방향으로 감고 올라가는 것이 다 그러하다. 모든 것들은 낮은 삶으로부터 좀더 상층에 있는 삶으로 나아가려고 꿈꾸며 발버둥친다. 그것은 우주적인 힘의 율동이다. 프로이트의 '고대의 잔재', 융의 '원초적이고 옛날부터 이어받은 유전적인 인간의 마음의 형태'도 같은 패턴이다. 플라톤의 '이데아', 노자 '장자의 도(道)', '천하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심오한 법칙(率)'이라고 한 주역에서의 말도 마찬가지이다.

이 글의 목적인 '비둘기집 사람들'의 주인공들이 결국에 이르는 곳, 시간이 없는 자궁으로의 슬픈 회귀를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바다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탄생한 모태이다. 그것은 우리들 우주의 자궁이다. 때문에 모든 것은 자궁으로의 회귀 본능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 바다는 가시적인 것일 수도 있고 비가시적인 무의식의 바다일 수도 있다.

그들에게는 참담한 실존이 있을 뿐 종교적인 구원이 없다. 청미는 물고기가 되고 싶어 한 대로 바다 속으로 용해되고 있고, 형만은 고향을 버리고 밤길을 나섰을 때 물줄기만 따라서 일자로 갔듯이 이제 죽음을 앞둔 허허로운 바다 속으로 흘러간다. 열목은 원래의 빈손으로 돌아가고 있고, 성우는 청미가 없어진 다방에서 '마음 한쪽이 뭉텅 잘려나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시간은 잔인한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가 완벽하게 갖추고 있지 않은 것들을 파괴한다. 어떤 존재에게 미래가 없을 때 시간도 따라서 없어진다. 이들의 회귀는 미래 없음, 즉 시간이 지워진 공간으로의 회귀이다. 다만 성우에게 미래가 창조될 기미가 보일 뿐이고 그러므로 그는 우리들의 희망일 수 있다.

이 소설의 끝 문장이 말해 주듯 '비둘기 여인숙'은 정적 속에서 숨을 죽인다.
그러나 그것은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안식할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도는 음지식물 같은 현대인들의 비가시적인 시공 속에 존재하게 된다. 구원받지 못한 수많은 청미를 위하여, 돌아가려 하지만 돌아갈 곳이 없는 많은 형만을 위하여, 매혈한 돈을 오렌지 주스 한 잔으로 마셔 버리는 수많은 열목과, 싸구려를 부르며 시장통을 누비는 많은 성우를 위하여, 행상을 하다가 개에게 물린 상처에다 된장을 바르는 많은 어머니를 위하여, 다시 태어나는 시공으로서의 그 바다와 자궁의 딴 이름인 '비둘기 여인숙'은.
--- 한수산(소설가)
문장, 플롯, 인물창조 등에 들인 정성과 공력은 이 작가가 앞으로 좋은 작품을 계속 쓸 수 있는 저력을 갖추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해준다.
--- 조남현(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
명실공히 한국 정상의 종합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30년 역사의 2001년도 삼성문학상 장편소설 부문에는 모두 130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예심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0인으로 구성된 예심위원회에서 담당하였다. 예심위원은 소설가 김인숙, 박덕규, 원재길, 은희경, 전경린 씨와 비평가 강상희, 권명아, 우찬제, 정호웅, 채호석 씨 등이다. 1차 예심을 거쳐 모두 13편의 작품이 2차 예심에 올려졌으며, 2차 예심을 통과하여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비둘기집 사람들>`<마지막 탱고>`<말보로 사람들>`<황금 소나무>`<바리 공주님을 찾아서> 등 다섯 편이었다. 올해의 공모는 응모작 편수 130편이라는 치열한 경쟁 속에 이번 심사에서는 작품에 임하는 작가정신 및 차후 성장 가능성을 주목했다.
거의 매 쪽마다 읽는 이를 잠시 멈추게 하는, 어려운 생의 미세한 그늘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매력 있다. 과거와 현재의 삶을 일종의 돌림노래의 형태로 구성한 작품으로 작가의 저력을 엿볼 수 있다.
--- 최윤(소설가)
소설이라는 거대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나는 어느 날 소설 속에 빠져 버렸다. 내가 미처 세상을 알기도 전에. 깊이도 알 수 없고, 넓이도 알 수 없는 소설의 바다에 빠져 난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오로지 소설을 통해 사람을 보고, 사랑을 하고, 세상을 보았다. 소설만이 전부였다.
어느 날 돌아보니 나는 없고, 소설만이 있었다. 아무리 나를 찾으려고 해도 나는 없었다. 엄살을 부려도 사람들은 듣질 못했다. 나를 포함한 모든 게 헛것이었다. 현실이란 세상도 언제나 내가 만들어 낸 가상의 세계였고, 나 또한 소설 속 한 사람이었고, 난 그렇게 헛것의 세상을 떠돌았다. 그러다 또 어느 날 보니 소설이 나를 먹고 있었다. 내가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소설이 나를 통째로 집어삼키고 있었던 것이다.
난 소설이라는 미궁을 탈출하기 위해 소설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또 하나의 날개를 달았다. 내 눈을 가리는 소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난 날개가 필요하다. 앞으로 부지런히 나는 연습을 할 테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듯, 나는 되도록 높이 날아 '소설'이라는 거대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소설 속에 빠져 익사해 버리지 않고, 정말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
하지만 난 이카루스의 신화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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