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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
양장
천양희
샘터 2006.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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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장
헤세가 가르쳐준 우정/진정한 성공/네루다의 시와 숨결/사랑하는 자만이 날 수 있다/잃어버린 마음들/고통은 위대하다/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파리의 우울, 보들레르
2장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예세닌과 이사도라 덩컨/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씨 뿌리는 계절과 레미제라블/절망도 절창하면 희망이 된다/영혼의 소리/시의 소리는 곧 자유의 소리/슬픔으로 피워낸 꽃
3장
해보는 수밖에 길은 없다/민족 시인과 오랑캐꽃/가장 가난하고 높고 외롭고 쓸쓸한/염소처럼 나는 울었다/행복은 언제나 곁에 있다/시를 권하는 사회/강의 백일몽/어둠의 대가
4장
백지의 공포/문향 그윽한 목가시인/민족의 어둠을 비춘 등불/진정한 천재의 검은 바람/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천계의 파랑새/스타처럼 화려하게 등장한 여성시인/말에 대한 생각
5장
술은 입으로 들고 사랑은 눈으로 든다/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방랑의 시인 랭보
두 번이란 없다/한 알의 모래 속에 세계를 보며/절필한 36년/마음속 비명

저자 소개 1

千良姬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사람 그리운 도시』, 『하루치의 희망』,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지독히 다행한』, 육필시집으로 『벌새가 사는 법』, 산문집으로 『시의 숲을 거닐다』, 『직소포에 들다』, 『내일을 사는 마음에게』,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공초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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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12월 22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518g | 154*193*20mm
ISBN13
9788946415812

책 속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운명을 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사랑을 ‘줄탁의 인연’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줄이란 병아리가 부화될 때 알속에서 내는 소리이고 탁이란 어미 닭이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도록 껍질을 쪼는 것을 말한다. 사랑이란 한 사람이 사랑의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할 때, 바깥에서 부리에 피가 맺히도록 쪼아주는 정성 같은 것인 줄 알았다. 그땐 누가 안이고 바깥이고 순서가 없을 것 같았다.
줄탁은 원래, 참된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에 비유하지만, 나는 사랑도 그런 관계일 것만 같이 생각되었다. 그런데 사랑은 그런 인연이 아니었다. 줄탁의 인연이 아니라 밀물과 썰물의 인연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는 고통을 강요하는 하나의 폭력이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내가 사랑 때문에 열병을 앓을 때, 버드나무 껍질을 먹으면 고열이 내린다고 말한 사람이 또 누구였더라.

수양버들 공원에 내려가 내 사랑과 나는 만났습니다.
그녀는 눈처럼 흰 귀여운 발로 버들공원을 지나갔습니다. 나뭇잎 자라듯 쉽게 사랑하라고 그녀는 나에게 말했지만
나는 젊고 어리석어 곧이듣지 않았습니다.

들녘 강가에서 내 사랑과 나는 서 있었고,
내 기운 어깨 위에 그녀는 눈처럼 흰 손을 얹었습니다.
둑 위에 풀 자라듯 쉽게 살라고 그녀는 내게 말했지만,
나는 젊고 어리석었던 탓 지금은 눈물이 넘칩니다.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수양버들 공원에 내려가〉라는 시다. “나뭇잎 자라듯 쉽게 사랑하라”는 구절과 “둑 위에 풀 자라듯 쉽게 살라”는 구절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랑의 배신과 상처가 얼마나 깊었으면, 쉽게 사랑하고 쉽게 살라고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 본문중에서

출판사 리뷰

저자인 천양희 시인은 시력 40여 년을 자랑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여류시인이다. 그녀는 운명론적 세계관에 입각해 있으면서,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지는 감성적이고 진솔한 시어의 울림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안기는 시를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생의 상처에 맞서는 강렬한 힘이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서 얻어지는 깨달음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시를 통해 유연하게 증명해 보임으로써 현대시의 위의威儀를 재확인하게 한 시인이다.
천양희 시인은 시뿐만 아니라, 산문에도 차원 높은 경지를 보여주는데, 2004년 10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조선일보>에 장영희 선생님의 바통을 이어 받아 <문학의 숲>이라는 고정란을 맡아 에세이를 연재한 바 있다. 이 책 속에 실린 텍스트의 반 정도는 신문에 연재되었던 원고를 새롭게 가다듬은 것이고 나머지 반에 해당하는 원고는 온전히 책 출간을 위해 새로이 집필한 것이다.
장영희 선생님의 <문학의 숲>이 영미권의 고전작품에 대한 감상의 길잡이였다면, 천양희 선생님의 글은 릴케, 네루다, 마야코프스키, 랭보, 헤세, 김소월 백석 등 유명 시인들의 시세계와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섬세한 시인의 프리즘으로 조명하면서 다각화해서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천양희 시인 특유의 삶을 관찰하는 날카로운 예각과 시적 촉기로 벼려내는 삶에 대한 통찰이 곁들여져 품격 있고 순도 높은 문학에세이를 만들어낸다. 글을 따라 읽고 있으면 자연스레 삶이 보이고 길이 보인다. 저자는 알프레드 뮈세의 시 <슬픔>의 전문을 소개하면서 그 시가 뮈세와 조르주 상드와의 격정적이고 뜨거운 사랑의 산물이었음을 일러준다. 시인이 겪은 치열한 사랑 이야기를 알고 나서 다시 시를 읽을 때, 다음과 같은 마지막 구절은 쿵쿵, 독자의 심장을 두드릴 것이다. “이 세상에서 내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것이다.” 뮈세 이외에도 이 책에는 시인들의 사랑 이야기가 자주 소개된다. “삶은 잠이고 사랑은 그 꿈”이라고 노래한 뮈세의 격정이 모든 시인들에게 전이라도 된 듯하다. 러시아의 천재적인 혁명 시인 예세닌 역시 세기적인 사랑을 했던 사람이다. 그는 창의적인 발레를 선보여 만인의 연인이 되었던 이사도라 덩컨과 국경을 뛰어넘는 사랑을 한다. 천양희 시인은 그들의 아프지만 치열했던 사랑을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예세닌이라는 시인이 남긴 시세계의 비극적 본령을 심도 있게 안내한다. 이 외에도 친구인 브릭의 부인을 숙명적으로 사랑해서 그들 부부와 이상한 동거를 했던 마야코프스키의 삶, 30년 동안 오로지 한 여자만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사랑했던 예이츠의 순수한 열정 앞에서 독자들은 인상적인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이밖에도 천양희 시인은 우리나라의 시인들에게도 애정을 돌려 나라를 잃었던 우리의 불행한 역사를 반추하면서 한용운과 오장환 같은 시인들의 작품 속에 들어 있는 울분을 실감 있게 전달한다.
천양희 시인은 저자의 말을 통해 시에 대한, 시인에 대한 헌신적인 애정을 피력한다.
“짧은 지면에 시인들의 열정과 사랑과 애환을 다 쓸 수는 없었지만, 그 글을 쓰는 동안 그들은 나를 참 많이 울게도 웃게도 했다. 나는 그때 무엇보다 시는 힘이 세다는 것을, 어떤 권력도 시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시는 음악처럼 일시에 지치고 피곤한 몸을 춤추게 할 수는 없지만, 어둑어둑한 마음을 환하게 하고 절실하게 하리라는 것을, 그래서 많은 이들을 울게도 웃게도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져본다.”
평소, 시를 어렵게만 생각해온 독자들에게는 시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친절한 가이드가 될 것이고 논술 및 국어 과목의 수학 능력 향상을 꾀하는 학생들에게도 큰 소용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추천평

외로운 마음은 천둥처럼 구른다. 가난한 마음은 눈보라가 친다. 시는 이 마음들에게 새싹이 돋는 초록의 마음을 선물한다. 시는 이 마음들을 작은 난로가 있는 거실로 안내한다. 시는 스스로 불타는 촛불이어서 당신에게 빛을 안겨준다. 시인 천양희 선생님이 평소에 아끼던 시들을 한 데 모아 놓았다. 꼭 다시 읽고 싶었던 시들을 마침 이 책에 모두 초대해 놓았다. 해맑게 웃고, 오순도순하다. 더구나 선생님의 말씀에는 깊은 사색이 있고, 고운 햇살이 반짝 반짝한다. "한 덩어리의 빵처럼 소박하고 평온"하다. 선생님이 건네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연인의 손처럼 따뜻하다. 알프레드 드 뮈세의 "삶은 잠, 사랑은 그 꿈"이라는 말은 얼마나 멋진가. '영혼의 영혼은 사랑'이듯이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임을! 그리하여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임을! 그리하여 이 세상의 실연과 남루조차도 우리가 찬미하게 되기를!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우리들 마음만은 내일에 살게 되기를!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우리가 가장 부러워하는 시의 부자이시다. 마음이 하늘처럼 활짝 열린 그런 유일한 부자.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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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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