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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맴돌다/생각이 달라졌다/저녁의 정거장/그때가 절정이다/모를 일/놓았거나 놓쳤거나/다소 의심쩍은 결론/나는 기쁘다/그 말을 들었다/달무리/실패의 힘/새끼 꼬는 사람/물에게 길을 묻다 4/마음이 깨어진다는 말/다음 제2부 오늘 쓰는 편지 새벽에 생각하다/그러면 안 될까요/오후가 길었다/감정의 가로등/얼마 동안 그리고/복권 한 장/무소유/오늘 쓰는 편지/바람의 이름으로/어때/수양(修養)대군/그럴 때가 있다/이건 우연이 아니다/평생을 바치다/그늘과 함께 한나절/뒷발의 힘 제3부 단 두 줄 단 두 줄/일흔 살의 인터뷰/50년/수평선은 비선(秘線)이 없다/어떤 농담/마찬가지/뒷모습/아침에/잘 구별되지 않는 일들/여운/바람습작/후회는 한여름 낮의 꿈/무너진 사람탑/정작 그는/이처럼 되기까지/정중하게 인사하기 제4부 문득 백지의 공포/시의 회초리/문득/누군가의 시 한 편/시라는 덫/시가 나를 시인이라 생각할 때까지/산문시에 대한 최근의 생각/시와 건축/한글비석로54길에서/시작법(詩作法)/보는 법을 배우다/글자를 놓친 하루/아직도/매미 노래와 시 발문 | 우는 꽃 웃는 꽃 서늘한 꽃?김명인 |
千良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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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원에너지를 깨우는 말맛의 진수
전주에 간다는 것이 진주에 내렸다 독백을 한다는 것이 고백을 했다 너를 배반하는 건 바로 너다 너라는 정거장에 나를 부린다 - 「저녁의 정거장」 부분 위에서 보듯 천양희의 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외형적 특징은 고전적 형식미다. 시어를 반복하고 중첩하거나 동음이의어 및 유사어를 써서 말맛을 높인다. 이 시집의 발문을 쓴 시인 김명인은 이러한 말놀음pun이 유희를 넘어서 “고통과 갈등을 여과시켜, 성찰의 순도를 높여가려는 시인의 의도가 비로소 구체화”된 결과임을 지적한다. 모든 시작들은 나아감으로 되돌릴 수 없고 되풀이는 시작(詩作)의 적이므로 문장을 면면이 뒤져보면 표면과 내면이 다른 면(面)이 아니란 걸 정면과 이면이 같은 세계의 앞과 뒤라는 걸 알게 된다 내면에서 신비롭게 걸어 나온 말맛들! 말의 맛으로 쓸 수 없는 것을 위해 쓴다고 반복해서 말하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혼자 걸을 때 발걸음이 더 확실해진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 시작법(詩作法)」 부분 위의 시에서 “문장을 면면이 뒤져보면/표면과 내면이 다른 면(面)이 아니란 걸/정면과 이면이 같은 세계의 앞과 뒤”임을 꿰뚫은 시인의 시작법에서도 사물의 원에너지를 흔드는 언어충동으로서의 펀의 원리를 엿볼 수 있다. “내면에서 신비롭게 걸어 나온 말맛들”로 “쓸 수 없는 것을 쓴다”는 시인의 말처럼, 안팎이 겹쳐지되 서로를 밀쳐내는 경계가 뚜렷한 펀의 발견은 시인으로 하여금 드러나는 것 이상으로 감춰진 실체에 몰입하도록 한다. 명암(明暗)과 희비(喜非)의 불가분성을 깨닫는 희수(喜壽)의 시 여행자 웃음과 울음이 같은 音이란 걸 어둠과 빛이 다른 色이 아니란 걸 알고 난 뒤 내 音色이 달라졌다 빛이란 이따금 어둠을 지불해야 쐴 수 있다는 생각 웃음의 절정이 울음이란 걸 어둠의 맨 끝이 빛이란 걸 알고 난 뒤 내 독창이 달라졌다 웃음이란 이따금 울음을 지불해야 터질 수 있다는 생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별처럼 나는 골똘해졌네 - 「생각이 달라졌다」 부분 초기 천양희 시에서 한층 더 도드라졌던 젊은 날의 비애가 점차 더 유연하고 포용력 있는 언어에 감싸여 삶의 깨달음으로 진화해온 비결을 위의 시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이는 막막한 허방을 허우적거리며 고통과 자책으로 웅크렸던 나날들을 견디며 뼈에 새기는 각성을 시에 덧붙여온 천양희 시인만이 다다를 수 있는 삶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제단에 불을 켜는 것은 사제가 아니라 어둠이다”(『시의 숲을 거닐다』, 2006)라고 말한 바 있는 시인은 생의 긴 터널을 통과해가며 시를 향해 나아가는 꾸준한 여행자다. 희수의 나이에 이르러 시인이 도달한 시적 경지는 그의 삶이 깊어진 정도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이 시집으로 “절망하고 부정하고 수긍하며 엎질러버리는 세월일지라도 피고 지는 꽃떨기로 난만한 봄은 어김없이 찾아”(김명인)온다는 말을 조심스럽고도 분명하게 전해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