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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재미 속으로 빠져 보자
어진 며느리 교씨를 첩으로 들이다 교씨의 간계 위험에 빠진 사씨 부인 사씨 부인, 집에서 쫓겨나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유 한림, 귀양 가다 다시 만난 한림 부부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는 작품 해설 |
Seong-nan Ha,河成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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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사대부를 비판하고 이상적인 사회상을 그린 소설
『사씨남정기』의 배경은 중국인데, 이는 양반 사대부들 사이에서 소설을 금기시하는 풍조를 김만중이 염두에 둔 동시에, 당시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게 위해서 부러 중국을 배경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김만중은 유 한림의 어리석음과 우유부단함을 작품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으며, 물질적 탐욕에 빠져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교씨, 동청, 냉진, 엄숭 등)들을 들춰내어 처단하고, 사씨가 지혜와 하늘의 도움으로 모든 시련을 이겨내는 것을 보여준다. 김만중의 종손 김춘택은 1709년 한글본『사씨남정기』를 양반 사대부들에게 읽힐 목적으로 이 작품을 한문으로 번역하는데, 이는『사씨남정기』를 여성 소설로만 보지 않고, 교씨의 간계에 속아 넘어간 양반 사대부 유 한림의 어리석음을 드러내고, 현명하고 어진 사씨의 모습에서 조선 시대 이상적인 여인상은 물론 이상적인 신하의 모습을 발견하여 알리려는 목적에서였다. 이 작품을 쓸 당시 유배지에서 병들어 죽음을 앞두었던 김만중은 이렇게『사씨남정기』에 절절한 마음을 담아 사대부로서 가질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상을 꿈꾸었다. 유교적인 가부장제의 이념을 보여주는 여성 소설 『사씨남정기』는 김만중의 생애와 당시 정치적인 분위기를 감안할 때 숙종이 장희빈을 총애하고 인현왕후를 폐비한 사건을 비판할 목적으로 창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우유부단한 유 한림은 숙종을, 유교적인 이념을 지키면서 모진 시련을 이겨낸 사씨는 인현왕후를, 악랄한 교씨는 장희빈를 떠오르게 한다. 사대부인 김만중은『사씨남정기』를 한글로 지었다. 이 작품에는 삼종지도, 출가외인 등 유교적인 이념을 연상시키는 구절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이는 주로 사씨의 삶을 통해 보여진다. 사씨는 자신이 들인 첩 교씨의 계략에 휘말려 집안에서 내쫓기고 먼 피신 길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후에 유 한림과 합쳤을 때 임씨를 첩으로 들이라고 당부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사씨의 태도는 당시 사회가 바란 이상적인 여성상이었으며, 당시 한글 소설의 주 독자층이던 부녀자들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부장제의 이념에 길들여졌을 것이다. 이렇게 김만중은 사씨의 삶을 통해 이상적인 신하상을 그리면서도, 모든 고통을 참아내는 사씨의 삶이 미덕인 것처럼 유교적인 가부장제의 이념을 절대화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인물 묘사의 공식성을 탈피한 소설 『사씨남정기』는 한 편의 연극을 보듯 극적인 부분들이 많다. 각기 성격이 뚜렷한 등장인물들이 여러 갈등 구조 속에 얽혀 있어 한층 더 흥미롭고 모든 인물들이 현실 속의 인물처럼 실감 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다른 고전 소설과 달리 ‘인물 묘사의 공식성을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교씨는 물론이고 여종 설매, 동청, 냉진, 엄숭 등 부귀에 집착하는 모든 악인들로 인해 인물간에 많은 갈등이 생기면서 작품이 한층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인물의 상황을 나타내기 위해 측천무후나 굴원을 예로 드는 등 고사(故事)들을 적절히 활용한 점 또한 이야기를 풍성하고 재미있게 한다. 17세기 한글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 『사씨남정기』는 17세기 한글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최초의 한글 소설『홍길동전』이 16세기에 창작되었다고 추측되지만 이후 별다른 한글 소설이 창작되지 않았다. 당시 한문 소설은 중국 소설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 시대로서는 새로운 주제인 처첩간의 갈등을 보여주면서 낭만적이지 않고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구성은 중국 소설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사씨남정기』는 중국 소설의 영향에서 벗어나 당시 사회의 실정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며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 것으로도 평가받는다. 『사씨남정기』는 본래 어린이의 읽을거리로 씌인 작품이 아니지만 인현왕후와 장희빈을 빗대고 있어서 어린이와 청소년 들에게 낯설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모든 고통을 참아내는 사씨의 삶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작품 곳곳에서 사씨의 현명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한편 보장되지 않은 자리에 있어 불안할 수밖에 없었던 첩의 위치에서 교씨가 보여주는 악랄한 면도 일견 이해되기도 한다. 이렇듯 사씨와 교씨의 대립관계를 비롯한 개성적인 인물들의 삶을 다양하게 살펴보면서 이 시대가 바라는 여성상, 사람 사이의 바람직한 나눔 등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