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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집
1. 눈의 여왕 2. 그림자 3. 인어 공주 4. 성냥팔이 소녀 5. 어머니 이야기 6. 발데마르 다에와 그의 딸들에 대해서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7. 백조 왕자 8. 아름다워라! |
Hans Christian Ander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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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다의 가슴은 두려움과 그리움으로 터질 것 같았다. 마치 나쁜 짓을 벌이려는 사람처럼 겁도 났다. 그러나 게르다는 그 소년이 정말로 카이인지, 단지 그것이 알고 싶은 것이었다. 아니, 그는 카이가 분명했다. 게르다는 카이의 총명한 눈동자와 길고 아름다운 머리칼을 눈앞에서 그려 보았다. 그들이 장미 울타리 아래에 함께 앉아 있을 때 그녀에게 짓곤 하던 카이의 미소도 떠올렸다. 게르다를 만나면 카이도 분명 기뻐할 것이다. 게르다가 카이를 찾아 얼마나 먼 길을 왔는지 들으면 감동할 것이다. 그가 없어진 다음 가족 모두가 얼마나 큰 슬픔에 잠겨 있는지를 알게 되면 카이 역시 집을 무척이나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드디어 카이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게르다는 한편으로는 두렵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이 먹먹했다.
--- p.57~59 왕자와 공주는 자신의 일처럼 가슴 아파했다. 그리고 까마귀들을 칭찬하면서, 게르다를 도와준 것에 대해서는 화를 내지 않겠지만,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착한 일을 했으니 상을 내리겠다고 했다. 공주가 물었다. “바깥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이 좋으니, 아니면 부엌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궁중 전속 까마귀로 취직하는 것이 좋으니?” 두 까마귀는 허리를 굽혀 절하고는 대답했다. “늙었을 때를 대비해서 고정된 일자리가 있으면 좋지요.” 노후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 p.61 “카이가 눈의 여왕과 함께 있는 건 사실이야. 그런데 그 애는 거기서 아주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그곳이 지상 최고의 낙원이라고 믿는 거지. 하지만 그건 카이의 가슴에 박힌 거울 조각과 눈동자에 들어간 거울 파편 때문이야. 가장 먼저 그걸 빼내야만 해. 그러지 않으면 카이는 영영 인간들의 세상에 돌아오지 못하고, 눈의 여왕의 지배를 받게 될 거야!” “그러면 당신이 게르다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주면 안 되나요?” “내가 게르다에게 줄 수 있는 힘은 그 애가 이미 갖고 있는 힘보다 약해! 게르다가 얼마나 대단한 아이인지 아직도 모른단 말이니? 사람이건 동물이건 그 애를 만나면 누구나 다 도와주게 되잖아. 게르다는 맨발로 이 넓은 세상을 씩씩하게 헤치고 다녔어. 하지만 게르다에게 이 사실을 얘기해서는 안 돼. 게르다의 힘은 게르다의 가슴속 깊이 있는 거야. 정말로 사랑스러운, 순수한 아이의 마음에 말이다. 게르다가 직접 눈의 여왕의 궁전으로 가서 카이의 가슴에서 거울 조각을 빼내는 수밖에 없어. 달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단 말이야! 여기서 2마일 떨어진 곳에서부터 눈의 여왕의 정원이 시작돼. 거기까지 게르다를 데려가서 흰 눈 속에 붉은 열매가 열린 무성한 덤불 옆에 내려 주고 나면 네가 할 일은 끝이야. 그리고 거기서 얼쩡거리지 말고 얼른 돌아와!” --- p.78~79 “저 집에서 살아 있는 것이라곤 내 그림자가 유일한 것 같군! 꽃밭에 얌전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라니. 문이 반쯤 열려 있으니 그림자가 머리를 좀 쓸 줄 안다면 안으로 살짝 들어가서 살펴본 다음 나에게 모두 말해 줄 텐데! 그림자야, 그렇게 하지 않겠니? 그렇게만 해 준다면 네가 얼마나 쓸모 있는 존재일까!” 학자는 농담조로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그러니 안으로 들어가렴! 그래그래, 들어가서 살펴보렴. 하지만 돌아와야 해. 나를 영영 떠나 버리면 안 돼!” 그러면서 학자는 그림자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림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학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맞은편 집 발코니에 있던 그림자도 일어섰다. 학자가 몸을 돌리자 그림자도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학자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커튼을 닫았을 때, 만약 누군가 주의해서 자세히 살폈다면 그림자가 맞은편 집의 반쯤 열린 문 안으로 슬쩍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 p.100~101 “하지만 그러면 나는 죽어서 바다의 물거품으로 사라져야 하잖아요. 파도의 노래를 들을 수도 없고 그토록 좋아하는 꽃들도 볼 수 없고, 게다가 해님도 볼 수 없고요! 할머니, 어떻게 하면 영원한 영혼을 얻을 수 있나요? 방법을 알고 싶어요!” 할머니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건 불가능해! 단 한 가지 방법이라면, 어떤 인간이 너를 지극히 사랑해서 그에게 네가 그의 아버지나 어머니보다도 더 큰 의미가 되고 오직 너만을 생각하고 너만을 사랑하는 거지. 그리하여 목사님 앞에서 그가 자신의 오른손으로 네 오른손을 잡고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너만을 사랑하겠노라고 맹세를 바칠 때, 그럴 때만이 그의 영혼이 네 안으로 스며들 수 있단다. 그러면 너는 인간의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거야. 네게 영혼을 주더라도 그의 영혼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아! 우리 인어들에게는 지극히 아름다운 징표인 이 꼬리를 저 위의 인간들은 무척 징그러워하니 말이다. 인간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해. 그들은 꼬리 대신에 멋없는 막대기 두 개를 달고 다닌단다. 그걸 다리라고 부르면서 아름답다는 거야!” --- p.148~149 소녀는 또 다른 성냥에 불을 붙였다. 이번에 소녀는 아름답게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앉아 있었다. 부유한 상인의 집 유리창 너머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였다. 초록색 가지 위에서 수천 개의 촛불이 타올랐다. 상점의 진열장에서나 본 듯한 화려한 그림들이 소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녀는 나무를 향해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성냥불이 꺼졌다. 크리스마스트리에서 타오르던 촛불은 하늘로 점점 높이 올라가 마침내 밤하늘의 별이 되어서 영롱하게 빛났다. 그중 하나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별의 꼬리가 밤하늘에 길게 남았다. “누군가 죽어 가나 봐!” 소녀가 중얼거렸다. 별똥별이 떨어지면 한 영혼이 신의 품으로 가는 것이라고 할머니가 말해 주셨던 것이다. 소녀를 사랑해 주었던 유일한 사람인 할머니는 그러나 지금은 돌아가시고 없었다. --- p.181~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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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은 내 어린 시절의 완성이었다”
―옮긴이의 말 몽환적 이미지의 소설가 배수아, 아름답고 처연한 문장으로 낭만과 환상의 세계에 초대하다 [눈의 여왕], [어머니 이야기] 등 배수아가 엄선한 8편의 동화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첫사랑의 아이콘 인어 공주, 눈의 여왕의 지배를 받아 심장이 얼음덩이가 된 소년 카이와 그를 찾아 세상 끝 라플란드로 떠난 소녀 게르다, 팔지 못한 성냥에 불을 밝히며 환상 속에서 잠들어 가는 소녀……. 때로는 꿈 같은 아름다움으로, 때로는 처절한 슬픔으로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작가, 안데르센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살아온 인생사가 바로 내 작품에 대한 최상의 주석이 될 것이다.” 가난한 구두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열한 살에 아버지를 잃었고, 열네 살이 되었을 때는 배우의 꿈을 품고 홀로 코펜하겐에 상경하지만 극단 입단 시험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던 안데르센. 어린 시절 그의 인생은 불행과 절망으로 얼룩져 있었다. 하지만 서른 살에 발표한 첫 소설이 격찬을 받으며 안데르센은 작가로서 성공적으로 데뷔했고, 이후 총 200편이 넘는 동화를 창작했다. 환상적인 배경과 휴머니즘적 스토리의 조합은 안데르센 동화만의 고유한 매력이다. 특히 안데르센에 대한 작가들과 예술가들의 사랑은 남다르다. 강렬한 색채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성장소설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 19세기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 등 수많은 거장들이 안데르센의 작품을 격찬했다. 그의 동화는 오늘날에도 동?서양을 넘나들며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인용되거나 새롭게 해석되어 후대 작가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성냥팔이 소녀의 마지막 성냥불은 소녀의 숨과 함께 꺼져 갔지만, 안데르센의 작품은 불멸의 고전으로 남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안데르센을 사랑한 또 한 명의 작가 배수아가 《안데르센 동화집》에 새 옷을 입혔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書)》, W. 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 등 이미 십수 권의 독일 문학을 우리말로 옮긴 바 있는 배수아. 특히 《안데르센 동화집》은 그녀가 ‘내 어린 시절의 한 페이지를 완성해’ 주었다고 할 만큼 특별한 책으로, 독어로 번역된 200여 편의 덴마크어 원작 동화 중 8편을 배수아가 직접 골라 우리말로 옮겼다. 2014년 전 세계를 뒤흔든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 ‘엘사’의 모티프 [눈의 여왕]부터 SBS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에서 주요한 복선으로 등장해 주목받았던 [어머니 이야기], 가장 안데르센다운 작품이라 할 만한 [인어 공주]와 다소 낯설지만 독특한 매력의 작품 [그림자], [아름다워라!] 등 8편의 동화가 낭만과 환상을 넘나드는 안데르센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안데르센’은 내 어린 시절의 완성이었다. (……) 나는 황홀했고, 나는 사로잡혔다. 나는 나를 잊었다. 황홀하다는 느낌, 사로잡히고, 나를 잊는다는 느낌이 최초로 내 온몸을 관통했던 아홉 살의 그날. 아마도 그때 내 어린 시절의 한 페이지가 완성된 것이리라.” -옮긴이의 말 중에서 동시대를 호흡하는 문인들의 번역과 빈티지 감성 북 디자인의 이중주, 『허밍버드 클래식』으로 만나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어린 시절 다락방에 엎드려 읽던 이른바 명작 동화는 주인공의 이름 정도만 기억날 뿐 줄거리는 어렴풋하고 감흥 또한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백 년 이상의 세월 동안 전 세계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사랑받아 온 작품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른의 눈으로 다시 읽었을 때 발견하는 수많은 비유와 상징은 현실 세계와 놀랍도록 닮은 ‘리얼 스토리’로 다가오기도 한다. 『허밍버드 클래식』 시리즈는 그러한 감동을 어린아이는 물론 특히 성인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전하자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무엇보다 소설가, 시인 등 동시대를 호흡하는 문인(文人)들이 우리말로 번역하여 여느 고전 시리즈와 다른 읽는 맛과 여운을 선사한다. 더불어 『허밍버드 클래식』만의 감성적 디자인을 결합하는 데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오늘날 수많은 고전 동화책들이 밋밋한 편집 디자인에 원작 삽화만 수록해 새로움을 주지 못하거나, 반대로 원문과 전혀 무관한 삽화를 남용함으로써 오리지널의 작품성을 해치고 있다. 『허밍버드 클래식』은 고전 동화책 시장의 그러한 아쉬움들을 모두 극복했다. 기존 시리즈의 네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어린 왕자》, 《빨강 머리 앤》이 레트로 풍의 일러스트로 손때 묻은 듯 빈티지하면서도 세련된 북 디자인을 구현해 냈다면, 새롭게 선보이는 《안데르센 동화집》은 아서 래컴, 카이 닐센 등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까지 그림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삽화가 5인의 컬러 및 흑백 삽화를 『허밍버드 클래식』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수록하여,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 작가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까지 담아냈다. 이렇듯 텍스트와 디자인 두 가지 면에서 모두 기존 도서들과는 확연히 다른 존재감을 확보한 본 시리즈는, 이 시대에 고전 동화가 자리하면서 그 생명력을 발휘하는 한 가지 방식을 제시하는 동시에 독자들에게는 반드시 소장하고 싶은 책으로 다가갈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어린 왕자》, 《빨강 머리 앤》을 잇는 다섯 번째 책으로 《안데르센 동화집》을 선보이는 『허밍버드 클래식』은 어른을 위한 감성 회복 프로젝트이자, 어린아이는 물론 세계관을 확립해 가는 청소년에게도 선물하기 좋은 도서로 꾸준히 출간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