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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말
배우에 관한 역설 옮긴이 해설 : 상상력과 통찰력의 연기 작가 연보 |
Denis Dider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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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것이 속이는 것보다는 쉽겠는걸요.
2: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1: 아마 전 가차없을 텐데요. 2: 그게 바로 제 친구가 당신한테 요구한 바입니다. 1: 허 참, 자꾸 말해야 한다고 밀어붙이니 하는 말인데요, 그 사람 글은 부자연스럽고 애매모호하고 비비 꼬이고 부풀려진 문체로 씌어 있는 데다가 거기 담긴 사상도 시시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훌륭한 배우든 보잘것없는 배우든 그것을 읽고 나서 그 때문에 더 나아질 건 없을 거예요. 사람한테 천부적 자질과 용모, 목소리, 판단력, 섬세함 등을 주는 것이 자연이라면 자연이 준 재능을 완성시키는 것은 위대한 전범들에 대한 연구, 인간의 마음과 사회의 관례에 대한 지식, 꾸준한 노력, 경험, 연극에의 익숙함 등이지요. 모방적인 배우는 모든 것을 그저 무난하게 해석해낼 수 있습니다만 그의 연기에는 칭찬할 점도 비난할 점도 없게 될 것입니다. 2: 아니면 모든 것이 비난거리겠지요. 1: 좋으실대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배우는 종종 가증스럽고 드물게만 뛰어납니다. 무슨 장르가 되었더라도 천편일률적인 범용함은 무시하세요. 어떤 신인이 아무리 가혹하게 다뤄지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성공 못하리라 생각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야유는 오로지 바보들만 질식시킬 뿐이지요. 어떻게 기교없는 자연이 위대한 배우를 만들겠어요? 무데에서는 자연에서와 똑같이 일어나는 일이란 없으며 희곡은 모두 어떤 법칙들의 체계에 따라구성되는 법인데 말이죠. 또 어떻게 한 가지 역할을 두 배우가 똑같은 방법으로 연기하겠습니까? 가장 분명하고 확실하고 정력적인 작가에게서도 단어들은 저마다 한 가지 생각, 한 가지 느낌, 한 가지 관념에 일치되는 기호들이 아니고 또 그럴 수도 없습니다. 움직임과 몸짓과 어조와 표정과 눈빛과 주어진 상황들은 그 기호들의 가치를 보완합니다. --- pp.15~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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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기념비적 산물, '백과전서'의 책임편집자, 드니 디드로의 철학적, 미학적 관점을 명확하게 드러내주는 작품.
백과전서파의 한 사람으로서 계몽 사상가로 우리에게 익숙한 디드로는 그 철학적 진보성 못지 않게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도 특유의 선지자적 시각으로 빛나는 저서들을 많이 남겼다. 디드로는 작가이자 예술 이론가로서의 자신이 취한 모든 철학과 미학, 윤리학의 주제들을 독특한 대화 형식과 역설 문체를 매개로 기묘하고도 독특한 극적 구성으로 풀어내는 데 익숙했다. 이러한 디드로 작품의 특징을 잘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 그의 말기에 씌어진 이 작품 『배우에 관한 역설』이다. 실제로 이 작품에서는 여러 의견들이 끊임없는 탈선, 끼여들기를 통해 반대되는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시도하고 있다. 주장과 반박과 재반박, 예증과 반대되는 예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면서 기묘하고도 예외적인 대화의 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대화와 역설을 통한 이야기의 증폭은 이 글이 단순히 디드로의 연기론을 펼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글은 당대 연극 미학의 문제에서 시작, 정체성과 내적 변증법의 문제, 현실과 재현의 문제, 나아가 우리 자신이 주인공인 세상이란 무대 위에서 우리의 윤리적 정치적 태도가 어떠해야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읽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환기하게끔 만들고 있다. 원래 이 작품은 『개릭, 혹은 영국의 배우들』이라는 번역서에 대한 서평 형식으로 씌어졌던 것으로 당시 유럽 각국의 개명된 귀족들에게 돌려 읽혀지던 '문학통신'지에 두 차례에 걸쳐 나뉘어 실렸던 불과 10여 페이지 분량의 글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디드로의 여타의 작품이 그러하듯, 그의 말년에 이르기까지 글의 확장과 수정을 거듭하면서 애초의 모놀로그 형식에서 대화 형식으로 그 틀을 바꾸었고 논지를 확실히 하기 위한 많은 예들을 첨가하여 지금의 제목으로 새롭게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디드로의 연기론을 알 수 있게 하는 귀중한 자료이면서 동시에 디드로 말기의 예술관을 집약하고 있는 이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미학적 입장과 정치 윤리적 실천이 결코 별개일 수 없다는 디드로 사상의 정점을 재발견할 수 있는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