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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_ 흉터를 중심으로 맴도는 삶
1장 망각의 기술 “왜 우리는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는가” 언어라는 장막 | 애도의 기술 | 기억의 무덤 | 트라우마의 두 가지 축 2장 트라우마의 불투명성 “우리는 트라우마적인 충격에 상응하는 불투명한 원인을 상정한다” 불투명한 원인 | 트라우마의 타자 | 절대적 무력 상태 | 죽음에 실패한 사람들 3장 트라우마의 논리학 “하나의 사건은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 사건과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 사후의 논리학 | 논리적 시간 | 환상적 트라우마 | 트라우마 너머 4장 증상과 환상 사이 “환상은 메워질 수 없는 구멍을 통해 죽음이나 성과 접속한다” 죽음의 수수께끼 | 쾌락의 수수께끼 | 표상 불가능한 것 | 공유할 수 없는 것 | 트라우마의 전수 5장 빠져 있는 장면 “최악의 장면이 꿈에서 재현된다면, 더 이상 악몽이 반복될 이유는 없다” 우리는 이동 중이다 | 반복강박 | 반복되는 것은 불길하다 | 빠져버린 장면 6장 잠의 정치학 “트라우마가 문을 두드릴 때, 우리의 현실 자체는 잠이 된다” 지독한 것 | 타자의 죽음 | 잠의 정치학 7장 원초적 트라우마 “원초적인 트라우마를 환기할 때에만 우리의 사건은 트라우마가 된다” 환상의 파열 | 환상의 저편 | 원초적인 트라우마 | 두 가지 트라우마 8장 실패한 행위의 성공 “현실이 잠이 되지 못한다면, 불면에 빠진 그들은 행위로 옮길 수밖에 없다” 믿음의 건축학 | 트라우마에서 증상으로 | 반복에서 행위로 | 죽음이 성공이 되는 삶 9장 트라우마를 넘어서 “트라우마 속에서 나의 삶이 어떤 식으로 연루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기록되지 않는 것 | 타자로의 전이 | 치료의 지침들 | 정신분석 치료의 출발점 나오는 말_ 다른 삶으로의 이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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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무대에서 누군가가 그냥 퇴장해버리는 것만큼 남아 있는 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도 없다.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살아 있는 것에 죄의식을 느낄 뿐만 아니라 살아 있음, 살아남아 있음의 의미를 납득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애도는 죽음을 국소화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가 사라져버렸을 때 최소한 그의 시신만이라도 찾기를 바란다. 시신은 우리가 직면하고 싶지 않은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애도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1장 망각의 기술」중에서 그들이 정부의 무책임함을 질타하는 것은 우리가 정부를 비난하는 것과 다르다. 우리는 정부를 비난하면서 우리 자신의 책임을 덜어내지만, 그들은 아무리 정부를 비난해도 자신의 책임을 덜어낼 수 없다. 자신의 책임을 덜어내거나 공유하기 위해 타자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에게는 타자의 존재가 더 이상 불가능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타자를 비난하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2장 트라우마의 불투명성」중에서 자명한 죽음이란 없다. 병으로 죽음에 이르든, 사고로 죽음에 이르든 모든 죽음은 살아남은 사람에게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의문을 남긴다. 죽음이라는 결과는 그것을 발생시킨 명시적인 원인을 단번에 넘어선다. 죽음, 특히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일상의 두꺼운 껍질 아래 그와의 관계 속에서 묻어두었던 것들, 용납할 수 없었던 것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사건이다. ---「4장 증상과 환상 사이」중에서 우리가 유령을 만나게 되는 것은 우리가 더 이상 애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령과의 만남은 곧 애도가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유령은 늘 되돌아온다. 이 회귀를 프로이트는 ‘반복강박(compulsion de repetition)’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마치 발목이 잡힌 듯이 트라우마적인 장면으로 되돌아간다. 이것이 트라우마를 입은 자들이 짊어져야 할 운명이다. ---「5장 빠져 있는 장면」중에서 왜 그들은 배를 떠나지 않았던 것일까? 믿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탄 거대한 배가 뒤집어져서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거라곤 상상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배를 버린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을지 모른다. 왜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까? 단순히 두려워서였을까? 어쩌면 그 순간에도 믿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혹하게 사라질 순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6장 잠의 정치학」중에서 우리의 현실이 착각 위에 딛고 서 있다면, 트라우마적인 순간은 우리가 믿었던 것들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믿었던 것들, 타자에 대한 믿음, 우리가 혼자가 아닐 거라는 믿음, 가족에 대한 믿음, 생명에 대한 믿음, 심지어는 육체에 대한 믿음……. 트라우마는 이 모든 믿음이 단번에 날아가는 순간이며, 믿음 속에 전제된 관계들을 원점으로 되돌려 보내는 순간이다. ---「8장 실패한 행위의 성공」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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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이후의 삶이란
이 책은 세월호 참사 너머로 트라우마의 본질과 실체에 대해 더욱 깊이 탐구한다. 이 얇은 책을 읽다 보면 앞에서 한 이야기가 다시 이어지는 순환의 구조를 엿볼 수 있다. 트라우마란 우리 정신으로 소화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시선은 그것을 맴도는 우리 삶의 궤적들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 책의 논의 구조 역시 하나의 중심을 끊임없이 맴도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향해 치닫는 정신분석의 치밀한 사유가 돋보인다.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들에게 삶은 절박하다. 트라우마에 의해 삶이 잠이 되거나, 아니면 불면에 빠져 죽음만이 성공이 되는 삶, 그것이 바로 트라우마 이후의 삶, ‘비참함’이라는 이름의 삶이다.” ? 본문에서 저자는 트라우마를 입은 자들의 가혹한 운명을 말한다. 그 가혹한 운명이란 정신이 나약해지는 순간, 트라우마를 입었던 시점의 무기력한 상태로 상처 입은 그 상황에 다시 불려가는 것이다. 어째서 견딜 수 없는 그 상처로 되돌아가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러한 트라우마의 수수께끼에 접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히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다루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 삶을 변형시키고 불투명하게 하는지도 추적한다. 도대체 트라우마 이후 우리의 삶은 무엇이 될 수 있으며 우리 삶에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이것이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다. 트라우마는 우리를 기억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우리 자신이 트라우마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트라우마가 우리를 기억하고 유령처럼 기습한다. 저자는 우리가 이 유령을 만나는 것은 곧 애도가 실패했음을 의미하며, 그래서 유령은 늘 되돌아온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그것을 잊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를 놓아주느냐 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마치 발목이 잡힌 듯 트라우마적인 장면으로 회귀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트라우마에 대한 단순한 논의를 넘어 결국 우리가 어떤 조건에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탐구가 될 것이다. 트라우마를 입은 자들의 과제, 다른 삶으로의 이행 트라우마는 우리가 가진 통념과 믿음이 해체되는 순간에 출현하는 일종의 균열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균열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리가 믿어온 현실이 허구였음이 드러나는 순간이기에 진정 우리가 무엇을 딛고 서 있는지 새롭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나서 우리는 우리가 믿고 있었던 것들의 진실이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국가 시스템의 결핍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트라우마를 입으면 어떤 방식으로 증상이 생기는지, 트라우마를 입으면 왜 그 경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지, 우리는 어떻게 트라우마적인 장면으로 자꾸 되돌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명심할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는 똑같은 지점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트라우마는 공유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자에게 고유한 현실적인 것과 불가능한 것을 알고 궁극적으로 현실적인 것에 대한 주체의 포지션을 바꿔볼 것을 권한다. 처음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트라우마는 우리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완전히 축소시킨다는 점에서 우리 삶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강조한다. 트라우마 이후의 삶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란 단순한 생존이나 고통의 해소가 아니라 삶에 최대한의 가능성을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프로이트 커넥션’ 두 번째 책 ≪트라우마 이후의 삶≫은 정신분석가 맹정현의 프로이트라깡주의 정신분석 시리즈 ‘프로이트 커넥션’의 두 번째 책이다. 우울의 본질을 탐구한 ≪멜랑꼴리의 검은 마술≫이 앞서 출간되었다. 무의식은 우리 안의 낯선 타자이며, 우리가 살아오면서 지워버렸지만 결국엔 우리의 현재 모습을 결정짓는 타자의 흔적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무의식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진정으로 타자와 분리될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것이 운명이라 믿었던 지금 우리의 모습에서 벗어날 기회이자, 우리가 정신분석의 언어를 연마해야 할 이유다. ‘프로이트 커넥션’은 탄탄한 이론과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보다 명징한 언어로써 현대인에게 필요한 정신분석의 진수를 보여주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