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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 믿었던 지배
병리적 인간이 당신을 선택하고 놓아주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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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이 책을 읽기 전에

추천의 글 1_상처 입고도 여전히 연결되고 싶은 우리에게(홍승은)
추천의 글 2_왜 그 관계를 떠나지 못했냐고 묻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크리스틴 해먼드)

서문_친밀한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기술
들어가며_폭력이 스며든 애착 관계, 트라우마 유대

1부 사랑은 어떻게 덫이 되는가
1장 우리는 사랑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2장 그는 뒤틀린 괴물인가, 다정한 연인인가
3장 권력의 불균형과 간헐적 학대
4장 어떤 성격 특성이 위험한 관계에 취약할까

2부 빼앗긴 목소리를 되찾는 법
5장 강압적 지배가 몸과 마음에 남기는 흔적
6장 광기의 회전목마에서 내리기
7장 병리적 인간을 떠난 후에 일어나는 일들

3부 다시는 사냥당하지 않기 위하여
8장 안전하다는 감각을 되찾기
9장 미래의 병리적 인간을 피하는 법
10장 회복이란 자신을 다시 신뢰하는 과정

감사의 글
미주

저자 소개 2

네이딘 매컬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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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ine Macaluso

가족·결혼 전문 상담치료사이자 가스라이팅과 트라우마 유대처럼 친밀한 관계 안에서 반복되는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는 임상심리사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아카데미 후보작 등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주인공 조던 벨포트의 전 아내이자, 작중 마고 로비가 연기한 인물의 실제 모델이다. 영화의 화려한 성공 이면에 가려진 폭력과 지배의 현실을 목격한 산증인이기도 하다. 스물두 살에 주식중개인 조던과 결혼해 동화 같은 삶을 꿈꿨으나, 결혼 생활은 곧 학대와 약물 중독, 통제로 얼룩진 지옥으로 변해갔다. 폭력에 길들여진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에게 결속
가족·결혼 전문 상담치료사이자 가스라이팅과 트라우마 유대처럼 친밀한 관계 안에서 반복되는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는 임상심리사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아카데미 후보작 등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주인공 조던 벨포트의 전 아내이자, 작중 마고 로비가 연기한 인물의 실제 모델이다. 영화의 화려한 성공 이면에 가려진 폭력과 지배의 현실을 목격한 산증인이기도 하다. 스물두 살에 주식중개인 조던과 결혼해 동화 같은 삶을 꿈꿨으나, 결혼 생활은 곧 학대와 약물 중독, 통제로 얼룩진 지옥으로 변해갔다. 폭력에 길들여진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에게 결속되는 현상, 즉 ‘트라우마 유대’를 직접 경험한 그녀는 서른두 살에 아이를 데리고 목숨을 건 탈출에 성공했다. 이후 결혼 생활 동안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기 위해 뒤늦게 심리치료를 공부해 상담심리학 석사학위와 신체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옥 같았던 결혼 생활은 오히려 그녀를 전문 심리치료사의 길로 이끌었다. 지난 10여 년간 강압적 통제와 가정폭력을 집중 연구하며 병리적 파트너에게 학대받은 수많은 여성들을 상담해왔다. 특히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C-PTSD)와 관계 안에서 형성되는 심리적 지배 구조를 깊이 파고들며 자신만의 치료 체계를 구축해왔으며, 현재는 이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책은 저자의 실제 경험과 수천 건의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트라우마 유대의 실체와 회복 과정을 담아냈다. 두 번의 암을 이겨낸 생존자이기도 한 그녀는 이제 단순한 생존(survivor)을 넘어 성장과 회복의 삶(surthriver)을 살아가며, 관계의 덫에 갇힌 이들이 가해자의 지배에서 벗어나 다시 자기 삶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교직생활 중 경험한 심리적 소진을 계기로 상담 공부를 시작했다. 공주교대 대학원에서 교육상담 석사학위를, 한국교원대에서 상담심리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상담학회 전문상담사 1급,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1급, 청소년상담사 1급 자격을 갖추고 있다. 10년간 초등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국립군산대 교수로서 상담 교육과 연구에 힘쓰는 한편, 상담실에서는 성인 내담자, 특히 소진된 교사들의 마음을 돌보며 회복의 길을 함께 찾아가고 있다. 공저로 《학교상담의 이론과 실제》, 《학교폭력 예방 및 학생의 이해》가 있고 옮긴 책으로 《그건 가스라이팅이
교직생활 중 경험한 심리적 소진을 계기로 상담 공부를 시작했다. 공주교대 대학원에서 교육상담 석사학위를, 한국교원대에서 상담심리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상담학회 전문상담사 1급,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1급, 청소년상담사 1급 자격을 갖추고 있다. 10년간 초등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국립군산대 교수로서 상담 교육과 연구에 힘쓰는 한편, 상담실에서는 성인 내담자, 특히 소진된 교사들의 마음을 돌보며 회복의 길을 함께 찾아가고 있다. 공저로 《학교상담의 이론과 실제》, 《학교폭력 예방 및 학생의 이해》가 있고 옮긴 책으로 《그건 가스라이팅이 아니다》, 《어린 사람의 상처는 무엇으로 아물까》, 《위험한 엄마》, 《생각이 인생을 바꾸는 게 아니라 행동이 인생을 바꾼다》 등이 있다.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교육학(상담심리 전공) 박사과정 재학
공주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교육상담 전공) 석사
전문상담교사(1급)
현 나래초등학교 교사
<주요 논문>
코로나(COVID-19)로 인한 비대면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고경력 교사의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공동, 2022)
긍정 심리학 기반 행복증진 프로그램이 초등학생의 학업 스트레스와 심리적 안녕감에 미치는 영향(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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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496g | 145*210*24mm
ISBN13
9791187875666

책 속으로

안타깝게도 심리치료사들 중에도 트라우마 유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트라우마 유대가 정신건강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학대가 남긴 후유증은 극심하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엉뚱한 진단을 받는 일도 드물지 않다. 가령 감정 기복이 심하고 반응이 격한 여성이 있다고 하자. 이런 여성은 성격장애 환자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스토킹에 시달려 늘 주변을 살피며 불안해하는 여성은 어떨까? 피해망상 환자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이 모든 반응은 트라우마 유대를 겪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일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 p.28

거듭 말하지만, 트라우마 유대란 잔인하고 통제적인 연인에게 정서적으로 깊이 결속되는 현상이다. 보통은 관계가 끝나면 학대도 함께 끝난다. 하지만 트라우마 유대 관계에서는 헤어진 뒤에도 학대가 계속되거나, 오히려 더 심해지기도 한다. 이런 트라우마 유대로 고통받는 여성이 수백만 명에 달하며,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에도 가정폭력은 8퍼센트나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1분에 거의 20명, 한 시간에 1,200명, 하루에 2만 8,800명, 1년이면 약 1천만 명이 가정폭력 피해자가 된다. 미국 여성 4명 중 1명은 매년 믿었던 연인에게 ‘친밀한 파트너 폭력’을 경험한다. 하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 수 없다. 의료기관들이 이제야 강압적 통제와 언어폭력을 실제 학대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p.38

학대를 겪으면 피해자 마음속에는 특별한 갈망이 생긴다.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 상처와 공포에서 벗어날 안식처가 절실해진다. 너무 힘든 상태에서는 누가 나타나도 구원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학대는 수치심과 한 덩어리다. 이런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숨긴다. 결국 위로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가해자뿐이다. 트라우마 유대의 가장 잔인한 지점이 여기 있다. 나를 공포에 떨게 만든 그 사람이 동시에 나를 달래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트라우마 유대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붙잡는다.
--- p.41

트라우마 유대가 만들어내는 치명적인 관계 패턴의 중심에는 학대 남성의 일그러진 정신세계가 있다. ‘병리적’이라는 말은 정신질환의 영역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나는 트라우마 유대 관계에서 가해자를 지칭할 때 ‘병리적 연인(pathological lover)’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사랑을 운운하며 끊임없이 거짓말하고 타인을 학대하는 관계 방식은 결코 건강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p.73

병리적 연인이 보이는 복잡한 행동 패턴을 이해하려면 먼저 기분장애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울증, 불안장애, 양극성장애는 이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특히 양극성장애는 감정 기복을 예측하기 어렵다. 깊은 우울에 빠져 있다가도 갑자기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조증 상태로 치솟는다. 실제 사례를 하나 보자. 한 내담자의 남편은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었다. 결혼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내에게는 철저히 숨겼다. 5년이 지난 뒤, 아내는 우연히 약장에서 처방전을 발견했고, 검색을 통해 비로소 진실을 알게 되었다. 병리적 연인이 자신의 불안이나 우울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치료의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진단도, 치료도 없이 방치된 기분장애는 원래 강했던 통제욕과 잔인함을 더욱 부채질한다.
--- p.103

그렇다면 이 파괴적인 관계는 어떻게 설계되는가? 트라우마 유대가 형성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맞물려야 한다. 바로 간헐적 학대와 권력의 불균형이다. 여기서 말하는 권력이란 상대의 행동을 내 뜻대로 좌우할 수 있는 힘인데, 병리적 연인에게 이 통제권을 확보하는 일은 최우선 과제다. 처음엔 더없이 믿음직해 마음을 활짝 열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얼음장처럼 차가워져 당신의 뒤통수를 치면, 우리는 감당하기 힘든 충격에 휩싸인다. 내가 무얼 잘못했나 싶고, 뭐가 뭔지 도통 알 수 없는 혼란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만 커져간다.
--- p.110

안타깝게도 이런 파괴적 관계, 특히 트라우마 유대에 머무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선은 완전히 빗나가 있었다. 성격이라는 핵심 요인을 무시한 채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생존자를 공동의존자나 공모자로 낙인찍는 데 급급했다. 학습된 무기력이니, 바닥난 자존감이니, 사랑 중독이니 하는 모욕적인 진단을 반복하며, 그것으로 해로운 관계를 끊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려 했다. 정작 생존자의 성격이 관계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이런 흐름을 뒤집은 것이 브라운과 연구팀이다. 브라운이 30년에 걸쳐 도출한 결론은 기존 통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그는 트라우마 유대에 갇힌 여성들의 성격을 분석하기 위해 2007년 기질성격검사와 2014년 5요인 모델을 활용했다. 수천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가정폭력 생존자 대부분이 특정한 두 가지 성격 특성에서 유독 높은 점수를 보였다. 바로 성실성과 친화성이다. 무력하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성실하고 친화적인 사람이 표적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 p.155

인지부조화란 우리의 신념과 실제 현실 사이에 모순이 생길 때 겪는 심리적 갈등이다. 한 사람 안에 전혀 다른 두 얼굴이 공존할 때, 인간의 뇌는 통제 불가능한 혼란에 빠진다.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과 지금 내 눈앞의 이 사람이 정말 같은 인물인가?’ 인지부조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판단 능력을 완전히 마비시킨다. 이것이 우리가 사이코패스와의 병든 관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다. 인지부조화가 없다면, 트라우마 유대는 애초에 성립될 수 없다. 물론 이 혼란이 영원할 수는 없다. 트라우마 유대에도 결국 종착점은 온다.
--- p.140

학대와 착취는 그 자체로 절대 악이다. 피해자가 어떤 사람인가하고는 무관하다. 불안정하든, 순진하든, 남을 잘 믿든, 아니면 완전히 건강한 사람이든 아무 상관이 없다. 이 세상에 학대받아도 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절대로. 그렇다면 왜 학대자들은 ‘공동의존성’이라는 용어를 좋아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피해자에게 “네가 이 관계를 유지시키고 있어. 너도 공범이야”라며 책임을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 p.152

그렇다면 왜 남성들은 여성을 학대하는가? 그 답은 우리 사회가 남성들에게 주입하는 메시지에 있다. 사회는 남성에게 ‘소유할 권리’가 있다고 가르친다. 무엇이든 가질 자격이 있고, 누구든 차지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특히 서구 문화는 ‘권력 없는 남성은 곧 실패자’라는 등식을 더욱 노골적으로 강화한다. 여성을 얻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즉 ‘진정한 남자’가 되지 못하면 빈곤과 고독, 사회적 배제가 기다린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남성에게 이런 사회적 죽음은 실존적 공포로 다가온다. 여기에 가해자의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결합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 p.189

안타깝게도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이 각자의 방에서 이 증상들과 싸우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희망이 있다. 이제 우리에게는 당신이 견뎌온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있다. 내가 존경하는 정신과 의사 댄 시걸은 이렇게 말했다. “이름을 붙여야 비로소 길들일 수 있다.” 우리 뇌의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는 고통의 실체를 범주화하고 이름 붙일 때 비로소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나와 내 내담자들, 그리고 수많은 생존자들이 증명했듯 트라우마 유대로부터의 회복은 분명 가능하다.
--- p.225

건강한 자기돌봄은 결코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뜻도, 비도덕적인 태도도 아니다. 건강한 자기애를 지닌 사람들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행복과 필요, 자유를 잘 지켜낸다. 트라우마 유대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버리라고 요구하지만, 건강한 관계는 그렇지 않다. 자신을 돌보는 것은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일이며, 이게 진짜 자기 사랑이다.
--- p.278

우리는 낭만적 사랑에 대한 환상 속에서 자랐다. 이제 그 환상을 깨야 한다. 친밀함이란 한쪽이 다른 쪽을 구원하고 책임지는 관계가 아니다. 진짜 친밀함은 서로에게 다정하면서도, 상대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주는 관계다.

--- p.347

출판사 리뷰

“동화가 악몽으로 바뀌었다면 우리에겐 같은 지옥을 건너온 사람이 필요하다.
대체 뭐가 문제길래 그 관계를 떠나지 못했느냐고 따지는 사람 말고,
정말로 겪어본 사람 말이다.”-임상심리사 크리스틴 해먼드

“이 이상한 세계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계속 질문하고
책임지고자 하는 우리에게는 바로 이런 이야기가 필요했다.”-작가 홍승은

왜 해로운 관계일수록 더 강력하게 묶이는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설계된 지배의 덫에서 나를 되찾는 기술

많은 이들이 피해 여성들에게 “왜 상대를 더 일찍 떠나지 못했느냐”고 비난 섞인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저자는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언제든 관계를 끊어낼 수 있다는 식의 단순한 논리를 거부한다. 친밀한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지배는 결코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트라우마 유대’나 ‘강압적 통제(coercive control)’ 같은 용어는 심리학계에서 거의 쓰이지 않았다. 이 복잡한 예속 관계를 제대로 명명할 단어조차 없었던 셈이다.

저자는 가해자의 교묘한 통제가 시작되면 피해자가 머리로는 부적절함을 인지하더라도, 몸이 먼저 공포를 기억해 얼어붙는 상태에 주목한다. 특히 친밀함이라는 밀실 안에서 ‘학대’와 ‘보상’이 간헐적으로 반복될 때,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되고 마는 ‘트라우마 유대’의 메커니즘을 명확히 규명한다. 극도의 다정함과 격렬한 공격이 불규칙하게 반복되면 두 사람 사이에는 끊어내기 힘든 애착이 형성되고, 이 비정상적인 연결은 시간이 갈수록 더 단단해진다. 가해자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는 바로 그 불안정함이 피해자를 더 강력하게 묶어두는 것이다. 이는 동물 실험에서도 증명됐다. 학대와 보상을 번갈아 경험한 동물은 꾸준히 사랑만 받은 동물보다 조련사에게 230%나 더 높은 의존도를 보였다.

따라서 저자는 단순히 “무조건 헤어지라”는 공허한 조언 대신, 이 해로운 관계가 인간의 뇌와 몸을 어떻게 무력화하는지를 과학적 연구와 임상적 사례를 통해 추적해나간다. 동료 임상심리사 크리스틴 해먼드의 말은 이 책의 핵심을 압축한다. “동화가 악몽으로 바뀌었다면 위로의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에겐 같은 지옥을 건너온 사람이 필요하다. 대체 뭐가 문제길래 그 관계를 떠나지 못했느냐고 따지는 사람 말고, 정말로 겪어본 사람 말이다. 네이딘 매컬루소 박사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다정한 연인이 가장 두려운 지배자가 되기까지
‘병리적 연인’의 다층적 성격을 해부하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더 잔인하게 상대를 조종하고 비난을 넘어 정서적, 신체적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 이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을 나르시시스트나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같은 단일한 진단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획일적인 진단만으로는 이들의 복잡한 성격 구조와 유독한 관계의 본질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들을 ‘병리적 연인(pathological lover)’이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명명한다. 사랑을 내세우며 반복적으로 거짓말하고, 조종하고, 학대하는 관계 방식 자체가 이미 건강하지 않은, 병리성을 띤다는 것이다.

저자가 해부하는 병리적 연인의 내면은 입체적이다. 가장 표면에는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시, 마키아벨리즘, 가학성 같은 성향이 얽혀 있고, 그 아래에는 우울과 불안, 양극성장애 같은 기분장애가 자리한다. 더 깊은 층위에는 각종 중독과 충동성, 강박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처럼 여러 층위가 복잡하게 맞물린 성격 구조는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치료사조차 쉽게 풀어내기 어렵다. 전문가조차 다루기 힘든 이들을 연인으로 마주한 피해자들에게 이 관계는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저자는 이 복잡한 심리 지형을 일반 독자 눈높이에 맞춰 차근차근 풀어낸다. 병리적 연인이 사용하는 교묘한 전술과 트라우마 유대가 형성되는 과정을 실제 상담 사례를 통해 보여주며, 독자 스스로 관계의 맥락을 짚어내도록 이끈다.

저자는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가해자에게 병명을 붙이는 일이 아니라, 왜 그 관계가 그토록 혼란스러웠으며 왜 사랑했던 사람이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이 되었는지 그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이 잔인한 메커니즘을 알아야만 비로소 관계가 남긴 상처를 제대로 직면하고, 같은 관계를 반복하지 않을 힘을 기를 수 있다. 책은 이 지배의 덫의 작동 과정부터 안전하게 벗어나는 방법, 이별 이후 피해자가 겪게 될 심리적 과정과 그 대처법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왜 성실하고 친화적인 사람일수록 위험한 사랑에 빠질까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성격이었다!
‘빅 파이브’ 성격이론이 밝혀낸 트라우마 유대의 진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들은 반복해서 병리적 연인에게 끌리는 걸까. 저자는 그 답을 피해자의 의지 부족이나 낮은 자존감에서 찾지 않는다. 오히려 오랫동안 주류 심리학이 피해자를 ‘공동의존자’, ‘사랑 중독자’ 같은 낙인으로 설명해오며 문제의 본질을 놓쳤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탓해온 오래된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사람들은 흔히 학대 관계에 머무는 사람이라면 무기력하거나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연구 결과는 정반대였다. 저자는 샌드라 L. 브라운의 연구를 인용하며, 수천 명의 가정폭력 생존자를 대상으로 기질성격검사와 ‘빅 파이브(Big5, 5요인 모델)’ 성격이론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들에게서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친화성과 성실성이었다고 설명한다. 친화성과 성실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관계를 쉽게 포기하지 않고, 상대를 이해하고 책임지려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이들은 일에 대한 열정, 성장에 대한 몰두 등 높은 성취욕을 지닌 경우가 많다. 건강한 관계에서는 장점이 되는 이러한 성향이 병리적 연인을 만나면 치명적인 약점으로 악용되는 것이다. 여기에 어린 시절의 부정적 양육 경험이나 복합 PTSD까지 더해지면 사랑에 대한 갈망이 판단을 흐리게 해 명백한 위험 신호조차 희망적으로 해석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피해자를 자책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저자는 “학대는 전적으로 가해자의 문제”라는 학대 전문가 런디 밴크로프트의 말을 인용하며, 해로운 관계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가 겪은 일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름 붙이는 순간, 비로소 고통은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뇌에서 감정과 공포를 담당하는 변연계는 형체 없는 두려움을 범주화할 때 안정을 찾는다. 즉,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은 치유할 수 없지만,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트라우마는 길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책은 이처럼 무너진 자아를 재건하는 실질적인 지침을 제시하며, 고통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Survivor)’를 넘어 삶을 주체적으로 꽃피우는 ‘서스라이버(Surthriver, 성장 생존자)’로 나아가는 회복의 길을 안내한다.

“트라우마 유대는 사회적 토양에서 자란다.”
폭력과 사랑을 준엄하게 구분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디딤석이 되어줄 책

미국에서 경찰에 가장 많이 접수되는 신고 건수 1위는 가정폭력이다. 미국 여성 4명 중 1명이 매년 믿었던 연인에게 ‘친밀한 파트너 폭력’을 경험한다는 통계는 트라우마 유대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는 결코 미국만의 현실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친밀한 폭력이 특정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라고 말한다. 건강하지 않은 사랑을 낭만화하는 가부장제 문화, 여성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는 잘못된 사회적 메시지, 타인을 조종하고 이용하는 행태를 묵인하는 분위기,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며 폭력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그릇된 시선. 바로 이러한 사회적 토양이 병리적 연인을 만들어내고 트라우마 유대를 키워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가 사랑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다시 묻는다. 진정한 친밀함이란 상대를 소유하거나 구원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경계를 존중하는 관계임을 일깨운다. 한국어판 추천사를 쓴 홍승은 작가는 “정상적인 사랑과 남성성의 기준이 무엇인지 되물으며 읽어내지 못한다면, ‘병리적’이라는 표현 역시 사회적 토양을 외면하는 면죄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상처 입고도 여전히 연결되고 싶은 우리에게, 이 이상한 세계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계속 질문하고 책임지고자 하는 우리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필요했다”고 책을 추천했다.

사랑이라 믿었던 관계가 도망칠 수 없는 심리적 감옥이 되었을 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정확한 이해다. 『사랑이라 믿었던 지배』는 관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꾸고, 사랑과 폭력을 분명히 구별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사랑과 폭력을 혼동하지 않도록 돕는 가장 확실한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

추천평

사랑하라 등 떠밀기만 하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이 세계에서 그녀는 사랑의 ‘다른 이야기’를 써낸다. 새끼를 지키려는 곰처럼, 가해자의 폭력성까지 피해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상담가와 언론, 해묵은 시선을 사납게 할퀸다. 상처 입고도 여전히 연결되고 싶은 우리에게,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계속 질문하고 책임지고자 하는 우리에게는 바로 이런 책이 필요했다. “책임 없이 사랑도 없다. 당신은 더 나은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다. 어떤 치료도 고통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삶을 견디는 힘은 기를 수 있다.” - 홍승은 (작가,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저자)
동화가 악몽으로 바뀌었다면 위로의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같은 지옥을 건너온 사람이 필요하다. 대체 뭐가 문제길래 그 관계를 떠나지 못했느냐고 따지는 사람 말고, 정말로 겪어본 사람 말이다. 사실 어떤 관계는 처음부터 위험 신호가 드러나지 않는다. 불길한 예감도, 주변의 경고도 아무것도 없이 시작된다. 네이딘 매컬루소 박사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다른 트라우마 유대 성장생존자들의 이야기를 함께 전하며,여성들의 치유를 돕는 일이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맞닿아 있음을 따뜻하게 보여준다. - 크리스틴 해먼드 (임상심리사, 『지친 여성을 위한 안내서(The Exhausted Woman’s Handbook)』 저자)
우리는 어쩌다 나쁜 관계에 빠져들고, 왜 그토록 벗어나기 힘든 것일까? 이 책은 트라우마 유대의 형성 과정부터 안전한 탈출법까지 세밀하게 안내한다. 자책의 늪에 빠진 이들에게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건네는 저자의 담담한 위로는 수치심의 껍질을 벗겨내고 회복의 도구를 쥐여준다. 해로운 관계의 패턴을 익히고 건강한 경계를 세우고 싶은 이들부터,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 사랑의 상처를 치유 중인 모든 이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 줄리 페인 (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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