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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의 왕 (하)
원제
鹿の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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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전체 차례

주요 등장인물

피키파르의 죽음

제1장: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
1. 검은 짐승의 습격 / 2. 또 다른 생존자 / 3. 부뚜막 속의 아이 / 4. 다시 세상 밖으로 / 5. 숲 속에서 마주친 사내 / 6. 은밀한 사랑 의식

제2장: 전설 속의 끔찍한 병
1. 기적의 의술사 / 2. 사라진 의문의 노예 / 3. 죽음을 몰고 오는 병 / 4. 치열한 운명의 시작 / 5. 모르파의 여자 사냥꾼 / 6. 귀신같은 추적술 / 7. 목숨 건 벼랑 끝 사투

제3장: 순록의 마을에서
1. 오키 부족과 겨울나기/ 2. 퓨이카의 천적인 모호키/3. 시련이 준 새로운 가족/ 4. 초여름의 숲 속에서/ 5. 새끼 사슴을 찾아라/ 6. 다시없을 행복한 시간

제4장: 다시 불어오는 죽음의 숨결
1. 평화로운 매사냥 / 2. 사납게 몰아치는 검은 개들 / 3. 짐승 피로 만든 약 / 4. 아카파 왕의 처소에서 / 5. 하나둘 죽어가는 사람들 / 6. 출구 없는 질병과의 전쟁 / 7. 치료제인가, 독인가 / 8. 삶과 죽음의 경계 / 9. 아카파의 저주

제5장: 눈앞에 다가온 위기
1. 들불처럼 번지는 소문 / 2. 짐승처럼 변해버린 반 / 3. 검은 짐승을 조종하는 자 / 4. 의문의 여인과의 여행 / 5. 기묘한 빛깔의 상처 / 6. 큰까마귀를 부리는 노인 / 7. 로차이의 습격 / 8. 유괴당한 어린 딸

제6장: 감춰진 진실을 찾아서
1. 홋사르의 두 여인 / 2. 연구에 미친 괴짜 / 3. 심부의 우두머리 / 4. 병의 근원을 찾아서 / 5. 생명을 빼앗는 식물 / 6. 상처로 남은 고향

제7장: 잃어버린 고향 땅
1. 반을 쫓는 추적자 / 2. 정체불명의 전사들 / 3. 냉혹한 젊은 족장 / 4. 설원을 달리는 붉은빛 / 5. 신의 목소리 / 6. 밤마다 되살아나는 악몽 / 7. 절망 속 희망의 빛

제8장: 혹독한 배신의 계절
1. 음모의 배후 세력 / 2. 운명을 건 위험한 도박 / 3. 진드기가 몰고 온 죽음 / 4. 오판의 위험한 책략 / 5. 기습, 전쟁의 서막 / 6. 아카파 왕의 배신 / 7. 흔들리는 마음 / 8. 한겨울의 추적자

제9장: 다시 밝아오는 여명
1. 아파르의 무덤 / 2. 의심스러운 전갈 / 3. 기구한 인연의 끈 / 4. 타들어가는 마음 / 5. 다시 만난 두 사람 / 6. 뜻밖에 나타난 구원자

제10장: 새로 시작된 여행
1. 홋사르의 기묘한 제안 / 2. 몸을 지키는 병사들 / 3. 흑랑열을 치료할 열쇠 / 4. 생명이 살아 있는 곳 / 5. 흔들리는 눈동자

제11장: 죽은 자는 말이 없다
1. 위태로운 외줄 타기 / 2. 다시 만난 스옷르 / 3. 예상하지 못한 전개 / 4. 오래 기다려온 재회 / 5. 갑작스러운 방문객 / 6. 위험천만한 조력자 / 7. 빗속의 다급한 추적 / 8. 천지를 뒤흔드는 화염탄의 폭풍 / 9. 아버지의 말씀 / 10. 뒤늦게 알아챈 속임수 / 11. 끔찍한 가능성 / 12. 춤추는 사슴이여

제12장: 세상을 구하는 빛
1. 끈을 조종하는 자 / 2. 오타와르 의술의 미래 / 3. 의술사의 무기 / 4. 할아버지의 두려운 생각 / 5. 감이 뛰어난 아이 / 6. 오크바 주목을 가진 자를 무찌르라 / 7. 어두운 숲 속으로 사라지는 반 / 8. 어우러져 가는 사람들

초록의 빛
작가 후기 /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2

우에하시 나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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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hoko Uehashi,うえはし なほこ,上橋 菜穗子

1962년, 도쿄 출생. 1989년 작가로 데뷔한 이래 아동문학, 판타지, SF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이자 문화 인류학자로 릿쿄 대학 문학부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호주 원주민 아보리진을 연구했다. 현재 가와무라 학원 여자대학의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9년, 『정령의 나무』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한 이래 아동 문학, 판타지, SF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령의 수호자』, 『어둠의 수호자』, 『꿈의 수호자』 등이 포함된 [수호자] 시리즈로 노마 아동문예 신인상과 산케이아동출판문화상, 일본 아동문
1962년, 도쿄 출생. 1989년 작가로 데뷔한 이래 아동문학, 판타지, SF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이자 문화 인류학자로 릿쿄 대학 문학부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호주 원주민 아보리진을 연구했다. 현재 가와무라 학원 여자대학의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9년, 『정령의 나무』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한 이래 아동 문학, 판타지, SF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령의 수호자』, 『어둠의 수호자』, 『꿈의 수호자』 등이 포함된 [수호자] 시리즈로 노마 아동문예 신인상과 산케이아동출판문화상, 일본 아동문학자협회상, 소학관 아동출판 문화상, 아동복지 문화상, 로보노이시 문화상, 이와야 사자나미 문예상 등을 수상하였다. 또한 『달의 숲에 신이여 잠들어라』로 일본아동문학자협회 신인상을, 『고적의 저쪽』으로 노마 아동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 수많은 아동문학상을 거머쥐며 일본 판타지문학계의 정상 자리에 올랐다.

해외에서도 높이 평가받아 2009년에 『정령의 수호자』 영문판으로 미국 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하는 배트첼더 문학상을 받았고, 2014년에는 ‘작은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 안데르센 상 작가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사슴의 왕』으로 일본 서점대상 1위에 올랐다. 그밖의 저서로 『정령의 나무』, 『창로의 여행자』, 『하늘과 땅의 수호자』, 『달의 숲에 신이여 잠들어라』(일본 아동문학자협회 신인상), 『고적의 저편』(노마 아동문예상) 등이 있다.

이미지 저작권자 ⓒHiroshi Ko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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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했다. 다양한 매체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했으며 특히 일본 미스터리 문학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미나토 가나에 『고백』, 요네자와 호노부 ‘고전부 시리즈’, ‘소시민 시리즈’, 『흑뢰성』, 야마시로 아사코 『엠브리오 기담』, 아리스가와 아리스 『쌍두의 악마』, 야마구치 마사야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사사키 조 『경관의 피』, 오구리 무시타로 『흑사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가공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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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504쪽 | 576g | 140*212*30mm
ISBN13
9788970129471

책 속으로

꿈을 꾼 것일까. 비애와 고뇌와 환희로 가득한 기나긴 꿈이었다.
‘개의 왕’이라고 한 노인과 하나가 되어 본 것은 아파르 민족이 고향에서 살던 시절의 나날과 함께, 그 모든 것이 갑작스러운 침략자들의 전횡으로 짓밟혀 무너져 내린 기억이었다.
고향을 빼앗기고 추방당하는, 제 몸뚱이가 반 토막 나 벗겨지는 비탄과 분노. 그 절망의 나락에 어렴풋이 보인 희망의 빛…….
인간의 육체에서 벗어나 하나로 녹아든 꿈속에서 본 모든 것은 압도적인 현실감과 함께 마음속에 녹아들었고, 이미 반의 기억이나 다름없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그 압도적인 꿈의 기억보다 생생하게 아로새겨진 것은 꿈을 다 보여주고 늙은 몸으로 돌아간 순간의 케노이의 표정이었다.
그의 얼굴은 비참했다. 개의 왕으로 빛날 때의 표정과는 전혀 다른, 병들고 마음과 몸의 고통에 늘 시달리며 왜소해진 늙은 얼굴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그가 짊어지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무거운 회한이다. 그의 동생은 동포에게서 고향을 앗아간 이주민을 습격하는 사건을 일으켰고, 동생의 계략을 알면서도 그는 말리지 않았다.
애마가 독보리를 먹고 죽은 일을 계기로 마음에 광기를 품은 동생의 계략을 그는 말로는 백해무익하다고 타이르면서도 진심으로 말리지는 않았다. 족장이면서도 동포의 분노를 달래지 못하고 어중간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려 한 그 우유부단한 태도가 일족에게 결정적인 비극을 안겨준 셈이었다.
영원히 빼앗긴 고향. 두 번 다시 돌아가지 못할 그곳을 몇 번이나 돌아보며 울면서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의 분노와 비탄, 무언의 비난을 그는 한 몸에 짊어진 것이었다.
--- p.65~66

그 연기를 가르듯 또 한 마리의 말이 나타났다. 이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온다. 그 얼굴을 본 반은 눈을 부릅떴다.
‘……오판!’
쏜살같이 다가온 오판은 왼손으로 고삐를 쥐고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오판은 핏발 선 눈으로 반을 바라보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또다시 활시위 소리가 나더니 오판의 팔이 튕겨나간 것처럼 뒤로 꺾였다. 시루를 든 팔에 화살이 박혀 있다. 하지만 오판은 시루를 떨어뜨리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왼손에 시루를 옮겨 쥐고, 품에 안다시피 해서 이쪽으로 돌진했다.
재빨리 몸을 돌리려던 반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토마 일행이 뒤에 있다. 여기서 달아나면 토마 일행이 시루를 맞을지도 모른다. 반은 고개를 돌려 토마 일행의 상황을 확인했다. 뒤에 있는 장애물에 가려져 있기는 했지만 울타리를 뛰어넘어 초원으로 나가는 머리가 힐끗 보였다.
생각이 아니라 몸이 먼저 움직였다. 반은 오라하를 몰아 단숨에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뛰어넘은 후에 뒤를 돌아보자 맹렬한 기세로 말을 몰아 장애물로 달려드는 오판이 보였다.
‘뛰어넘을 것인가, 집어 던질 것인가…….’
어쨌거나 달아날 수 없다. 심지가 짧다. 이제 곧 화약에 불이 붙는다.

--- p. 384

줄거리

누군가가 조종하는 기묘한 개들과 마주친 뒤로 몸에 이변이 일어난 ‘반’. 괴한에게 납치된 ‘유나’를 쫓던 반은 전염병의 배후에 있던 뜻밖의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자신을 둘러싼 음모의 존재를 확인하고 고민하던 반은 사에를 위기에서 구하고 유나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무리를 구하기 위해 죽음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사슴의 왕’의 면모를 갖추어나간다.
한편 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전염병이 다시 번질 조짐이 보이자 의술사인 홋사르는 치료법을 찾는 데 전력을 다한다. 설상가상으로 그 병이 츠오르 제국의 이주민만 걸린다는 소문이 퍼지자 홋사르는 소문의 진위까지 밝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전염병을 이용해 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 세력을 감지한 홋사르는 그들의 배후 인물을 알게 되면서 큰 혼란에 빠진다.

출판사 리뷰

진정한 판타지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 땅의 모든 생명에게 바치는 이야기!

활자화된, 그러나 무엇보다 눈부신 시각적 세계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원령공주(もののけ?, 모노노케 히메)]라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일본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화려한 색채감이 돋보이는 독특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의 구현이 장점으로 꼽힌다. 덕분에 이 작품은 국내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함은 물론,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한계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우에하시 나호코의 《사슴의 왕》을 읽다 보면 [원령공주]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두 작품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성도 없으며, 제작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원령공주]는 영상으로, 《사슴의 왕》은 종이 위의 활자로 대중과 만난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그것을 접하는 순간, 하나의 눈부신 세계를 보게 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만큼 두 작품 모두 각자가 담고 있는 판타지 세계를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사슴의 왕》에서 돋보이는 것은 바로 ‘묘사’의 힘이다. 특히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공간과 인물들의 행동 및 심리에 대한 작가의 묘사는 굉장히 세밀하다. 따라서 소설을 읽는 내내 작가가 써내려가는 숲과 마을과 인물들,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그려진다. 작가는 단순히 이야기만을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소설 속 모든 장면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도록 서술 방식에 공을 들인다. 때문에 소설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한 편의 아름답고 웅장한 애니메이션으로 재생되며, 이는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안겨주는 동시에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올 것이다.

인간의 몸속 세계와 전염병에 대한 의학적 접근

《사슴의 왕》의 작가 우에하시 나호코는 소설가이자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학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작가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이러한 경험은 소설 속에서 소수민족의 생활과 의식, 세계관의 설정 등에 현실성을 부여하면서 사실적인 판타지를 그려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작가 후기에서도 밝히고 있듯, 실증적인 면을 강조하는 작가의 노력은 소설 속 사건들의 현실성을 극대화한다. 특히 《사슴의 왕》 속에서 서술하고 있는 병소(病素)에 관한 설명, 전염병의 특성과 전이 과정, 인간의 몸속 세계에 대한 고찰 등은 작가의 세심한 주의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작가는 실제 의사인 사촌 오빠의 도움을 받으며 소설 내용을 검증한다. 그뿐 아니라 여러 생물학 서적을 읽으면서 자신이 쓰고 있는 내용들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찾는 동시에,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묘사한다.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제국을 위기로 몰아넣는 ‘흑랑열’이라는 전염병이 소설 속에만 등장하는 가상의 질병이 아닌, 현실 속에서 다른 형태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현실성은 소설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상처받은 자들의 몸부림과 새로운 가족의 가능성


우리는 저마다 잃어버리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대상은 크기나 가치, 기간에 상관없이 모두 우리들 가슴속에 상처를 남긴다. 이때 생긴 상처는 평상시에는 잊고 있다가도 순간순간 떠오르고, 그때마다 우리는 그 잃어버린 것과 그것이 있던, 지금은 비어 있는 공백을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 공백이 사라지거나(사라졌다고 믿거나) 다른 것으로 채워지기 전까지는 계속 괴로울 수밖에 없다.

《사슴의 왕》을 이끌어가는 주체들도 무엇을 잃어버린 상처받은 자들이다. 누구는 아내와 자식을 잃고, 누구는 부모와 형제를 잃었으며, 누구는 고향과 나라를 잃었고, 개중에는 이 모든 것을 다 잃었다. 물론 그들이 느끼는 분노와 슬픔과 좌절은 비단 소설 속 세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도 ‘느꼈고, 느끼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각각의 등장인물의 행동에 쉽게 몰입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결코 낯설다거나 남의 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때로는 파괴적이고, 과격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그들의 감정은 지극히 현실적이며, 그래서 우리는 더욱 그들에게 애정을 갖으며 빠져들게 된다.

《사슴의 왕》에 등장하는 ‘반’과 ‘유나’, ‘사에’의 만남은 매우 흥미롭다. 이 세 사람의 만남은 상당히 이질적이지만 소설을 이끌어가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반과 유나는 죽음의 시간을 견디며 함께 살아남은 ‘동지 관계’이며, 반과 사에는 ‘쫓고 쫓기는 관계’이다. 그리고 남남인 유나와 사에는 여러 사건을 함께하면서 ‘모녀 관계’ 이상으로 친밀하다. 공통적으로 그들 모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상처받은 자’이지만, 함께하는 동안 혈연보다 더 끈끈한 가족 관계를 형성한다. 물론 그러한 관계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그들이 맺어가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즉 기존의 도식화된 가족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직시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운명공동체’이다. 죽은 아내와 아이를 향한 그리움과 마주하면서 유나를 딸로서 대하는 반과 언제나 그와 찰싹 붙어 있으려 하는 유나,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자석에 이끌리듯 함께하는 사에. 이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가족’은 우리에게 커다란 감동을 선사하면서 지금 우리가 지니고 있는 상처를 내려놓게 만든다.

《사슴의 왕》은 상,하권으로 구성되었음에도 결코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작가의 세밀한 묘사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구성,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유머가 마지막 책장까지 확인하게 만든다. 그리고 작가의 부단한 노력에 의해 이 책은 허구적 상상력에만 기댄 익숙한 판타지 소설이 아닌, 잘 짜인 영화 같은 새로운 판타지 소설로 탄생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전혀 새로운, 진정한 판타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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