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스튜디오1 프롤로그
친구들이 돌아오다 닭 밤부터 아침까지 수옥의 방 용왕제 하는 날 스튜디오2 또 하나의 사건 스튜디오3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 스튜디오4 비탄 그녀를 보내다 스튜디오5 에필로그 |
한창훈의 다른 상품
|
수선화 같은 소녀가 있었습니다. 붉은 노을이 소녀의 긴 머리카락 사이에서 부서지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그해 봄 저와 친구들은 항구의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섬에 남아야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깊은 병을 앓아 잘 걷지를 못했죠. 중학교 졸업까지는 우리들이 업고 함께 학교를 다니다가 그렇게 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항구에서 저는 고향 마을에 두고 온 그녀만 날마다 생각했습니다.
--- p.24 친구들이 이번에는 범실을 바라본다. 그러나 그는 입을 한일자로 다물어버린다. 그것으로 그들의 축원은 끝난다. 무덤 주인인 할아버지는 물론 아무런 대답이 없다. 무덤이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에 그들은 진설해놓은 것들을 먹고 나서 제멋대로 놀기 시작한다. 민구는 목이버섯을 발견하고는 나무에 올라가고 길자 목덜미에 억새 잎을 대고 뱀이다, 놀래킨 용철은 도망간다. 길자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 두두두쫓아간다. 수옥이 말한다. “너 좋아하는 사람 있지?” 범실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아냐. 응.” “무슨 대답이 그래? 누구야, 말해봐.” “나중에.” 너야, 라고 말해도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말해버리면 그녀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하긴 그것을 어떻게 다 말해?” “…….” “사랑은 이십 년을 채워야 사랑이래. 태어난 아이가 어른이 되는 기간만큼.” --- p.104 태풍에 부서진 배가 있다면 그게 제 마음이었습니다. 날개를 잃고 추락하는 새가 있다면 그게 바로 저였습니다. 그날 저는 담 아래서 그녀를 부르지도 못하고 한없이 서 있기만 했습니다. 수옥의 사랑은 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녀 앞에서 저의 사랑은 아주 초라해지고 말았습니다. 빨갛게 달군 쇠꼬챙이로 생살을 찌르는 것보다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밤새 눈물이 났습니다. --- p.146 |
|
한창훈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순수의 시절
그 섬에 가서 다시 그녀를 만나고 싶다 소설 [순정]은 뭍으로 유학을 떠났던 친구들이 방학을 맞아 고향 섬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다리가 아픈 수옥은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섬에 남았지만 방학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오랜 친구들 덕분에 행복하다. 그중 어려서부터 수옥의 다리가 되어 그녀를 업고 다니던 범실은 수옥을 끔찍이 생각하지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아름다운 섬에서의 여름방학은 다섯 친구들과의 한바탕 소동과 무모한 치기와 청춘의 열정으로 깊어가다가 예기치 못한 사건에 부닥친다. 그날 이후, 다섯 친구들은 각자의 상처와 오해를 안고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그리고 23년 후, 어느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고, 흩어졌던 친구들을 다시 불러모은다. 소설 [순정]에 나오는 중요한 소재들의 모티브는 대부분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작가가 직접 겪은 실화인 셈이다. 소설이 실감나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내는 데는 그런 연유가 있다. 그래서 소설을 읽고 난 독자들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첫사랑의 추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순수했던 그 시절의 첫사랑을. 소설의 정서와 이미지를 그대로 살린 영화 순정 아름다운 섬을 배경으로 한 구수한 사투리의 향연 섬과 바다의 작가 한창훈 작가의 고향은 전라남도 여수다. 이번에 영화를 촬영한 촬영지는 여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고흥이다. 원작의 정서와 아름다운 배경은 그대로 살리면서 영화 촬영지로서의 적합성을 따져 선택한 결정이었다. 영화 [순정]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재기 발랄한 소년 소녀들의 소박한 일탈이 이어지면서 시종 유쾌함을 유지한다. 아직 때 묻지 않은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사투리는 되바라지지만 재치가 넘치고 배꼽을 잡을 만큼 폭소를 자아낸다. 그랬던 사투리가 격정을 표현할 때는 가슴 저 밑바닥을 후비는 것처럼 아프게 들리는 놀라운 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투리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주인공들이 엑소의 도경수, 김소현 같은 청춘스타들이라는 것이다. 마치 그 섬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토박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실감났고 그것은 연기에 깊이를 더해주었다. 아름다운 문장들이 빚은 소설의 감성은, 영화에서는 비경을 두른 섬과 바다로 표현된다. 수줍은 듯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고흥의 그곳들은 너무나 아름다운 나머지 송정근 사진작가가 촬영지의 풍경을 담은 화보집 [순정]을 출간하기도 했다.천혜의 절경과 풍광, 그리고 배우들의 가장 눈부신 청춘의 순간을 기록에 남기고픈 작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