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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4월의 어느 의자 봄바람 / 4월의 어느 의자 / 배비장 / 정선역 / 섬 같은 / 허공 / 어느 날 잠시 / 수종사 5층 석탑 / 뱀 / 커피 타임 / 쉼표를 닮아가는 / 양지마을 우리 집, 봄 / 미나리꽝 이야기 제2부 선유도의 야생화 그해 여름 / 천마산이 나를 / 시의 맥박, 물소리 / 이젠 마음 놓고 오세요 / 감자 / 몹쓸 불씨 될라 / 막걸리 / 낙조 마을 사랑법 1 / 낙조 마을 사랑법 2 / 시와 시인 / 선유도의 야생화(夜生畵) / 양지마을 우리 집, 여름 / 상추쌈, 그 후 제3부 그가 내 시를 읽는다 왕십리의 한 가을 철로 / 그래도 / 가을 길 / 가을비 / 그가 내 시를 읽는다 / 억새 / 달팽이의 꿈 / 유리벽 밖의 투명 인간 / 들국화 / 74년 종로 양지다방 이야기 / 2014년 9월 25일, JSA 헌병에게 / 국화차를 마시며 / 달맞이 연가(戀歌) / 툇마루 / 양지마을 우리 집, 가을 제4부 소리탑은 그림자가 없다 겨울 밤 / 겨울 바닷가 / 찌개 / 소리탑은 그림자가 없다 / 그림자야 / 그 섬의 새 전설 / 달, 그리고 나 / 홍어 / 헛간 / 눈(雪)처럼 / 양지마을 우리 집, 겨울 / 1월 제5부 행복한 병 터지고 또 터지고 / 부다페스트의 프러포즈 / 낙석 / 사막의 딱정벌레 / 대금굴 / 터미널 / 낙타 / 뒤뜰 / 나를 쫓는 그놈 / 갠지스의 극락왕생 / 백수의 낭만 / 모닥불 / 꽃 같은 소녀를 어쩌나 / 연어를 닮은 / 봤다, 그리고 / 엄마 사용료 / 행복한 병 ■ 작품 해설:낭만적 사랑에로의 회귀 ― 이성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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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이복자 시인의 새 시집 『그가 내 시를 읽는다』를 찬찬히 읽다 보면, 전체 시편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상징 시어를 어렵지 않게 적출해낼 수 있다. 시인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에 “꽉 박혀버린 언어 하나”, 현재 이복자의 시세계에서 “사리처럼” 기능하며 “여생을 바래줄 언어 하나”, 바로 사랑이다. 『그가 내 시를 읽는다』는 일견 현대 한국 사랑시의 한 계보로 분류될 법하다. 무엇보다도 새 시집에서 사랑의 정서는 이복자 시세계의 전반을 감싸 안는 두터운 외피이자 시정신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까닭이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그렇다고 해서 이복자의 이른바 ‘사랑시’가 전통적 그것의 기율을 시종일관 답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이복자의 사랑시는 연인들 사이의 원초적 감정을 직접적으로 그려내는 일에 치중한다거나, 인간 존재들 간의 사랑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시에서 사랑은 자주, 자연 대상물을 비롯한 우주적 존재에로 거침없이 방사(放射)된다. 아울러 그의 사랑시편들은 궁극에는 인생의 보편적 진리와 삶의 참된 이치를 깨닫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시집은 제5부를 제외하면 각각 사계(四季)의 시간적 분절에 의해 구성되었다. 「봄바람」, 「4월의 어느 의자」를 앞세운 제1부가 그러하고, 제2부의 「그해 여름」, 「양지마을 우리 집, 여름」이 그러하거니와, 제3부의 「왕십리의 한 가을 철로」, 「가을 길」, 「가을비」, 「유리벽 밖의 투명인간」 및 제4부에 배치된 「겨울 밤」, 「겨울 바닷가」 등의 시가 이 사실을 입증한다. 그럼에도 수록 작품들은 대개가 내용과 형식의 측면에서 모종의 친연성을 보여준다. 여행지의 풍경을 시인의 내면으로 이전시켜 그리움과 외로움, 고독과 슬픔의 ‘낭만적’ 정서로 채색하는 시적 경향이 그러하고, 과거 시간의 재구성을 통해 추억의 현재적 의미를 추출하고 탐색하는 ‘낭만적’ 시도들이 그러하다. 특별하게는 가스통 바슐라르가 지상 최대의 풍경이라고 지칭한 유년 시절의 연작시 「양지마을 우리 집」의 ‘낭만적’ 분위기도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볼진대, 이복자 시인은 낭만주의자로 규정될 법하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의 시의 낭만주의적 성격은 위에 언급된 몇몇 낭만적 징후들 때문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보다는 이제까지 시인이 수행한 글쓰기 방식, 즉 시적 사유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애초에 문학의 낭만이란, 낭만적 정신이란 무엇이던가. 그것은 글 쓰는 주체 스스로가 자신의 근원으로 되돌아가려는 예술의 고유한 회귀 정신이 아니던가. 따라서 이복자 시세계의 낭만적 경향은 자기 자신의 기원을 부단히 탐색하고 세계의 본성을 회복하려는 시적 의지, 그녀의 ‘낭만적 사랑에의 회귀’ 정신에서 찾아져야 하는 것이다. ― 이성천(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 시인의 말 중에서 36년의 공직을 명퇴했다. 이렇게 큰 해방감이 다가올 줄 미처 몰랐다. 생각이 마음대로 쏘다닐 수 있고 마음이 제멋대로 바람날 수 있는 줄도 몰랐다. 자유인이다. 3년 동안 여행도 많이 다녀왔다. 한낮에 전철을 타는 것도 어설퍼 어리둥절했는데 제법 익숙해졌다. 나날이 자유인의 낭만이 성숙해져간다. 자유에 겨워 잠시 잊고 있다가 문득, 분신들을 꺼내 세상에 내놓고 싶어졌다. 꺼내 쓰다듬자니 이것들이 어떻게 내 속에서 나왔을까 속이 약간 쓰리다. 나를 버티게 해준 것들이 눈물겹도록 사랑스럽다. 쓰담쓰담 자꾸 손이 간다. 이것들을 세상에 내놓고 어찌 살펴야 하나 염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름 뚝심은 있는 시들이니까. ■ 시집 미리 읽기 가을이면 온다. 추석 보름달로, 산기슭 꽃으로 언덕배기 싸리나무 잎으로 노랗게 온다. 코스모스 웃음이 예쁜 곳으로, 뭐 이런 것을 노래하려고 머리 아프게 언어를 조탁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시는 그가 나의 색깔을 짚어내고 풀벌레 소리에 홀로 나서 사랑바라기꽃 한 송이 가을 중에 여전하구나, 알아야 내가 있고 그가 있고…… 그리움 따박따박 딛고 오는 사람 문 열고 나선다 해도 쉬 맞이하기는 싫은 고운 종이에 함께 디딘 걸음, 사랑시는 조신한 마음으로 꼭꼭 빚어 바치는 꽃이므로 그가 고이 간직할 언어들 시에 들어와 사랑바라기꽃을 뽑아 든 손, 떨리고 설레는 그를 위해 시를 쓴다. 더욱이 깊어가는 가을에 그가 내 안에 꼭 있어야 하는 이유를 쓴 시는 내가 아픈 만큼 그도 아파야…… ― 「그가 내 시를 읽는다 ― 사랑바라기꽃」(56~57쪽) 전철에 오르는 순간 선글라스 위로 희끗희끗 머리카락이 곤두선 사람과 눈이 맞았다. 점점 배가 불러온다. 청량리에서 불쑥, 왕십리에서 불쑥 옥수역에서 진통이 온다. 예쁘고 토실한, 빨간 사과를 낳았다. 중앙선은 떠나고 3호선을 갈아타러 간다. 빨간 사과의 동생을 위하여 ―「백수의 낭만」(10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