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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사람 머물던 빈자리 아버지 제삿날 밤의 음복술(266) 만두 속을 다지며(267) 캄캄한 밤길(268) 새벽 어스름에 눈을 막는 어둠(269) 원앙새들의 안경(270) 쳇바퀴 돈다(271) 사람 머물던 빈자리(272-1) 사람 머물던 빈자리(272-2) 번데기의 꿈틀댐(273) 가족사 자리바꿈(274) 벼룩이 간에 대한 명상(275) 슬픔의 강(276) 김소월과 김동리, 서정주, 김현의 산유화(277) 산(278) 밤(279) 천안문 광장(280) 기우뚱기우뚱(281) 제2부 시골의 겨울 아침 몸에 든 것들의 몸바꿈―날개(282) 변두리 사람 그리움(283) 겨울새 똥에 대한 명상(284) 봄동(285) 호통, 잘못된 호통소리(286) 코미디(287) 시골의 겨울 아침(288) 묏새 소리, 마음 울리는 바람(289) 펑펑 눈 내리는 서하리(290) 버림, 버림받음에 대한 생각 하나―피아노(291) 범죄자들의 못된 재채기(292) 익명의 글쓰기(293) 밝은 햇빛 아래 어두운 마음(294) 얽히고설키고 삶은 시작하고 끝나고(295) 그리움이 다섯 술독 속에 녹아(296) 새야, 새야 파랑새야 훨훨 날아라, 새야(297) 새들의 날개(298) 처마 밑 빗물 소리에 섞이는 오줌발(299) 제3부 님은 어디 계신가 돌의 문답(300) 초지진에도 봄은 오고(301) 기다림과 쓰라림(302) 전인초 의리들 마시다(303) 숨바꼭질(304-1) 숨바꼭질(304-2) 팔씨름(305) 님은 어디 계신가(306) 잃음(307) 잃어, 잃어버림, 동동거림에 대하여(308) 집짐승들 혓바닥 핥는 바닥(309) 두려움 2―몸에 든 것들 15(310) 두려움 2-1―몸에 든 것들 15 시간의 자벌레(311) 안개마을에 서서(312) 용의 껍데기와 마음 진 몸(313) 외로움과 우박 기도(314) 제4부 봄비가 달면 두꺼비 올까 봉암사 가은 들판을 지키다(315) 달콤한 봄비(316) 봄비가 달면 두꺼비 올까(317) 풍경 소리와 바람(318) 경칩 날 새벽달(319) 큰 바위 덩어리 속에 든 살집(320) 김희주가 나임을 확인한 거꾸로 선 세모꼴(321) 눈부신 햇볕 아래 서하리 누에 하나(322) 오리온 그림 아랫자리 별 두 개(323) 지하철에서 책 읽고 있던 권택영(324) 길(325) 신화(326) 시가 시에게 말하길(327) 황석영 그 작가 큰 물 나댐 소리(328) 조각달 그림자(329) 청매실 꽃 봉오리 위에 앉은 봄비(330) 몸에 든 것들―병치레 16(331) 화안한 매화, 꼭 옥수수 튀밥이다(332) 제5부 별들은 숨을 죽이고 시와 빚(333) 흘림(334) 눈 속의 별(335) 전봉준 공초 또는 유식한 척한 사람의 글쓰기(336) 연줄, 연 날리던 끈만(337) 조부 젯날 밤의 쓸쓸한 음식상(338) 봄 벌레(339) 감자 세 골을 심으며(340) 봄꽃 아우내 장터(341) 별들은 숨을 죽이고(342) 이기상 동쪽 별자리에 앉아(343) 시골 빈 집 마당에 앵초꽃 한 그루(344) 하루하루가 다들 그렇게(345) 구름 뜬 바다에 말뚝 박기(346) 5월 나무 숨 냄새(347) 바닷가 모래성(348) 가뭄 비와 기분(349) 5월 등나무와 오동나무(350) 제6부 봄을 밟고 여름 위에 서서 8년생 나무 백일홍(351) 천둥번개(352) 쥐에게(353) 소금(354) 쥐덫(355) 무당벌레와 나와 감자(356) 불 밝은 대낮 5월(357) 철학자 김영근(358) 손님(359) 고수(高手)(360) 덩굴식물 성질(361) 무당벌레도 난다(362) 열무김치(363) 봄을 밟고 여름 위에 서서(364) 식민지 시인들의 부산한 눈 굴림(365) 명품은 명가만 알아본다(3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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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속을 다지며
매운 김치만두가 먹고 싶다. 먹고 싶어? 직접 해 드시지유! 이 소리가 아내 입에서 나오지는 않지만 아내 없는 사이 만두 속을 다지며 나는 조르즈 상드가 쓴 저 19세기쯤 프랑스 어느 농가 삶 『마의 늪』 앞부분 일소 이야기 읽다가 받은 충격을 되씹는다. 평생 밭만 갈던 한 쌍, 일소 한 짝이 죽으면 구유에 주는 주인 소죽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짝소 멍에와 그 냄새 그리는 눈빛으로 투레질 툴툴 굶주리다가 결국 죽어간다던 저 일소와 일꾼 모습하며 도시 사람 우정론 비웃으며 그 바람둥이였다던 상드가 쓴 섬세하고 고운 사랑 이야기 오늘 매운 만두 속을 다지며 다시 생각한다. 두부와 김치, 숙주나물까지 잘 데쳐 잘게 저미다가 파를 좀 써는데 별안간 눈물이 샘솟듯 콧물조차 따라나선다. 만두 속 다지던 아내 눈물깨나 흘렸겠다는 생각에 나는 저 19세기 프랑스 농촌 마을 일소 짝 잃으면 굶어 죽는다던 가슴 아린 생각에 내 눈물샘 끝이 어디인지를 알겠다. 뜨거운 소죽 훅훅 불며 코뚜레질 딸랑이며 여물 씹던 짝소 오늘도 아직 내 마음속 부엌 한 켠에 남아 아내 부름 따라 나선다 나도 눈물 섞인 여물을 좀 씹어야겠다. ※ 2006년 12월 22일 서하리 쪽방. 어젯밤에 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나서 딱 두 잔 마신 음복술이 마음줄을 잡았는지 잠이 오질 않아 뒤척이다가 밤잠을 아예 설치고 말았다. 아홉 시쯤 잠을 자려고 청하는데 아내가 잃은 안경을 찾느라 부산을 떤다. 안경을 찾아주고 나니 잠이 또 달아나서 뒤척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 김치를 썰어 국물을 짜고 등등 만두 속을 만드는데 영 만만치가 않다. 이 마누라 왜 내가 만두 타령을 하면 상을 누비거나 자꾸 말을 피해 갔는지를 알겠다. 그것도 먹는 사람이 많아 즐겁게 먹어주는 사랑하는 식구가 있어야 만드는 데 힘도 덜 들고 재미가 있는데 글쎄 서방 하나 달랑 먹이자고 그 분주를 떨기는 좀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여인의 고충을 여기 적어 내가 그걸 알았다는 흔적을 남긴다.(267) --- p.267 기우뚱기우뚱 지구가 둥글어 기우뚱기우뚱 사람들 믿음이 모질어 기우뚱기우뚱 왼쪽 오른쪽 기우뚱기우뚱 온 세상 미국 쪽으로 기울어 기우뚱기우뚱 극우파 남한파 미국파, 극우파 일본파 기우뚱기우뚱 가슴 답답 저 어리석은 광신파 기우뚱기우뚱 아침에 읽은 한승동 「일본의 ‘바보’ 증세와 동북아시아의 평화」 속 바보 기우뚱기우뚱 이긴 자들의 바보질병 바보 기우뚱기우뚱 지구가 점점 기울어져 기우뚱기우뚱 지구는 결코 둥글지가 않다. 내 발바닥이 그걸 안다. 바보 천치, 미국 거기 붙어 기생하는 숙주 가슴속에 불이 일어 불이 일어 기우뚱기우뚱! ※ 2007년 1월 17일 수요일 아침 서하리 쪽방. 새벽에 눈이 떠졌다가 다시 자다가 한승동의 『녹색평론』의 글 읽다가 아침을 맞았는데 인터넷 신문들 기사들을 읽으니 고법 법관 누구를 석궁으로 쏜 성균관대학교 수학과 김 모 교수 이야기들, 일본 야쿠자 두목 딸이라고 으스대며 돈을 빼앗은 여자 이야기 따위 쓰레기 이야기들이 골을 때린다. 법조계의 우스꽝스런 행태도 그렇고 대학교 행정의 불의와 굳은 고식 행위 따위가 마음을 옥죈다. 어제는 주채혁, 김정수 교수들이 세종대학교에 대한 불만과 복직 거부 이야기들로 마음이 뒤숭숭했는데 오늘도 그렇네! 삶 판 더럽기가 돼지 똥보다도 더하다!(281) --- p.2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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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중에서
한때 나는 잡문이라는 말을 그렇게 싫어하였다. 시나 소설 작품에다 비평이라는 글쓰기란 아주 고귀한 품격을 갖춘 금이나 은 아니면 다이아몬드 격에 드는 말꼴이라고 믿었던 탓일 테다. 그런데 이 지구에 와서 좀 오래 살다 보니 말씨의 높낮이나 격조라는 것도 실은 다 사람들이 만들어 덮어쓴 착시 계급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차차 깨우치기 시작하였다. 모든 사람이 다 고귀한 존재인가? 자, 그렇다고 치기로 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사는 방식에 따라 높낮이를 정해서는 안 되는 거다. 이 나라에서 꽤 오래전부터 쓰는 아주 시시한 말 가운데 선진국이니 중진국 후진국 따위 정치적 책략에 의한 말투만큼 껄렁한 말이 없다. 남보다 늘 높다고 착각하는 인생들 쳐놓고 시시하지 않은 패들이 있을까? 서양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지녀 퍼뜨려온 이런 열등 우월 감정의 치도곤을 우리 모두 다 흠씬 두들겨맞은 채 비실거리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나는 자주 우울하다. 지금부터 까마득한 옛날 800여 년 시간 저쪽 고릿적 사람 이규보(李奎報)라는 분은 참 많은 글쓰기를 했던 분 같다. 2천여 편이 넘게 시문을 썼다고 했는데, 그도 70여 년을 이 지구에 와 살면서 퍽 심심했던 모양이다. 사람살이는 이 외로움이라는 심심함에서 벗어나려고 평생 발버둥질이나 치는 쓸쓸하고 불쌍한 사리들이다. 그게 내 생각이고 그걸 벗어나려고 발버둥질치는 몸짓 가운데 이 시 쓰기가 거기 들어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날이 일기 쓰듯 써온 시가 오늘로 3,792편이다. 그것을 쓴 날짜와 곳을 알리면서 나날의 느낌이나 생각을 나는 적어놓는다. 800여 년 저쪽에서 그렇게나 사는 일을 힘겨워한 이규보 어른님! 그가 남긴 800년 저쪽 나날의 말 쓰기는 지금 읽어도 나는 자주 즐겁다. 아하, 남들도 다 저렇게 사는 게 시시하다고 느꼈구나! 나도 그런 나날의 기록을 나날이 하루치씩 적어가고 있는 중이다. 언제 이 시 쓰기가 멈출지는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아득한 시공간 저쪽 사람의 말투를 읽으며 그를 만나는 즐거움이 조금은 있다는 게 이 글쓰기의 뒷심이다. 그런 겪음을 믿고 나도 이런 시집을 다시 묶는다. 2007년도에 적어둔 시들이니 지금 보면 이것들도 다 아득한 시간 저쪽에 있던 이야기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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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의 한국문학 연구자가 정년 전후한 시기에 자신의 생활을 시로 쓰기 시작하였다. 매 편마다 짤막한 메모가 덧붙여 있다. 강단과 문단에서 이미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중견이지만, 모란시장에서 산 모종을 텃밭에 심고, 식구와 어울려 밥상을 받고, 먼 길 찾아온 제자를 만나고, 시내에 나가 동료와 술잔을 나누고, 교원공제회에서 빌린 돈을 정년에 맞추어 상환할 걱정에 잠 못 이루고, 거기에는 ‘한 생활인의 작은 경제’가 무던히 여실하게 그려져 있다. 기록은 위대하다. 기록은 지금 이 당사자에게 위안과, 미래 후손에게 긴요한 자료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정직하고 쓸쓸하고 고통스러운 삶의 경영……, 시는 물경 3천 편을 넘어 4천 편으로 달려가고 있다 한다. - 고운기 (시인·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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