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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비석에 새긴 노래
정정호
푸른생각 202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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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 서시

제1부 나의 바람개비

서해 바다에서 부는 바람 / 양잿물과 얼음 / 고춧잎나물 / 곱슬머리의 추억 / 나의 바람개비 / 나의 뜨거운 팝송 시대 / 내부 수리 중 / ‘정 관장’의 눈물 / 치매와 함께 살아가기

제2부 엄마와 딸

엄마와 딸 / 오래된 연필그림 한 장 / 손자가 세상 온 날의 기도 / 수박 자르기 / 삶은 달걀 껍질 벗기기 / 아내의 큐 코드 연주를 들으며 / 어쩌면 그럴 수도 / 어느 날 아침 준비

제3부 피천득 산책로에서

성춘향 평전 / 하여지향(何如之鄕) / 우보(于步) 선생 / 응시자 / 순간에서 영원으로 / 지성에서 영성으로 / 왜 그입니까? / 바로크 헨델 / 왜 지금 여기서 퍼시 비시 셸리인가? / 피천득 산책로에서

제4부 청량대 연가

홍예문(虹霓門) / 청량대(淸?臺) 연가 / 블루 사파이어 / 우룰루의 최후의 만찬 / 뉴질랜드 내피어의 해맞이 / 밴더빌트대학 방문기 / 몽생미셸 앞에 서서 / 지베르니 정원에서 / 밧모섬 동굴에서의 기도

제5부 혀의 불꽃놀이

읽기의 에로학 / 무너지는 언어의 사원 / 전복의 미학 / 말의 저주 / 혀의 불꽃놀이 / 말은 몰라도 / 텍스트 이론 / 몸으로 시쓰기 / 몽상

제6부 시간 사냥

소리의 흔적 / 십구공탄의 불춤 / 누워서 책 읽기 / 가장 먼 곳 / 인간 조롱, 그 후 / 종이비행기 / 다시 부채질을 시작하며

제7부 나무 되기

금수산의 아기 흑염소 / 동물원 풍경 / 새들과 대화 / 도솔산 입구에서 / 오대산의 깊은 밤 / 나무 되기 / 반려식물 / 산과 나 / 슈퍼 열대야 / 바람이 말한 것

제8부 사냥개에 쫓기던 나는

빨간 지붕 교회 / 물수제비 뜨기 놀이 / 얼마 동안 / 룻 이야기 / 하늘 기도 / 나의 수염같이 / 사냥개에 쫓기던 나는 / 어느 날 나의 이름이 / 순례자

· 시인의 말

저자 소개1

鄭正浩, 정세문

호 소무아(笑舞兒) 1947년 서울 출생, 인천중, 제물포고 졸업 서울대 영어교육과 졸업 및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석박사 과정 수료 미국 위스컨신대(밀워키) 영문학 박사(Ph.D.) 영국 리즈대학, 호주 그리피스대학에서 각각 1년간 연구교수 한국영어영문학회장, 한국비교문학회장, 비평과이론학회장 문학과환경학회장, 한국18세기학회장, 한국번역학회 부회장 한국문화연구학회장, 국제PEN한국본부 전무이사 전국사립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 수석부회장, 사랑의교회 교수선교회장 제1회 아시아인문학자대회 준비위원장(2008, 서울) 제19차 국제비교문학대회 조직위원장(2010, 서울
호 소무아(笑舞兒)
1947년 서울 출생, 인천중, 제물포고 졸업
서울대 영어교육과 졸업 및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석박사 과정 수료
미국 위스컨신대(밀워키) 영문학 박사(Ph.D.)
영국 리즈대학, 호주 그리피스대학에서 각각 1년간 연구교수

한국영어영문학회장, 한국비교문학회장, 비평과이론학회장
문학과환경학회장, 한국18세기학회장, 한국번역학회 부회장
한국문화연구학회장, 국제PEN한국본부 전무이사
전국사립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 수석부회장, 사랑의교회 교수선교회장
제1회 아시아인문학자대회 준비위원장(2008, 서울)
제19차 국제비교문학대회 조직위원장(2010, 서울)
제2회 세계한글작가대회 집행위원장(2016, 경주)

저서 : 『피천득 평전』(2017), 『문학의 타작 : 한국문학, 영미문학, 비교문학,
세계문학』(2022) 외
역서 : 『포스트모더니즘론』(1985), 『사랑의 철학 : 셸리의 시와 시론』(2022) 외
편서 : 『피천득 문학전집』(전7권)(2022), 『주요섭 소설전집』(전8권)(2023) 외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7회,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1회, 교양도서추천 1회
독서문화운동본부 추천도서 1회, 아르코 문학나눔 1회 선정됨]

수상 : 중앙대 학술상, 김기림문학상(평론), 펜번역문학상, 박남수문학상(시),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

현재 : 문학비평가, 국제PEN한국본부 번역원장, 금아피천득선생기념사업회장,
한국펄벅연구회장,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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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30*215*20mm
ISBN13
9791192149417

책 속으로

시를 쓰는 것은 드디어 나를 벗어나
나에게서 떠나는 순례의 시작이다.

어느 날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호야, 네가 어디 있느냐?”
“제가 여기 있나이다” 하고 선뜻 나서지 못했다.
나서기가 조금은 부끄럽고 어색하여

나 자신의 어떤 부분을 숨기고 살았다.
그 이후 오랫동안 나도 모르게
나의 살은 그렇게 굳어갔고
나는 내 마음과 영혼의 속살을 숨겼다

그저 모국어로 내 마음의 그림을 그리고
내 영혼의 음악을 연주하고 싶을 뿐이다.
시는 의식적으로 제작하기보다
무의식적으로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닐까?

내가 시를 읽거나 쓰는 순간만은
사무사(思無邪)의 역동적 시공간이다.
내가 쓰는 시들이 점이 되었다가
선으로 이어지다 원이 되어 영원회귀되었으면.

“나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며
철없는 흥분을 느낀다.
시인 되기는 결국 어린이 되기이리라.
많이 기쁘고 즐거운.

시를 짓는 것은 결국 나를 벗어나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순례의 완성이다.
---「서시」중에서

봄바람이여! 나의 바람개비여!
그대 따스한 바람은 나의 바람개비를 돌려
나라는 오래된 현악기를 연주하여
내가 아름다운 노래를 계속 부르게 해다오.

여름바람이여! 나의 바람개비여!
그대 뜨거운 바람은 나의 바람개비를 통하여
나를 홀연히 성령으로 인도하게 하고
나에게 다채로운 거룩한 춤을 추게 해다오.

가을바람이여! 나의 바람개비여!
오래 스산한 바람을 나의 바람개비 움직여
이 허수아비 노인에게 다시 꿈꾸게 해
내가 자주 웃는 어린아이가 되게 해다오.

겨울바람이여! 나의 바람개비여!
그대 차가운 바람이 나의 바람개비를 깨워
문풍지 틈새로 달리는 바람에 얼어붙은
내 몸이 노쇠해도 하늘 높게 날며 꿈꾸게 해다오.
---「나의 바람개비」중에서

어느 날 오래된 친구들이 함께 모여 왁자지껄
떠드는 시끄러운 말들과 웃는 몸짓들이
풀잎 맺힌 이슬처럼 사라진 순간이지만

지상의 사소하고 작은 순간들이라도
온통 창공으로 계속 날아 올라간다면
밤하늘의 별들이 되어 영원히 반짝이네

땅에서 하찮게 사라지는 웃음의 순간들이 모두
장대한 은하수 밭에 보석처럼 파묻히어
하늘에선 영원으로 거듭나 신비하게 빛나리
---「순간에서 영원으로」중에서

옛날 옛적에
말과 사물이 신비롭게
연결되었다고 굳게 믿었다
말에는 신의 의지가 들어 있다고까지 믿었다
(솟아라 솟아라 솟아라 바벨탑아)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말은 기호의 짜임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말과 사물은
신의 개입 없이도 살아가는
아무렇게나 연결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무너진다 무너진다 무너진다 성수대교가)

그러다 보니
자꾸 미끄러져서 바뀌니
옛날 옛적 말과 사물과의 안정된 관계는 무너진다
행복한 시절은 다 사라져가는가?
(쓰러진다 쓰러진다 쓰러진다 삼풍백화점이)

말로 시작되는
모든 우리의 정신활동과
의미 구성의 원리가 약해지고
모든 근대 학문들과 심지어 과학까지도
밑바닥 뿌리부터 흔들린다
(끊어진다, 끊어진다, 끊어진다, 존재의 커다란 고리가)

---「무너지는 언어의 사원」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시는 시인이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개성을 소멸시키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시인 개인의 경험과 정서에만 집중하는 시를 쓰는 것보다 넓은 의미의 사물, 행위, 사람, 역사, 제도, 용어, 사건, 장소, 자연, 동식물 등을 단지 말하거나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포괄적으로 그 소재들을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보여주고 싶다. 우리 시대의 사람과 사물과 사건과 사유를 타작하며 드러내는 것이다. 물론 시 쓰는 개인의 감정이나 정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으리라. (중략)

적어도 나는 내가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주류 문단 바깥의 주변부 타자로 지내고 싶다. 신고전주의 감수성으로 통념적인 낭만주의 시를 비껴가고 싶다. 나는 지금 문지방에 서 있다. 시를 지금까지 편안하게 읽어왔던 일부 독자들에게 당혹감과 불쾌감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상상력과 쇄신의 인공지능(AI) 시대의 챗GPT과도 대화도 불가피하리라.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문자시에 소리, 그림과 동영상까지도 함께 춤출 수 있을까? 앞으로 챗GPT가 써낸 시들과 대결하면서 인간만의 독창성과 창작성을 담보해낼 수 있는 시와 시학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나는 야만의 역사와 황폐한 시대에 이마 위에 얼음을 얹고 가슴에 숯불을 품고 뛰지 않고 조용히 걸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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