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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마침내 시작된 싸움
17. 삶의 굽이굽이 18. 여자에게도 꿈이 19. 서로 내민 손 20. 속임수 세월 21. 거룩한 장난 22. 맞물린 톱니바퀴 23. 민중이란 수수께끼 24. 이런 사연 저런 사연 25. 집을 떠나갑니다 26. 다혈질, 동키호테들 27. 범죄 위의 범죄 28. 남의 밥그릇 29. 밟힌 꼬리 |
Jo, Jung Rae,趙廷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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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게는 밤장사럴 안 혀도 되는 것이 또 영판 신통방통허단께로. 딴장사덜맹키로 통금이 다 되도록 장사럴 혔으면 워쩔 뻔혔어. 그 잘난 점원 노릇도 못혀묵을 판이었제. 낮장사로 일찍허니 일 끝내고 푹 쉴 수도 있으니 쌀가게만치 존 장사가 웂단 말이여. 그나저나 나가 한강가에 와서 절로 존 돈벌이가 생긴 챔인디, 한강 물기운 타고 팔자가 활짝 필라는 것일랑가? 그려, 옛날에 점쟁이 말이 물을 가차이 허먼 덕을 본다고 안했등감? 잉 맞어. 나무도 크면 영험이 있데끼 한강도 질고 큰께 영험이 있덜 안컸어? 그 영험이 나럴 돕고 우리 집안을 살펴주실란지도 몰르제. 그려, 칠성이 그놈도 등록금 제때제때 주고, 책도 다 사주고 헝께 등수가 쑥 올르덜 안 혔어. 등수가 올를수록 크고 존 회사에 취직이 된단께 얼매나 존 일이여. 칠성이 그 장헌 놈이 월급 많이 타는 회사에 떡 취직혀서 돈을 모으면 나가 쌀가게 채리고 나스는 것도 헛꿈이 아니다 그것이여. 하먼, 헛꿈이 아니고말고.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고 안 혀?
이런 들뜬 생각에 천두만의 발길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천두만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무슨 버릇처럼 바지부터 벗었다. 곧바로 남편을 뒤따라 밥상을 들고 들어온 버들댁은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를 받치고 바지를 거꾸로 들었다. 그러자 쌀이 바가지로 쏟아졌다. 그녀는 누구의 눈치를 보는 듯한 황급한 몸놀림으로 윗목에 놓인 쌀독에다 쌀을 부었다. 아내가 그러는 동안 천두만은 무심한 척 밥을 떠넣고 있었다. 1년 넘게 계속되어 온 그 일은 자식들은 아무도 모르고 내외 간에만 지키고 있는 비밀이었다. 그게 어찌 되었든 간에 자랑할 일이 못 되니까 아이들에게는 철저하게 감추어야 했다. 천두만은 기름기 자르르 도는 하얀 쌀밥을 숟가락 가득 뜨면서 가슴 뿌듯해지는 야릇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쌀을 훔쳐넣을 때의 가슴 두근거림과는 정반대의 느긋한 성취감이 쌀밥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과 함께 전신으로 퍼지고 있었다. 그건 나도 이젠 당하고만 살지 않는다는 묘한 보복감이기도 했다. 날마다 그렇게 챙긴 쌀은 다섯 식구의 식량을 너끈히 해결해 주었다. 그 쌀값을 고스란히 버는 것도 버는 것이지만, 보리밥에 넌덜머리가 난 아이들에게 쌀밥을 먹일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기쁨이고 즐거움이었다. --- pp.307~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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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3분 간격으로 투표장에 뻔질나게 드나들며 대리투표를 하고 있었다. 기권자는 거의 있을 리 없고 돈벌이를 하려고 도시로 떠나버린 젊은이들의 투표용지가 그의 손에 들려지고 있었다. 그는 실눈이나 빈대코는 말할 것도 없고 이장에게도 그 일을 비밀로 하고 있었다. 똑같은 일을 스물다섯 번 되풀이한 다음 그는 학교를 벗어났다.
--- p.1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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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간들한테 더 짐 되지 말고 어서 시집갈 궁리나 해라. 여자는 그저 적당한 남자 골라서 시집가 팔자 고치는 게 젤이다. 오빠들은 월급이라고 받아봐야 즈이 새끼들 데리고 살기도 숨 가쁘고, 옥희는 출가외인 아니냐."
'형제간들한테 짐이 되지 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정신이 아뜩해졌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나자 가슴이 걷잡을 수 없이 뛰면서 헛구역질이 마구 솟았다. 통곡을 하고 싶은 절망감에 빠지면서. 내가 누구 때문에 6년 동안이나 그런 고생을 했던가……. 두 오빠와 동생은 누구 덕에 다 대학을 나왔는가……. 다섯 식구는 그동안 누구 힘으로 먹고 살았는가. 1년 365일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을 하게 만든 짐이었던 형제들이 나를 짐으로 생각하다니……, 나한테는 아무것도 갚은 것 없이 짐이라고 생각하다니……. 형제간들이 나를 귀찮아하는 눈치는 얼핏얼핏 챘었지만 어머니까지 그들의 편을 들다니……. 나는 무엇인가, 내 희생은 무엇인가……. 다시 떠오른 그 생각으로 벌떡거리기 시작한 가슴을 누르며 주선녀는 간호학교를 나왔다. 그녀는 더 심해지는 외로움과 절망감에 휘둘리고 있었다. 우선 취직을 해서 식구들한테 입은 상처와 고통에서 자신을 구해내고, 경제적 어려움도 해결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취직이 어렵게 되어 그녀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았지……? 나에게 남은 건 뭐지……? --- pp.181~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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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간들한테 더 짐 되지 말고 어서 시집갈 궁리나 해라. 여자는 그저 적당한 남자 골라서 시집가 팔자 고치는 게 젤이다. 오빠들은 월급이라고 받아봐야 즈이 새끼들 데리고 살기도 숨 가쁘고, 옥희는 출가외인 아니냐."
'형제간들한테 짐이 되지 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정신이 아뜩해졌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나자 가슴이 걷잡을 수 없이 뛰면서 헛구역질이 마구 솟았다. 통곡을 하고 싶은 절망감에 빠지면서. 내가 누구 때문에 6년 동안이나 그런 고생을 했던가……. 두 오빠와 동생은 누구 덕에 다 대학을 나왔는가……. 다섯 식구는 그동안 누구 힘으로 먹고 살았는가. 1년 365일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을 하게 만든 짐이었던 형제들이 나를 짐으로 생각하다니……, 나한테는 아무것도 갚은 것 없이 짐이라고 생각하다니……. 형제간들이 나를 귀찮아하는 눈치는 얼핏얼핏 챘었지만 어머니까지 그들의 편을 들다니……. 나는 무엇인가, 내 희생은 무엇인가……. 다시 떠오른 그 생각으로 벌떡거리기 시작한 가슴을 누르며 주선녀는 간호학교를 나왔다. 그녀는 더 심해지는 외로움과 절망감에 휘둘리고 있었다. 우선 취직을 해서 식구들한테 입은 상처와 고통에서 자신을 구해내고, 경제적 어려움도 해결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취직이 어렵게 되어 그녀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았지……? 나에게 남은 건 뭐지……? --- pp.181~1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