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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스타일, 라이프스타일 . 지은이 서문
거리에서, 장롱 속에서 볼 수 있는 우리들의 패션문화사 . 추천서문 전쟁은 길고 스커트는 짧다 1910~1919 탱고바지를 입고 우쭐대는 댄디족.지식인.갱들 1920~1929 여자가 웃으면 옷도 함께 미소지어야 한다 1930~1939 길게 할 것이냐 짧게 할 것이냐 1940~1949 대중 속 두메산골까지 파고든 패션 1950~1959 히피, 꽃의 자식들 1960~1969 복고풍의 물결 1970~1979 패션은 영원한다 1980~1990 옮긴이의 말 패션용어설명 참고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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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같은 여자 가르손에서 여자 같은 남자 앤드로진까지
패션은 제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그 이전 시대와 본질적으로 달라진다. 이제 패션은 엘리트적이지도, 신분적 사고를 반영하지도 않게 되며, 사회적 계층이나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으로 자리잡는다. 전쟁은 사회질서뿐만 아니라 여성의 지위도 변화시켰다. 여성들은 전쟁을 통해, 그리고 전쟁터에 나간 남성들을 대신한 직업활동을 통해 새로운 자의식을 갖게 되었고, 이는 가르손('사내 같은 아가씨'를 가리키는 프랑스어) 패션으로 표현되었다. 당시의 한 잡지에는 신사코트를 입고 딱딱한 펠트모자를쓴 여성이 똑같은 차림의 다른 인물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어머, 미안해요, 아가씨. 저는 당신이 치근덕대는 남자인 줄 알았거든요.”
이와 함께 짧은 머리모양의 봅헤어스타일이 유행했다. 나이와 사회계층을 불문하고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여성은 짧은 머리를 매끈하게 빗어내린 이 머리모양을 했고, 이에 국가와 교회, 언론, 남성들 그리고 우익 여성단체들은 격분하며 반대했다. 가르손 스타일과 동시에 요부 스타일이 유행했다. 전통적인 여성상을 벗어던지고도 여성이 남성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새롭게 에로틱한 매력을 찾아내야 했던 것이다. 30년대 패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프랑스의 영화배우 그레타 가르보였으며(패션잡지『보그』는 '가르보이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30년대에는 20년대에 비해 전반적으로 여성적 우아함을 지향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패전국인 독일뿐만 아니라 나머지 유럽국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여배우 비비안 리가 사치스러운 브라우스를 입고 런던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엄청난 분노를 터뜨렸다. 전후에는 프랑스 실존주의가 청년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담배연기 자욱한 어두운 지하 술집에 모여 존재의 부조리와 인간의 자유에 대해 논했고, 샤르트르, 크노, 라포르그의 글에 곡을 붙여 노래한 주리에트 그레코의 음반을 들었다. 소녀들은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검은색 터틀넥 풀어버와 좁은 바지를 입었으며, 청년들은 얼굴 전체에 수염을 기르는 '실존주의적' 수염을 했다. 미국이 유럽에 정치적으로 개입함에 따라 미국의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스타일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50년대에는 제조방법이 개선되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합성섬유가 등장함으로써 유행하는 옷과 액세서리의 값이 싸져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생산성의 증가, 저렴한 합성섬유, 지역을 초월한 신속한 상품교환은 유행을 단명하게 만들었다. 이제 청소년들이 패션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로큰롤에 맞춰 춤을 추었고, 엘비스 프레슬리나 빌 할리, 토미 스틸에게 열광했다. 엘비스 프레슬리, 제임스 딘, 말론 브란도, 몽고메리 클리프트 등이 존 오스본, 헤롤드 핀터, 테네시 윌리엄스 등의 영미 극작품에서 따온 표현인 '성난 젊은이들'로 일컬어진 청년들의 우상이었다. 자신이 버림받고 배신당했다고 느끼고 기성 사회와 지나친 고상함과 권위주의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들은 검은 가죽옷을 입고 '성능을 높인'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30~40년대의 우아한 여성보다 마릴린 먼로, 소피아 로렌, 리타 헤이워스, 브리지트 바르도 등이 보여주는 섹시한 여성상이 선호되었다. 이들은 몸에 딱 붙는 풀오버 차림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많은 여성들이 그것을 따라했다. 두 치수 작게 입는 풀오버와, 실제 가슴보다 커보이게 하는 삼각뿔 모양의 브래지어가 엄청나게 팔렸다. 하지만 오드리 헵번은 이와는 정반대 유형으로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었다. 그녀의 소년 같은 몸매와 두드러진 광대뼈 그리고 겁먹은 듯한 눈이 매력적으로 여겨졌으며, 거리에서는 수천 명의 '오드리 헵번'을 볼 수 있었다. 젊은이들의 불만은 60년대에 이르러 유럽 전체와 미국, 일본을 휩쓸었고 마침내 유혈충돌로 이어졌다. 대학생들은 미국의 베트남 전쟁, 인종차별 등을 비판하면서 사회를 변혁하고자 했다.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히피들은 자신들을 '꽃의 자식들'로 여기면서 계급적 차이와 인종적 편견, 성취에 대한 압박, 억압, 전쟁 등에 대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저항했다. 히피들의 생활태도는 옷차림에 표현되었다. 그들은 머리에 꽃을 꽂고, 화려하면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옷차림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애초의 저항과 전복의 의미는 퇴색하고 히피스타일은 하나의 유행상품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젊은이들은 편견과 자기기만에 대한 폭로를 정치적 차원뿐만 아니라 성적, 도덕적 영역에서도 강력하게 요구했고, 그것은 성해방의 물결로 이어졌다. 성해방의 물결은 패션에서는 속이 들여다 보이는 시스루룩으로 나타났다. 속옷을 입지 않는 시스루룩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패션 유행에는 미니스커트를 비롯해서 대중적인 패션을 만들어낸 영국의 디자이너 메리 퀀트와 더불어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케네디, 비틀즈, 60년대 초 등장한 옵아트와 팝아트 등이 영향을 미쳤다. 최신유행에 따라 외모를 가꾸는 데 반대해서 비트족들은 아주 너저분하게 옷을 입었다. 그들의 머리는 어깨까지 내려왔으며, 남녀 복장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1977년 처음으로 알려진 펑트스타일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곧바로 확산되지는 못해다. 펑크족은 런던 뒷골목에서 등장한, 반부르주아적인 하위문화의 대변자들이었다. 가시처럼 생긴 짧은 헤어스타일에 요란하게 염색한 머리색, 뺨과 귀에 한 피어싱(piercing), 개목걸이 그리고 검은 가죽제복에 해진 티셔츠가 펑크스타일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디자이너들은 펑크족의 스타일을 본따 밀리터리룩, 무정부주의자 패션, 누더기룩을 만들었다. 80년대에 들어 남녀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앤드로지너스 패션이 유행했다. 양성적 존재 앤드로진은 모든 존재의 시초이며,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을 함께 가지고 있다. 프랑스 디자이녀 장폴 고티에는 남성용 스커트를 발표해서 선풍을 일으켰으며, 팝스타 보이 조지와 마이클 잭슨은 '소녀처럼' 화장하고서 무대에 올랐다. 패션에 있어서 타자라 할 수 있는 뚱뚱한 이들을 위한 패션이 등장한 것도 80년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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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패션을 보면 20세기 문화ㆍ풍속사가 보인다!
1985년 녹색당 출신 인물이 최초로 독일 헤센 주의 환경장관이 되었다. 그는 청바지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셔츠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서 임명을 받고 선서를 했다. 그의 무례함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가 만일 녹색당의 정적들처럼 보수적인 옷차림을 하고 나타났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녹색당 추종자들에게 그다지 신뢰감을 주지 못했을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유행의 양식이나 경향만을 다루지 않는다. 정치적 사건을 비롯하여 사회적ㆍ경제적 발전들과 더불어 연극, 영화 등 다른 예술의 양상들도 함께 다룬다.
20세기 패션에서 특기할만한 사실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패션이 새롭게 형성된 성(性) 정체성을 표현한 점이다. 인간의 성 정체성을 한눈에 알아보도록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옷이다. 20세기 여성들은 전통적인 여성 스타일 외에 요부 스타일, 가르손 스타일, 섹시 스타일 등으로 다양하게 변신한다. 변화하는 남성상 또한 패션을 통해 표현되었다. 둘째는 대중문화의 발달과 더불어 패션의 소비자들이 영화배우나 가수 등 대중스타들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기성사회에 대한 비판과 문제의식 그리고 새로운 이상들을 히피룩, 비트룩, 펑크룩 등의 패션을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거꾸로 패션 생산자들이 패션 소비자들의 스타일을 받아들였다. 셋째는 20세기 패션의 흐름은 소외되어온 타자들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상적 조류와도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이다. 20세기 패션의 역사는 남자 같은 여자(가르손), 여자 같은 남자(앤드로진), 하위문화, 뚱뚱한 사람 등 타자들을 포용해온 역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들을 정치ㆍ사회ㆍ경제ㆍ문화의 총제적인 흐름 속에 위치시켜 풍부한 일화들, 풍속들, 유행패션에 대한 세밀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재구성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