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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미술의 전개
20세기의 미술사는 추상미술의 창조와 발전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 역시 추상미술의 태동과 전개과정이다. 추상은 1914년 제1차대전이 발발할 무렵인 1910∼13년 사이에 유럽에 감돌았던 전쟁의 기운과 함께 탄생했다.
서정적 추상의 창시자인 칸딘스키는 내적 필연성을 표현하는 정신적인 세상을 회화에서 실현하고자 하였으며, 기하학적 추상의 창시자인 몬드리안은 질서 있고 비극이 없는 평등한 유토피아를 추구하였다. 추상의 움직임은 유럽 전역에서 일어나, 같은 시기 러시아에서는 말레비치와 아방가르드 화가들이 1917년 사회주의 혁명의 분위기 속에서 추상회화를 탄생시켰다. 전운이 감돌던 유럽에서 탄생한 추상미술은 1920년대 제1차대전이 끝난 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려는 사회적 분위기와 병행하여 질서 있고 논리적이며 이성적 형태언어인 기하학적 추상을 활발히 전개시키게 된다. 서정적 추상을 창조하였던 칸딘스키도 이 시기에는 음악적 요소를 도입하여 청각적 음악을 시각적 리듬으로 탐색하면서 기하학적 추상을 전개시키게 된다. 미술사에서 미술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하나의 양식이 활발한 전개와 절정의 시기를 거친 뒤에는 언제나 타성에 젖은 매너리즘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추상미술도 마찬가지여서, 형식적으로 관습화된 유럽의 추상미술은 제2차대전의 승리자였던 미국에서 다시 허물을 벗고 신선한 도약을 하게 된다. 미국의 젊은 작가들은 유럽 미술의 흔적을 제거하고 미국적 미술, 즉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를 탄생시키게 되어, 제2차대전에서의 미국의 승리는 미국 미술의 승리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