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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게 된 동기
들어가는 말 제1장 문제의 뿌리-중화사상 제2장 원칙 따로 현실 따로 제3장 베껴먹는 주체성-일본 민족주의 제4장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한국 국수주의 맺는말 주 더 읽어야 할 자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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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전쟁은 끝나야 한다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후쇼사 교과서 왜곡이 국제 관계에 파문을 일으키며 이른바 역사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역사 인식 문제가 나 살기 위해 상대를 죽여야 하는 전쟁과 같은 차원의 문제인가? 역사뿐 아니라 모든 학문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한ㆍ중ㆍ일이 역사 문제로 얽혀 분쟁을 빚는 현실에서도 국적을 초월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역사적 실체 제시가 필요하다. 《중화사상과 동아시아―자기 최면의 역사》(책세상문고ㆍ우리시대 116)는 역사 전쟁의 허위성을 지적하고, 소모적인 분쟁을 종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우선 역사 전쟁의 기저에 중화사상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아시아 역사의식의 원류라 할 수 있는 중화사상과 천자를 중심으로 한 조공-책봉 관계는 중국과 주변국의 관계를 상하 관계로 설정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칙에 그칠 뿐 그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주변국들은 오히려 중국적 사고방식을 역이용해 실리를 취했다. 그러나 근대에 접어들면서 원칙과 현실의 괴리는 잊혀지고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이 등장한다. 게다가 근대 일본과 한국은 중화사상을 벤치마킹해 민족 만들기에 동원하기까지 한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를 통해 각국이 자국 중심적 사고를 갖게 되었다고 지적하며, 이를 '자기 최면'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는 각국의 역사 인식 차이가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음을 시사한다. 결국 이 책은 역사학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민족주의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만 경계하더라도 무의미한 역사 분쟁을 중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고구려와 백제는 왜 위나라에 조공을 바쳤을까 세상을 천하라는 하나의 단위로 보고, 천하의 통치자는 천자뿐이라고 주장하는 중화사상은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유교적 가치와 결탁해 동아시아 전역의 국제 질서로 확장되었다. 국가 사이의 관계를 상하 관계로 규정하는 조공-책봉 관계도 이러한 사고방식의 연장선상에서 성립했다. 그러나《삼국사기(三國史記)》의 기록을 보면 현실은 원칙과 달랐다. 위나라에 조공을 바치던 백제는 공손을 가장해 '고구려와 전쟁을 벌여달라'는 부담스러운 요구를 했으며, 북위가 거절하자 즉각 조공을 끊어버렸다. 한편 고구려는 대립 관계에 있던 북위와 남제에 모두 조공을 바치는 양다리 외교를 지속적으로 추진했음에도 북위와 남제는 고구려를 통제하지 못했다. 이처럼 실제 조공-책봉 관계를 지탱한 것은 상하 관계가 아니라 이해관계였다. 조공을 바치는 나라는 강대국과의 교역을 통한 선진 기술과 문화 습득, 조공품의 반대급부인 회사품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 정치 사회적 체제 벤치마킹 등을 추구했고, 중국은 통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명분을 추구했던 것이다. 이처럼 객관적 사실인 듯 보이는 역사에도 그 맥락을 해석하는 역사가의 가치 판단이 개입한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 이런 맥락에 대한 기억이 잊혀지면서 각국의 역사 왜곡이 시작된다. 근대의 민족 만들기와 자국 중심주의 근대화 과정에서 각국은 국가와 민족 그리고 국민 만들기에 골몰했다. 이른바 민족국가(또는 국민국가)를 세우려면 민족 만들기는 필수적인 작업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민족·국민과 차별성을 가져야 하며, 그러자면 독자적 문화의 보유가 필수 요인으로 부각된다. 일본은 주체성과 독자성을 내세울 수 있는 문화적 체계로 일본 국학인 신도(神道)를 정립한다. 여기서 신이란 황실과 국가의 근원이다. 일본은 천황을 신격화함으로써 황실과 국가를 동일시하는 황실 중심적 국가주의를 추구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신도와 천황이라는 용어는 모두 중국에서 유래했을 뿐 아니라, 일본 천황을 천자의 위치에 놓기 위해 중화사상을 빌려 백제와 신라가 야마토 정권에 조공을 바쳤다는 식의 역사 조작까지 서슴지 않았다. 한편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에 근대화를 추진한 한국도 중화사상 모방에 있어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일본에서 유학한 연구자들은 이른바 신민족주의를 표방하며, 민족사를 정립하고자 했다. 그런데 민족이라는 개념은 근대에 만들어진 것일 뿐 고구려, 백제, 신라 사람들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생각을 가진 바는 없다. 이 책은 발해사를 예로 들어 혈통과 문화를 근거로 발해를 우리 역사로 편입하고 말갈족의 역사를 지우려는 논리가 동북공정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역사를 '아와 비아의 투쟁'으로 보는 신채호 등 초기 민족주의의 주장이 국수주의의 단초를 가지고 있으며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라는 제국주의의 논리를 수용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역사는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 역사 왜곡은 근본적으로 역사를 자기 입장에서만 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민족국가 만들기가 국가 권력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적 발상이었을 뿐 아니라, 과거부터 역사 인식은 권력과 무관하지 않았다. 중화사상은 주나라 정권을 정당화하려는 발상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중국의 주변 국가들도 중화사상을 부분적으로 뜯어 고쳐 제 나라 정권에 편리한 대로 이용했다. 결국 고대 국가의 정권을 미화하려 만든 논리가 민족적 자존심의 근거로 활용된 셈이다. 최근 분쟁의 원인이 된 역사 문제 대부분도 실제로는 민족의 자존심과 생존 문제가 직결된 것이 아니라 정권을 정당화 내지 미화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은 이런 점을 밝혀 지금처럼 각국의 국민들이 쓸데없는 싸움의 희생자가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