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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전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헤쳐온 여덟 인생
김서령
푸른역사 20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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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내가 살아남아 1미터짜리 농어 잡을 줄 짐작이나 했겠나
_지리산 빨치산 할머니 고계연

왜 살아도 살아도 끝이 안나노
_반세기 넘게 홀로 가문을 지켜온 종부 김후웅

내 자궁은 뺏겼지만 천하를 얻었소
_일본군위안부 김수해 할머니

죽음의 강 황하를 건너온 소녀
_중국 팔로군 출신 기공 연구가 윤금선

지상에 없는 남자, 그만을 향한 50년
_한 달의 인연을 영원으로 간직한 최옥분 할머니

종횡무진 욕으로 안기부를 제압하다
_문화판의 걸출한 욕쟁이 할머니 박의순

난 기생이다, 황진이다, 혁명적 예술가다
_황진이보다 더 치열했던 춤꾼 이선옥

명성황후의 한을 풀다
_명성황후의 화신이 된 여자 이영숙

저자 소개 1

칼럼니스트, 안동 출생, 경북대 국문과 졸업. 남의 이야기 듣기를 즐겨 급기야 사람을 만나 이야기 듣는 것을 직업으로 삼게 됐다. 사람이 우주이며 한 인간의 생애 안에 가히 우주의 천변만화가 담겨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숱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지난 세기 초중반 한국 여자로 태어나 우리 역사의 우여곡절을 온몸으로 밀고 온 분들, 그들의 삶 앞에서 전율의 농도가 가장 컸다. 이 책은 그 감동의 기록이다. 앞서 간 사람의 발자국이 우리들의 가장 훌륭한 교과서가 된다. 과일이 서리를 맞아야 단맛이 돌고 향기를 풍기듯 인생도 고난 속에서 익어간다는 것을 믿는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이 지
칼럼니스트, 안동 출생, 경북대 국문과 졸업. 남의 이야기 듣기를 즐겨 급기야 사람을 만나 이야기 듣는 것을 직업으로 삼게 됐다. 사람이 우주이며 한 인간의 생애 안에 가히 우주의 천변만화가 담겨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숱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지난 세기 초중반 한국 여자로 태어나 우리 역사의 우여곡절을 온몸으로 밀고 온 분들, 그들의 삶 앞에서 전율의 농도가 가장 컸다. 이 책은 그 감동의 기록이다. 앞서 간 사람의 발자국이 우리들의 가장 훌륭한 교과서가 된다. 과일이 서리를 맞아야 단맛이 돌고 향기를 풍기듯 인생도 고난 속에서 익어간다는 것을 믿는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이 지금 행복한 사람에겐 삶의 확장을, 지금 불행한 사람에겐 삶의 깊이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팔뚝이 잘린 사람 앞에선 손가락이 잘린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앞 세대가 몸부림치며 살아온 이야기가 뒤 세대의 가슴을 울리기를, 그 울분과 통한이 서로를 연대하고 위안하고 사랑하게 만들기를, 더불어 고통을 뚫고 나와 더 너그럽고 강인해진 분들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통찰해내기를 희망한다. 한때는 국어교사였다가 신문, 잡지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사라진 잡지 [샘이 깊은 물]에서 인물 인터뷰의 매력에 눈떠 인터뷰 칼럼을 주로 써왔다. 펴낸 책으로 『김서령의 家』,『김서령의 이야기가 있는 집』,『삶은 천천히 태어난다』,『참외는 참 외롭다』 등이 있다. 2018년 10월, 향년 6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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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서령
칼럼니스트, 안동 출생, 경북대 국문과 졸업. 한때는 국어교사였다가 신문, 잡지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잡지 《샘이 깊은 물》에서 인물 인터뷰의 매력에 눈떴다. 최근에는 《동아일보》, 《신동아》, 《월간중앙》등에 인물칼럼과 시사칼럼을 연재 중이다. 저서에 우리 시대를 새로운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집안을 열어 보인 《김서령의 家》가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4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70쪽 | 414g | 105*128*20mm
ISBN13
9788991510463

책 속으로

마지막 전투가 있던 날입니더. 무기도 없고 인원도 모자라고 당해낼 재간이 없었네요. 우리는 40명 가량 됐습니다. 국군이 포로를 일렬로 세워놓고 각자 자기 앞에 구덩이를 하나씩 파라고 합디더. 팠지예. 각자 판 구덩이 앞에 나란히 서라고 해서 섰지예. 그런데 오른쪽으로 1번부터 하나씩 총을 쏘는 겁니더. 그러면 방금 제가 파놓은 구덩이 안으로 툭툭 떨어지네요. 무섭지도 분하지도 않습디더. 아무 생각이 없습디더. 나는 대열의 중간쯤에 있었네요. 한 25번이나 됐으까. 빨리 내 차례가 왔으면 싶었네요. 죽으면 발이 아파 우는 짓도 안하겠지, 이가 내 몸을 파먹지도 못하겠지… 내 옆에 있는 동지들이 한 스무나믄 명 구덩이 속에 쳐박혔는데 산 아래서 누가 소리를 지릅디더. ‘사격중지! 생포!’ 그러니까 총질이 멈춥디더. 나는 내가 판 구덩이에 안 묻혔습니더. 안 죽고 살아났습니더.

----33쪽

생각하면 김후웅의 '죽으면 썩을 몸'과 '신외무물'의 철학은 그의 가련한 처세술인지도 모른다. 그의 앞에 펼쳐진 삶이 그에게 은연중 그걸 강요했던 것일 게다. 생사를 알 수 없는 남편, 큰 종가의 종손 없는 종부 노릇, 받들어 모셔야 할 시어른, 세상의 재빠른 가치 변화, 가슴에 넘쳐나는 특유의 정감, 오로지 자신이 죄인이란 자책, 거기에 덜미를 잡는 가난. 그는 요즘도 여전히 따뜻한 밥엔 선뜻 손을 대지 못한다. 새 옷을 보면 천리만리 도망친다. 밥이 좀 식어야, 남이 달게 먹을 수 없을 만해져야, 비로소 죄송스럽다는 듯 숟가락을 든다. '죽으면 썩을 몸'이 음식을 탐해서 뭣하냐는 거다. 그럴 때 옆에서 핀잔을 해선 안 된다. 그저 가만히 기다리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84쪽

출판사 리뷰

이 이야기(傳)는 수난의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헤쳐온 여덟 여자의 인생 역정을 다루고 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친지도 모른 채 이들은 한국 현대사의 복판으로 던져졌다. 해방이 되었지만 그것의 의미를 몰랐고, 전쟁이 일어났지만 누가 누구를 향해 총을 쏘고 있는지도 몰랐다. 피난길에 아버지와 오빠를 찾아 산에 올랐다가 빨치산이 된 여자, 남편이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50년을 넘게 남편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종가의 며느리.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만주에 갔다가 중국팔로군에서 생사를 넘어야 했던 여전사.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기차에 올라탔다가 끝도 없이 밀려오는 일본군을 맞아야 했던 위안부의 삶 등, 파란만장의 인생을 겪어야 했던 이야기들이 애절하게 펼쳐진다. 이들의 삶 속에는 한국 현대사의 파편이 곳곳에 박혀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내 인생이 처절했노라고 한숨 쉬지는 않는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내던져졌지만 두 발로 똑바로 서서 수난의 세월을 헤쳐나왔다. 빨치산에서 탁월한 세일즈우먼으로, 팔로군에서 뛰어난 기공사로 변신했다. 황진이보다 더 혁명적인 춤꾼, 명성황후의 복권을 위해 애쓰는 기업인, 문화계를 선도하는 걸물, 현재도 종가를 지키는 가문의 파수꾼을 자임한다. 자신의 인생을 가꾸고 이웃의 인생에 애정을 베풀며 살아왔다. 그것은 무슨무슨 이념 때문도 아니고, 거창한 역사의 진보라고 설명할 수도 없다. 오롯이 휴머니즘, 인간애다. 이렇듯 삶에 대한 의지와 긍정, 수난을 털어내는 유머를 껴안고 살아온 여덟 명의 인생행로는 한국 사회가 전쟁과 분단, 가난과 독재를 딛고 발전하는 과정과 자연스레 겹쳐진다.

추천평

김서령은 남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데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작가다. 《여자전》에 대해 무엇이든 덧붙이는 글은 너절한 사족이다. 전쟁, 가난, 분단 등 현대사의 진창을 건너오신 그분들의 삶 앞에서 언어는 초라하고 우리는 부끄럽다.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그분들의 삶을 몸으로 느끼고, 자생력과 자기치유력을 기억하며, 용기와 지혜를 배울 뿐이다. 이따금 눈물을 찍어내고 한숨을 내쉬면서.
소설가 김형경
한국 근현대사를 ‘수난사’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김서령 선생이 인터뷰한 파란만장한 운명을 헤쳐온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난은 있어도 ‘수난사史’는 없다고 느껴진다. 이데올로기 갈등, 분단, 외세의 침입, 경찰국가의 억압 등의 수난이 닥쳐와도, 이들은 끈질긴 생명력과 자존심으로 고비를 슬기롭게 넘어왔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과 이웃의 인생들을 따스하게 가꾸어나갔다. 그러면서도 인생을 즐기려는 욕망, 유머 감각과 낙관을 결코 잃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서야 한국 사회가 분단, 전쟁, 독재를 넘어서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실감하게 되었다.
오슬로대 교수 박노자

리뷰/한줄평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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