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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글
첫 번째 이야기_파리의 치즈 가게들 1. 집 앞 시장 무프타 2. 라파예트 백화점 치즈 매장 3. 퐁슬레 시장의 프로마주리 알레오스 4. 동역 옆 시장의 할머니네 치즈 가게 5. 우연히 마주친 프로마주리 쥘레 6. 에티엔느 막셀의 몽토르게이 시장 7. 세브르 길, 카트르옴므 프로마제 8. 파리 국제 농업 박람회 9. 7구 시장의 프로마주리 앙드루에 10. 처음 만난 길 위의 시장 11. 파리 근교의 브리 시장 12. 플라스 몽주 시장 13. 카페 같은 캉탱 파리를 떠나며 두 번째 이야기_프랑스·스위스 치즈를 찾아서 자동차 여행 1. 난데없는 시작 2. 노르망디 뇌프샤텔 3. 노르망디 까망베르 4. 알프스 프랑슈 콩테 5. 프랑슈 콩테, 테즈의 집에서 6. 스위스에 들어서다 7. 테트 드 무안 공장에서 8. 에멘탈 9. 아펜젤에서 만난 화가 10. 산꼭대기의 레티바 농장 11. 그뤼에르 12. 스위스에서 프랑스로 13. 프로방스 바농 14. 칸느에서 피레네까지 15. 피레네 산맥의 톰므 치즈 농장 16. 피레네를 넘어 브르비로 17. 오베르뉴 살레 여행을 마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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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들린 블루 치즈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일단 치즈 맛이나 볼까 하여 도로 한쪽에 선 채로 포장지를 열어 보았다. 특이한 모양에 끌려 급하게 산 치즈였다. 혹시나 독한 향이 나지 않을까 걱정돼 아주 조금 떼어 오물오물 맛을 봤다.
“역시… 책에서 설명한 그대로 많이 부드럽고 끝 맛은 달군. 음… 지난번에 먹은 고르곤졸라(Gorgonzola)처럼 고약하지도 않고 말이야.” 첫맛이 마음에 들어, 이번엔 아주 크게 떼어 한입 가득 넣어 보았다. “…으악! 이게 뭐야!” 소주 냄새 저리 가라 할 만큼이나 독한 알콜 향이 확 올라오면서 소금 덩어리를 먹은 듯 엄청나게 짜기까지 하니, 가방엔 입 안을 중화시킬 그 어떤 것도 없는데다 하필 점심때가 한참 지난 그 시간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은 빈속이라 머리가 어질어질해 오기까지 했다._23-24쪽 ?어쩔 줄 몰라 삐거덕거리는 마룻바닥 위를 서성이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내 눈길이 가는 몇 개의 치즈를 골라내 맛보라며 커다란 작두 칼로 얇게 잘라 건네주셨다. 휴우,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그때 나는 불어를 제대로 못해 아주머니와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기는 힘들었으나 눈을 있는 대로 크게 뜨고 ‘음~음~’ 하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어 보이자 아주머니께서도 다 안다는 듯 같이 눈을 크게 뜨고 고개까지 끄덕여 주셨다. 그러고 보니 이 가게는 집 근처 무프타 시장에 있는 가게하고 똑같은 곳이었다. 나는 이곳과 똑같은 가게를 가 본 적이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안 되는 불어로 설명을 시작했다. “마 메종 무프타.(우리집 무프타예요.)” “아! 무프타! 우리 가게 무프타에도 있지." “네! 남자 두 명이 있어요.” “맞아, 무프타 지점엔 머리 반지르르한 남자 두 명이 있어." 아주머니와 나는 서로 마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도 간단한 것을._73-74 나에게 무프타는 단순히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시장이었던 동시에 파리의 가장 큰 로망이었다. 귀찮을 만큼 자주 들렀지만 항상 친절했던 치즈 가게 아저씨가 있었고, 대화는 별로 못해 봤지만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처럼 붉은 주먹코를 한 치즈 가게 아저씨도 있었다. 불친절해서 마주치고 싶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계산할 때마다 마주치게 되는 슈퍼마켓 계산대의 할머니와, 사지도 않으면서 자주 들락거렸던 잡화점의 아주머니도 있었다. 비오는 날은 비가 와서, 해 뜬 날은 해가 떠서 예뻤던 그 골목. 선글라스를 끼고 멋스런 바바리를 입었으면서도 커다란 장바구니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핸섬한 파리지앵과, 좁디좁아 발 디딜 틈도 없는 골목 카페 밖 의자에 앉아 햇살을 즐기며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 사람들까지.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무프타 그 좁고 기다란 골목길을…._112/117쪽 “민희, 일어났어? 아침 먹자!” 꿈인지 생신지 보송보송한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 창문을 열고 아침 공기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오전 일을 마친 테즈는 엄마 집에서 가져왔다며 닭 가슴살 스테이크에 카레밥을 챙겨 가지고 들어왔다. “이 마을에서 뭐 하고 싶어?” / “그… 글쎄….” 나는 숟가락을 입에 문 채로 머뭇거리면서 대답했다. 사실 나는 농장에 가서 소젖도 짜고, 사람들과 모여서 담소도 나누고, 치즈 공장에 가서 치즈 만드는 일도 거들고 싶었다. 말 그대로 이 마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체험해 보고 싶었다. “이 마을은 천국이야. 봐, 세상에 이런 마을이 어디 있겠어? 넌 네가 이 마을에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어!” / “정말?” / “우선 자전거 빌려다 놓을게. 이따가 동네 한 바퀴 돌고 올래?” / “좋아!” 테즈는 곧 자전거 한 대를 집 앞에 갖다 놓았고, 나는 페달을 밟기 전에 숨부터 깊게 들이마셨다. “자, 그럼 이제 이 마을 어디를 가볼까?”_184-185쪽 “이리로 와 봐요.” 아주머니는 작은 창고로 나를 안내했다. 그곳엔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까지 한창 쓰던 양철 세숫대야와 똑같이 생긴 그릇들이 5개쯤 놓여 있었다. “여기에 우유를 부어 놓고 하루를 보내면 밀도가 낮은 크림이 위로 떠오르게 되거든요. 그 크림만 걷어 내면 지방 40퍼센트의 치즈를 만들 수 있어요.” “그냥 하루를 둔다고요? 그럼 지방의 수치가 일정하게 나와요?” “그게 바로 우리의 노하우죠.” 대부분의 치즈 공장이나 농장들에선 원심력을 이용한 크림 분리기계를 사용하는데, 이곳에서는 그저 우유를 상온에 하루 두는 것만으로 크림을 분리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그 사이 까맣게 그을린 황동 가마솥은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위에서 열심히 우유를 데우고 있었다. “지금 저 우유는 아까 32도에서 레닛을 부어 놓았던 건데 56도까지 데울 거예요.” 아저씨는 가마솥 아래로 계속 장작을 넣더니 어느새 온도계를 체크하시곤 천정에 매달린 가마솥을 쓰윽 끌어당겨 불길 속에서 빼내 오셨다. “자, 이제 시작합니다.”_270쪽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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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치즈 여행’을 하게 된 이유는 다음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유. 6년 전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하던 중, 저자는 스위스에서 까망베르 치즈를 하나 사게 되었다. 스위스 하면 대표적으로 알프스, 목장, 우유, 치즈 등이 연상되었기에 특산물을 맛보듯 치즈 하나 정도는 꼭 맛보아야겠다고 생각하여 슈퍼를 찾았고, 그곳에서 마주친 까망베르 치즈가 아주 예쁜 나무상자에 담겨 있었기에 자연스레 그 치즈를 고르게 되었다. 다음날, 마지막 행선지인 파리에서 드디어 나무상자를 열어 치즈를 꺼내 잘랐을 때, 치즈의 속살은 마치 진한 연유처럼 흘러내렸다. 인연이 되려고 그랬을까, 그때 맛본 까망베르 치즈의 부드러운 속살과 고소한 듯 독특한 향은 뇌리에 강하게 박혀 지워지지 않았다. 두 번째 이유. 치즈를 처음 맛본 그때, 파리 시내를 걷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된 곳은 콩코르드 광장 근처에 선 노천시장이었다. 꽤 긴 골목에 어느 한 자리 빈틈없이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작은 전구들이 부드러운 불빛을 비추던 그곳 한 귀퉁이에서 저자는 밖에까지 좌판을 늘어놓은 치즈 가게 한 곳을 만나게 된다. 나무 진열대 위에 크기도 가지가지 색깔도 가지가지인 치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주인아주머니는 꼭 동네 반찬가게 아주머니처럼 작고 둥근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광경이 정말이지 예뻐서 가게 앞에서 한참을 구경하다 아주머니께 부탁해 기념사진까지 한 장 남기고 돌아왔다. 그러니까 이 두 가지 에피소드가 저자에게 ‘치즈 여행’을 떠나게 한 셈이다. 그저 치즈가 좋으니 치즈를 많이 먹는 유럽으로 가서 치즈 가게를 찾아다니며 구경해야지 하는 단순한 바람에서가 아니라, 치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경험하여 그에 대한 책을 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시작한 일이었다. “6년 전, 한 달 동안 유럽여행을 하면서 내가 접할 수 있었던 건 화려한 건축과 예술작품이었을 뿐, 그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진짜 모습은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더더욱 유럽의 치즈 문화가 보고 싶었다. 치즈는 유럽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식생활 문화이자 오랜 세월 보존되어 온 전통이므로 그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사람들은 그것을 얼마나, 어떻게 먹는지 등을 알게 되면 그들 문화의 진면모를 알게 되는 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저자는 치즈 여행을 결심하기까지 자신이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인지, 뭘 하고 싶은지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입시 실패와 뒤늦은 방황으로 몸도 마음도 고생이 심했던 때, 치즈와의 만남을 계기로 저자는 ‘결심이라는 걸 해 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치즈 여행을 떠나겠다. 그리고 그 기록을 책으로 남기겠다. 많은 이들이 하던 일을 그만두거나 휴직을 하고 여행을 떠난다. 생업을 잠시 접고 여행길에 오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생업을 뒤로 하고 떠나는 여행은 그 사람에게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이 된다. 저자는 여행을 결심한 이후 4년 동안 회사 생활을 계속하며 사진 찍는 법을 익히고 많은 책을 읽었다. 그리고 서른 살의 생일날, 사직서를 냈다. 많은 이들이 말렸지만 서른한 살이 되던 해 1월에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후 파리에서 3개월간 베이비시터를 하며 불어 학원을 다녔고, 하루에 많게는 세 군데의 치즈 가게를 돌아다니며 치즈를 관찰하고 맛을 보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나라별, 지역별로 치즈의 특징들이 정리가 되었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프랑스, 스위스 각지의 치즈 원산지로 자동차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물론 불어 실력은 제대로 된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려운 수준이었고, 운전은 가까운 거리만 몇 번 왕복해 본 완전 초보 수준이었다. 다만 2년간의 입시 공부 덕에 약간의 영어가 가능했다. 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입시 공부 덕을 본 셈이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는 이루 말로 헤아릴 수가 없다. 어떤 치즈를 얼마만큼 사야 할지를 몰라 가게 주인 앞에서 쩔쩔맨 이야기,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친절한 주인 덕에 치즈에 대한 정보도 얻고 여행지에서의 외로운 마음도 위로 받은 이야기, 가게 직원의 냉담한 태도에 눈물 쏟은 이야기, 장사에 방해된다고 쫓겨난 이야기, 치즈 색깔이 독특하여 냉큼 사서 맛을 보았다가 독한 향에 혼쭐난 이야기… 등등 파리 구석구석의 치즈 가게와 시장들에서 겪은 재미난 경험과 정보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치즈 가게와 시장의 상세 주소 및 찾아가는 법 또한 밝혀 놓고 있어 관심 있는 사람들은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자동차 여행을 떠난 이후의 에피소드들은 더욱 흥미진진하다. 캠핑장을 찾지 못해 차에서 노숙을 해야 했던 경험에서부터 친절한 아주머니의 배려로 시골마을 가정집에서 신세지게 된 이야기, 농장에서 직접 소젖을 짜고 치즈 만드는 일을 도우며 그곳 사람들과 어울려 보낸 이야기, 거대한 치즈 공장에 들어가 치즈가 만들어지는 공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견학한 이야기, 스위스 산꼭대기에 있는 치즈 농가에서 모든 공정이 손으로 이루어지는 전통 치즈 제조법을 보게 된 이야기, 며칠 신세진 집에서 한국식 저녁식사를 마련해 대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이야기까지, 결코 흔히 경험할 수 없는 프랑스, 스위스 시골마을의 풍경과 그곳에서의 다양한 사건들이 가득 담겨 있어 읽는 이를 빠져들게 만든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각종 치즈에 대한 해설(각 꼭지 끝부분에 팁으로 정리됨)도 중요한 볼거리이다. 특히 시골 농가의 모습과 치즈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찍은 사진들은 흔히 볼 수 없는 자료가 될 것이며, 직접 취재한 내용과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정리한 치즈 해설은 아직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치즈에 대한 상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