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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_ 새로 펴내며
파하의 안개 돌아온 병장 코 뿔 저쪽 세계 미궁 응시 존재의 덫 작가 후기 해설 _ 삶의 존재론적 의미에 관한 보고서(정영훈: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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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문학은 위기인가?
한국 문학은 위기인가? 위기만 수년째라는 냉소적인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한국 문학의 위기와 종언에 대한 담론이 여러 해 동안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문학 출판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일본 소설의 위세가 드높은 가운데, 한국 소설은 죽었다는 단언에서부터 위기 담론에는 관심 없다는 젊은 작가들의 발언, 등단 제도와 문학상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과 한국 문학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까지, 다양한 진단과 모색이 분출하고 있다. 시장의 위기를 문학의 위기로 등치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오늘의 우리 소설이 독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며, 이는 작가와 출판계, 독자 모두에게 준열한 성찰과 의미 있는 대안을 요구한다. 일각에서는 재미와 오락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춘 작품을 내놓을 때 한국 소설의 침체를 타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젊은 작가들은 기발한 형식 실험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는 듯 보인다. 그러나 문학이 위기라면, 다른 무엇보다 문학 내부에서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문학 아닌 다른 것이 주는 즐거움을 문학에 이식하는 방식으로는 이탈해버린 문학의 독자를 되찾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2. 우리 문학의 진경, 1970~80년대 소설에서 길을 찾다 2007년 6월 출범하는 책세상 ‘소설 르네상스’는, 한국 문학의 르네상스기라 할 수 있는 1970~80년대 우리 소설의 힘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 1970~1980년대에 우리 문학은 당대 지성의 전위이자 출판 시장의 선도 주자였으며, 날카로운 시대정신과 함께 새로운 상상력으로 동시대 독자를 흡입했다. 또한 인간 존재의 근원과 당대의 현실을 묘파하는 문학의 힘을 제시했으며, 밀도 높은 문장과 새로운 언어 형식의 실험으로 다채로운 소설의 공간을 펼쳐 보였다. ‘소설 르네상스’는 한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들이 1970~1990년대 초에 출간했던 첫 작품집, 현재는 절판되어 독자와 만날 수 없는 작품집들을 젊은 평론가의 새로운 해설과 함께 복원함으로써 우리 문학사가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소설의 수원을 오늘의 독서 공간에 다시 공급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좋았던 옛 시절을 회고하고 기념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 문단 최고 작가들의 젊은 열정이 담긴 첫 작품집에서 한국 소설의 힘과 위엄을 확인하고 그것을 새로운 세대의 독자와 공유함으로써 한국 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열어나갈 동력을 얻기 위함이다. 우리는 ‘소설 르네상스’를 통해, ‘읽을거리’가 없어 한국 소설에서 멀어진 고전적인 소설 독자를 다시 불러들이고, 감성적인 칙릿이나 일본 소설에 열광하며 문학 시장을 이끌고 있는 오늘의 소설 독자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웅숭깊은 문학의 힘을 체험하게 하고자 한다. 또한 한국 문학의 주체인 우리 작가들에게 오로지 문학의 힘으로 한국 소설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모색할 수 있는 의지를 추동하고자 한다. “소설은 시대와 세대의 산물이지만, 특정한 시대와 세대에 감금되지 않고 모든 시대와 세대 속으로 뻗어나가는 것”(이승우)이라는 믿음 위에서. 3. 우리 문단 최고 작가들의 젊은 열정을 읽는다 ‘소설 르네상스’는 앞서 말했듯, 중진 작가들의 첫 작품집 복간 시리즈다(첫 작품집이 이미 재출간되었거나, 특정한 사유가 있는 일부 작가의 경우에 한해 두 번째 작품집을 선택했다). 작가들에게 첫 작품집이란 젊은 문학적 감수성과 열정이 충만하게 내장되어 있으며, 앞으로 전개해나갈 작품 세계의 모든 가능성을 압축하고 있는 문학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첫 작품집에 빛나는 원석을 수록하고 있으며, 그 시점에서 작가적 역량의 총화를 펼쳐 보인다. 때로 그 가능성과 역량은 정연하고 원숙한 모습이라기보다는 이질적인 형태로 섞여 있는 것이 사실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문학청년의 관념적 치기가 섞이기도 하지만, 우리 문학사의 문제작 · 대표작은 첫 작품집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출간된 1차분에서도 송영의 『선생과 황태자』와 『중앙선 기차』, 박태순의 『무너진 극장』과 『정든 땅 언덕 위』,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와 『별을 보여드립니다』, 조해일의 『뿔』과 『아메리카』, 이승우의 『에리직톤의 초상』등 해당 작가의 대표작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한권 한권이 이후의 작품 세계를 압축해놓은 축도라 할 만하다. ‘소설 르네상스’가 첫 작품집 복원을 선택한 것은 이와 같은 첫 작품집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우리 문단 최고 작가들의 젊은 감수성과 열정이 침체된 우리 문학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상당수 작품이 여관방이나 하숙방, 선의를 베풀어 잠시 자기 방을 비워준 친구네 방에서 쓴 것이라고 말하는 송영의 회고에서, 어떤 계산이나 고려 없이 소설의 형상화에만 몰입했다가 작품 속에 그려진 내용이 문제되어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던 유순하의 숨은 사정에서, 그리고 많은 작가들의 애정과 부끄러움이 교차하는 고백에서 오로지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했던 작가들의 젊은 날을 느낄 수 있다. 첫 작품집을 다시 내놓는 작가들뿐만 아니라 이것을 새로이 읽는 젊은 작가들에게도 ‘소설 르네상스’는 문학의 진정성에 대한 확인이며, 소설 쓰기에 대한 뜨거운 독려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