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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개구리
가숙의 땅 먼 산 산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잔월 이인을 기다리며 등 별 피안의 새 간추려본 발자취 작가 후기 해설 |
KIM, SUNG-DONG,金聖東, 호:시은(市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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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도를 향한 고뇌와 번민을 포착한 김성동 문학의 원형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첫 작품집 복간 시리즈인』소설 르네상스』의 스물여섯 번째 권으로 김성동의『피안의 새』가 출간되었다. 작가의 뜻에 따라 초판에 실린 작품 중〈나의 이야기〉를 제외하고, 작가가 새로 집필한〈간추려본 발자취〉를 작품들 뒤에 수록했다. 이 작품집에서 작가는 자신의 종교적 경험을 토대로 인간의 본질 문제를 주로 다루며, 섬세하고 유장한 필치로 한국전쟁이 남긴 아픔과 구도의 여정에서 존재의 근원을 탐구한다. 김성동은 불가에 귀의했던 이력과 남북한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 아버지를 잃은 성장 배경을 지니고 있는 작가다. 그와 같은 범상치 않은 이력은 그의 첫 작품집『피안의 새』 구석구석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아버지의 부재는 그의 작품에서 근원적인 결여와 고통의 양태로 제시된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결여와 고통의 현실세계를 넘어서 구원을 얻고자 몸부림친다. 붙잡으려고 할수록 멀어지는 구원을 향한 방황의 여정이『피안의 새』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의 등뼈이다. 이 작품집보다 앞선 1979년, 김성동은 그의 대표작『만다라(曼陀羅)』를 통해 종래 드물던 불교 문학의 새로운 원형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 작가는 악의적으로 불교계를 비난하고 승려들을 모독했다고 하여 만들지도 않았던 승적을 박탈당하고 다시 방랑하게 된다. 이러한 소설적 허구와 자전적 경험의 팽팽한 긴장 사이에 위치한 김성동 문학의 특성이 드러나는『피안의 새』는 마치『만다라』 이후 벌어진 사건들의 연속 같은 느낌을 준다.『만다라』의 『구도적 방랑』이라는 그의 문학적 화두가『피안의 새』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피안의 새』는『만다라』에서 화두로 등장하는 호리병 속의 새이다. 호리병에 갇힌 새는 『피안에 놓인 새』가 아니라』피안으로 날아오르고 싶은 새』로서, 결여와 고통이 가득한 현실 세계에서 자기 구원과 중생 제도의 꿈을 가슴에 품고 끊임없이 방황하는 젊은 시절 작가의 자화상이다. 2. 피안을 지향하는 한 마리 새 『피안의 새』의 주목할 만한 성과는 무엇보다도 불교적 세계관과 관련된 부분이다. 불교적 모티프를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이 드문 우리 현대소설사에서 불교의 세계에 대해 김성동만큼 조예가 깊은 작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반도에서 1,60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온 불교는 한국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유구한 역사에 비추어볼 때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불교와 관련된 소설적 성과는 초라한 편이다. 그러한 점을 고려할 때 자신의 출가 경험을 바탕으로 불교를 내면화하여 미학적으로 승화시킨 김성동의 구도적인 소설은 우리 현대소설사에서 매우 값진 것이다. 이미『만다라』를 통해 불교적 화두와 세계관을 탐구하여 문단과 독서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가는 이 작품집에서도〈산란〉,〈먼 산〉,〈피안의 새〉 등의 작품을 통해 불교적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성불은 세속을 초월한 피안이 아니라, 흠과 결여를 껴안은 차안의 세계에 있다고 말하는〈먼 산〉, 불교적 깨달음의 경지가 동화와 같은 잔잔한 서사로 펼쳐지는〈산란〉에서 작가는 『환(幻)과 무(無)로서의 세계』라는 불교적 세계관을 암시한다. 환속한 작가가 반영된〈피안의 새〉의 주인공 역시 진리를 붙잡으려고 발돋움하지만 끊임없는 현실적 갈등과 번뇌에 휩싸인다. 또한〈등〉,〈피안의 새〉 같은 작품에는 작가의 경험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인 불교계의 부조리와 모순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이 때문에 작가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악의적으로 불교계를 비난하고 승려들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거센 항의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가『피안의 새』에서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삶의 부조리와 모순은 구도자들의 진솔한 내면과 갈등을 통해 보편적인 삶의 진실에 다가가고자 한 작가적 열망을 담고 있는 것이다. 3. 구체적인 삶의 모순을 껴안는 보편적인 삶의 진실 작가는『피안의 새』에서 경험과 기억을 상상력의 거미줄로 엮어서 자전적이고 구도적인 독특한 소설의 미학을 보여준다. 작가의 어린 시절이 소재가 된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어린 주인공의 눈에 비친 사회의 수수께끼 같은 부조리성을 다루고 있다.〈엄마와 개구리〉,〈잔월〉,〈별〉 등은 아버지 상실 모티프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에는 공통적으로』영복』이라는 아이가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아버지는 좌익사상가로 예비검속에 걸려 희생되고, 영복이와 어머니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를 통해 작품 곳곳에서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이에 얽히고설킨 착취와 피착취의 관계로서 고통의 사슬을 목격할 수 있다. 그것은 불교 사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불교의 본질은 삶을 고통으로 보고 그 고통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의 해답을 모색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상상력으로 뒤섞어 작품을 직조했기 때문에『피안의 새』에 실린 모든 작품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어린 주인공을 에워싸고 있는 결여와 고통은 성인 주인공들의 구도적 방황의 기원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피안의 새』는 열 편의 단편소설, 작가 자신의 이력과 작품의 원천을 밝힌〈간추려본 발자취〉라는 고백수기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이번에 새로 집필한〈간추려본 발자취〉에서 이데올로기의 상처로 얼룩진 어린 시절과 불교적 구도를 향한 젊은 날의 방황이 그의 문학적 원천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김성동 문학의 독특한 자기고백적 서사 방식은 작가적 진실성에 천착한다.『피안의 새』를 통해 구도를 향한 고뇌와 번민이 현실과 동떨어져 추상적인 관념으로만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삶의 모순을 껴안으면서 보편적인 삶의 진실로 다가가는 김성동 문학의 본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