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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앞의 어둠
박인홍 소설집
박인홍
책세상 200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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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르네상스

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ㅣ 새로 펴내며

크나큰 불안의 부분적인 음향
그날 나는 하늘을 보았다
파란 불꽃
설경

파리들은 쉬지 않는다
의자왕의 표변과 백제의 멸망에 대한 허구적 고찰
남무
벽 앞에서의 사랑을 위한 밑그림

작가 후기(1989) 악력,에 대신해서
해설
고아 의식의 변용과 글쓰기/권오룡
허구를 해체하는 허구/복도훈

저자 소개 1

1954년 광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1983년 '우리 세대의 문학'이라는 무크에 '파리들은 쉬지 않는다'를 발표하며 데뷔하였다. 1989년 그동안의 글들을 묶어 '벽 앞의 어둠'(민음사)이라는 책을 냈다. 그 뒤에 나온 글들은 1994년에 나온 '명왕성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문학과지성사)에 묶여 있다. 1999년에는 읽은 책, 본 영화 등에 대해 끼적거린 것들을 모아서 '섹스, 깨어진 영상 그리고 진정성'(문이당)이라는 책으로 묶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50쪽 | 518g | 153*224*30mm
ISBN13
9788970137438

출판사 리뷰

1. 형태 파괴적이며 전위적인 소설 세계 - 박인홍의 첫 작품집『벽 앞의 어둠』
1989년 출간된 소설가 박인홍의 첫 작품집『벽 앞의 어둠』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1960~1990년대 한국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소설가들의 첫 작품집 복간 시리즈인 ‘소설 르네상스’의 스물일곱 번째 권이다. 작가의 수정을 거쳐 새롭게 편집한 아홉 편의 작품에 젊은 평론가 복도훈의 새로운 해설을 더했다. 작가의 말에서 “이 책 자체가 지금까지의 내 삶의 약력인 것이다. 벽 앞의 어둠속에서 허우적거리고 꿈틀거린, 지렁이가 기어간 자국―들을 모아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므로”라고 표현할 만큼 작가 박인홍에게 의미 있는 작품집이다.
문체의 형식을 파괴하고 과격한 문학적 실험을 시도한 작가로 평가받는 박인홍은『벽 앞의 어둠』을 통해 서사 구조를 붕괴시킬 만큼 파괴적인 실험을 선보인다. 인과적인 논리가 무시당하고 과감한 압축과 비약에 의해 시공간이 혼란스럽게 전개된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실험의 바탕에는 삶과 현실에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 소설이라는 장르가 삶을 충분히 구현해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깔려 있다. 작가는 냉소적인 인물들의 무기력한 일상과 절망적인 내면을 실험적인 형식에 담아내면서 삶과 세계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일관되게 드러내는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현실인식 뒤로 사랑에 의한 구원이라는 희망을 암시한다.

2. 낯선 현실, 파괴된 형식
『벽 앞의 어둠』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그 형식의 파격성이다. 흔히 소설이라고 할 때, 우리는 구체성과 현실감을 갖는 인물이 등장하여 우리들의 일상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매우 사실적 행위들을 연출함으로써 그것이 빚어내는 어떤 의미를 최종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해주는 양식을 떠올린다. 그러나『벽 앞의 어둠』에서 박인홍은 삶이나 현실, 외부 세계가 별다른 의미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취급한다. 삶과 외부 세계의 무의미와 몰가치를 그대로 형상화하기 위해 박인홍은 작품에서 의도적으로 형식을 파괴하고 있다.
『벽 앞의 어둠』에는 매우 다양한 기법들이 시도되고 실험되어 있다. 가령 초현실주의적인 자동기술법이 원용되고 있는가 하면,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의 시도도 발견되며, 소설의 많은 부분이 다양한 인용들로 채워져 있기도 하고, 그 유기성이 확연히 드러나 보이지 않은 에피소드들을 늘어놓고 있기도 하며, 자신의 시나 다른 시인들의 시를 뒤죽박죽으로 재구성하여 삽입시키기도 하고, 필요 이상의 사실적이고 건조한 묘사를 통해 그 묘사되는 대상이나 분위기가 오히려 한층 더 비사실적으로 느껴지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기법들은 묘사되는 대상이나 현실을 한껏 낯설게 만들어, 독자들로 하여금 실제의 현실로부터 벗어나『벽 앞의 어둠』에서 묘사되는 약간은 이질적인 세계로 별다른 거부감 없이 끌려들어가도록 만든다.

3. 글쓰기, 저주받은‘나’의 유일한 존재방식
『벽 앞의 어둠』의 소설이 소설이자 반(反)소설로 매력적인 이유는 그것이 철저히 글 쓰는 ‘나’라는 주어의 외로운 고행의 기록이라는 데 있다.『벽 앞의 어둠』에 실린 모든 소설들은 작가 후기의 한 구절을 빌리면, 오로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고투의 답변, 답변의 고투이다.『벽 앞의 어둠』에 등장하는 작품속의 각각의 ‘나’는 모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나’의 분신들이며, 각각의 작품들은 모두 ‘나’의 이야기들이다. 작품집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용문들과 텍스트들 중에는 글 쓰는 주체를 표상하는 상징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의자왕의 표변과 백제의 멸망에 관한 허구적 고찰〉과〈南無〉에 등장하는 오이디푸스가 특히 인상적이다. 오이디푸스와 마찬가지로『벽 앞의 어둠』의 ‘나’는 필연적이라고 믿었던 자신의 삶이 철저히 우연적임을 자각한다. ‘나’가 오이디푸스와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나’에게는 가족관계가 거의 없으며, 또 부정해야 하는 아버지 대신에 거리의 아무데서나 똥을 싸 사람들에게 비웃음 당하고 굴욕당한 “늙은 거지”(〈南無〉)인 아버지가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또한,〈크나큰 不安의 部分的인 音響〉의 ‘나’는 거울 속을 보는 ‘나’와 테이프에 녹음된 ‘나’의 목소리가 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회의를 통해 자신의 동일성마저 의심하며, 때로는 극단적인 자기소멸의 제스처로 이 모든 것을 부정해버리려 한다.
오이디푸스는 예언(말)을 피했지만, 그 피함으로 예언(말)은 실현되었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예언(말)의 비극이며, ‘나’와 세계를 구성하는 원리는 바로 말이다. 주체와 세계는 말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의 정체를 벗기려면 불가피하게 말, 즉 글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끔찍한 진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의 말은 오염된, 저주받은 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말을 통해 자신을 우연적인 존재로 만든 저 예언(말)과 또다시 대결해야 한다. 글쓰기는 신음의 기록이자 또한 오이디푸스의 말처럼, 저주받은 자의 것이다. 그러니 살아 있는 한 글쓰기는 끊임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그 글쓰기는 저주받은 ‘나’의 유일한 존재방식이자 계속하라는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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